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21 2021-06-01   540

[복지톡] “시민이 감시하는 예산”나랏돈을 지켜보는 두 눈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 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 실행위원

인터뷰 및 정리 조희흔 사회복지위원회 간사

예산, 재정. 숫자만 보면 머리가 어질해지는 나 같은 사람에게는 다른 세상 이야기처럼 들린다. 어렵고 재미없어 보이는 분야지만 우리가 아침에 일어나 밤에 잠들 때까지, 어쩌면 자는 동안에도 모든 것이 예산과 관련되어 있다. 이번 인터뷰에서는 우리의 삶과 뗄레야 뗄 수 없는 나랏돈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보기로 했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 실행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서대문구의 작은 사무실에서 그를 만났다. 어떻게 재정에 관련된 직업을 갖게 되었을까.

이상민 2005년부터 5년 동안 참여연대에서 간사로 일했어요. 국회 보좌관을 잠깐 했었고 지금은 나라살림연구소에서 일을 하고 있습니다. 나라살림연구소는 예산과 재정을 어떻게 개혁할 수 있을지 컨설팅 하는 곳이에요. 쉽게 말해 재정 효율화 방안을 연구하는 곳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처음부터 예산에 관심이 있던건 아니었어요. 참여연대에 처음 들어왔을 때는 재벌개혁에 흥미가 있었거든요. 원하는대로 경제팀에 발령받아 재벌개혁 일을 하고 있었는데, 조세개혁센터에 사람이 부족하니 그쪽 일도 하라는 지시를 받고 조세팀 일도 하게 되었어요. 내 의지로 시작한 업무는 아니었지만 하다보니까 재미도 있고 흥미도 생겨서 따로 공부를 했습니다. 그러다보니 지금 이 곳에서 이렇게 일하고 있네요. 

지난 5월 11일, 참여연대에서 준비한 시민 대상 예산 강좌가 온라인으로 열렸다. 시민이 원하는 나라예산이 과연 예산에 반영될 수 있을까? 라는 주제로 시작된 강좌에 많은 시민들이 참여했다. 국가 재정과 예산은 나와는 상관없는 먼 얘기처럼 들리는데, 애초에 시민들이 예산에 대해 왜 알아야 할까? 어떻게 하면 예산을 친근하게 재밌게 여길 수 있을까?

이상민 사람이 일어나서 잠들 때까지 모든 생활 활동에 영향을 주는게 예산이에요. 관심을 갖지 않는게 신기한 일이죠. 우리는 시장체제 속에서 살고 있어요. 시장은 시장체제에 따라 자연스럽게 만들어지는데, 시장체제를 만드는 것은 결국 국가의 제도입니다. 시장의 실패와 성공을 좌우하는 것은 결국 시장체제, 룰이고 이걸 정하는 곳이 국가거든요. 우리가 어디에 살고 있는지를 알아야 하죠. 룰을 모르고 게임에 임하면 반드시 패하니까요. 예산은 개념이 낯설 뿐 논리가 복잡하고 어려운건 없어요. 그런데 사람들은 숫자가 나오니 어렵다고 착각을 해요. 그래서 강의를 할 때는  낯선 개념들을 우리 생활에 있는 언어로 비유하는 것을 좋아해요. 비유를 하면 누구나 쉽게 접근이 가능하거든요. 물론 정확한 개념이 필요한 부분을 비유로 설명하다보니 조금 부정확해지는 위험성도 항상 인지하고 있어요. 하지만 조금 위험할지언정 이보다 효과적인 설명방법은 없어요. 강의 할 때는 비유를 많이 하려 노력해요.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는 매년 예산을 분석하고 국회와 정부에 시민이 원하는 예산 확충을 요구하는 대응활동을 하고 있다. 매년 분석한 자료를 토대로 나라예산토론회도 개최하고 있다. 다양한 단체, 시민들과 함께하려 노력하지만 여전히 시민의 의견을 더 많이 반영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 시민이 예산을 감시하는 것이 애초에 가능할까? 만약 가능하다면 시민이 예산을 감시하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이상민 예산이라는건 사실 전문분야가 아니라 예산을 통해 우리의 생활을 알아보자는 방법론에 가까워요. 우리의 생활에 영향을 주는 분야가 너무 많기 때문에 사실 전문가가 존재할 수 없어요. 다양한 시민이랑 같이 하는 것이 필요하죠 그런데…불행히도 우리나라는 예산을 시민과 함께 비판하고 감시하는 시스템이 잘 구축되어 있지는 않아요. 그러나 최근들어 예산에 대한 관심이 급격하게 커지고 있어요. 아마 추측컨데 최순실 사태 이후부터 인 것 같아요. 국가의 재정을 사유화했다는 점이 매우 크게 이슈가 되었고, 시민의 관심이 생긴 것 같아요. 예산에 대한 시민의 관심이 높아졌다는 것은 굉장히 희망적인 것이죠. 처음 나라예산토론회를 시작할때도 시민이 감시하는 예산이라는 측면에서 시작했어요. 매년 참여하는 단체도 많아지고, 지적하는 예산의 구체성이나 수준이 올라가고 있어요. 가장 중요한 것은 시민들이 지적하는 부분이 생각보다 많이 바뀌고 있어요. 국회 내에서 우리의 자료가 재인용되거나 언론을 통해 확대재생산되는 경우도 많아요. 국회에서도 시민들의 목소리를 신경쓴다는 것이죠.

참여연대의 예산 대응은 각 분야별로 필요한 예산을 확충하는 것, 불필요한 예산을 줄이는 것을 요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모든 분야의 예산을 보는 사람의 관점은 조금 다를 것 같다. 이상적인 예산이라는 것이 과연 존재할까?

이상민 저는 예산 구조 그 자체를 보는 걸 좋아해요. 일반 시민들은 대부분 예산을 도구로 생각해요. 이 분야에 왜 쓸데없는 예산이 있지? 하는 거죠. 보통 이런 예산 배정이 정치적인 관료들의 합의와 의도에 따라 이루어진다고 생각하는데, 실제로는 아무도 원하지 않아도 배정되는 예산이 있어요. 법 제도나 구조 때문에 어쩔수없이 많이 배정되거나 적게 배정되는 경우가 있는데 상당히 비효율적인 구조이죠. 저는 그 구조를 효율적으로 바꾸고 싶어요. 그러기 위해서는 법 제도를 바꾸는 수밖에 없죠. 사실 코로나가 가장 좋은 개혁의 타이밍이라고 생각했는데…재정개혁은 할수있을거라 기대했는데 그 기대가 허무하게 무너졌네요.(웃음)

제도에 “이상적”이라는 것은 없어요. 하지만 계속 변화해야 하죠. 예산도 사회변화를 쫓아가야 해요. 과거에는 필요했으나 지금은 불필요해진 예산들이 많아요. 그런데 과거에 예산이 지원됐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계속해서 예산이 투입되고 있죠. 문제가 해결됐으면 예산을 조정하는 문제해결용 예산제도가 필요해요. 지금은 기득권 해결용 예산제도라고 할 수 있죠. 세상은 계속 변하고 문제는 계속 달라지는데 예산이 그 흐름을 못쫓아가고 있는 것이 아쉬울 따름입니다. 

나랏돈은 나랏님들의 영역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인터뷰를 진행하다보니 예산이야말로 시민들의 영역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 어떤 부분에 중점을 두고 연구를 하고 싶은지 물어보았다. 핫 까지는 아니지만 소소하게 이슈가 되는 분권에 대한 의견도 들을 수 있었다. 

이상민 저는 내용보다 형식을 궁금해 하기 때문에 특정 분야의 예산보단 예산이 어떤 방식으로 지출되는지에 관심이 있어요. 요즘은 중앙정부와 지자체의 관계를 궁금해 하고 있어요. 중앙정부가 어떤 방식을 통해 얼마나 지자체에 돈을 배분하는지를 보는거죠. 분권이라, 사실 그 이야기는 참 어려워요. 균형발전이라는 가치가 있고 재정분권이라는 가치가 있는데 둘은 모순관계죠. 재정분권을 추구하다보면 균형발전은 어그러지게 되어 있어요. 처음부터 잘 했어야 하는데…지금은 기묘한 형태로 유지하고 있죠. 처음부터 미지근한 물을 틀면 되는데 찬물을 틀었다가 뜨거운물을 틀었다가 하면서 온도를 맞추고 있어요. 우리나라의 재정구조는 매우 비효율적이에요. 내국세를 지방에 나눠줄 때 소비순으로 나누어주는데 그렇게 되면 서울·경기에 돈이 몰리니까 이를 방지하기 위해 비율을 다르게 설정해요. 지역상생발전기금도 따로 걷고…복잡하죠? 이게 다 경로의존적이라서 발생하는 비효율이에요. 이걸 쉽고 단순하게 바꿀 수 있는 방법이 뭐가 있을지가 요즘의 관심 사항입니다.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소감을 물어보았다

이상민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는 항상 대단하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참여연대의 일원으로서 열등감의 근원이 되는 곳이기도 하죠.(웃음) 사회복지를 이야기할 때 예산을 빼놓을 수는 없어요. 예산은 사회복지 분야의 알파이자 오메가죠. 앞으로도 잘 해주실거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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