월간복지동향 2015 2015-02-10   1193

[동서남북] 주민센터가 거절한 수급자격, 알고 보니 되네!

주민센터가 거절한 수급자격, 알고 보니 되네!

문태성 l 평화주민사랑방 대표

 

전북 전주에 혼자 사는 이모(53) 씨는 넘어져 쇄골 및 갈비뼈가 골절되었다. 뼈가 굳어진 데다 영양 결핍으로 거동이 매우 어려운 상태로 혼자 지내고 있었다. 일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소득은 없고, 그나마 모아둔 몇 푼으로 공과금과 생활비를 쪼개어도 건강보험료를 체납해 제때 병원 갈 생각을 못했다고 한다. 치료 없이 아픈 곳을 방치한 채 약 6개월이 지난 때쯤 내가 일하는 단체를 만나게 되었다. LH가 임대료와 관리비가 많이 체납되었다며 주택관리를 맡고 있는 시민단체에 연락해 그나마 우리 단체에 긴급구조 의뢰가 들어온 사례다.

 

우리가 방문했을 때 이 씨는 각종 공과금 체납으로 전화가 중지되었고, 단수, 단전 직전 상태였다. 그나마 구청 직원이 가져다준 컵라면을 물에 불려 미음처럼 마시는 정도로 생명을 유지하고 있었다. 주민센터에서 연결해준 밑반찬이 놓여 있었지만, 치아가 고작 한 개뿐이어서 이를 먹지도 못하고 있었다.

 

애초 이 씨는 주민센터에 찾아가서 수급자 가능 여부를 알아봤다. 하지만 수급자가 될 수 없다는 상담만 받고 되돌아 왔다고 한다. 구청 직원들이 컵라면을 주고 간 것으로 볼 때, 분명 공무원들이 위기를 감지했을 것 같은데 긴급복지지원도 국민기초생활보장지원도 그에겐 멀리 있었다.

 

‘수급자가 될 수 없다’고 그냥 돌려보내는 주민센터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한 서울 송파 세 모녀 사건에서도 기초생활보장제 사각지대 문제의 심각성이 확인된다.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 따르면, 송파 세 모녀도 주민센터에 수급 상담을 했지만, 두 딸이 젊어서 수급자가 될 수 없다는 답변을 듣고 돌아왔다.

 

그러나 만약 송파 세 모녀가 우리 단체에 찾아왔다면 상황은 전혀 달랐을 것이다. 우리는 세 모녀에게 조건부 수급자가 될 수 있다는 안내를 하고 이들에게 가장 적합한 방안을 찾아 조건부 수급자가 되도록 했을 것이다.

 

여기에 문제가 있다. 현행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이하, ‘기초법’)이나 긴급복지지원법 하에서 왜 국가기관의 담당자는 불가능하다고 답변하고, 시민단체는 가능하다고 판단하는가? 결국 세 모녀가 누구에게 상담을 하느냐에 따라 죽거나 살 수 있다는 것 아닌가?

 

우리나라 기초생활보장제도가 구조적인 사각지대를 지니고 있는 게 사실이다. 비현실적으로 낮은 최저생계비, 다른 국가에서는 볼 수 없는 광범위하며 강력한 부양의무자제 등이 원인이다. 긴급복지지원제도도 마찬가지다. 선정 기준이 까다롭고 전달체계가 경직돼 있다.

 

하지만 앞에서 소개한 전주 이 씨와 송파 세 모녀의 경우는 구조적 사각지대에 모든 원인이 있는 것만은 아니다. 현행 제도를 운영하는 과정에서도 문제가 있다.

 

복지서비스 대상임에도 부당하게 밀려나 

 

현행 제도가 지닌 구조적 사각지대 문제는 이 글의 주제가 아니므로 이를 다루진 않겠다. 대신 현행 제도에서도 지원을 받을 수 있는데 배제되는 사각지대가 있다면 이는 더 큰 문제다.

 

두 사례 모두 ‘복지서비스 대상임에도 부당하게 밀려난 사각지대’에 해당한다. 그럼 왜 부당하게 밀려났는가?

먼저, 송파 세 모녀 사례에서 주민센터 공무원이 부당한 업무를 한 것은 무엇인가? <그것이 알고 싶다> 방송 내용을 보면, 세 모녀 지인이 말한다. “(기초수급 신청) 한 번쯤은 했어, 송파에 살 때 지금 죽은 집에 거기 살 때”, “나이가 30대 딸이 둘 있으니까 안 된 거야”, 이에 대한 주민센터의 답변이다. “사실 세 분 다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부분이기 때문에 수급자는 불가능합니다. 제가 볼 때는 상식적으로….” 즉 젊고 건강한 사람이 가구원이면 수급자가 될 수 없다는 답변으로 이해된다.

 

실제 시민단체 상담에서 가장 많이 확인된 부당 사례가 “젊고 건강하면 수급자가 될 수 없으니 돌아가라고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이하 기초법)과 보건복지부의 국민기초생활보장사업안내(이하 지침)에는 “젊고 건강하면 수급자가 될 수 없다”라고 해석할 수 있는 문장은 어디에도 없다. 그런데도 왜 주민센터에선 이러한 대답이 가장 많이 사용되는가?

 

자활 조건 불이행해도 다른 가구원에게는 생계급여 지급해야

 

첫째는 기초법의 부당한 해석이다. 기초법 제9조는 생계급여의 방법으로 “근로능력이 있는 수급자에게 자활에 필요한 사업에 참가할 것을 조건으로 하여 생계급여를 실시할 수 있다” 라고 명시하고 있다. 그런데 일선 현장에서는 생계급여도 못 받을 건데 뭐 하러 수급신청 하냐는 식으로 이 조항을 확대 해석한다. 그러나 이 조항이 자활에 참가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수급 신청을 접수하지 않거나 생계급여 전액을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는 내용은 아니다.

 

기초법 제30조, 동법 시행령 제15조제1항, 동법 시행규칙 제7조 제3항, 제4항에서는 조건부수급자 본인의 생계급여를 중지하더라도, 불이행자 본인을 제외한 가구원은 생계급여를 지급해야 한다. 즉, 근로능력 있는 가구원이 자활에 참가하는 조건을 이행하지 않더라도 근로능력 없는 어린아이나 노인 등 가구원에 대해서는 생계급여를 지급해야 한다. 또한 조건 불이행자 본인의 생계급여를 제외한 다른 급여인 주거급여, 의료급여, 교육급여, 장제급여 해산급여는 지급해야 한다. 따라서 자활에 참가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수급신청 자체를 거부하는 것은 부당한 업무처리다.

 

둘째는 조사 권한의 부당한 행사이다. 기초법 제22조 신청에 의한 조사에는 공무원에게 수급권자의 근로능력, 자활욕구, 건강상태에 관한 사항을 조사하거나, 의료기관에서 검진을 받게 할 수 있도록 권한을 주었다. 또한 여기에 그치지 않고 2회 이상 거부, 방해, 기피, 검진 지시에 따르지 아니하면 급여신청을 각하할 수 있도록 권한을 주고 있다. 즉, 공무원이 ‘의료기관에 가서 진단서 받아오세요’라고 했는데 진단서를 발급할 돈이 없어 제출을 못 하는 경우에는 서류 미제출로 급여 신청을 각하하는 것이다.

 

수급 신청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기초생활보장제와 관련해 지식과 경험이 없다. 또한 상당기간 빈곤을 견디고 살았기 때문에 실제 몸이 안 아픈 곳이 없다. 돈이 없어 병원에 진료를 제때 받지 못해서 또 잘 먹지 못해 영양이 결핍돼 있어서 노동시장에서 임금계약 할 만한 노동력이 없거나 매우 미약하다.

 

현재 정부가 정한 근로능력 평가기준은 만성질환이나 중증장애로 등록되지 않은 경우, 진단서를 제출해도 근로능력 평가기관(국민연금공단)에서는 근로능력 없음으로 인정 해주지 않는다. 더욱이 제출하지 않으면 조사 거부 및 기피로 판단하여 급여 신청을 각하하는 실정이다.

 

이럴 경우 올바른 상담이라면 다음과 같아야 한다. 수급권자가 ‘근로능력 없음’이라고 주장할 때, 현재의 정부 기준으로는 근로능력 없음을 인정받기 어렵다는 점을 받아들이게 하는 상담 기술과 진정성을 보여줘야 한다. 이어 내담자에게 자활참여를 설득하여 수급 신청을 하도록 안내해야 한다. 그런데 거꾸로 상담을 해서 수급 신청을 포기하게 만드는 것은 제도적으로 지원해줄 방법이 있음에도 이들을 부당하게 사각지대로 방치하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이다.

 

기초법 시행령 제7조에서는 ‘근로능력이 있는 사람 즉 젊고 건강한 사람도 수급자가 될 수 있다’고 명시되어 있다. 따라서 송파 세 모녀가 수급신청 했던 주민센터의 직원은 세 모녀를 부당하게 사각지대로 밀어낸 셈이다.

 

세 모녀가 평화주민사랑방에 상담을 했다면

 

만약, 세 모녀가 평화주민사랑방에 상담했다면, 근로능력 있음과 없음 차이를 설명하고 자활 참여를 선택할 수 있도록 설명한 후에 주민센터에 방문해 신청 서류를 받아 오시도록 했을 것이다. 이어 신청서류 함께 작성해 30일 뒤에는 조건부 수급자로 자활급여를 받아 살 수 있도록 했을 것이다. 부채는 무료 파산 상담을 하는 민생경제연구소에, 월세와 관리비 고민은 전북주거복지센터 의뢰해 지역 내 시민단체와 함께 해결했을 것이다. 이랬다면 아마도 세 모녀는 자살을 선택하는 지경까지 이르지 않았을 것이다.

 

전주의 이 씨 사례는 오히려 간단명료하다. 우리 단체와 연결된 후 129보건복지콜센터로 긴급복지지원 신청해서 구청 직원에게 접수를 했고, 주민센터로 차로 모시고 가서 수급상담을 마친 후, 치과, 정형외과, 내과를 방문해 검진과 치료를 하고 수급신청에 필요한 서류를 갖춰 제출해서 긴급복지지원을 받고 일반수급자가 되었다.

 

그런데 왜 이전에는 수급신청 상담을 했을 때 거절당했을까? 확인해보니 부양의무가 있는 아버지와 두 딸이 있는데, 모두 관계가 단절되어 있었다. 그러나 부양의무자 금융정보 동의서를 제출해야 한다는 말에 두 딸은 어디에 사는지 모르고, 아주 오래 전에 아버지는 연로하셔서 병원에 입원하셨다는 정보만 알고 있었다. 가족을 찾는 것도 낯부끄럽고, 찾는다 한들 가진 돈도 없고 거동도 불편한 상태에서 금융정보 동의서를 받아 제출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해 포기한 것이다.

 

그러나 기초법 제5조 수급자의 범위에서는 부양의무자가 있어도 부양능력이 없거나 부양을 받을 수 없는 사람에게 수급권을 부여하도록 하였다. 이 때 부양받을 수 없는 경우는 부양을 기피하거나 거부하는 경우, 수급권자가 부양을 받을 수 없다고 특별자치도지사·시장·군수·구청장이 확인한 경우이다. 이 씨가 이에 해당된다.

 

수급권자에게는 가족관계 단절 사연은 아픔이다. 대부분의 수급권자는 공무원에게 그 아픈 사연이 꺼내기가 쉽지 않다. 또한 용기를 내어 상처를 꺼내 놓았다고 하더라도 공무원이 단절 사유로 안내하지 않고, 금융정보동의서를 제출하지 않으면 수급자가 될 수 없다고 말할 경우, 금융정보 제공동의서를 제출하지 못하는 경우로 인정하지 않아 사실상 수급 신청 포기를 유도하는 셈이 된다. 이 경우 제도적으로 수급자가 될 수 있음에도 부당하게 밀려난 사각지대 사례가 된다.

 

물론 가족관계 단절을 증명하는 게 너무도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설령 부양을 받을 수 없는 사람으로 인정된다고 안내를 받았더라도 소명서를 제출해야 하는 높은 장벽이 앞에 놓여 있다. 수급권자가 되기 위해선, 소명서 작성과 함께, 최근 1년간 통장 입출금 내역서 발급을 위해 거래은행을 찾아야 하고, 근로능력 없음 인정을 위해 병원 방문과 진단서 발급을 받아야 한다. 불편한 몸에 바닥난 주머니 사정 등등으로 혼자 사는 이 씨에게는 이 모든 증빙서류를 갖추고 제출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 씨에게는 긴급복지지원이 왜 적용되지 않았을까? 이 씨는 제도를 알지 못하고 있었다. 본인이 긴급복지 서비스 대상임에도 서비스 신청을 할 수 없었다.

 

구청 공무원이 컵라면을 주고 갔다. 그런데 이들이 왜 긴급복지지원 사업을 안내하지 않았고 또 연결하지 않았는지 알 수가 없다. 결국 이 씨는 복지서비스 대상임에도 부당하게 밀려난 사각지대 사례이다.

 

수급자, 자신의 권리 제대로 인식 못해

 

이렇듯 수급자이지만 자신의 권리가 무엇인지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주는 대로 받고 안주면 못 받는 게 우리 제도의 수준이다.  모든 사회 서비스는 신청주의에 입각해 수급권자가 신청하면 정부는 해당되는 권리를 보장해야 할 의무가 있다. 그런데 공무원들이 이렇게 나올 경우 어떠한 대안도 없는 것이 현재 사회 안전망의 현주소이다. 이러한 실태는 사회복지 전담공무원 수를 늘린다고 해결될 것 같지 않다. 발상을 전환해야 한다. 신청주의 한계를 넘으려면 수급권자의 권리를 찾아서 옹호해주는 기관이 필요하다.

 

이 기관은 수급권자가 자신이 서비스 대상인지, 아닌지를 의뢰하면, 상담을 진행하고 그 근거로 서비스 신청부터 결과까지 확인하고, 이의신청까지 지원한다. 누구나 살아가면서 고민이 생기고 해결할 수 없는 어려움이 닥칠 때, 찾아가서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곳이다.

 

물론 몇 몇 국가기관이 존재한다. 하지만 지금의 국가인권위원회는 차별과 폭력에 치우쳐 있고, 국민권익위원회는 민원에 대한 중재 역할에만 머물러 있다. 법률구조공단은 상담에 중심을 둔 실적 위주의 운영 방식으로 국민의 외면을 받고 있다.

주민권익옹호센터 설립하자

 

이제는 주민의 권익을 찾아 옹호해주는 기관이 필요하다. 국민의 생활 속에서 찾아오는 각종 고민을 가장 가까이에서 밀접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지자체의 시/군/구 단위에 설치되는 ‘OOO(시, 군, 구) 주민권익옹호센터’를 만들어야 한다.

 

지역주민은 궁핍한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억울한 상황에 놓였을 때, 어디 가서 도움을 청할까? 법령이나 각종 사회복지 제도 등 정보가 부족해 누릴 수 있는 권리를 누리지 못하는 이들이 우리 주변에는 여전히 많다. 이렇듯 고충을 겪는 저소득층 주민들을 위해 상담에서부터 실질적 해결까지 원스톱으로 지원하는 ‘주민권익옹호센터’ 설립이 절실하다. 센터는 복지 사각지대 발굴과 지원에 머무르지 않고, 주민의 다양한 삶의 고민을 함께 해결해 나갈 것이다.

 

지역에서 가난한 사람이 겪는 어려움은 수없이 많다. 기초생활 수급자이면서도 생계가 어려울 때, 수급자에서 탈락될 때, 복지시설에서 나가 독립생활을 하고 싶을 때, 감당할 수 없는 빚이 생겼을 때, 전세보증금을 압류당했을 때, 다문화 여성이 이혼으로 갈 곳이 없을 때 등 스스로 풀 수 없는 장벽들이 존재한다. 이들이 찾아갈 곳이 필요하다. 주민의 편에서 지원, 중재, 구제, 옹호, 해결해 줄 기관으로 “주민권익옹호센터” 설립을 적극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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