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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복지동향 200호 발행
  • 2021
  • 2021.06.01
  • 240

한부모기본소득을 제안한다

 

유지영 남서울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이혼 사별 등을 이유로 홀로 생계와 양육을 책임져야 하는 한부모의 삶은 고통스럽다. 저소득 한부모라면 그 어려움은 더 가중된다. 2018년 우리나라 한부모 집단의 66.2%가 모자가정이고, 즉 한부모 빈곤의 중심에 여성빈곤 문제가 있다. 저소득 한부모 여성은 자녀를 홀로 부양하기 위해 몸을 움직일 수 있는 한 일을 한다. 그러나 한부모의 삶은 임금근로를 하면서도 가난하다. 그들은 실직, 이직, 구직이 반복되는 삶을 이어간다. 생계급여는 신청주의에 기반하고, 신청 과정에서는 한부모 신분 노출과 함께 가난을 증명해야 한다. 만약 소득이 생계급여 기준선을 일정 범위로 초과하게 되면 교육급여, 의료급여, 주거급여 등이 날아가는 박탈을 경험한다. 그래서 차라리 소득을 생계급여 자격기준에 맞추며 근근이 사는 삶을 받아들인다. 노동시장에서 이들에게 주어지는 주변적 지위, 저임의 불안정한 일자리가 이것을 구조적으로 뒷받침한다. 한부모는 생계와 양육을 동시에 책임지느라 노동시장의 주변적 지위를 받아들인다. 한부모 여성들은 수급자격의 경계에서 일하면서도 가난한 덫에 걸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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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시장의 구조적인 문제 그리고 한부모에게 자녀 부양을 전가시키는 가부장적 사회체계는 상부상조하며 유지 강화된다. 이 구조 속에서 한부모 여성들은 온전한 보상 없이 점점 더 희생되어 간다. 남성 배우자의 자녀 부양비 지급은 강제되지 않아서 모든 고통은 자녀를 맡은 한부모 여성이 오롯이 떠맡아야 한다. 가난한 한부모들은 부당한 일자리를 거절할 권리, 아프면 일하지 않을 권리, 생활비를 걱정하지 않으며 충분히 휴식할 권리, 자녀를 시간에 쫓기지 않고 여유롭게 돌볼 권리가 보장되지 않는다. 한부모의 몸을 동원해서 이루어지는 그들의 노동은 탈상품화가 수준이 낮다. 

 

한부모 삶에 대한 이상의 설명은 필자의 주관적인 묘사가 아니다. 한부모연합 주최로 2020년 한부모 여성 20명을 심층 면접해서 한부모 여성들의 빈곤을 분석한 보고서에1) 여성들의 실제 목소리로 생생히 드러나 있다. 지금으로부터 20년 전인 2001년 일용직 한부모 여성들을 심층면접하고 분석한 유지영(2001)에 드러난 한부모 삶도 별반 다르지 않다. 가난의 증명, 생계급여 수급 자격을 맞추는 아슬아슬한 줄타기, 사각지대 문제, 저임금 부당 대우, 불안정 근로, 자녀 양육책임의 버거움과 외로움, 사회와 이웃의 낙인과 멸시, 아파도 쉬지 못하고 일해야 하는 모습들이 20년 시간이 무색하게 한부모연합 보고서와 유지영(2001)에 나타난다. 노혜진·김윤민(2020)은 한부모 여성의 빈곤이 우리나라 여성빈곤의 중심에 있으며, 결과적으로 우리나라 여성빈곤율은 지난 30여 년간 지속적으로 20% 수준을 유지하고 있음을 발견한다. 한부모가 오롯이 혼자 생계와 양육책임을 버겁게 떠안고 살아가는 삶의 고통그리고 빈곤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문제가 궁극적 개선 없이 수십 년간 곪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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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전이 없진 않았다. 기초생활보장제도 사각지대 문제의 원인이었던 부양의무자 기준이 2015년 교육급여에서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를 시작으로, 2018년에는 주거급여에서 부양의무자기준 폐지, 2021년 1월 노인 및 한부모가구가 수급가구에 포함되어 있을 경우 생계급여 부양의무자기준을 완화하였다. 그 외에도 20-30년간 정부와 민간의 노력 그리고 이 분야의 많은 학자들과 전문가들의 개선 노력과 성과가 있었다. 그런데도 한부모의 탈빈곤은 여전히 관련 학계의 주요 화두이다. 왜 한부모의 가난, 그들의 어렵고 소외된 삶이 오랫동안 해결되지 못할까? 무엇이 문제인가? 우리는 어떠한 정책과 제도의 실패를 인정해야 할까? 그리고 무엇이 이 문제를 해결하는 대안일까? 

 

한부모와 기본소득

코로나19로 인한 취약집단 생계 위기가 심각했던 지난 2020년 4월 전국민이 가구 규모별로 동일한 액수와 동일한 방법으로 1차 긴급재난지원금을 지원받았었다. 모든 국민이 공평한 액수를 편리하게 받고 자유롭게 소비하는 경험을 했다. 보편성과 무조건성이 갖춰진 유사 기본소득으로 인정받는 1차 긴급재난지원금은 우리 사회에서 전례 없는 경험이었다. 지원금의 수급과 과정은 용이했고 부자와 가난한 자를 구분할 필요가 없어서, 시민 간의 구분과 견제가 없는 사회통합적 성격이 강했다. 한부모 여성 빈곤에 관한 한부모연합 보고서에 인용된 한부모 여성들은 가난을 증명하지 않아도, 수급의 경계를 넘나들며 급여를 애타게 요청하지 않아도 현금을 받았던 편리함 그리고 자유로움, 세금 부담자들로부터 복지의존자로 취급받았던 시선에서 온전히 해방되었던 자유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난다.

 

저는 재난지원금 받아서 사실은 너무 좋아요...(중략)...저는 돈을 거의 잘 안쓰는데, 재난지원금이 나와 가지고 저는 그나마 아이가 먹고 싶어 하는 거 조금 더 사주게 되고. 물론 아직 옷 한 벌 못 사줬지만 조금 저는 도움 됐어요..

기본소득이 되어야 한다고 보고, (중략) 내가 내는 세금으로 니들 잘 먹고 잘 살잖아. (중략) (급여 받아서) 여행을 갔다왔어? 우리가 낸 세금으로 다 혜택 누리는 거잖아. 그런 시선으로 봐요. (중략) 그래서 나는 기본소득이 있어야 된다고 강력하게 주장하는 사람이고. (50대, 대졸, 이혼, 국민임대거주, 비영리기관 취업자, 자녀2명) (한부모연합 보고서에서 인용)

 

기본소득이 갖추어야 할 최소한의 핵심 요건은 보편성, 무조건성, 충분성 세 가지이다. 주기성과 현금성이 부가적으로 거론되기도 하는데 충분성이 갖춰지면, 주기성은 자동적으로 따라오고 현금성도 우리나라에서는 재난기본소득이나 청년기본소득이 지역화폐나 신용카드 형태로 지급되어 사실상 준 현금성이 실현된 상태이다. 따라서 보편성, 무조건성 두가지 핵심 요건에 부합하면 기본소득으로 불릴 수 있으며, 충분성까지 갖춰지면 기본소득의 요건을 거의 다 충족한 것이다. 나아가 이 세 가지를 충족한 소득 지원은 근로자의 탈상품화를 가능하게 한다. 기본소득의 궁극적인 취지는 탈상품화 혹은 탈노동화를 가능하게 해서 인간이 진정한 자유를 누리게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필자는 한부모 문제와 기본소득을 연결 지으려 하는가. 정미숙(2007)이 심층면접한 기초수급자 한부모 여성 10명의 직업은 정보지배달, 택배배달, 커피숍 서빙, 이삿짐센터 짐꾼, 자활근로, 공공근로, 신문 배달, 막노동, 파출부, 가스검침원, 노점장사, 전단지 홍보이다. 10명 모두 18세 미만 자녀를 2명 이상 책임지고 있다. 한부모연합 보고서에 참여한 저소득 한부모 여성 20명의 직업은 식당, 간호조무사, 콜센터, 부업, 자활근로, 비영리단체 이다. 20명 모두 18세 미만 자녀 부양을 책임지고 있다. 유지영(2001)이 면접한 10명 여성들의 직업은 파출부, 식당 주방이나 홀서빙, 학습지교사, 학원교사, 건설일용직 등이다. 10명 모두 자녀 부양을 책임지고 있다. 한부모연합 보고서 참여 한부모 여성 20명 중 2명, 유지영(2001)이 면접한 10명 중 2명, 정미숙(2007)이 면접한 20명 중 2명은, 대학졸업 이상의 고학력자이다. 법적 한부모 기준은 중위소득의 52%이며, 생계급여는 중위소득의 30% 미만, 의료급여는 중위소득의 40% 미만, 주거급여는 중위소득의 45% 미만, 교육급여는 중위소득의 50% 미만, 차상위는 중위소득의 50% 미만이 자격이다. 보건복지부 자료에 의하면 2020년 기준으로 3인 가족 중위소득은 3,870,577원이며 이것의 30%는 1,161,173원, 50%는 1,935,289원이다. 

 

2020년 기준 최저임금은 8,590원으로 주당 40시간 근로와 주당 주휴수당 8시간 인정까지 환산하면 총 209시간에 대한 월 최저임금은 1,795,310원이다. 현실의 한부모는 혼자 자녀를 책임지며 일해야 하므로, 파출부 식당 등의 일용직 혹은 매일 출근하지만 4-5시간 일하는 파트타임으로 일하면서 월 100만 원 내외로 벌어들인다. 어린자녀를 돌봄기관에 저녁 7시까지 맡기고, 하루라도 아프지 않아서, 최대 200만 원이라도 번다면 중위소득 퍼센트 기준을 초과하여 수급자격에 미달된다. 생계급여는 물론이고, 의료급여, 주거급여, 교육급여가 날아가는 순간이다. 사소한 지원도 동시에 날아간다. 소득자격이 넘어가는 순간, 유치원 차량 지원비 등 모든 것이 날아간다.(이혼, 계약직, 32세 한부모 여성, 한부모연합보고서 112페이지에서 인용). 그들의 표현에 의하면 소득이 중위소득의 52%를 넘어서면 거의 받는 게 없다.2)

 

자녀 돌봄을 위해 근로시간을 줄여 소득이 감소하거나, 근로시간을 늘려 소득은 늘지만 돌봄을 포기하는 상황이 이어진다. 생계와 양육(돌봄)의 딜레마에 빠진다. 어쩌다 기준을 맞추지 못해 차상위라도 되면, 행정복지센터를 방문해 호소해야한다-나 좀 도와달라고, 한부모라고, 자녀를 키워야 한다고-. 월 소득을 중위소득 30% 미만에 맞추는 것이 현명하다는 것을 누구나 쉽게 판단할 수 있다. 생계급여를 받기 위해서 자녀 2명을 홀로 부양하는 한부모 여성 3인 가족은 1,161,173원 미만을 벌어야 하고, 이 기준을 맞추며 살아간다. 그나마도 보충급여 원칙으로 소득인정액과 생계급여 기준액의 차이만큼을 지급받는다. 앞서 언급한 대로 한부모 여성들의 근로의지와 자립의지는 일반적으로 강하다. 그러나 생계급여와 함께 주거급여, 의료급여, 교육급여를 포기하면서 종일 일하고 200만 원 소득을 선택하지 않는 이유는 그 일자리가 매우 불안하며 언제 실직할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소득기준을 맞춰 생계급여를 받으면 두 명의 자녀를 홀로 키우는 여성은 소득인정액 포함 매월 약 116만 원의 소득을 불안정 근로와 생계급여에 동시에 의존하며 유지한다. 한부모의 표현에 의하면 매월 고정지출을 제외하면, 가족구성원 3명이 하루에 소비해야 하는 고작 7,500원-1만 원에 불과하다(한부모연합보고서 참조). 생계급여를 받는 삶은 굶지 않을 정도로만 근근하게 살라는 굴레와 같다. 중위소득 30% 미만을 맞추려면 매년 달라지는 중위소득 수치도 염두에 두어야 하고, 고용주에게 일일이 설명해야 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내가 홀로 자녀를 키우며 가난하니까 수급자가 되어야 하며 동시에 근근이 저임의 불안정 근로도 전전해야 하루 7500원을 쓸 수 있다. 

 

이 빈곤의 늪을 벗어나게 하는 해답은 무엇일까? 불가능하지는 않다. 경제적으로 문화적으로 든든한 친정 부모를 둔 한부모 여성은 이혼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그 여성은 건강해야 하며, 고학력이면서, 고소득 전문직이어서, 직업에 집중하도록 자녀를 대신 키워주는 대리 양육자가 있으면 가능하다. 상위 소수에게나 주어지는 선택지이다. 본래 출신 배경이 저소득층인 여성은 한부모됨과 함께 빈곤이 더 깊어지고, 출신 배경이 중산층인 경우도 한부모됨과 동시에 빈곤층으로 이동한다(정미숙 2007). 삶이 어려운 한부모 여성의 직업은 아프면 쉴 수 있는 권리, 부당대우를 받으면 자신 있게 퇴직할 권리를 보장하지 않는다. “쓰러지기 전까지는 절대 조퇴가 안 된다”3)는 표현처럼 한부모 여성들의 근로는 탈상품화 수준이 매우 낮다. 한부모의 삶을 둘러싼 문제점은 결국 중위소득 29%에게는 생계급여를 주고, 30%가 넘으면 주지 않는 엄격한 소득 기준의 황당함이다. 우리는 29%의 삶과 30%의 삶이 다르지 않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다. 그리고 신청주의의 불편함과 현실무시, 낙인 문제, 사각지대 문제가 한부모의 삶을 불편함과 굴욕으로 결정짓는다. 이러한 문제들은 오랫동안 이미 많은 연구에서 지속적으로 제기된 것들이다. 

 

한부모문제와 기본소득: 그 정합성

필자는 한부모 문제의 원인 지점과 기본소득의 요건/철학 사이의 정합성을 강조하고 싶다. 위에서 제시한 대로, 한부모를 둘러싼 문제점들의 핵심적 원인은 정규직 기여분 중심의 사회보장체제 내에서 빈곤층을 근근이 먹고 살게 해주는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엄격한 소득 자격요건, 중복급여 금지, 가난의 증명, 낙인과 굴욕, 신청주의, 사각지대 등에 있다. 기본소득의 요건인 보편성은 정책입안자에게는 정책 수립 과정에서 엄격한 자격요건 수립과 재정비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오직 시민권만이 자격이다. 기본소득의 수혜자는 자신의 재정 상태를 증명하지 않는다. 한부모기본소득이 도입되면 한부모 여성들은 소득기준을 유지하거나 증명하지 않아도 되는 자유를 누릴 수 있다. 

 

물론 한부모라는 인구학적 특성은 기본소득의 자격이 된다. 그러나 이것은 굴욕감이나 불편함, 행정 비용을 필요로 하지 않을 것이다. 청년기본소득이 이미 경기도에서 실행되고 있다. 아무도 청년이라는 증명이 낙인이라고 여기지 않듯이 한부모기본소득은 주민등록상의 정보만으로, 신청주의가 아닌 권리를 기반으로 집행되면 한부모 증명을 최소화할 수 있다. 인구학적 집단을 구분 짓는 것은 실행 중인 청년기본소득과 같이, 과도기적 단계적 이행 모델로써 집단별 기본소득이 가지는 특성일 뿐이지 한계점이 아니다. 의사, 교수, 변호사와 같은 고소득 전문직 한부모 여성도 동시에 한부모기본소득의 대상 집단이 된다. 한부모라는 가족형태가 사회적으로 주변적일 근거는 없다. 

 

4차 산업혁명과 연관된 노동시장의 현재와 미래, 로봇과 인공지능 발달이 가져올 일자리 감소, 고용 증가를 동반하지 않는 플랫폼 기업 중심의 노동시장 구조적인 변화는 결국 한부모만이 아니라 노동자 전반에게 고용형태, 고용안정성, 임금 차원에서 보편적으로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은퇴 전까지 안정적으로 보험 기여분을 감당할 안정적인 직업의 숫자는 감소할 것이고, 따라서 그러한 직업은 소수 엘리트 고학력 전문직 중심으로 구성될 것이다. 대다수의 주변부 근로자들은, 저임의 불안정한 근로를 해직, 이직, 실직, 구직이 반복되는 삶으로 이어갈 것이다. 그마저도 불가능한 근로불가 인구들, 노인들, 장애인들, 한부모들과 같은 취약 집단은 생계급여를 받지 않으면 최소한의 생계유지가 어려운 삶이 이어질 것이다. 그것은 빠져나올 수 없는 빈곤의 늪이다. 결과적으로 임노동 기여분 중심의 사회보험과 엄격한 선별주의 기반 공공부조를 핵심으로 하는 사회보장체제는 한부모와 같은 저임금 노동자들의 생계와 안녕을 보장하지 못한다. 소득과 자산 양극화 심화로 안정된 일자리와 삶은 점점 더 고소득 전문직들에게 집중되고, 대다수의 일반 근로자들에게는 근로빈곤층의 삶이 이어질 수 있다. 결국 우리는 기존의 사회보장체제가 더 이상 한부모와 같은 저임 근로빈곤층의 ‘안녕과 복지 보장’에 효과적으로 기능할 수 없음을 인정해야 하는 것이다. 한부모를 위한 정책상의 새로운 패러다임의 전환이 요구된다. 그런 의미에서 바로 기본소득, 특히 완전기본소득으로 가는 단계형 이행전략으로써 한부모기본소득이 대안일 수 있다. 한부모기본소득 모델은 단계적 실현모델이자 과도기적 단계이므로, 모든 체제를 동시에 뒤바꿀 수는 없다. 그러나 한부모를 위한 기본소득이 도입된다면 조건부 수급의 복잡함과 마찰, 낙인, 불필요한 행정비용을 줄일 수 있다. 또한 한부모 삶에서 파악된 문제점과 개선의 지점들, 즉 생계권, 노동권, 돌봄권의 확보 및 탈상품화를 통한 진정한 자유 보장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다. 

 

한부모기본소득 모델 구현을 위한 전제

농민기본소득, 청년기본소득, 노인기본소득, 장애인기본소득과 같은 집단형 기본소득 논의에서 한부모 문제는 관심받지 못하고 있다. 경기도에서 청년기본소득은 이미 2018년부터 시행되고 있다. 농민기본소득 도입을 제안한 학자가 있고4), 경기도가 농민기본소득, 장애인기본소득 제도 도입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쉽게도 한부모는 기본소득 논의에서 소외되어 있다. 한부모기본소득이 공허한 주장에 그치지 않으려면, 다음 단계는 한부모기본소득 실현 모델 구체화가 되어야 할 것이다. 한부모기본소득의 실현모델은 몇 가지 전제를 충족해야 할 것이다. 

 

첫째, 한부모기본소득을 제안하는 것은 전국민 완전기본소득으로 가기 전 단계적 이행전략이다. 둘째 한부모기본소득은 보편성, 무조건성, 충분성의 세 가지 핵심요건을 충족해야 하며 한부모기본소득 모델은 현재 사회보장체제의 위기를 점진적으로 대체할 수 있는 사회적 효용성이 높은 방안으로 제안되어야 할 것이다. 셋째 한부모가 삶에 큰 비용을 차지하는 주거지원 및 의료지원 등은 한부모기본소득이 성립된다고 해도 당분간 유지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 특히 주거지원은 어떤 변화가 발생해도 유지되어야 하는,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생계와 삶의 가장 기본이기 때문이다. 한부모기본소득이 실현된다고 해도 초기모델은 급여 액수를 최대한 높게 잡아도, 중위소득의 60% 혹은 최저 생계비 수준일 가능성이 크므로, 주거지원과 의료지원은 유지되어야 한다. 넷째 한부모기본소득은 한부모를 둘러싼 오래된 노동시장과 사회보장 위험구조에 대한 대안이지만 기존의 사회보장체제 중 한부모 관련 정책을 즉각 전면 대체하는 것은 아니다. 

 

한부모 기본소득 도입 과정에서도 사회적 합의가 필수적이며 재원마련을 구상하는 단계에서 사회보장체제 중 일부분 재편을 고려하게 되지만, 이 과정에서 기존 사회보장제도와의 관계 설정이 신중하게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또한 궁극적으로 한부모기본소득 모델이 충분성 요건을 갖추기 위해서는 재원조달 문제를 동시에 해결해야 할 것이다. 한부모기본소득의 실현가능성을 염두에 두면서 사회적 합의와 찬반의 과정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우리사회가 기수행하고 있는 사회보장체제 안의 제도 재편을 통해 확보되는 재원을 활용하는 것이 가장 용이할 것이다. 따라서 이미 수혜자 중 적지 않은 비율을 한부모가 차지하고 있으므로,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중 생계급여 예산 중 일부, 아동양육수당, 보육수당, 그 외 한부모지원센터와 같은 한부모에 특성화된 정책에 소요되는 비용을 활용하는 것을 생각해 볼 수 있다. 기존의 사회보장체제 중 아동수당, 보육수당과 같은 기존의 수당형 급여와, 한부모 특성화 관련 정책을 재편하는 것을 고려해 볼 수 있다. 한부모 지원 정책 중 최저소득보장을 위한 우리나라의 지원은 기초생활 생계급여 및 주거급여, 가정양육수당, 아동수당, 한부모 아동양육비 등이 있다. 2020년 5월 기준 기초생활수급자 중 한부모 모자 가구는 377,908가구로 전체 수급 가구의 약 27.7%이다. 기초생계급여 재원도 기본소득 재원으로 활용될 여지가 있음을 시사한다. 또는 한부모의 자녀돌봄이 가지는 사회적 의미를 부각시켜 자녀장려세제(CTC)의 일부 재원을 이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 외에도 소득인정액 기준에 부합하면 받을 수 있는 지원은 학용품비 지원, 교육비 지원, 도시가스 요금 경감, 이동통신 요금 감면, 건강보험료 감면, 차상위 양곡지원, 자동차검사료 면제 등도 존재한다. 한부모 기본소득이 실현된다면 한부모 상담전화(1644-6621)도 필요 없는 세상이 올 수도 있다. 상담전화 운영에 소요되는 시설 및 인력 예산도 기본소득의 재원으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기존의 사회보장제도 내의 한부모 지원책들을 재정비하거나 없애고, 그 결과 확보되는 재원을 한부모 기본소득으로 활용하는 방법이 재원조달법으로 가능할 수 있을 것이다.  

 

마치며...

이 글이 한부모기본소득 아이디어의 처음은 아니다. 한부모기본소득 관련 역사적으로 흥미로운 사례가 있다. 도루야마모리에 의하면, 영국에서는 1968년 기본소득 지급을 주장하는 운동이 시작되었고, 그 운동은 청구인연합(Claimants Union)이 주도하고 투쟁하였는데, 이 청구인연합의 절반이 한부모 여성이었다. 이들이 그 당시 일자리를 요구하지 않고 기본소득을 주창한 것은 매우 획기적이다. 이 운동이 기본소득 운동으로 인정받는 이유는, 그 당시 그들이 임금노동에서 배제되는 공통의 상황에 놓여있었고, 인간이라면 누구라도 실업, 질병, 장애 때문에 인간적인 삶이 박탈당해서는 안된다는 신념에서 출발했으며, 투쟁이 자산조사와 가구를 기준으로 한 지불방식에 반대하며 시작되었고, 한부모 여성이 남편의 존재와 상관없이 개인 단위로 수당을 받을 권리를 주창했으며, 적정 소득에 대한 권리를 표명했다. 이것은 한부모문제와 기본소득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사례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이것은 기본소득 역사에서 한부모 여성들의 역할에 대한 강조, 그리고 그들이 기본소득에 대해 가졌던 신념의 주요 사례일 뿐, 우리나라도 다른 나라에서도, 아직 한부모기본소득이 제도로써 실현된 것은 선례가 없다. 다만, 북유럽 몇몇 국가에서 시민권을 기반으로, 개인 단위로, 무조건적으로 한부모수당, 아동수당 등을 지급하고 있으므로 그것들이 한부모기본소득에 가장 가까워 보인다. 2020년 기준 우리나라 유자녀 가구 중 한부모가족 비중이 20%를 넘었다고 한다. 우리 주변에서 가족과 이웃으로 넓히면 한부모는 우리 삶에서 누구에게나 존재한다. 안정된 고소득 일자리를 가지고 양육에서 타인의 도움을 받는 한부모 여성 집단은 매우 한정적이다. 불안정한 일자리, 혼자 감당하는 육아, 이러한 문제들이 가까운 미래에 남성/여성 한부모 다수의 보편적인 문제가 될 것이다. 만약 우리나라에 보편성, 무조건성, 충분성을 갖춘 집단형 기본소득이 가까운 미래에 실현된다면, 관련 정책 입안자들과 학자들은 한부모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이 글이 기본소득 정책 입안자들과 현장 운동가들에게 한부모와 기본소득을 연관 짓는 새로운 관심을 불러일으키기를 기대한다. 

 

 


참고문헌 

노혜진·김윤민, 2020. “한국사회 빈곤의 여성화의 장기적 변화와 영향요인”. 페미니즘 연구. 20(2).

도루야마모리. 2010. “잊혀진 여성들: 기본소득을 위한 싱글맘의 잊혀진 투쟁.” 도시인문학연구. 2(1). 

유지영, 2001. 민간직업소개소와 일용직 여성사례를 통한 직업안정 기관 민영화 비판. 이화여자대학교 석사학위논문. (미간행)

한부모연합 한부모빈곤 연구 결과보고회 자료집: 장수정·백경흔·김병인·이혜정, 2020. 한부모 여성가장 빈곤연구: 사회권보장을 중심으로. 

 

정미숙, 2007. 저소득 여성가구주의 빈곤화 과정에 대한 연구. 한국사회복지학, 59(4).


 

1) 한부모연합 한부모빈곤 연구 결과보고회 자료집: 장수정·백경흔·김병인·이혜정(2020). 한부모 여성가장 빈곤연구: 사회권보장을 중심으로. 유투브 https://www.youtube.com/watch?v=cJE7RvhOgek

2) 인터뷰대상자 P, 이혼하고 두 명의 자녀를 키우는 한부모 여성, 한부모연합보고서 참조

3) 한부모연합보고서 104페이지 참조

4) 박경철(2018)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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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복지동향 2021년 8월호 : 우리사회가 보장할 '기본'시리즈 2021.08.01
[총정리★] 국가가 책임지는 돌봄 서비스를 위해 달려온 길 4 2021.08.31
[총정리★] 코로나19 극복 위한 사회안전망 강화 활동 2021.06.01
#월간복지동향 정기 구독 방법을 찾고 계신가요? #과월호 보기 3 2013.04.22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를 소개합니다 2019.02.23
[기획1] 코로나19의 위험과 사회적 피해의 균형찾기   2021.06.01
[기획2] K-방역이 외면한 사람들과 그늘   2021.06.01
[기획3] 개인을 위한 국가인가? 국가를 위한 개인인가?   2021.06.01
[동향1] 미얀마 사태에 우리는 아무런 책임이 없을까?   2021.06.01
[동향2] 국민연금 체납 사업장 노동자 문제의 해결을 위하여   2021.06.01
[동향3] 한부모기본소득을 제안한다   2021.06.01
[복지톡] “시민이 감시하는 예산”나랏돈을 지켜보는 두 눈   2021.06.01
[복지칼럼] 이용자 중심의 사회적 돌봄 서비스 제공을 위한 세 가지 조건   2021.06.01
[기자회견] “정부는 코로나19 극복 위한 사회안전망 예산 편성하라”   2021.05.27
[논평]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위에서 사회서비스원법 핵심 조항이 후퇴된 채 처리되었... (1)   2021.05.24
[공동성명] 국회는 좋은 돌봄이 가능하도록 사회서비스원법 원안대로 통과시켜라   2021.05.20
[공개서한] 노동시민사회단체와 시민, 한미정상에게 코로나19 백신 불평등 해결 요구   2021.05.20
[기자회견] 인권이 존중받는 안전한 돌봄을 원한다!   2021.05.13
[현장간담회] 우리집은 공공주택사업 환영해요!   2021.05.12
[시민강좌] 나라예산에 시민이 원하는 예산, 반영할 수 있을까?   2021.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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