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22 2022-02-01   512

[기획5] 아동이 안전한 나라를 만들기 위한 약속

류정희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원

오랫동안 아동들은 정치에서 소외되어 왔다. 2020년 0.84의 합계출산율을 심각하게 우려하는 우리사회의 아동복지예산은 OECD국가들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아동이 안전하고 행복한 나라를 만들겠다는 제20대 대선후보들은 출생아 당 월 50~100만 원의 출산수당을 1~2년간 지급할 계획은 앞다투어 밝히고 있으나 지금 이 땅에서 자라나고 있는 아동들을 위한 복지예산을 확충하겠다는 계획은 드물다. 이와 같이 아동들의 사회정치적 배제에 대해 더이상 투표권이 없기 때문이라 치부하고 있을 수는 없다. 아동들은 우리의 아이들이고 우리 모두의 미래다. 미래세대인 우리 아이들이 안전하고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는 나라, 아동의 최선의 이익과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환경을 만드는 것은 투표권을 가진 오늘의 성인들이 마땅히 해야 할 일이다. 대선과정과 공약은 아동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의 수준과 아동정책의 핵심이 어디에 있는지를 파악할 수 있는 잣대가 될 수 있다. 각 후보캠프의 구체적인 종합공약이 아직 발표되지 않았으나 현재 시점에서 단편적으로 발표된 아동청소년 관련 공약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논의로 향후 대선공약을 통해 아동청소년과 관련한 보다 핵심적인 논점으로 다루어져야 할 문제와 대안을 보다 적극적으로 고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동이 행복한 나라, 아동이 안전한 나라

2015년 제1차, 2020년 제2차 아동정책기본계획이 수립되었으며, 아동정책이 나아갈 방향을 보여주는 핵심비전은 변함없이 “아동이 행복한 나라”에 있었다. 그러나 지난 10여 년간 우리나라 아동의 행복은 OECD국가를 포함하는 세계 많은 나라들과 비교했을 때 최하위권을 벗어나 본적이 없고, 왜 우리아이들은 행복하지 않은가에 대한 고민은 시대의 화두가 되었다. 아이들의 행복의 조건을 다양한 측면에서 논의할 수 있겠지만 아이들이 행복한 나라는 우선 아이들이 안전한 나라이어야 하며, 생존, 발달, 보호, 참여라는 아동의 기본적인 권리를 끊임없이 점검하고 지켜나가고자 하는 노력을 멈추지 않는 나라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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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의 안전에 대한 가장 커다란 위협은 아동학대 및 폭력이다. 지속적인 아동인구 수의 감소에도 불구하고 아동학대사례 수는 급격한 증가를 보이고 있다. 아동학대 사례 수는 2014년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제정되어 시행되었던 2014년 전년도 2013년 기준 6,796건에서 2020년 30,905건으로 4.6배 증가했다. 특히나 2020년 코로나19의 확산과 함께 아동에 대한 사회적 돌봄의 무력화되면서 가정의 양육 및 돌봄부담이 증가함에 따라 가정에서의 아동학대의 위험성은 더욱더 커져가고 있다.

이와 같이 아동안전의 위협이 높아지는 환경에서 단기적, 중장기적 아동보호정책 수립의 중요성은 더욱더 커져가고 있으나 이번 대선의 과정에서 아동이 안전하게 자라고 생활할 수 있는 나라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해법을 찾기는 어렵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2021년 양천구 아동 학대사망사건을 계기로 우리 사회는 아이들의 “죽음에서 배울 의무”를 자각했고, 이러한 의무는 대선과정에서뿐만 아니라 차기 정부에서도 핵심적인 아동정책을 통해 이행되어져야 한다.

대선 과정 제기된 아동안전ㆍ아동보호에 대한 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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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적인 공약집이 발표되지 않아서 공약비교의 한계는 존재하나 대선과정 제시되었던 아동안전 및 아동보호 공약은 크게 아동학대대응과 아동의 원가정지원방안으로 구분될 수 있다. 아동학대대응과 관련해서는 아동학대범죄에 대한 처벌강화와 아동학대대응체계의 보완과 관련한 내용이었으며, 이주민아동보호를 위한 보편적 출생등록제 도입이 추가적으로 제시된 이슈였다. 아동의 원가정에 대한 지원과 관련해서는 보편적인 임산부 및 영유아방문건강 제도의 시행, 한부모가족 등 돌봄공백에 취약한 아동 및 가족에 대한 지원강화, 분리조치된 아동의 원가정 복귀 이후 부모교육 및 치료의무화, 사후관리를 통한 모니터링의 강화 등이 주요한 내용으로 제시되었다. 제시된 공약의 키워드를 중심으로 보았을 때 아동보호체계의 인프라확충, 인력확보, 전문성 강화의 필요성에 대한 공통의 문제의식이 나타났다. 각 후보별로는 이재명 후보의 경우 아동학대 범죄에 대한 강력한 처벌강화에 대한 강조와 이를 위한 대안이 구체적으로 제시된 점, 윤석열 후보의 경우 아동과 청소년으로 분리된 보호체계의 문제인식을 기초로 청소년을 포괄하는 아동학대 예방체계의 확장안이 제시된 점, 심상정 후보의 경우 보편적 출생등록제 도입, 양육과 육아에 어려움이 큰 한부모가족에 대한 지원강화, 예방적인 영유아 가정방문제도 시행이 제시된 점, 안철수 후보는 아동보호 사례관리 업무의 공공성 및 전문성 강화방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한 점이 특징적이었다. 

그러나 지금까지 제안된 대선후보의 아동안전 및 보호에 대한 공약은 아동보호체계의 사후대응 중심의 특정 이슈에 제약되어 있다는 점에서 파편적이며 보다 총체적이며 통합적인 그림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아동과 청소년, 가족으로 분절화된 아동청소년 보호체계의 통합성과 연계성을 어떻게 강화해나갈지에 대한 모색도 보다 본격화되어 논의될 필요가 있다. 또한, 아동보호인프라 부족, 인력의 규모, 전문성부재 등 현재 아동보호체계의 당면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아동보호예산의 대폭적 확충이 무엇보다 필요하지만 아동정책 예산확충에 대한 문제제기를 한 후보는 일부에 그치고 있다. 이는 대선과정뿐만 아니라 차기정부의 국정과제 수립 과정에서 보다 구체적으로 고민하고 대안을 마련해 나가야 할 이슈일 것이다.

아동보호를 위한 약속의 구체화를 위한 몇가지 제언

1) 아동보호체계 내실화를 위한 예산과 인력의 확충방안 마련

2015년 대비 아동학대발생건수는 164% 증가했으나 아동학대 및 아동보호예산은 18% 증가하는 수준에 머무르고 있으며 피해아동 1명당 예산은 2015년 12.9만 원에서 202년 6.3만 원으로 절반 이상으로 감소한 상황이다(세이브더칠드런, 2021). 2021년 그동안 법무부의 범죄피해자기금 및 기재부의 복권기금으로 나누어져 관리되어 왔던 아동보호예산이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 일반회계로 일원화되었으나 이것이 자동적인 아동보호예산의 확대를 의미하지 않는다. 여전히 공공아동보호체계 및 민간위탁되어 운영되는 아동보호체계 전반의 인력부족 및 예산의 절대적 부족문제는 해소되지 않고 있다. 그간 정부의 수차례에 걸친 아동학대대책 발표에서도 그 핵심이 되어야 할 인프라와 인력의 확충을 위한 예산확보방안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은 제시되지 않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자체의 여건과 사정에 따라 아동보호인프라와 자원의 편차는 더욱더 커지고 있다. 이에, 아동보호체계를 구성하는 핵심부문(시군구 아동보호팀, 학대피해아동쉼터, 아동보호전문기관, 아동양육시설 및 그룹홈, 가정위탁 등의 가정외양육기관) 전반에 걸쳐 적정 규모 인력과 예산 수준 확충계획 제시가 필요하다.

2) 예방적 아동보호체계의 기능 강화: 보편적 영유아가정방문 제도의 확대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아동보호체계는 이미 발생한 아동학대사건에 대한 사후적인 대응중심으로 이루어져왔으나 학대위기는 모든 아동이 경험할 수 있는 보편적인 위기로 아동학대에 대한 보편적인 사전예방체계를 강화하는 것이 시급하다. 이를 위해서는 가정 외의 보육기관과 돌봄기관에 노출되기 어려운 영유아의 가정에 대한 가정방문제도의 보편적 실시가 제도화되어야 한다. 2020년부터 임산부ㆍ만 2세 미만의 영아가정을 대상으로 방문상담과 건강관리 등을 지원하는 ‘생애초기 건강관리’ 시범사업이 추진되어 오고 있으며, 보건소에 등록하여 서비스를 신청한 사람에 대한 건강상담 및 사례관리를 제공하는 신청주의를 원칙으로 기반으로 운영되고 있다. 향후 신청 여부와 상관없이 건강보험 임신출산 진료비 지원을 받는 모든 임산부와 영아에 대한 정기적인 가정방문 및 건강관리사업을 실시하는 보편주의적 가정방문프로그램으로 확대하여 실시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이러한 시스템을 토대로 향후 취약한 경제적 위기 및 사회적 고립상황에 놓인 영유아 부모 및 가정에 대한 욕구별 지원과 사례관리서비스 체계를 추가적으로 구축할 수 있다. 

3) 학대행위자의 원가정 분리를 통한 아동의 원가정 보호 강화방안 마련 

2021년 즉각분리제도의 시행과 함께 학대피해아동의 원가정으로부터의 분리조치가 늘어나고 있으며 원가정과 분리보호되는 아동의 분리불안 문제, 시설적응의 문제, 일시보호시설의 확충에 대한 우려와 문제제기가 높아지고 있다. 아동의 원가정분리에 대해 학대피해자인 아동을 가족과 학교, 동네 등 원래의 생활환경으로부터 분리하는 방식의 보호가 아닌 학대행위자를 가정으로부터 분리하는 방식으로 아동을 보호하는 것으로 전환하고 이를 위한 법제의 정비가 필요하다. 현행 아동학대처벌법은 학대행위자에 대한 보호처분의 하나로 법무부장관이 정하는 보호시설에의 감호위탁을 규정하고 있다(전안나, 2021). 감호위탁기관에 위탁된 학대행위자는 기존의 직장생활 유지가 가능하고, 집중적인 교육ㆍ상담뿐 아니라 해당기관에서 제공하는 복지적 혜택도 받을 수 있으며, 아동은 다른 가족과 분리되지 않고 원가정 내에서 학교생활 등의 일상생활을 지속할 수 있다는 이점을 가진다 (전안나, 2021). 이러한 제도의 활용성을 높이기 위해 임시조치 시점에서 활용될 필요성이 있으며 2021년 12월 아동학대처벌 특례법 개정안으로 감호위탁제도를 임시조치에 추가하는 법안이 발의된 상태이다. 이러한 감호위탁제도가 임시조치과정에서 활용된다면 현재 일시보호시설 분리 와 장기적인 아동분리 관행을 줄이고 아동의 원가정보호를 강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적극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4) 위기아동청소년 보호를 위한 공공사례관리 통합체계 구축

2019년 포용국가아동정책의 추진과 2020년 10월 시군구 아동보호팀의 신설을 통한 아동보호체계의 공공화작업은 아동보호의 국가책임성을 담보하고 강화한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변화임에 분명하다. 그러나 아동보호의 공공화 초기단계에서 다양한 시행착오와 우려가 병존하고 있는 상황이며 현단계 심각한 문제는 아동보호서비스 공공사례관리 체계의 불연속성과 단절, 이로 인한 사각지대의 발생이다. 아동보호서비스 제공의 분절성의 최대 피해자는 아동이다. 각각 자신의 업무영역으로 규정된 칸막이 안에서 해당업무에 분절된 매뉴얼, 서로 상치되는 매뉴얼을 가지고 수혜자격을 가진 대상을 한정하게 된다. 이러한 과정에서 보호를 필요로 하는 아동과 가족은 자신들에게 적합한 보호서비스를 찾아 떠돌아야 한다. 그 결과, 마땅히 보호받아야 할 아동의 생존권과 보호권, 발달권과 참여권이 제대로 보장되지 못하고 있다.

현재 보호아동의 공공사례관리체계에서 가장 큰 구조적인 공백은 중저위기 아동을 보호하는 드림스타트의 공공사례관리 지원대상 제한에 따라 발생하고 있다. 드림스타트의 연령과 소득수준 기준에 따라 드림스타트의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아동은 만 12세 이하의 취약계층 아동으로, 취약계층 아동은 기초생활 수급 가구 및 차상위계층의 아동을 의미한다. 시군구 드림스타트는 읍면동 아동담당 공무원(복지행정 또는 찾아가는 보건복지팀)으로부터 지원이 필요한 위기아동의 사례를 연계 받도록 되어 있으며, 아동보호팀(학대 및 보호)의 보호아동 사례종료 후 사후관리를 위해 사례를 연계받게 된다. 드림스타트를 제외한 모든 아동보호의 단계에서 대상연령은 만 18세 미만으로 규정되는 바, 드림스타트 대상아동 연령 중 만 13-17세에 해당하는 아동의 중저위기 발견시 지원 및 사후관리의 공백이 존재한다. 이와 관련하여 희망복지지원단 또는 지자체 청소년안전망과의 연계가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으나, 현장에서 이러한 대안은 제대로 작동하고 있지 않다. 따라서, 중저위기 아동을 대상으로 하는 드림스타트의 공공사례관리 기능은 사회적 보호를 필요로 하는 모든 연령의 아동을 대상으로 하는 것으로 전면적 재구조화가 필요하며, 시군구 아동보호팀과의 연계통합을 기초로 다양한 아동위기 상황의 연속선상에서 모니터링하고 총괄조정하는 공공사례관리 컨트롤타워가 강화되어야 할 것이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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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상정 “이재명ㆍ윤석열뿐인 토론은 다수의 횡포”… 양당 빈틈 노린다, 홍인택 기자, <한국일보>, 2022년 1월 15일자.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20125144700014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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