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22 2022-02-01   371

[기획2] 대선에서 부수적으로 다뤄지는 의료공공성

정형준 녹색병원 재활의학과장

들어가며

코로나19 대유행은 아직도 진행형이고, 언제 끝이 날지, 언제 풍토병 수준에서 관리 가능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백신으로 코로나 바이러스를 관리 가능할 것이란 1년 전 기대는 사실상 이제 물거품이 되었다. 변이 바이러스는 델타 변이에 이르러 3차 접종에 해당되는 부스터샷을 필수접종화했고, 이제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는 오미크론 변이는 기존 백신이 거의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게 정설이다. 여기에 변이바이러스가 낮은 독성을 유지하거나 치명률이 떨어진다 할지라도 높은 전염력을 배경으로 더 많은 위중증 환자를 발생시킬 위험성이 경고된다. 무엇보다 전염력이 높다면 의료진 감염을 비롯한 사회필수인력들의 멈춤이 강제된다. 이렇게 되면 제아무리 치명률이 떨어지고, 증상이 가벼워진다 해도 사회적 충격은 여전히 클 수밖에 없다.

따라서 현 시기 코로나19 위기는 여전히 새로운 모습으로 진행하고 있고, 이를 대비하는 것은 우리사회의 제1과제라고 할 수 있다. 보건위기에 대한 명확한 대응체계 구축과 지속가능성을 고민하지 않는다면, 여타 사회정책과 경제정책, 외교정책이 현 시기에는 사상누각이 된다. 시민들의 생명과 건강, 필수 사회체계의 유지와 같은 중대 과제의 전제조건인 보건위기대응 능력은 이런 점에서 한 국가의 능력과 존재 이유를 평가하는 잣대와도 같다. 이런 측면에서 다가오는 대통령선거에서 가장 중요한 과제는 어떻게 코로나19 대유행에 대응하고 이를 극복할지에 대한 전망과 대안을 제시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리고 보건위기 대응체계 전반에서 개선해야 할 부분과 그간 유용했던 부분은 어떻게 유지하고 보완해 지속 가능하게 할지도 꼼꼼히 재논의해야 한다.

하지만 현재 대통령선거를 불과 두 달도 안 남긴 상황에서도 주요 정책논의는 전반적으로 매우 부족하고 특히 코로나19 보건의료 대응체계와 관련해서는 제대로 된 논의 자체가 없다. 그나마 논의되고 있는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한 저소득 취약계층과 영세자영업자의 경제적 타격 문제도 중대하지만, 이도 결국 코로나 대유행으로 인한 결과일 뿐이다. 코로나 유행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 계속될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한 수많은 문제는 사실상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보건문제 해결의 단초가 마련되지 않는다면 그냥 속수무책으로 시간만 낭비하고 끌려다닐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이런 점에서 보건위기 대응 정책은 현재 수준의 한국의 코로나 대응 보건체계의 유효성을 살펴보고, 그 문제점과 보완책에 기대어 논의되어야 한다. 특히 대통령선거를 앞둔 주요 공약 발표 및 논쟁에서 이러한 보건위기 대응체계 관련 정책은 거의 가장 우선되는 과제로 논의가 되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다른 사회정책보다도 어쩌면 더 부차적이고, 피상적으로 현재의 보건정책이 다뤄지고 있다. 따라서 본 고에서는 현재(2022년 1월 20일)까지 20대 대통령선거에서 다뤄지고 있는 보건정책 전반과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공공의료정책에 대한 평가와 전망을 정리한다.

코로나 위기의 본질

코로나 위기의 본질에 대한 논의는 여전히 매우 중요하다. 맥락적 이해라는 측면 외에도 코로나19를 극복하더라도 또 다른 신종감염병이 창궐해 지금보다 더한 전 사회적 충격을 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본질과 원인에 대한 파악을 통해 코로나19와 같은 신종감염질환을 예방하는 것이 최선의 대응책임이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현재 코로나19의 원인은 다양하게 제기되고 있으나 요약하면 다음의 문제들로 인한 것으로 정리된다.

첫째는 무분별한 산업화로 인해 급증하던 인수공통 감염병의 발생 중 하나였다. 산업화된 영농법은 그간 생태학적 균형을 깨뜨리는 개간사업을 일삼았고, 야생생물의 생태를 파괴하며 인간과 기이한 방식으로 접촉면을 넓혔다. 이는 결국 신종감염병이 하나에 지나지 않고 다음에 더 위험한 감염질환이 창궐할 가능성이 있다는 걸 시사하는 측면이기도 하다. 실제로 1998년 조류독감, 2002년 사스, 2009년 신종플루, 2015년 메르스처럼 이미 수차례 신종 인수공통 감염병의 대유행 가능성은 경고되어 왔다. 

두 번째는 이런 상황이 여러 번 경고되었음에도, 자본주의 동학 특히 시장 중심의 체계에서 경고는 무시되었다. 대표적으로 수익성이 없는 백신 및 치료제 등에 대해서는 주요 선진국에서 대비체계를 갖추지 않았다. 또한 대규모 농지 개간, 공장식 축산업, 원거리 식품 운송, 밀림 파괴 등도 시장주의적 개발방식하에서 무차별로 이뤄졌는데, 이를 제한할 방법은 그간 없었다. 

셋째는 신자유주의하의 불평등 악화 및 사회안전망 해체 문제였다. 코로나19 시기 유럽의 의료붕괴는 노령층을 선진국에서 포기하는 반인도주의적 처사까지 보여줬다. 이는 수익성이 없는 필수 사회서비스 분야 전반에 대한 축소로 인한 결과였다. 유럽국가들은 지난 20년간 보건의료예산의 축소로 대응능력이 저하되었다. 부패한 복지 국가와 부자만 섬기는 정부가 코로나 바이러스를 위한 완벽한 조건을 만들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넷째는 세계화 및 글로벌 가치사슬로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일국에서의 방역은 사실상 불가능해 그 결과 경제적 타격도 매우 깊고 오래 나타나게 되었다는 점이다. 이미 전 세계적 공급 사슬 구조에서는 필수재와 주요 산업생산품의 생산이 멈춤과 완화를 반복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반도체 부족으로 차량생산이 저하되고, 필수의료제품도 부품이 없어 생산이 뒤처지면서 보건대응도 더디게 되는 과정이 이런 문제의 예시다. 또한 변이바이러스가 대유행 지역에서 만들어지는 과정을 볼 때 국제적 연대와 세계적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점도 계속 드러나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코로나 위기 대응은 주요 선진국에서 무분별한 산업 생산과 생태파괴에 대한 경고와 더불어 향후 인류 절멸을 불러올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문제까지 결합되어 ‘기후위기 대응과 지속가능한 성장’이란 중요한 과제를 중앙정치에 복원시켰다. 코로나 시기 유럽을 비롯한 주요 선진국에서 가장 크게 다뤄지고 있는 논쟁점은 기후위기와 생태적 발전에 대한 논의다. 그리고 지속 가능한 공적 사회서비스체계의 확대다. 그렇다면 한국의 대통령선거는 어떠한가? 여전히 경제발전을 위한 차세대 먹거리 산업, 발전주의적 성장정책의 산물인 경제성장률 목표치 제시 등만 난무하지 않는가? 본고의 주된 논의점은 아니지만, 이것만 보더라도 한국의 20대 대선은 미래전망이 아니라, 여전히 코로나 위기 원인을 답습하는 수준의 퇴행적 정책논의만 되고 있다.

또한 보건위기 측면에서도 주요 보건 대응자원의 국유화 혹은 큰 폭의 확대를 중심에 놓고 있는 유럽 국가들의 지난 2년간 행보에 비추어, 한국은 방역 성공에 기대어 보건체계를 개편하거나, 큰 폭의 치료 대응자원을 마련하지 않았다. 앞으로 논의하겠지만, 자원대응 자체를 미온적으로 했기 때문에 이번 대통령선거에서는 보건자원 확충 문제가 주된 쟁점으로 다뤄져야겠지만, 여전히 코로나 대응을 위한 보건체계 구축은 대선 논쟁에서 논외에 있다.

끝으로 신자유주의적 사회정책 철회, 세계적 생산 사슬 체계에 대한 대비, 국제적 보건연대 방안 논의도 전혀 없다. 거꾸로 유력 야당 후보인 윤석열은 사회복지, 보건의료 전반을 시장에 더 맡기는 방식의 민간주도 및 경쟁 격화를 계속 주장한다.1)코로나 위기 시절에 또 다른 퇴행정치라 할 만하다. 필수산업 생산 부분에 대한 국내생산 강화 이야기도 요원하다. 시장주의 정책과 일맥상통하는 ‘작은정부론’2)까지 윤석열은 주장한다. 여기서 부동산보유세 인하를 포함하는 부자감세안까지 나온다는 점에서 윤석열의 정책방향은 명확히 코로나19 위기의 원인을 조장하는 정책방향이다. 특히 부자감세정책은 여당 후보도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는 점도 문제다.

한국형 방역과 그 한계

한국은 코로나 초기 대구, 경북의 대규모 클러스터가 있었음에도 방역 성공으로 이를 잘 막아냈다. 2020년도 전체를 볼 때 한국은 인구대비 가장 낮은 수준의 확진자가 발생한 국가다. 5,000만 명 이상의 인구밀도가 높은 도시지역을 가진 산업국가 중 한국의 방역 성적은 2022년 1월까지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는 K-방역으로 불리며, 해외언론에서는 3T(Test, Trace, Treat)(검사, 추적, 치료) 성공으로 선전되었다.3) 물론 이런 선전의 이면은 감시체계와 개인 책임의 강화였다. 

우리사회는 코로나19라는 심각한 파국에 대응한다는 명분 속에서 개인정보 문제에 대해서는 깊이 있는 분석과 대응을 하고 있지 않다. 우선 정보통신(IT) 감시체계와 개인정보를 종합해서 접촉자를 찾아내 선제적으로 격리시키는 방법은 신종 감염병 확산을 저지하는 데는 매우 효과적인 수단이었으나, 개인정보가 아무렇지 않게 유통되고, 사회적 필요를 위해서는 이를 침해할 수 있는 기반이 되었다. 이를 기회로 ‘마이데이터’니 ‘개인건강정보 집적화’ 같은 사업 등이 나타나는 산업화 방향성도 노골적으로 드러났다.

이러한 방역 성공은 거꾸로 의료대응자원을 마련하지 않는 빌미가 되었다. 2020년 12월에 발생한 ‘3차 유행’의 경우를 보면 며칠 만에 병상이 부족해 2020년 12월 17일 수도권에서만 대기환자가 595명에 달했다. 이 때문에 2020년 10월 말까지의 누적사망자는 464명이었으나, 2021년 1월 24일에는 1,349명에 육박하는 사망자 급증을 경험했다. 결과적으로 3차 유행시기 코로나19 사망자 생존기간은 2020년 2월 22.2일에서 2020년 8월 17.7일로 떨어졌고 2020년 12월 28일에는 14일로 떨어졌다. 확진 후 사망자 생존기간이 줄었다는 것은 제대로 치료받지 못했다는 것을 방증한다. 이외에도 2020년 12월 28일에 이르면 코로나19 확진자 사망발생 장소도 집단감염발생기관이 28%까지 증가한다.4) 때문에 코호트 격리된 요양병원장은 ‘일본 유람선처럼 갇혀서 죽어가고 있는 요양병원 환자를 구출해 주세요’란 국민청원까지 올리면서 여론의 반향을 일으켰다.

이런 과정에서도 백신 접종에 기대어 중환자 발생률과 의료부하를 줄이는 전략이 지속되었다. 한동안 백신 접종으로 발병률이 떨어졌지만, 2021년 11월부터 시작된 단계적 일상회복 전략은 아무런 의료대응 준비 없이 막연한 낙관에서 진행되었다. 11월 중순부터 위중증병상이 포화되기 시작했고, 11월 말이 되었을 때는 병상대기자가 1,000명 넘게 발생하기도 했다. 12월이 되어서는 병상대기자가 폭증하였다.5) 일일 사망자가 연일 최고치를 경신했다. 그런데도 여전히 민간병상의 전면동원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여전히 남아 있는 공공병상을 비워 이를 이용하는 방향성을 중심에 놓고 벌어졌다.6)

즉, 코로나 2년을 거치면서 기존 공공병원의 진료 기능을 코로나 확진자 진료로 돌린 것 외에 실제 이루어진 치료대응 확충은 거의 없었다. 위중증환자 대응은 그나마 인력과 숙련도가 유지되는 상급종합병원 중환자실을 동원했으나, 이조차 중환자병실을 민간대형병원에서 획기적으로 늘리면서 이루어지지 않고, 중환자병실을 쪼개서 코로나 대응에 사용하는 돌려막기식 대책의 성격이 강했다. 

물론 그럼에도 아직 한국사회가 이러한 보건의료체계 전반의 문제가 심각하게 체감되지 않는 이유는 시민 개개인의 적극적 참여와 감시체계를 가지고 환자 발생 자체를 차단하는 데 상대적으로 성공했기 때문이다. 즉, 한국형 코로나 대응은 방역 성공으로 치료대응 실패를 위장한다. 따라서 환자 발생을 줄이고 있다는 자신감이 환자치료에 대한 근거 없는 자신감으로 계속 포장된 결과는 보건의료노동자의 번아웃, 그리고 향후 제2, 제3의 신종감염병에 대한 대응능력 저하일 것이다. 물론 이는 가장 시장화된 형태로 정보인권을 무시한 비용효과적인 감시체계를 덧붙여, 공적 투자는 최소화하고 노동자들과 서민들을 갈아 넣는 코로나대응체계라고 할 수 있으며, 보건의료인력을 비롯한 노동자들은 산업예비군으로 갈리는 체계였다고 정의할 수 있다.

공공병원 독박체계와 공공의료 외면

현재도 코로나19 확진자의 대부분을 사실 공공병상에서 치료 중인데, 전체의 10% 수준인 공공병상에서 대부분의 코로나 환자를 보는 데에는 자원동원의 한계 문제가 있을 수밖에 없다. 2020년 초 대구경북지역의 상황에서도 민간자원을 조달하려 했으나, 민간병상에는 이미 진료해야 할 환자들이 있다는 점, 그리고 민간병원이 공적 동원에 미온적이라는 점, 그리고 끝으로는 이를 동원할 법적 근거와 이후의 보상체계 등이 문제가 되어 쉽지 않았다. 초기 대구경북지역의 경우 운이 좋게도 계명대학교 병원이 새로운 병원을 건립하여 기존환자 병상을 옮길 수 있어 구 병원인 동산병원을 내놓은 바 있으나, 이런 요행수가 항상 작동할 수는 없었다.

병상뿐 아니라, 인력 부족도 심각했다. 대구경북지역의 환자 발생 시 이를 처치하고 치료할 의료진이 부족하여 예비 간호장교, 공중보건의, 군의관 및 자원봉사자까지 총동원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특히 코로나19 중환자 진료를 하기 위한 숙련 간호사의 수가 턱없이 부족하여, 주요 장비를 제대로 운용할 수 없었다고 한다. 여기에 주요 장비(에크모)를 자원한 의사가 자신의 인맥으로 동원했다는 보도도 나왔다.7) 앞서 밝혔듯이 2차, 3차 유행이 벌어질 때도 뒤늦게 병상동원을 하려 하거나, 민간병원 동원을 차일피일 미루다 요양시설이나 집에서 환자가 방치되고 사망자가 속출해야 상급종합병원 동원령이 떨어졌다.8) 문제는 2020년 12월 병상 동원령 이후도 공공병상 확보나 인력확충계획, 병상당 인력기준 등에 대해서는 획기적 자원투입이 없었다는 점이다. 2021년도 공공병상 증설예산은 초기에 ‘0’원이었고, 이는 2022년에도 마찬가지다.9)

2020년만 봐도 민간의료기관 손실보상금은 7,200억 원에 다다르는데, 코로나 환자를 돌본 대부분의 지역 공공병원 시설비로는 174억 원만 증가했다. 더 큰 문제는 병상보다도 인력에 대한 기준이나 대책이 없다는 점이다. 코로나19를 겪은지 1년 반이 넘은 2021년 8월 병상 동원 명령에도 인력충원안은 없었다. 이 때문에 “상급종합병원으로서 코로나19 치료병상을 운영하고 있으며, 이번 행정명령으로 추가 병상을 확보하기 위한 시설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병상 확보는 가능하지만 코로나19 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의료인력들이 한계에 도달하고 있다.”10)는 발언이 일선 병원장에게서 나오는 상황이었다. 

이미 주요 선진국이 자국의 보건의료체계에 대한 자만으로 의료붕괴를 겪었던 전철을 볼 때 우리도 공공의료 독박체계, 공공의료 외면으로 치료대응 문제를 해결한 예외국가가 될 수는 없다. 영국, 독일, 스페인, 이탈리아 등에서는 중환자 병상 증설, 의료인 충원 교육 등을 위해 막대한 자금을 붓고 있다. 영국 보수당 보리스 존슨 총리조차 영국 보건체계 확충을 위해 증세를 시행했다. 스웨덴은 항공승무원을 간호사로 전환 교육해 의료현장에 투입했다. 스페인은 민간병원을 한시적으로 국유화해 현 상황에 대응한다.

결국 지금 중요한 것은 많게는 만 명 이상 수준의 확진자를 치료할 수 있는 체계뿐 아니라 코로나 진료 외의 진료공백까지 최소화할 대책까지도 시급히 마련하는 일이다. 코로나 진료 때문에 공공병원에서 밀려난 희귀질환자, 저소득층의 건강문제는 조사조차 되고 있지 못한다. 이미 병원방역을 목적으로 치료를 제때 받지 못해 코로나 초기에 사망한 경우11)도 있었고, 응급실 포화로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한 사람들이 시시때때로 언론에 보도된다. 따라서 공공의료 확대는 단순한 정책구호가 아니라, 코로나 보건위기를 막을 수 있는 최소한의 조치다. 그리고 의료인력 확대는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기 위한 기본권과 밀접한 연관관계가 있다. 의료인력이 단순한 비용만은 아니다.

주요 후보의 공공의료정책과 대안

앞서 살펴봤듯이 국민의 힘 윤석열 후보의 정책은 ‘작은정부, 감세, 민간 주도, 경쟁 강화’와 같은 키워드로 정리된다. 이는 코로나19의 원인을 가중시키는 것일 뿐 아니라, 코로나19 시기 시장자유주의의 문제점을 해결하고자 하는 세계적 추세에도 역행한다. 따라서 윤 후보가 적절한 공적의료체계와 관련된 정책이나 전망을 내지 않을 것이란 점은 불 보듯 뻔하지만, 코로나 대응과 관련된 그의 정책을 몇 가지 살펴보면, 우선 2022년 1월 10일에 발표한 ‘필수의료 국가책임제’가 있다. 이 정책은 이름은 ‘국가책임제’로 보건의료공급에 대한 국가책임을 강조하는 것으로 묘사되지만, 실제 내용은 민간의료기관에 돈(‘공공정책수가’)을 줘 공공의료사업을 하게 만든다는 계획이다.

정리하면 윤석열 후보의 공약의 본질은 ‘국가책임제’가 아니라 ‘시장위탁’이다. 특히 “음압병실, 중환자실, 응급실 설치와 운영에 필요한 인건비, 교육훈련비를 사용량에 상관없이 공공정책 수가로 지급할 것”이라고 밝힌 부분은 기존의 건강보험제도하에서 행위에 따른 보상체계로 ‘수가’를 지급하는 방식을 일종의 정책수가로 운영비용까지 보존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는 민간병원이 그간 주장한 공공의료사업을 위탁할 때 비용을 공적으로 보전받겠다는 논리의 재탕이다. 결국 국가가 직접, 음압병실, 중환자실, 응급실을 운영하고 직접 의료인력을 고용해 훈련, 양성, 배치하면 될 문제를 굳이 ‘공공정책수가’로 민간에 공급하는 이유는 민간병원의 이해관계를 철저히 반영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결국 이런 식으로 ‘국가’를 거론하는 방식은 사실상 말장난으로 ‘국가’를 언급하고, 본질에서는 공공공급계획을 포기한다는 뜻이다. 공공의료란 기본적으로 공중보건영역을 제외하고 치료영역에서만 보더라도 공공이 사회적 필요에 따라 공급하는 의료인데, 공공의료 공급을 보조하는 수준의 민간보완도 아니고, 그냥 민간에 공공의료 업무를 위탁하는 시도만 있다면 이는 기만이고, ‘국가’의 역할을 시장활성화에만 둔다고 해석해도 무방하다. 즉, 윤석열 후보에게 최소한 의미 있는 공공의료정책과 공공의료공약은 없다고 본다면, 코로나19 시기에 보건영역에서조차 민간영역에 대한 눈치 보기와 몰아주기를 강조한다는 점에서 매우 심각한 시장주의적 편향을 노골적으로 보여준다고 평가해야 마땅하다.

특히 공공의료 확대에 대해 대선 유권자 시민사회노동단체 연대체인 ‘불평등끝장넷’의 질의에 대해서도 윤석열 후보만이 무응답으로 일관했다. 여타 유력후보들(이재명, 심상정, 안철수)은 부분적으로든 공공의료 확대에 찬성했다. 아마 여타정책도 마찬가지지만, 반대할 경우 공공의료를 반대했다는 비난을 받을 것이고, 찬성할 경우 민간의료공급으로부터 지지철회를 받을 것으로 우려한 기회주의적 행보로 판단된다.

반면 여당 후보인 이재명은 후보가 직접 공공의료기관을 70여 개 권역별로 신증축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세부적으로는 아쉬운 측면이 있으나, 코로나 위기 시기에 공공의료기관을 대폭 확충하겠다는 공약은 당연한 귀결이다. 또한 보건의료 인력도 지역할당, 공공의과대학 등을 설립해 충원하겠다고 밝혔다. 코로나 시기인 2020년 8월 문재인 정부가 발표한 의사인력 확충안, 특히 공공의대는 대한의사협회로 대표되는 의료직능단체의 반발로 철회된 상태다. 선거를 앞두고라도 공익을 위해서 의사인력 확충에 대한 의지를 표명한 것도 당연한 결론이다. 다만 당연한 주장이 토론과 논쟁의 중심에 놓이면서 구체적인 실현 가능한 정책으로 담금질되는 과정은 없다. 이는 앞서 밝혔듯이 현 시기 보건위기에 대한 담론이 공공성 확대가 아니라 부차적이고 피상적인 논의에 집중되고 있고, 유력 야당후보를 중심으로 시장주의자들이 집결한 데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공공의료 확대 정책, 공공의료 거버넌스의 확대, 공공의료 컨트롤타워의 설립 등의 즉각적으로 적용해야 하는 정책들도 매우 중요하지만, 이번 대선에서는 코로나19 보건위기 대응과 해결이라는 과제 측면에서 명확한 ‘공공성 확대’와 시장지상주의 철회, 즉 시장실패에 대한 명확한 전망이 공유되는 게 중요해 보인다. 이런 전망 속에서야 ‘탈모약 건강보험급여화’, 실손의료보험 청구 간소화 같은 정책의 유불리가 평가 가능하다. 민간의료공급을 좌시하고, 돈벌이 의료를 수익성 높고 효율성 높은 의료로 둔갑시킨다면, 어떠한 정책도 코로나 위기를 재난자본주의로 여기고 투기대상으로 대응한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닐 것이다.

결국 변이 바이러스를 만들고 있는 백신국수주의, 의약품 특허권 옹호 등에 대한 입장, 코로나 의료 대응을 위한 공공의료 확대와 인력확대 방안, 감염병 확대를 막고 안전한 돌봄이 가능한 병원을 만드는 간병국가책임 등등의 기반은 의료공공성 확대라는 시대적 가치에 연동된다. 그리고 그 기반은 보건의료 부분의 시장중심주의를 걷어내는 것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1) “(사회복지는) 근본적으론 시장경제로 갈 수 없는 것이기 때문에 사회복지서비스로 제공되는 것이지만, 그 안에서도 적절히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한 정도의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사고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윤석열, 사회복지사들 만나 “민간화ㆍ경쟁 필요… 코딩 공부해야”>, 오마이뉴스, 2022년 1월 18일.

2) “저는 하는 일에 비해서는 작은 정부, 효율적 정부를 지향한다.”, <윤석열 “작은정부 지향ㆍ靑축소… 2%-98% 갈라치기 종부세 완화”>, 관훈클럽 초청토론회, 연합뉴스, 2021년 12월 14일.

3) <Coronavirus in South Korea: How ‘trace, test and treat’ may be saving lives>, BBC News, 2020. 12. March.

4) <“지금은 확진자보다 병상을 찾아야 할 때”>, 시사인, 2021년 1월 8일.

5) <병상 대기자 1258명… 코로나 병상 있어도, 의료 인력이 없다>, 한겨레신문, 2021년 12월 10일.

6) <민간병원 놔두고 공공병원 쥐어짜기…취약층 ‘우린 어떡하라고’>, 한겨레신문, 2021년 12월 22일.

7) <“컨트롤타워 구축해 의료자원 동원해야”>, 시사인, 2020년 4월 28일.

8) <정부, 중환자병상 확보 첫 행정명령…현장선 ‘과한 주문’ 불만도>, YTN, 2020년 12월 19일.

9) <‘공공의료 강화’ 말로만… 내년 공공병원 신축 예산 ‘0원’>, 서울신문, 2021년 9월 1일.

10) <코로나19 대비 병상 확보보다 인력 확보가 더 시급>, 메디컬옵져버, 2021년 9월 8일.

11) 2020년 3월 17세 정유업 군은 고열이었음에도 코로나19 검사 결과가 나오지 않아 병원 입원을 거부당했고, 골든타임을 놓쳐 급성폐렴으로 사망했다. <경산중앙병원 “코로나일까봐 입원 못시켜… 17세 사망 애통”>, 중앙일보, 2020년 3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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