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22 2022-02-01   3290

[동향2] 고령자의 정보화, 실태와 한계

최혜지 서울여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투눈으로는 존재조차 확인할 수 없는 80~100nm1)크기의 바이러스가 인류사의 흐름을 크게 탈각시켰다. 거대한 전환이 예기치 못한 시기에, 상상하지 못했던 방식으로 이루어지면서 코로나19 이후로 명명되는 이후의 근미래는 모든 추측과 상상 속에서 뿌연 실루엣조차 드러내지 않는다. 그러나 극도의 모호함 속에서도 비교적 뚜렷이 경험되는 한 가지는 코로나19의 출현과 더불어 인간의 사회적, 정치적, 경제적 상호작용이 정보화 기술에 의존하는 정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정보화 기술을 매개로 한 비대면 환경의 확대는 시공간의 경계를 허문 개체 간 상호작용을 가능하게 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반면 다양한 이유로 정보화가 구가하는 신세계의 문턱을 넘기 어려운 정보화 취약계층에게 정보화가 일상에 촘촘히 스며든 코로나19 이후는 기왕의 불평등 구조와 상호작용하며 취약성을 다중화하고 계층 간 격차를 심화할 것으로 우려된다.

코로나 이후 고령자 정보화 실태

정보화는 정보사회로의 진행 정도를 의미하며 일반적으로 정보화 접근, 정보역량, 정보활용의 세 가지 차원으로 구성된다(최혜지, 2019). 정보화 접근은 일반적으로 유무선 정보기기의 보유 여부 및 인터넷 상시 접속가능 여부, 정보역량은 PC 이용 능력 및 모바일 기기 이용 능력 정도, 정보활용은 유선 및 모바일 인터넷 이용 여부, 인터넷 서비스 이용 다양성, 인터넷 심화 활용 정도를 의미한다. 정보화 수준이 상대적으로 낮은 집단을 칭하는 정보화 취약계층은 저소득층, 농어민, 장애인, 55세 이상의 고령자, 이주민 등이 대표적이다. 일반 국민의 정보화 역량을 기준, 즉 100%로 한 각 집단의 정보화 수준은 고령자가 68.6%로, 저소득층의 95.1%, 장애인의 81.3%, 농어민의 77.3%와 비교해 가장 낮은 수준을 보인다(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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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자의 정보화 수준이 매년 증가하고 정보화 접근은 일반 국민과의 격차가 크게 감소했으나 정보역량과 정보활용 수준은 코로나 이후에도 좀처럼 그 격차를 줄이지 못한다. 특히, 60대의 정보화 수준은 78.8%, 70대 이상은 38.8%로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정보화 수준의 감소가 급격히 증가하는 것을 고려하면 65세 이상 노인의 정보화 격차는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예측된다. 

최근 1개월 이내 인터넷을 이용해 본 경험이 있는 사람의 구성비를 의미하는 인터넷 이용률은 고령자의 76.6%로 일반 국민의 인터넷 이용률인 91.9%보다 낮다. 특히 70대 이상의 인터넷 이용률은 42.4%에 불과해 50대와 60대의 98.8%, 90.4%와 큰 격차를 보인다. 그나마 고령자의 34.7%는 모바일 기기를 통한 인터넷 이용량이 코로나19 이후 증가했다고 보고했으나 이 수치 또한 일반 국민(58.9%)과 비교해 낮은 것으로 확인된다(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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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화 수준에서 고령자가 낮은 정도를 보이는 이유 중 하나는 정보화에 대한 세대 간 경험의 차이에서 비롯된다. 디지털 네이티브, 디지털 노마드로 일컬어지는 청년세대와 정보 산업화 시대에 청년기를 보낸 장년층은 사이버 대중으로의 정체감을 지닌다. 가상공간을 중심으로 정보를 수집하고, 새로운 정보를 생산하며, 유통하는 데 적극적인 청장년 세대는 정보화기기를 매개로 개인의 생각과 경험을 소통하고 소비하는 데 유능하다(최혜지, 2018). 또한 사이버망으로 연결된 탈중심적 네트워크를 이동해 가며 비가시적 주체와 관계 맺고 사이버 공간으로 생활세계를 확장하는 데 거침이 없다(이동후, 2009). 반면 장년기 이후에 정보화 시대를 맞은 60대 이상은 사이버 세계로 진입하기 위한 디지털 문법에 서툴고, 특히 빠르게 진화하는 정보화 기술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탓에 세대 간 정보격차는 꾸준히 확대되고 있다. 

고령자 정보격차의 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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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을 이용하지 않는 고령자의 27.6%는 비자발적인 비이용자다. 인터넷을 이용할 마음은 있으나 이용할 여건이 되지 않아 비자발적 비이용자가 된 사유는 고령자가 정보화로부터 소외되는 원인을 굴절 없이 드러낸다. 비자발적 비이용자의 66.9%는 사용방법을 모르기 때문에, 17.1%는 추가 요금에 대한 부담, 5.7%는 이용기기가 없고, 0.6%는 집에서 인터넷 접속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인터넷 이용을 희망함에도 사용하지 못한다(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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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기기와 인터넷 서비스 없이 정보화 역량을 높이는 것은 불가능하다. 55세 이상 고령자의 스마트폰 보유율은 77.1%, 70대 이상은 44.9%에 불과하고, 집에서 인터넷 이용이 가능한 비율은 고령자의 85.3%, 70대의 62.3%에 그친다. 고령자의 취약한 경제력은 정보화 기기의 구입과 정보서비스 이용료에 대한 부담을 높여 정보화 혜택으로부터 고령자를 배제시킨다. 기술의 고급화로 정보화 기기의 가격은 가파르게 상승하고 인터넷 이용료 또한 LTE, 5G로의 진화를 빌미로 꾸준히 증가하여 경제력이 취약한 고령자의 정보화는 지속적으로 제약되고 있다.

앞서 언급한 조사결과에서 드러나는 바와 같이, 고령자가 정보화에 취약한 원인은 고령자의 심리적, 경제적 특성과도 관련되어 있다. 자극에 대한 반응력과 새로운 것에 대한 학습력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고령자는 정보화 기기의 사용이 자신의 학습 능력에 비해 쉽지 않은 과제라고 판단하는 경향이 강하다(백기훈ㆍ봉진숙ㆍ신용태, 2015). 특히 정보화 기기 조작에 대한 효능감이 높을수록 정보화 기기의 활용 수준 또한 높게 나타난다는 연구결과는 정보화 기기 사용에 대한 학습 효능감이 낮은 고령자는 정보화 기기의 활용에 소극적이고 결국 정보화 취약계층으로 남겨질 가능성을 시사한다. 

고령자의 상호작용적 특성은 디지털 해득력에 영향을 미쳐 고령자의 정보격차를 심화하는 또 다른 원인이다(이복자ㆍ명승환, 2010). 정보화 기기는 수평적인 문화와 양방향적인 상호작용 방식에 기반한다. 수직적 문화와 일방향적인 소통구조에 익숙한 고령자에게 정보화 기기의 사용은 사고하고 소통하는 방식 자체의 변화를 요구한다. 따라서 변화에 적응하기 쉽지 않은 장년기 이후에 정보화 시대의 사회적 변화를 맞은 고령자는 디지털 해득력의 제한으로 정보 취약계층으로 남기 쉽다(오주현, 2017). 이와 같이 고령자의 심리적, 경제적 특성은 디지털에 기반한 사회경제적 상호작용에 대한 고령자의 접근성을 제한하여 고령자의 사회, 경제, 정치적 취약성을 확대한다(최혜지, 2018).

고령자 정보격차의 한계

정보화 사회에서 개체 간의 상호작용은 정보화 기기에 의존하며, 정보화 정도는 사회참여 방식을 결정한다. 고령자의 사회적 교류는 대면 접촉을 매개로 한 물리적 교류를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반면, 청장년은 대면 위주의 물리적 교류와 정보화 기기를 이용한 가상적 교류 모두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최혜지, 2018). 정보화가 정치참여를 가장 잘 설명하는 변수라는 연구결과는 정보격차가 정치참여를 통해 정보격차를 초래한 불평등 구조화를 재생산하는 또 다른 위험임을 강조한다. 코로나19를 경험하면서 인터넷과 모바일 기술에 대한 고령자의 태도가 변화되었다. 고령자의 12.3%는 인터넷/모바일 기술을 사용하는 능력이 부족하면 사회에서 낙오될 것이라고 생각했으며, 9.3%는 인터넷/모바일 기술이 삶에서 더 중요해졌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 2021). 그러나 스마트폰 등 정보화 기기가 없거나 인터넷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는 고령자의 비율이 높다는 점을 고려하면 정보화에 대한 인식 변화가 고령자의 정보격차를 의미 있게 감소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무엇보다 고령자의 취약한 경제적 여건이 정보화로부터의 소외, 정보 접근성의 제한으로 발현되지 않도록 정보화 기기와 인터넷 접근을 지원하는 정책적 개입이 요구된다. 더불어 고령자의 정보격차 해소를 통해 시민 정치의 책임성 있는 행위 주체로 참여할 수 있도록 고령자를 위한 정보화 교육의 양적이고 질적인 확대가 이루어져야 한다(최혜지, 2018).


1) 1nm(나노미터)는 1m의 10억분의 1m(10-9m)에 해당하는 길이 단위이다.

참고문헌

백기훈ㆍ봉진숙ㆍ신용태(2015), “노년층의 스마트 정보격차 요인 및 해소방안에 관한 실증적 연구”, 『정보과학회논문지』, 42(10), 1207-1221쪽.

오주현(2017), “디지털 리터러시 수준에 따른 집단 유형화와 사회관계의 영향력”, 『사이버커뮤니케이션학보』, 34(2), 39-81쪽.

이동후(2010), “휴대전화 모바일 인터넷 이용과 공간경험”, 『한국방송학보』, 24(1), 113-151쪽. 

이복자ㆍ명승환(2010), “노인의 정보화인식과 인터넷활용이 사회적 네트워크 형성에 미치는 영향”, 『한국지역정보화학회지』, 13(4), 151-179쪽.

최혜지(2019), “고령자 정보화의 또 다른 위험, 정치참여의 소외”, 『비판사회정책』, 65, 169-204쪽.

______(2018), “사회적 교류 공간의 세대간 분절 그리고 소외”, 『한국사회복지조사연구』, 57, 5-27쪽.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2021), 『2020 디지털정보격차 실태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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