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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복지동향 200호 발행
  • 2021
  • 2021.10.01
  • 174

기획1 :  2022년 대선, 우리가 필요한 소득보장정책

윤홍식 인하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한국의 공적 소득보장정책은 앞서 살펴보았듯이 상대적으로 안정적 고용과 괜찮은 임금을 보장받는 계층에게 집중되어 있는 ‘역진적 선별성’을 특징으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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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1>에서 보는 것처럼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연금, 고용보험 등과 같은 핵심 사회보장제도의 적용 비율이 상이한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이명박 정부 시기부터 두루누리 사업을 도입해 비정규직이나 불안정 고용상태에 있는 노동자들이 사회보험에 가입할 수 있도록 지원을 늘렸지만, 둘 간의 격차는 좀처럼 줄어들지 않았다. 일반조세를 통해 사회보험의 보편성을 확대할 수도 있고, 고용에 기초해 제도화된 사회보험을 소득 활동과 연동된 제도로 전환할 수도 있다. 하지만 조세를 투입하는 것은 재원과 사회적 동의를 구하기가 쉽지 않고, 사회보험의 패러다임 전환을 실현하는 일은 생각처럼 쉽지 않아 보인다. 문재인 정부에서 전국민 고용보험을 제도화한다고 공언했지만, 그 속도가 더딘 것도 이 때문이다. 노동자를 정의하는 문제부터 넘어야 할 산이 많고, 노동시장은 여전히 임금노동에 기초한 고용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한국 소득보장정책의 과제는 현재 한국 사회가 직면한 공적 사회보장제도의 광범위한 사각지대를 줄이고 모든 국민에게 인간적이고 문화적인 기본생활을 보장할 수 있는 소득보장제도를 도입하는 것이다. 이 장은 이러한 문제 인식에 기초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한국 소득보장정책의 방향에 대한 개략적인 논의를 담았다.

 

소득보장제도와 성장 

이 글에서 제시하는 문제 인식과 정책대안이 다른 연구와 상이한 점은 사회정책의 대안을 정치ㆍ경제와 무관한 독립적 영역으로 분리하지 않고 정치ㆍ경제와 연동된 제도라는 관점에서 접근하기 때문이다. 학술적으로 표현하면, 이러한 인식은 소득보장정책으로 대표되는 복지체제와 성장전략(모델)으로 대표되는 생산체제, 사회적 균열, 권력구조 등을 담은 정치체제가 상호보완적으로 연동되어 있어, 어느 한 체제의 개혁은 다른 체제의 전환을 전제로 할 때 지속 가능하다는 관점을 표현한 것이다(Hall and Soskice, 2001).1) 이러한 인식에 기초한다면 팬데믹 이후 한국 소득보장정책에 대한 제안 또한 정치ㆍ경제체제와 상호보완적인 관계에서 고민하는 것은 자연스럽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러한 관점을 실천하는 것은 생각처럼 쉽지는 않다.2) 가장 먼저 드는 의문은 생산체제와 소득보장정책 중 무엇이 우선적인지를 검토하는 것이다. 기존의 선행연구들은 대부분 생산체제의 성격이 소득보장정책(정확하게는 복지체제)의 성격을 결정한다는 입장에 서 있다(Avlijaˇs, Hassel, and Palier, eds., 2021; Hall and Soskice, 2001).3)

 

성장과 복지를 균형적으로 분석했다는 최근 연구 또한 내용적으로 성장 방식이 복지체제의 성격을 규정한다는 전제하에 둘 간의 관계를 분석했다(Hassel and Palier, eds., 2021).4) 그러나 역사적 사례를 검토해 보면 성장모델이 복지체제를 일방적으로 규정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복지체제가 사회적 비용을 변화시켜 성장모델의 전환을 이끌어 내는 데 일조한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스웨덴과 네덜란드가 대표적 사례이다(Thelen, 2021).5) 그렇다면 우리의 제안은 두 가지 방향에서 검토할 필요가 있다. 하나는 성장체제의 우위를 전제로 이에 기초해 소득보장정책을 제안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우리가 지향하는 소득보장정책을 전제로 성장 방식의 전환을 모색하는 것이다. 물론 둘 간의 연결고리는 수많은 정치한 장치들과 요인들이 관여하고 있지만, 이렇게 큰 틀에서 논의를 전개해 볼 수 있을 것 같다(윤홍식, 2021).6)

 

성장 방식이 결정하는 소득보장정책

먼저 한국의 현재 성장모델을 전환하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전제로 성장모델이 양산하는 불평등과 빈곤 문제에 대응하는 방식으로 소득보장제도를 구성하는 방법이다. 재벌 대기업이 주도하는 수출 중심의 성장체제는 한국이 조립형 산업화를 시작한 1960년대 이래 무려 60년간이나 지속된 성장모델이다. 1997년 IMF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성장모델의 성격이 변화하기는 했지만, 핫또리 타미오(服部民夫, 2007[2005])가 주장한 재벌 대기업이 주도하는 “기술기능축적 절약형”이라는 기본 성격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7) 이 성장모델의 특징은 숙련노동자를 자동화 기계로 우회하고, 부품, 소재, 장비를 외국에서 수입해 생산하며, 생산품의 중요한 시장이 국내가 아니라 해외에 있다는 점이다. 국내에서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일과는 다소 동떨어진 성장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1997년 IMF 외환위기 이후 한국 기업은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고 국가는 선진국에 진입했음에도 불구하고, 노동시장에서는 기업 규모와 고용지위에 따른 격차가 유지ㆍ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이 성장체제를 유지한다면 노동시장이 좋은 일자리와 나쁜 일자리로 분리되고 이에 따라 사회보험이 괜찮은 임금과 안정적 고용을 보장받는 계층에게 집중되는 소득보장제도의 역진적 선별성에서 벗어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렇다면 소득보장정책은 사회보험의 대상에서 배제된, 상대적으로 불안정한 일자리와 낮은 임금을 받는 계층에게 안정적인 생활을 보장해 주는 방향으로 확대될 필요가 있다. 2022년 3월 대선을 앞두고 여야의 유력 후보들 중 일부, 전직 기획재정부 관료들(김낙회ㆍ변양호ㆍ이석준ㆍ최상목, 2021)이 제안하는 최소소득보장제도나 부의 소득세를 이런 문제 인식에 부합하는 제도라고 할 수 있다.8) 다만 사회보험의 보편성을 확대하지 않고 선별적 소득보장제도를 확대하는 것은 소득보장제도의 이중구조를 심화시킬 수 있고, 제한적인 선별적 소득보장제도의 확대만으로는 성장 방식이 야기하는 불평등과 빈곤 문제를 완화할 수 없다. 만약 이 문제를 완화하기 위해 선별적 급여를 관대하게 설계한다면 비용 문제 때문에 기존의 성장체제를 유지할 수 없는 모순에 직면할 것이다(윤홍식, 2021). 

 

고품질 제조업 제품의 수출이 성장을 주도하는 독일의 성장모형도 사회보장제도의 이중구조화가 나타나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관대한 사회보험제도와 비교해 관대한 선별적 소득보장제도를 시행하지 못하고 있다(Hassel and Palier, eds., 2021). 더욱이 독일은 한국처럼 숙련노동을 자동화 기계가 대체하는 방식이 아니라 숙련노동을 활용하는 성장체제라는 점에서, 한국 노동시장의 중층적 분절은 독일보다 더 심각하다. 즉, 노동시장의 중층적 분절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를 완화하기 위해서는 독일보다 더 많은 재원이 필요하다. 결국 현재 성장방식을 그대로 두고 사회보험의 급여수준을 높이고, 선별적 소득보장정책을 강화하는 전략은 부분적으로 복지급여를 늘릴 수는 있겠지만, 불평등과 빈곤을 유의미하게 감소시킬 정도로 소득보장정책을 확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보편적 소득보장정책을 통한 성장모델의 전환

다음 방향은 앞서 언급했던 방향과는 정반대로 소득보장정책을 보편적으로 개혁해 성장모델을 전환하는 것이다. 쉽게 이야기하면 소득보장정책이 성장모델을 전환시키는 큰 넛지 역할을 하게 만드는 것이다. 보편적 복지에 소요되는 재원은 기업의 비용부담을 증가시키고, 이는 기업이 생산성 향상과 혁신을 위한 노력을 가속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Unger, 2019; Lavoie, 2016[2004], Kavoie and Stockhammer, 2013).9) 첫 번째는 잘 알려진 대로 사회보험의 대상을 (일정 수준 이상의) 소득 활동을 하는 모든 취업자로 확대하는 것이다. 플랫폼 노동, 긱 노동, 고용상의 지위가 불분명한 노동자(종속적 자영업자) 등 불안정 고용상태에 있는 노동자는 물론이고 자영업자를 포함해 일정한 수준 이상의 소득 활동을 하는 모든 취업자를 사회보험의 대상으로 포괄하는 ‘소득 기반 전국민 사회보험’을 도입하는 것이다. 소득 기반 전국민 사회보험을 도입할 때 세 가지가 중요한데 하나는 급여수준을 민간 보험에 의존하지 않고도 생활수준 유지가 가능하도록 현실화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기업의 기여금 부담을 임금총액이 아닌 이윤 또는 매출을 기준으로 부과하는 것이다. 다만 단기적으로 이윤을 내지 못하는 기업이 상당수 존재할 수 있기 때문에, 이윤을 내지 못하는 기업은 현재와 같이 임금총액에 기초해 사회보험을 부과하는 이원적 방식을 적용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는 자영업자의 경우 아직까지 정확한 소득 파악이 어렵기 때문에, 단기적으로 형평성 문제를 고려해 소득 파악이 일정 정도 정확하게 이루어지기 전까지 임금노동자와 자영업자의 기여와 급여를 분리하는 일제양여(一制兩與)방식으로 제도를 운용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소득 기반 전국민 사회보험을 시행한다고 해도 소득 활동을 하는 모든 취업자를 전국민 사회보험에 포괄하는 것은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소득 활동을 하지 않는 시민을 포괄하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현행 제도에서는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와 같은 공공부조가 사회보험의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들을 보호하고 있지만, 엄격한 수급조건으로 인해 소수의 빈곤층만이 대상자로 선정되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가 잘 알고 있듯이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에서도 배제된 광범위한 비수급 빈곤층이 존재하는 이유이다. 설령 운 좋게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수급자가 된다고 해도 (생계급여의) 급여수준이 기준중위소득의 30%(1인 가구 54만 8,349원, 2021년 기준)에 불과해 ‘인간적이고 문화적인 생활수준’을 보장한다는 법의 제정 취지를 충족하지도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물론 소득 기반 전국민 사회보험의 실행은 제도의 사각지대에 놓은 사람들을 최소화시켜 새로운 선별적 소득보장제도의 대상자는 현재보다 감소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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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하튼 보편적 소득보장제도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전국민 사회보험의 사각지대에 놓인 시민을 대상으로 관대한 선별적 소득보장제도가 필요하다. <그림 1-2>에서 제시한 것과 같이 ‘최소소득보장제도’와 ‘최소소득보장제도’에 EITC를 결합한 ‘부의 소득세’방식과 유사한 소득보장제도 중 하나를 도입할 수 있다. 두 제도 모두 중위소득의 50%를 최저급여로 설정한다는 점에서 현행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보다 관대한 급여를 제공한다. 다만 최저소득보장제도는 관대한 급여가 노동 동기를 약화시킨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왜냐하면 소득이 전혀 없는 경우와 중위소득의 30% 수준의 소득이 있는 수급자 모두 최종소득은 중위소득의 50%가 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노동 동기 문제를 완화하기 위해서는 최저소득보장제도에 현행 EITC 방식의 인센티브를 더한 방식의 소득보장제도가 필요하다. 오세훈 서울시장을 통해 알려진 안심소득도 이와 유사한 제도이다. 최저급여를 중위소득 50%에서 시작해 중위소득 100%까지 추가소득에 대해 50~60%의 소득공제를 제공해 노동 동기를 약화시키는 유인을 낮추는 방식이다. 최소소득보장제도보다는 추가적인 재원이 소요된다. 앞서 언급한 것과 같이 현행 생산체제를 유지하면서 소득보장정책을 확대하는 방식과 상이한 점은 현행 생산체제의 지속을 전제로 제도화되는 선별적 소득보장제도는 대다수 국민의 소득보장을 책임지는 핵심적 역할을 수행하겠지만, 여기서는 (두 제도 중 어떤 제도를 선택하건) 선별적 소득보장제도는 보편적 소득보장제도를 보완하는 역할만 수행하게 된다는 점이다.

 

정리 및 함의

지금까지 소득보장정책을 한국의 독특한 성장모델과 연동해서 살펴보았다. 크게 보면 기존의 성장체제를 유지하는 것을 전제로 제도를 설계하는 경우와 보편적 소득보장정책의 제도화를 통해 기존의 성장체제를 전환하는 방식이다. 두 방향을 비교해 보면 전자는 성장체제의 제약으로 인해 불평등과 빈곤을 유의미하게 완화할 수 있는 대안을 내기 어렵다. 반면 두 번째 대안은 익숙하지는 않지만, 보편적 소득보장제도의 실현을 통해 성장체제의 전환을 모색해 볼 수 있다. 역사적 사례가 드물지만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스웨덴이 대표적 사례이고 유럽연합 출범 이후 여러 국가에서 사회정책과 성장체제 간의 관계를 탐색할 수 있는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보편적 소득보장제도의 도입을 통해 한국 사회가 직면한 불평등과 빈곤의 심화에 대응하는 것은 물론 불평등과 빈곤을 심화시키는 성장전략 자체를 전환할 수도 있는 것이다. 이 글은 성장체제에 관한 논의를 하지는 않았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보편적 소득보장정책이 어떤 성장체제로의 전환을 촉진시킬 수 있는지 검토하지는 않았다. 다만 우리가 생각해 볼 수 있는 방향은 수출과 내수의 균형적 성장,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균형적 성장, 제조업, 첨단산업, 다이내믹 서비스가 주도하는 고진로 성장, 양질의 사회서비스 일자리를 유지하는 성장모델 정도를 상상할 수 있을 것 같다.


1) Hall, P. and Soskice, D. (2001), “An introduction to varieties of capitalism”, In Hall, P. and D. Sosckice (eds), Varieties of capitalism: The institutional foundations of comparative advantage, pp. 1-68, Oxford: Oxford University Press.

2) 정치와 관련된 부분은 다른 장에서 다루기 때문에 여기서는 주로 소득보장정책과 생산체제 간의 관계에 대해 다루자. 

3) Avlijaˇs, S., Hassel, A., and Palier, B. eds. (2021), Growth and welfare in advanced capitalist economics, New York: Oxford University Press. 

4) Hassel, A. and Palier, B., eds. (2021), Growth and welfare in advanced capitalist economics, New York: Oxford University Press. 

5) Thelen, K. (2014), Varieties of liberalization and the politics of social solidarity, Cambridge: Cambridge University Press. 

6) 윤홍식(2021), “코로나19 팬데믹, 한국 복지국가의 패러다임 전환을 묻다”, 한국사회복지학회 연합학술대회 발표문. 

7) 핫또리 타미오(服部民夫) (2007[2005]), 『개발의 경제사회학: 한국의 경제발전과 사회변동』, 유석춘ㆍ이사리 옮김(開発の社会経済学: 韓国の経済開発と社会変動), 서울: 전통과 현대.

8) 김낙회ㆍ변양호ㆍ이석준ㆍ임종룡ㆍ최상목(2021), 『경제정책 어젠다 2022』, 서울: 21세기북스.

 

9) Lavoie, M. (2016[2004]), 『포스트 케인스학파 경제학입문』, 김정훈 옮김, 서울: 후마니타스. Lavoie, M. and Stockhammer, E. (2013), “Wage-led growth: Concept, theories and policies”, In Lavoie, M. and Stockhammer, E., eds., Wage-led growth: An equitable strategy for economic recovery, pp. 13-39, New York: International Labour Organiz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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