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18 2018-01-01   2921

[동향1] 보건의료 빅데이터 플랫폼 사업의 몇 가지 문제들

보건의료 빅데이터 플랫폼 사업의 몇 가지 문제들

변혜진 | 연구공동체 건강과대안 상임연구원

 

 

‘예산’

결국 예산안이 통과됐다. 시민사회단체의 강력한 반대로 본 사업이 아니라 ‘시범사업’ 으로 제한되었고, 일부 미미한 삭감은 있었지만 ‘보건의료 빅데이터 플랫폼 구축’ 사업은 이제 그 시행을 앞두고 있다. 

 

시민사회단체가 예산안 통과를 강력하게 반대한 핵심적 이유 중 하나는 보건의료 빅데이터 사업 자체가 기업의 이해를 우선하며 현행법 위반이라는 조건 하에서 추진되기 때문이다. 현재 개인 의료 정보와 진료기록이 포함된 다른 정보를 ‘연계’ 하는 것은 개인정보보호법 및 의료법 위반으로 매우 엄격하게 법률적 제한을 받는다. 개인의 의료 및 건강정보는 개인정보 중에서도 매우 민감한 정보에 해당되며, 관련 정보가 만에 하나 사적인 목적으로 이용되거나 유출되었을 시 한 개인이 겪게 될 혹은 그 가족이 겪게 될 피해는 매우 크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복지부가 사업 추진 주체로서 내 놓은 보건의료 빅데이터 사업에는 공적으로 집적한 정보를 민간 기업이 가진 정보와도 연계하고 이를 민간 기업에게 제공하는 식의 상업적 활용이 포함되어 있었다. 이러한 내용은 기업 민원 처리의 대가로 공공의 자원을 사유화한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던 내용과 전혀 다를 바가 없었다. 대통령은 바뀌었지만 박근혜가 대통령의 권력으로 추진했던 사업들은 여전히 국정 과제 일부로 남아 있는 셈이다.

 

시민사회단체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힌 복지부는 예산 통과를 위해 공적인 목적 외 상업적 활용에 대해서는 추후 다시 검토하겠다는 입장으로 선회했다, 하지만 이전 정부의 막무가내식 행정 독재로 추진된 ‘비식별 가이드라인’ 조치 등이 그대로 남아 있는 상태에서 추진되는 이 사업은, 기업이 기업 마음대로 정부는 또 정부 마음대로 관련 내용에 대한 해석을 두고 의견이 분분해 이후 시범사업의 설계와 추진 그리고 그에 대한 평가가 매우 중요한 과제로 남게 됐다.

 

상업적 활용

보건의료 빅데이터 플랫폼 예산을 둘러싼 논쟁이 한창이던 지난 11월 건강과대안, 참여연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등 시민사회단체는, 공개적인 토론회 한 차례 없이 추진되는 보건의료 빅데이터 사업에 대한 공개 토론회를 요구했고 결국 국회에서 관련 토론회가 처음으로 개최되었다. 이 토론회에서 시민사회는 복지부가 예산안 통과를 요구하며 내 놓은 추진 전략이 박근혜가 추진했던 의료민영화와 ‘창조경제’의 뒤를 이은 조치들 중 하나로, 의료 공공성의 마지막 보루인 개인 질병정보와 건강정보에 대한 민영화에 해당된다고 지적했다. 건강보험공단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이 모은 공적인 국민 개인 진료기록 및 건강보험 정보를 기업의 요구에 부응해 돈벌이 재료로 제공한다는 문제제기였다. 이러한 사업들은 그동안 강력한 드라이브로 추진되던 의료민영화로부터 국내 의료제도를 보호하는 핵심 축이었던 국민 개인 질병정보 관리의 보호막을 일거에 제거해 버리는 조치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수십 년 간 보험업계는 보험업법이나 의료법 개정안 등을 통해 건강보험공단과 심평원이 독점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국민 개인 건강정보와 기록에 대한 민간 공유를 요구해 왔다. 그리고 관련 법안이 국회에 상정될 때마다 막아왔던 시민사회단체의 이러한 주장은 매우 타당한 것이었다. 전체 병상 수에 10%에도 못 미치는 공공 의료기관을 보유한 국내 의료가 그나마 공공성을 가지고 버티는 가장 큰 이유는 국민건강보험 제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 제도를 무너뜨리기 위한 보험업계의 요구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강력하게 이뤄졌고, 정액형 보험 상품 판매, 실손 의료보험 상품 판매와 최근 보험 상품과 건강관리서비스 상품을 연계한 판매까지 꾸준하고 줄기차게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이런 요구는 매번 강력한 반대운동에 부딪혔고, 의료민영화 논란으로 막혀 왔던 것이 사실이다. 보험업계 입장에서는 민간보험 지급률(손실률)을 보전하고 보험 상품 및 위험률을 ’맞춤‘으로 설계해, 더 많은 사람들이 건강보험보다 민간의료보험에 의존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전 국민의 개인 질병정보를 손에 넣는 것이 간절할 수밖에 없다. 한 사람의 가족력과 유전병 정보와 병력 정보는 보험 가입에서부터 보험금 지급 사유까지 만들어 낼 수 있는, 그야말로 보험 상품 설계, 유통, 판매, 지급 등을 해결하는 ’21세기 금광‘과도 같다. 최근 이런 논란이 가중되자, 복지부는 ‘박근혜표’ 추진전략을 대폭 수정·축소해, 시범 사업에서는 기업 정보와의 연계 활용 여부를 추후 고려하겠다는 입장을 내 놓았으나, 완전하게 기업 경영과 마케팅 활용 자체를 배제할 수는 없다는 입장은 고수하고 있다. 

 

또한 최근 언론보도에 따르면,1) 산업통상자원부도 내년 복지부와 유사한 방식으로 데이터를 제공하는데, “복지부가 연구기관을 대상으로 공공 보건의료 빅데이터를 제공한다면 산업부는 병원 내 의료 정보를 표준화해서 민간에 공유”한다고 발표했다. “국내 6개 병원을 우선 선정해 데이터를 표준화하고. 병원 내 전자의무기록(EMR) 데이터, 유전체 데이터. 유전체 정보까지 민간에게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언론보도의 이중 플레이는 ‘눈 가리고 아웅’하는 꼴이다. 복지부에 제기된 문제들을 산업부로 넘겨 기업 민원 해결을 추진하겠다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오히려 공익적 목적을 고려할 수 밖에 없는 복지부의 손을 떠나 산업적 이해를 대변하는 산업부로의 이관은 한층 더 우려스러운 일이다.

 

말이 안 되는 방식으로 각 부처 마음대로 추진계획을 내고 있는 보건의료 빅데이터 산업화 방안은 그 자체가 내재하고 있는 문제점이 있다. 국내 빅데이터 산업화 자체가 그 목적을 경제 성장 동력으로 삼고 있다는 점이다. 이윤을 위한 개인 정보 거래를 전제하고 있으며, 다른 나라와 달리 이에 따르는 유출 위험이나 상업적 이용에 대해서는 법제도적 보호가 아닌 ‘비식별화’ 라는 기술적 방식으로만 우격다짐으로 밀어붙이고 있다는 점이다.

 

공단과 심평원에 모인 개인 정보의 상업적 활용에 대해 지금 어느 누가 동의했는가? 정부가 추진하는 방식 자체가 비민주적인 것은 개인 정보 이용권의 동의 절차가 생략되었다는 점에서도 큰 문제지만, 이런 상업적 이용을 통해 기업은 수익을 올리는 반면 그에 따르는 위험은 개인의 몫이고, 이는 사회 전체로 향해 있다.

 

복지부는 현재 개인 정보 연계 활용 사업이 불법이라는 점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박근혜 정부 하에서 자체 법률 자문을 통해서 진료 정보나 건강보험공단 정보의 연계가 현행법과 어긋난다는 자문을 이미 받은 바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복지부는 법률적 정당성을 갖지 못한 사업을 멈추지 않은 채 그냥 밀어붙이고 있는 것이다. 지난 정부의 적폐를 계승하는 것은 아니냐는 지적은 이래서 나온다. 예상해보건대, 이전 정부 하에서 이미 여러 이해관계자들 간 내부 약속과 거래가 있었을 수 있다. 시민사회단체가 우선 폐기를 요구하는 ‘비식별 가이드라인’ 조치로 이미 많은 기업들이 개인 정보를 이용해 마케팅에 활용하고 있는 상황이기도 하다. 대통령이 바뀌어도 행정 관료는 그대로인 상황에서 관련 공무원들은 관례상 현행법의 효력을 가지는 예산안 통과에 그렇게 목숨을 걸었을 것이다.

 

이 때문에 앞으로 진행될 시범사업의 설계와 방향 설정은 매우 중요하다. 공익적 목적을 위한 것이 아닌 상업적 이용이 우선되는 정책은 ‘플랫폼’ 사업의 특성 상 그 시범사업만으로도 위험하기 때문이다. 또한 시범사업이 제대로 된 원칙을 기반으로 시행되려면 지난 정권 하에 ‘자신이 곧 법’ 이라는 박근혜식 행정 가이드라인을 폐지하는 것이 우선이다. 지난 정권은 법률 위반이 분명한 사안일 경우 행정 가이드라인을 제정하는 편법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왔기 때문이다. 이 비식별 가이드라인은 헌법에 기초한 국가의 개인 정보 보호의 가치보다 기업의 이익과 관련 산업의 발전을 우선한다는 인식으로부터 나온 조치다. 이 조치가 살아 있는 한 기업들 마음대로 개인 정보 사유화를 허용하는 것이라는 그 해석상의 잠재적 문제들이 지속될 것이다. 

 

<사진=참여연대>

편견을 가진 알고리즘

기업이 이익을 그 무엇보다도 우선하는 방식으로 개인 정보를 활용하는 것은 결국 사회 경제적으로 불평등한 조건에 있는 계층에게 더욱 불리하고 불평등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공익적 목적이 아닌 개인정보의 상업적 활용에는 건강정보를 매개로 감시와 차별, 배제, 낙인 등의 문제가 발생할 위험이 상존한다.

 

빅데이터가 차별과 배제의 알고리즘의 위험에 노출돼 있다는 지적은 여러 곳에서 제기되고 있다. 빅데이터의 활용을 전제하고 있는 오바마 행정부조차 자체 과학기술자문위원회의 이름을 통해, ‘빅데이터 활용을 위한 여러 기회를 포착해야 하지만 빅데이터 도구가 개인의 사적인 상세정보를 노출할 수 있음’을 경고하고 이를 보완할 법 제도적 조치를 우선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2) 빅데이터 기술이 오랜 시간 축적된 방대한 사회적 데이터를 기반으로 오로지 알고리즘에 따라 분석이 수행되기 때문에 분석자의 주관이나 편견 없이 객관적으로 분석한다는 믿음은 틀렸다는 것을 지적하는 것이다. 과학기술자문위원회는 이러한 점을 ‘데이터 근본주의’라고 지적하고 오류가 있을 수밖에 없음을 설명하고 있다.3) 특정 알고리즘을 입력하며 이 데이터에 반영되지 못한 이들이 소외되는 결과가 발생하고, 이러한 데이터가 반복·누적되면 사실상 현실에 존재하는 한 개인의 삶이 왜곡되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기술의 중립성을 상상하거나 신뢰한다. 이 때문에 빅데이터 기술 역시 숫자에 기반해 분석자의 주관이나 편견과 상관없이 객관적 분석을 한다는 믿음이 있는 것이다. 그러나 하버드 대학에서 나온 연구에서 구글에 “아프리카계 미국인스러운” 이름을 넣어 검색하면 범죄자 정보를 찾아주는 회사 광고가 뜰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이 밝혀졌고, 페이스북은 유색인종과 장애인의 글을 블로킹하는 알고리즘이 생성되었다는 사실이 밝혀진 바 있으며, 여성이 일자리를 검색하면 더 적은 임금의 일자리만이 더 많이 검색된다는 사실도 나타난 바 있다. 결국 알고리즘 설계자의 주관에 따라 편견은 개입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정보는 누적되고 반복되며 결국 그것이 진실이 되기도 한다.

 

개인의 건강과 관련된 정보들은 그 자체에 불평등의 결과가 내제해 있을 수밖에 없다. 건강을 결정하는 사회·경제적 결정 요인들을 고려할 때 저소득 계층일수록, 안정적 일자리가 없을수록, 차별을 심각하게 경험하는 사람일수록 건강상태는 더 안 좋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젠더 불평등에 기인한 건강 불평등 문제도 그러하며, 소득차이에 의한 주거환경에 따른 실질적 기대여명의 차이가 이를 증명한다.

 

또한 사회 취약계층의 경우 입력할 데이터가 아예 비어 있는 경우도 있으며, 어떤 데이터는 그 자체가 과잉돼 있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따라서 특정 알고리즘으로 설계될 때 관련 데이터에 반영되지 못한 이들은 소외되는 결과가 발생하고 이러한 빅데이터가 반복되고 누적되면, 애초에 데이터에서 배제되거나 왜곡된 이들은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 사람들’이 되거나 왜곡된 데이터가 실재하는 인간을 대신하는 결과를 야기할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이런 배제와 차별의 알고리즘 문제를 발견, 인식하게 된다 하더라도 이미 그것이 빅데이터가 되어 한 사람을 설명하는 상징이 되었을 때, 이를 교정할 수 있을지 여부도 불투명하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실체가 아닌 데이터 축적기술에 지나치게 의존한 보건·복지는 빅데이터 기술이 만드는 또 다른 ‘복지 사각지대’로 이어질 수 있다. 관료 행정에 의해 사각지대로 내몰린 사람들을 다시 온정 없는 데이터셋에 가두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는 것이다. 이것이 복지부가 내세우고 있는 복지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보건의료 빅데이터 효용 방안이 보다 신중해야 하는 이유다. 개인 정보 빅데이터를 통해 업무의 효율화를 이룰 수 있을지는 몰라도, 사람보다 데이터가 우선되는 방식의 일방적 제도설계는 특정 집단의 데이터셋이 ‘건강 블랙리스트’로 활용될 우려를 배제할 수 없다.

 

이러한 이유로 유럽 개인정보보호 감독관(EDPS)은 ‘빅데이터 문제 해결에 관한 의견서(Meeting the challenges of big data)’4)를 통해 알고리즘 설계와 분석의 문제점을 제기하고 이에 대한 개인 정보 이용 동의 절차에 대한 행정기관의 역할을 전제한 바 있다. 즉, 개인 정보를 이용하고자 하는 기관들이 그 정보 주체에게 제공하고 동의 받아야 할 내용을 전제하고 있는데, “개인에 대해 관찰되고 추론된 개인정보가 무엇인지, 어떠한 개인정보가 처리되었는지에 대한 명확한 정보를 해당 개인에게 제공해야 하며, 개인정보의 사용 목적과 방법에 대해 보다 확실하게 고지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한 개인들에게 고지해야 할 내용에는 “개인 정보 수집과 활용의 목적, 방법에 대한 가정과 예상을 결정하는 알고리즘의 논리(logic)도 포함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유럽 개인정보보호 감독관의 의견은 알고리즘에 따라 수집되고 분석된 데이터의 내용은 언제든지 그 설계기관이나 개인의 주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건강 정보의 의미

개인 정보 보호 조치가 상대적으로 강력하다고 하는 유럽국가들 뿐만 아니라 보건의료 데이터를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OECD조차도 지난 1월 ‘보건의료 데이터 거버넌스에 대한 권고(Recommendation of OECD Council on Health Data Governance)’안을 발표했다. 권고에서 “건강관련 데이터는 본질적으로 민감하고, 데이터 공유와 사용 확대는 데이터의 손실 위험을 증가시키거나 유출 및 오남용 위험을 야기해서 개인에게 개인적, 사회적, 재정적인 위해를 끼칠 수 있고, 보건의료서비스 제공자와 정부에 대한 대중의 신뢰를 떨어뜨릴 수 있다”5)고 지적하며, 각국 보건 부처 장관 회의를 통해, 개인 정보 제공자에게 충분한 설명 후 동의를 구하는(informed consent) 적절한 절차를 제시한 바 있다.6)  

 

보건의료 데이터의 경우 개인정보 중 가장 민감한 정보에 해당되기 때문에 그 사용에 앞서 충분한 설명이 전제된 ‘동의 절차’ 가 전제되어야 하며, 공공의 목적과 부합하지 않을 경우에는 또 다른 적합한 대안 및 예외가 있어야 하며, 그에 따른 보호 조치가 뒤 따라야 함을 지적한 것이다. 또한 이러한 개인 건강정보 처리에 대한 동의는 충분한 설명이 전제되고 자유로운 의사 결정이 전제된 상황에서만 유효하다고 강조한다. 이런 국제적 기준을 볼 때 복지부가 공단이나 심평원, 질병관리본부 등을 통해 집적한 개인 정보를 연계·활용하기 위해서는 국민의 동의를 얻어야 하고, 이를 어떻게 이용할 것인지, 어떤 처리과정을 거치고 어떤 법적 보호 조치를 할 것인지에 대해 명확하게 밝히는 일이 선행되어야함이 명확해진다.

 

복지부 보건의료 빅데이터 사업은 현재 텍스트 데이터라 볼 수 있는 건강보험공단, 심사평가원, 질병관리본부, 유전자 검사 결과 등의 연계이지만, 이것이 보건의료 플랫폼 구축을 통해 모바일 어플이나 IoT등으로 음성적 형태로 수집되고 있는 개인 신체·바이오정보·생활정보가 결합 될 수 있으며, 이는 개인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일상의 모든 정보가 결합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이러한 빅데이터 사업이 공익적 목적으로 활용된다 해도 동의 절차가 필요하다. 하물며 민간 활용을 전제한다는 방침이 완전하게 폐지되지 않은 이상, 이를 위한 시범사업의 위험성은 너무 클 수밖에 없다. 복지부가 보건의료 빅데이터 플랫폼 시범 사업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개인정보의 밀집과 연계 집적 처리가 낳을 위험에 대한 보호 조치를 강구하고 이를 사회적 장치로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동시에 진행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사회적 조치 마련이 전제되지 않은 상태에서 시범사업은 시작되어선 안 된다. 플랫폼 사업의 특성 상 관련 틀을 만드는 것 자체가 문제가 될 수 있으며, 문제가 제기되어서 이를 중단한다고 해도 이미 쓸모없는 세금 낭비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사실상 복지부가 주무부처로서 우선 해야할 일은 현재 기업이 만든 각종 인터넷 사이트와 어플을 통해 무작위 수집되고 있는 개인의 신체·건강 정보 데이터를 어떻게 관리하고 규제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다. 박근혜표 비식별 가이드라인의 목적은 이미 이런 음성적인 데이터 수집을 합법화해주는 것임을 고려할 때 지금도 무방비로 수집되고 있는 포괄적 개인 건강·신체 정보를 어떻게 정의하고, 어떻게 법 안에서 보호할 것인가에 대한 정부 방침을 마련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 

 

정책의 공론화

마지막으로 복지부는 최근 심평원 사태에서 교훈을 찾아야 한다. 사람들이 믿고 찾아갔던 병의원에서 제공 받은 개인의 진료 기록을 공공기관이 개인의 동의 절차도 없이 30만원의 실비로 기업 돈벌이에 제공했다. 공익 목적을 위한 연구도 아니었다. 그런데 심평원은 이 사태에 대해 공식적인 별다른 문책을 받지 않았다. 누구 하나 책임을 지고 물러난 사람도 없다. 오히려 공공정보 이용에 관한 법률에 의거해 공공정보를 연구목적으로 제공했다는 말도 안 되는 변명만을 늘어놓고 있다. 환자들의 진료 기록을 심평원에 제공하는 이유는 의료인의 진료 처방 내역을 심사·평가해 제대로 된 진료를 하고 있는지 관리 감독 하라는 의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에게 제공된 진료기록을 ‘공공정보’ 라고 정의하고 이를 마음대로 처리·이용하는 권한을 부여받았다고 자임하고 있다. 누가 이러한 권한을, 이러한 정보 사용에 대한 권력 남용을 눈 감아 주고 있는가?

 

심평원 사태뿐만 아니라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개인질병 정보에 대한 상업적 거래는 정권차원에서 추진하고 있는 빅데이터 산업화 방침에 의해 지원받고 있다. 박근혜 정부 시기 ‘창조경제’론에서 시작된 빅데이터 산업화는 ‘4차 산업혁명’ 으로 이어졌으며 이는 문재인 정부 하에 ‘4차 산업혁명위원회 산하 헬스케어 특위’ 로 이어지고 있다. 자본 입장에서 저성장의 돌파구가 될 것이라 예견하고 있는 ‘4차 산업혁명’은 고위험·고부가가치 산업을 의미한다. 이러한 산업들이 부동자금을 투자금으로 다시 끌어올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자본의 빠른 투자수익률을 위한 산업 패러다임 전환을 공익이 핵심인 보건·복지 분야에 적용하는 것은 대단히 우려스러운 일이다.

 

고부가가치 창출은 고위험을 전제하고 있으며, 이는 곧 규제완화를 조건으로 한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즉, 생명과 건강을 다루는 분야에 있어 필수적인 안전 장치에 대한 규제 완화를 의미한다. 이처럼 고위험 산업을 지원한다는 정부의 정책 기조는 박근혜 정부의 적폐를 이어받고 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이러한 정책 기조 때문에 복지부는 심평원 사태뿐만 아니라 SK텔레콤, 약학정보원, IMS헬스 등 개인정보 관련 사태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 시민사회단체가 ‘박근혜식으로 추진되던 보건의료 빅데이터 사업과 문재인 정부 하 복지부의 추진 전략의 구별점이 있는가?’라고 되묻는 것은 이러한 정책적 기조가 유지되는 것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그리고 정부는 2016년 결국 중단된 영국의 ‘care.data.NHS’ 의료 정보 공유 사업에서도 교훈을 얻어야 한다. 국민의 동의 절차를 무시하고 기업들에게 개인 의료 정보를 제공하고자 했던 영국 정부의 시도는 큰 사회적 혼란을 야기해 결국 100만 명의 옵트아웃(당사자가 자신의 정보 수집을 허용하지 않는다고 명시) 선언으로 이어지면서 보수당 정권 자체를 뒤흔드는 문제가 되었다. 국민의 동의 절차 없이, 박근혜 정부 하에서 기업 로비를 전제로 진행된 보건의료 빅데이터 추진 사업이 이제 그 목적을 분명히 하고 보다 분명한 개인 정보의 법 제도적 보호조치 하에 재논의 되어야 하는 이유다.

 

더불어 보건의료 빅데이터 사업의 일방적인 추진으로 인해 국민건강보험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게 된다면, 정부의 보건의료분야 핵심 정책인 문재인케어가 실행되는 존재기반마저 흔들릴 수 있다. 건강보험에 대한 사회적 혼란과 흔들림으로 반사 이익을 얻는 것은 민간보험사를 비롯한 의료자본이다. 이 점을 상기할 때 의료민영화 반대라는 분명한 공약 속에서 당선된 문재인 정부가 어디를 향해야 하는지는 분명해 보인다. 정부 정책은 사회적 실행을 위한 것이며, 이러한 사회적 실행의 결과가 낳을 문제들에 대해 더 많은 연구와 토론 그리고 사회적 공론화 과정이 필요하다.

 

또한 국회는 빅데이터 사업 예산을 통과시켰으나 시민사회단체의 눈을 의식해 본 사업이 아닌 시범사업으로 예산집행을 한정시킨 것을 성과라면 성과로 삼을 수 있겠다. 나아가 국회는 2018년 추진될 시범사업의 과정과 결과에 있어 제대로 된 감시와 평가를 진행하고 관련 내용을 제대로 공론화하는 데 그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1) 전자신문, 12월 19일자 ‘보건의료 빅데이터 ‘족쇄’ 분다…국가 프로젝트 추진’http://www.etnews.com/20171218000395

2) Executive Office of the President(2016 May), Big Data: A Report on Algorithmic Systems, Opportunity, and Civil Rights

3) 안형준(2016), ‘[미국] 알고리듬 안에 내재된 사회적 차별 – 빅데이터에 대한 미국 정부의 우려’,  과학기술정책 2016년(5호)
4) “Meeting the challenges of big data” the European Data Protection Supervisor (EDPS), 2015. 11
5) http://www.oecd.org/health/health-systems/Recommendation-of-OECD-Council-on-Health-Data-Governance-Booklet.pdf 
6) a) 개인의 동의가 필요한 경우, 그 결정을 위해 사용되는 기준이 명확해야 하고, 유효한 동의를 구성하는 요소가 무엇이고, 어떻게 동의를 철회할 수 있는가도 명확해야 함. 동의를 구하는 것이 불가능하거나 비현실적이거나 건강 관련 공공의 목적과 부합하지 않을 경우, 동의를 대신할 수 있는 적법한 대안 및 예외가 명확해야 하고, 이러한 과정에 부합하는 보호조치가 뒤따라야 함.
b) 개인 건강정보 처리가 동의에 기반한 경우, 이 동의는 충분한 설명이 자유롭게 제공되는 경우에만 유효 함. 개인이 장애의 정보사용에 대해 동의하거나 철회할 때 그 방법이 명확하고 눈에 잘 띄고 사용하기 쉬웠을 때 유효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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