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21 2021-05-01   505

[복지톡] “공공개발을 안정적으로 추진하라” 꽃 심고 비질하며 마을 지킨 동자동 쪽방 주민의 목소리

“공공개발을 안정적으로 추진하라” 꽃 심고 비질하며 마을 지킨 동자동 쪽방 주민의 목소리

김정호 사랑방마을 주민협동회 이사장
윤용주 동자동사랑방 운영위원
박승민 동자동사랑방 활동가

인터뷰 및 정리 김경희, 조희흔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간사

 

부슬비가 내리던 금요일 오후, 서울역을 찾았다. 대한민국 수도, 하루 기차 이용객만 9만명이 넘는 역의 뒷편. 평화로운 식당가로밖에 보이지 않는 이 곳에 전국 최대 규모의 쪽방촌이있다. ‘서울시 용산구 동자동’. 통칭 동자동 쪽방촌. 주민 1,000여 명이 거주하는 이곳은 2월 서울역 쪽방 촌 주거환경 개선을 위한 공공주택 및 도시재생사 업 추진계획(쪽방촌 정비계획)’이 발표된 이후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다. 골목마다 민간 개발을 추진하라는 빨간 깃발이 나부끼고 있었다. 언뜻 보면 동자동 쪽방촌 주민들이 공공 재개발보다 민간 재개발을 원하는 것처럼 보였다.

 

김정호 동자동에 걸린 수많은 붉은 깃발은 주민의 마음이 아니라 가진 자들의 욕심을 대변하는 것이에요. 민간 개발을 주도하는 사람들은 자기들의 이익을 위해 동자동 주민들의 마음을 대변하는 척하고 있습니다.

윤용주 건물주들은 여기 살지도 않습니다. 전기가 나가도 고쳐주지 않고 겨울에 보일러도 하루에 두 번 밖에 안 틀어줍니다.전기세많이나온다고 전기장판도 못쓰게 합니다. 한 번은 너무 추워 보일러를 더 틀어달라고 부탁하니 3만원을 받아갔습니다. 돈 내기 싫거나 맘에 안들면 나가라는 식이에요. 민간 개발은 소유주의 이익을 위해 하는 것이지 세입자들에게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공공주택사업은 우리를 살 수 있게 해주려는 것입니다. 주민들은 대부분 공공주택사업을 지지하고 있어요.

 

이들이 간절하게 공공 재개발을 원하는데는 이유가 있다. 공공주택지구의 경우 의무적으로 공공 임대주택을 35%이상 만들어야 한다. 특히 동자동 사업은 공공임대 비중이 50%로 예정되어 있다. 하지만 민간 재개발의 임대주택 의무비율은 서울시 조례상 15%에 불과하다. 민간 재개발을 할 경우 몇 십년을 함께해온 쪽방촌 주민들이 모두 들어가지 못하고 흩어져야 한다. 이미 공공 재개발 발표가 났지만 소유주들은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주민들은 공공 재개발 공공주택사업을 환영한다는 스티커를 문에 붙여 자신들의 의견을 표시하고 있다.

 

<사진 1> 동자동 쪽방촌 집집마다 주민들의 공공주택사업 환영 메세지가 붙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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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동자동사랑방

 

박승민 지금 민간에서는 용적률 700%의 고밀도 개발을 하게 해달라는 요구가 있어요. 하지만 똑같은 조건으로 개발을 한다면 당연히 공공이 좋죠. 요즘 LH투기 사태로 공공을 믿을 수 없으니 민간 재개발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데 이 건 틀린 거예요. 지금까지 공공이 못했기 때문에 민간 개발이 활개를 친 것이고 비정상적인 부동산 시장이 만들어진 거죠. 지금까지 잘못한 것을 바로잡고 제대로 된 개발을 공공에서 해야죠. 공공이 잘못했으니 민간에서 해야한다는 건 정말 잘못된 이야기예요.

 

김정호 동자동은 옛날부터 개발 이야기가 나왔던 곳이에요. 2018년 개발한다는 이야기가 나돌 때 소유주들은 주민들에게 어떤 내용으로 개발을 하는지 알리지도 않았어요. 그때는 모른척하더니 공공 재개발 계획이 발표되니 주민들을 찾아와요. 자기네들을 도와달라고. 이해가 가질 않아요. 보일러 하나 안 켜주던 사람들이 자기네 이익을 위해서 주민들에게 접근해 의견을 요구하고 만나자고 해요.

 

<사진 2> 동자동 쪽방주민들의 주거권 보장을 위한 공공주택사업 추진 촉구 기자회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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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동자동사랑방

 

윤용주 민간 개발을 하겠다며 세입자 내쫓고 용역들 부르고, 이런 문제가 계속 발생하고 있어요. 민간 개발은 소유주의 이익이 가장 중요하죠. 주민들에게 보상을 많이 할수록 소유주의 이익이 적어지니, 주민들에게는 최대한 적은 보상을 주고 내쫓게 되는 거예요.

 

박승민 대부분의 쪽방 주민들은 공공주택사업을 찬성하지만 간혹 내용을 잘 모르는 분들이 계세요. 저희가 설명해드리면 ‘꼭 공공 재개발 해야겠네’라며 좋아라 하세요.

 

소유주들이 주민들에게 회유책을 낼 때 든든하게 방패 역할을 해 준 곳이 바로 ‘동자동사랑방’이다. 사랑방은 2008년 만들어져 대부분 1인 가구인 쪽방 주민끼리 서로 도와 병원을 동행하는 등의 생활지원을 한다. 마을 대청소도 함께 하고 어버이날에는 마을 잔치를 하기도 한다. 주민들에게 법률상담도 진행해주고 무연고 장례식도 치른다. 그리고 동자동사랑방의 주민활동가들이 소액대출을 하는 협동조합이 있다는 것을 알고, 주민의 신뢰를 바탕으로 만든 협동조합 사랑방마을 주민협동회를 만들어 쪽방주민들을 위해 함께 활동하고 있다. 자본금을 모으기 위해 1년 동안 폐지줍기 등 갖은 일을 했다. 주민 대부분이 신용불량자, 기초 생활 수급자라 은행거래가 어렵다. 이런 주민들이 천원, 오천원 모아 목돈을 만들고 있다. 사랑방마을주민협동회의 소액 대출로 급한 의료비 등 생활비를 해결할 수있다. 이러한 운영은 매주 열리는 조합원 회의를 통해 민주적으로 의사결정이 이뤄진다.

 

김정호 200원, 300원 가지고 저금을 하러 오는 분들도 있어요. 10만원 이상 모으면 조건없이 50만원을 대출해줘요.협동조합이 처음 생길 때는 주민들이 좋게 보지 않았어요. 쟤네를 뭘 믿고 돈을 맡기냐는 거죠. 지금은 그렇게 생각하는 주 민은거의없어요.은행보다믿을수있는존재가 됐어요. 이 신뢰를 어떻게 이어나갈지가 가장 중 요한 문제겠죠.

 

윤용주 협동조합은 처음에 종잣돈 마련 수단이었 는데 지금은 주민들의 믿을 언덕이에요. 목돈이 생기다 보니 뭐든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도 생겼어요. 지금은 내가 죽을 때 내 장례비 정도는 마련했다는 생각을 해요. 어느 세월에 돈을 모으겠냐고 비웃을 수도 있지만 우리에겐 백만 원이 있다는 것이 정말 큰 자산이에요.

 

이렇게 주민들 간의 신뢰가 높은 동자동은 소모임도 만들어 운영한다. 작년 한 해 코로나19로 쪽방촌이 큰 타격을 입었다. 쪽방 주민들은 대부분 1인가구이고 집 밖에 나갈 일도 별로 없다. 하루종일 1평 남짓한 공간에 고립되어 있는 주민들을 위해 즐거운 일을 만들어보고자 한 것이 시작이었다. 주민들이 부담없이 참여할 수 있어야 하고 모두에게 제약이 없는 것이 무엇일까 고민했다. 그래서 휴대폰을 이용한 사진 소모임을 만들었다. 이름하여 ‘방사모’. 방콕 탈출 사진모임의 약자로 주민들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이름이다. 방사모는 주민들에게 방을 나와야 하는 계기를 만들어 주었다.

 

박승민 주민들이 각자 휴대폰은 갖고 있으니 사진을 활용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작년 6월부터 시작 했는데 매달 둘째, 넷째 주 토요일에 소모임을 진행해요. 매주 동자동 사진을 찍으러 오는 사진작가님이 계신데 그 분 도움을 받아 사진을 잘 찍는 방법도 배웠어요. 처음엔 12명 정도가 참여했는데 병원에 가거나 개인사정 때문에 지금은 8명 내외가 참여하고 있어요.

 

김정호 사진을 찍으며 처음으로 남산에도 올라가 보고 덕수궁도 들어가 보고 그랬어요. 서울에 오래살면서도 가 볼 생각을 차마 못했던 곳인데 소모임 덕분에 가서 사진도 찍고 풍경도 보고하니까 좋더라고요. 평소에는 그냥 지나쳐갈 작은 풀 꽃들도 유심히 들여다보게 되더라고요.

 

방사모는 5월 7~13일 동자동 새꿈어린이공원에서 <동자동 쪽방촌 사진전>을 개최한다. 사진전을 통해 쪽방촌의 열악한 주거환경을 알리는 한편 공공재개발 이슈를 알리고, 재개발로 동네가 사라지기 전에 사진으로 주민들의 삶을 기록하기 위함이다. 또, 공공주택사업을 통해 더 나은 미래를 꿈꿀 수 있다는 의미도 있다고 전했다. 벽돌 사이에서 핀 꽃을 보고 방사모의 주민들은 어려운 상황에서도 살아가는 자신들의 모습을 떠올렸다.        

 

<사진 3> 왼쪽부터 김정호 사랑방마을 주민협동회 이사장, 윤용주 동자동사랑방 운영위원, 박승민 동자동사랑방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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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참여연대

 

김정호 코로나19 때문에 아무런 행사도 못 하고 있어요. 주민 간의 대화도 할 겸 또 동네의 재개발 이슈 이야기도 할 겸 여러모로 주민이 모이는 자리를 만들고 싶었어요. 사진전을 통해 주민과의 소통의 장을 열겠다는 생각이 제일 커요.

 

윤용주 재개발이 되면 사라질 마을을 기억하고 싶었어요. 지금은 주민들이 찍은 사진을 모으고 있어요. 여기는 우리 집 올라가는 계단이야. 우리가 모여 앉았던 공원이야 와 같은 추억을 만드는 기회가 될 거라고 생각해요.

 

윤용주 운영위원은 대회에서 입상까지 한 화가라고 한다. 인터뷰를 진행한 그의 방에는 서울시청 앞 광장의 모습, 새꿈어린이공원 앞의 모습을 담은 그림이 붙어 있었다. 그는 주민의 삶을 담은그림과 마을의 풍경을 담은 그림도 틈틈이 그리고 있는데 곧 개인 작품 전시회도 계획하고 있다고 한다.

 

윤용주 꾸준히 그려온 그림이 40점 정도 있는데 이 그림을 전시해보려 해요. 원래 작년에 하려 했는데 코로나19 때문에 못 했어요. 그림 소모임도 가지고 싶었는데 코로나 때문에 힘들더라고요. 전시의 주제는 같아요. 공공주택사업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리기 위한 거예요.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복지동향 구독자와 이 인터뷰를 읽는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물어보았다.

 

윤용주 요즘 청년주택, 신혼주택과 같은 임대주택 반대가 정말 많아요. 하지만 임대주택은 너무나 필요한 것입니다. 내가 받는 것만이 복지는 아니에요. 이기심을 버리고 우리가 함께 살 수 있는 것이 진정한 복지라고 생각해요. 부디 시민들이 그 렇게 생각해주었으면 해요.

 

김정호 동자동사랑방은 서울 동자동에 있는 아주 작은 단체입니다. 우리 주민들이 가진건 없지만 협동해서 좋은 일, 옳은 일을 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마음만은 누구 못지않게 부자입니다. 이런 단체가 있다는 사실을 꼭 알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박승민 비정상이 정상이 되어버린 세상에서 공동체의 의미는 크다고 생각해요. 어려운 사람들일수록 공동체가 더 중요해요. 우리 같이 옆에 있는 사람들과 힘내면서 즐겁게 잘 살았으면 좋겠어요. 한가지 당부하고 싶은게 있어요. 시민들이 쪽방촌에 보내는 시선이 굉장히 차별적이에요. 시혜적으로 무언가를 나눠주면 해결된다고 쉽게 생각하는것같아요. 나눔은 훨씬 의존적인 삶을 만들어요. 주민이 스스로 자기 삶을 책임지며 살 수 있게 하는 것은 따뜻하고 평등한 시선이라는 것을 알아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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