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22 2022-08-01   3190

[기획2] 복지확대를 위한 증세방안

김진영 건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사회복지 지출 확대의 필요성

사회복지는 한 국가의 재정 규모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다. 한 나라가 복지제도를 어떻게 가져가느냐에 따라 그 나라 국민의 조세 부담도 결정된다고 볼 수도 있다. 아래의 [그림 2-1]은 OECD 국가의 사회복지지출과 국민부담률 사이의 관계를 보여준다. 국민부담률이란 조세와 사회보장기여금이 전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의미하는데, 그림에서 보듯이 복지지출 비중이 큰 나라가 국민부담률도 큰 경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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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 [그림 2-1]에서 또 하나 주목할만한 점은 한국의 위치다. 우선, 잘 알려진 바와 같이 한국은 OECD 국가 중에서 사회복지 지출이 멕시코 다음으로 낮은 나라이다. 또 하나, 그보다는 덜 알려진 사실도 있는데, 한국의 위치가 사회복지지출과 국민부담률 사이의 관계를 보여주는 추세선 위에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한국은 다른 선진국에 비해 국민부담률이 낮기는 하지만 사회복지지출을 적게 한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현재의 국민부담률은 다른 나라에 비해 낮다고 보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이러한 현상이 발생하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한국이 다른 선진국에 비해 고령화가 덜 진행된 데에 있다. 전체 인구 중 65세 이상인 인구의 비중이 고령화율이라고 하는데 아래 그림에서 보듯이 OECD 회원국 중에서 한국보다 고령화가 덜 진행된 나라는 많지 않다. 고령화가 다른 나라에 비해 아직은 덜 진행되었기 때문에 현재의 복지지출이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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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으로 고령화와 복지지출 사이의 관계에는 예외가 없다. 한 시점에서 나라 사이의 관계를 보아도 그렇고, 한국의 고령화와 복지지출 사이의 관계를 보아도 그렇다. 고령인구와 복지지출 사이에는 거의 일대일의 관계가 있다. 아래의 [그림 2-3], [그림 2-4]는 OECD 국가의 고령인구 비중과 복지지출 사이의 관계, 그리고 2000년 이후 한국의 고령인구와 복지지출 사이의 관계를 보여주는데 둘 사이의 뚜렷한 관계를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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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2-5]를 보자. 한국 자료를 이용해서 연도별로 고령화율과 복지지출 비중을 한 그림으로 표현해 거의 수평인 두 개의 선을 볼 수 있다. 미래의 복지지출은 정책적 선택사항이기 때문에 얼마나 될지는 모르지만, 미래의 고령인구 비중은 비교적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20년대 이후 고령화 속도는 가속화된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명확하다. 미래의 복지지출은 증가할 수밖에 없고, 따라서 복지지출을 뒷받침하기 위한 재원을 확보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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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고령화만이 복지지출을 결정하는 요인은 아니다. 고령화라는 문제와 함께 장래 복지제도에서 고려해야 할 중요한 요소는 노동과 복지 사이에 걸친 영역이라고 할 수 있다. 미래에는 노동과 복지 양쪽의 경계가 불분명해지면서 둘 사이의 모호한 영역이 넓어지고 노동과 복지 사이를 오가는 사람들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추가적인 복지지출 수요가 발생시킬 경제-사회구조가 형성되고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그런데, 재원이 없이는 우리에게 필요한 사회복지제도를 만들어 갈 수 없다. 피하려고 해도 증세는 불가피하다.

증세의 원칙과 순서, 방향과 방안

증세가 불가피하다면 합리적인 원칙 아래서 이루어져야 한다. 가장 중요한 원칙은 능력에 따른 부담이다. 더 능력 있는 사람이 더 많은 세금을 내야 한다는 것은 어려운 원칙이 아니고 단순한 상식의 확인이다. 또한 가능하다면 세금을 통해 형평성을 높인다면 더 바람직할 것이다. 그리고 단번에 큰 폭으로 올라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에 증세는 단계적으로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 

원칙은 명확하지만 사실 어려운 문제가 있으니 납세자의 능력을 어떻게 파악하느냐는 것이다. 물론 세금을 낼 수 있는 능력은 경제적 능력이며 경제적 능력은 역사적으로 소득, 소비, 재산이라는 세 가지 지표로 파악해왔다. 사실 세 가지 지표 외에 다른 능력 지표를 추가하기는 어렵다. 결국 능력에 따른 과세를 통해 세금을 더 거둔다고 할 때는 세 가지 능력 중 무엇을 강조할 것인가를 선택하는 문제를 사회적 합의를 통해 풀어가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제 능력에 따른 원칙, 단계적인 증세, 형평성의 제고 등을 고려하면서 증세의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 생각해보자. 우선, 능력 지표로 선택할 첫 번째 순위는 소득이 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소득이 납세 능력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지표라는 면에서, 우리나라는 소득세의 비중이 여전히 낮은 편이라는 점에서, 그리고 소득재분배의 기능이 가장 강한 세금이라는 면에서 소득세는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할 과세 대상이다. 단계적인 접근을 하자면 세율 인상보다는 비과세와 감면, 그중에서도 역진적 성격이 있는 항목의 합리적인 정리로부터 출발할 필요가 있다. 사실 비과세 감면의 정리는 적극적인 증세 방안이라기보다는 세제의 합리화라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한 진단이겠다. 하지만 비과세 감면의 정리는 세율을 높이지 않으면서도 실질적으로 더 많은 세금을 거두는 방법이기도 하며, 특히 고소득자들이 더 많은 혜택을 얻는 역진적 성격의 비과세 감면을 정리하는 것은 형평성을 높이는 조치가 되기도 한다. 

본격적인 증세는 세율을 높이는 것이겠지만 높은 세율은 보이지 않는 높은 사회적 비용의 원인이 될 수 있으므로 세율 인상은 비과세 감면의 정비 이후 다음 단계에서 생각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납세자들에게 일시에 높은 추가적 세 부담을 부여하는 방식보다는 우선 비과세 및 감면을 정리하고 최고소득 구간의 변경과 최고세율 상향 조정부터 시작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증세 방식이 될 것이다. 물론 복지 수요의 확대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미래에 세율의 중산층까지 대상으로 하는 전반적인 인상이 필요하다는 사실은 염두에 두어야 한다. 

소득 중에도 자산과 관련한 세금은 우선적인 증세 대상이 될 수 있다. 자산 불평등이 심한 우리나라에서 이는 당연히 형평성을 높이는 조치가 되기도 한다. 주식이나 부동산 양도소득세나 금융종합 소득과세와 같은 세목은 특히 향후 급증할 사회복지 지출을 생각한다면 완화가 아니라 강화가 필요한 세목이라고 할 수 있다.

소비에 대한 과세는 역진적인 성격을 지닌다는 점에서 증세의 대상으로 문제점이 있다는 지적이 많다. 물론, 소비세에 역진적인 성격이 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대표적인 복지국가인 북구의 스웨덴, 덴마크, 핀란드 등에서 소비세의 근간인 부가가치세의 세율이 25%에 이른다는 점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북구 국가의 예를 들지 않더라도 대부분 OECD 국가의 부가가치세율은 우리나라보다 높다. 2020년 OECD 국가의 부가가치세 평균은 19.3%로 한국의 두 배에 가깝다. 

현실적으로 대규모의 증세를 위한 수단으로는 넓은 세원을 가진 부가가치세가 가장 유력한 수단이다. 물론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증세의 단계로 보자면 소득세보다는 후 순위로 생각해야 할 것이다. 또한 역진적인 성격을 보완하기 위해서는 기초 생활필수품 등에는 낮은 세율을 적용하는 조치도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보편적인 복지 확대를 위해서는 보편적인 증세가 필요하다는 사실도 인정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른바 “핀셋 증세”만으로는 큰 재원을 마련하기 어렵다. 

이제 자산과 관련한 세금에 대해 생각해보자. 우리나라에서 재산세의 비중이 높다는 비판도 많지만, 다른 각도에서 보자면 재산세 비중이 높다기보다는 소득세의 비중이 낮기 때문에 재산세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다고 해석할 수도 있다. 즉, 한국의 재산에 대한 과세가 과다하다고 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물론 자산과 관련된 세금이 세수 확보를 위한 유력하고 효과적인 수단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재산세가 갖는 상징적인 의미는 매우 크다. 특히 조세와 재정에서 세대 간 형평성을 높이는 방향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 재산과 관련한 과세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앞서 고령인구의 증가가 사회복지 수요의 중요한 원인임을 지적한 바 있지만, 고고령층 안에 존재하는 다양성과 소득 및 자산 차이도 무시하지 말아야 한다. 한국의 경우 고령인구 중 빈곤율이 매우 높지만, 다른 한편으로 현재의 고령인구는 상당한 규모의 자산을 보유한 세대이기도 하다. 현재의 중고령층은 대한민국 역사상 가장 부유한 세대로 볼 수 있다. 우리가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재정건정성을 강조하는 중요한 이유는 미래세대에게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서이다. 그렇게 미래세대를 아끼는 마음으로 재정건전성을 중요하게 여기는 만큼 조세와 재정에서 세대 간 형평성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생각해보자. 예컨대 부동산 보유에 대해 생각해보자. 대부분의 젊은이들이 집을 소유하기 어려울 만큼 부동산 가격은 많이 올랐다. 토지와 주택가치는 소득보다 훨씬 더 불평등하게 분포되어 있다. 그리고 부동산 자산은 중고령층이 압도적으로 많이 보유하고 있다. 그렇다면 부동산 자산에 대한 보유세는 정도가 미약할지라도 조세에서 세대 간 형평성을 실현하는 중요한 수단일 수 있다. 다른 세원들이 주로 젊은 세대에게 부과되지만, 종합부동산세를 비롯한 보유과세는 많은 자산을 보유한 장년이나 고령층에게 부과됨으로써 세대 간 형평성에 기여하는 세금이다. 그 상징적인 의미는 적지 않다. 미래세대를 아끼는 어른이라면 부동산에 대한 세금에 더 너그러워야 하지 않을까?

공동체의 발전을 위한 복지와 증세

향후 복지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너무나 분명히 예상됨에도 재원 마련을 위한 논의는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실상 어떤 정치 집단도 책임지려 하지 않고 정치적 부담 때문에 증세 논의를 회피하고 있다. 정부 빚의 증가를 통제하자는 재정준칙까지 논의되는 상황에서 증세 방안에 대한 논의가 없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현상이다. 오히려 새 정부 들어서는 감세 이야기만 난무하고 있으니, 이대로 가다가는 선택해야 할 항목이 정부지출 증가 아니면 사회복지지출 감소 중 하나가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어가고 있다. 

인정할 수밖에 없는 안타까운 사실이지만 한국의 낮은 조세부담률은 나름의 역사적, 문화적 배경을 가지고 있다. 즉, 사회적 책임보다는 개인적 책임을 강조하는 집단적 신념 체계, 국민의 정부에 대한 낮은 신뢰 등이 국민부담률 증가를 어렵게 하는 이유였다. 이런 배경에서 국민의 증세에 대한 저항이 만만치 않았고, 정치권은 국민을 설득하고 신뢰를 쌓기보다는 단기적인 표 계산으로 일관했다. 하지만 이제는 정말 재원 마련에 대한 심각한 고민이 필요하다. 책임 있는 정부라면 지출구조 조정만으로 장래의 재정수요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점을 인정하고 합리적인 증세 방안을 마련하여 국민을 설득해야 한다.

정부의 신뢰가 제고되는 동시에 국민의 인식도 바뀌어야 한다. 세금은 공동체를 위한 공동체 성원 공동의 노력이다. 형평성을 도모하고 능력을 반영하는 과세가 필요하고 그러한 과세제도를 정착시키는 제도가 구축되어야겠지만, 보편적 복지를 위해서는 더 많은 국민이 기여하는 넓은 세원에 대한 과세도 국민이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 증세 논의를 위한 시기는 이미 늦었다. 늦었지만 더 늦기 전에 서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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