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1998 기타(sw) 1998-11-10   1252

IMF위기하 공공복건의료 전달체계의 현황과 과제

들어가는 말

최근 몰아닥친 IMF 경제한파는 국민들 모두의 삶을 어둡게 하고 있다. 이는 공공보건의료부문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기획예산위원회는 암센터에 대한 대책을, 행자부는 보건소와 지방공사의료원의 개편방안을, 교육부는 국립대학병원의 개편방안을 마련 중이다. 그러나 이러한 과정이 각 부처간에 아무런 협의나 조정이 없이 추진되어지고 있다는 점과, 공공보건의료에 대한 구체적인 이해나 고려가 없이 무차별적·무원칙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서 “파괴적”이다. 특히 수익성 일변도로 추진되고 있는 지방공사의료원의 개편은 공공병원의 의미를 상실해 가고 있다. 구체적인 대안의 개발 없이 진행되고 있는 지금의 구조조정은 이미 기존에 시행해 오던 기본적인 서비스 제공조차도 어렵게 하고 있으며, 앞으로 30%의 정원감축을 목표로 하는 행자부의 계획이 이루질 경우 공공보건의료기관으로서의 기능을 거의 상실하게 될 것이다.

우리나라의 전체 의료기관 중 공공의료기관이 차지하는 비율은 16.7%이다. 공공의료부문이 매우 취약하다고 볼 수 있는 수치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공보건의료부문의 구조조정이 이렇게 파괴적으로 계속된다면 우리나라의 공공보건의료체계는 존립가능성 자체를 의심받게 될 것이다. 더욱이 대량실업 및 빈곤층의 증가와 같은 위기를 맞이하여 다른 어느 때보다도 국민의 생존권을 보장할 수 있는 사회적 안전망의 확보가 절실한 상황에서 지금까지 중요한 사회적 안전망 역할을 수행해 왔던 공공보건의료부문의 와해는 영세민과 실업자들을 벼랑으로 모는 일이 될 것이다.

따라서 시급히 공공보건의료 전달체계의 현황을 점검하고 개별 기관의 경영효율화 차원을 넘어선 구체적인 전략들을 모색하는 것이 필요하다.

현황과 문제점

1. 현황

공공보건의료기관의 현황을 보면, 국립(12개소), 시·도립(9개소), 시·군·구립(3,650개소), 광역자치단체가 운영하는 공기업인 지방공사(35개소) 및 특별법에 의한 특수법인(32개소) 등 총 3,698개소이다. 이 중 보건복지부가 운영하는 기관은 10개소로 일반병원은 1개소, 특수병원으로는 결핵병원 2개소, 정신병원 5개소와 나병원 및 재활병원이 각각 1개소이며, 암센터 1개소는 1999년 개원을 목표로 건립 중이다. 의료기관 종류별로는 종합병원 55개소, 병원 16개소, 특수병원 17개소 및 보건기관(보건소, 보건지소, 보건진료소) 3,610개소가 있다(1997년 현재).

2. 공공보건의료 전달체계의 문제점

우리나라의 공공보건의료서비스는 “공공보건의료서비스=공공보건의료기관의 업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공공보건의료기관을 중심으로 시행되고 있다. 저소득층에 대한 사회적 안전망의 기능을 담당함과 동시에 민간보건의료부문의 기능을 보완하고 견제하는 역할을 수행했으며, 공공성의 확보를 위한 각종 규제업무를 맡아왔다.

그러나 공공보건의료기관이 국민건강증진에 많은 기여를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운영에 대한 몇가지 문제점들이 지적되어 왔다. 첫째, 국가의 공공보건의료체계에 대한 구체적인 위상과 목표가 설정되지 못하였다. 그간 전체 국가보건의료체계 아래에서 공공의료부문의 역할에 대한 논의가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았고, 많은 환경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여 공공보건의료분야의 역할과 목표를 수정하지 못하였다. 둘째, 국가보건의료체계 내에서 각 공공보건의료기관의 기능이 명확히 정립되어 있지 않았다. 셋째, 관련부처간,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간 연계체계가 미흡하여 일관성 있는 정책이 추진되지 못하였다. 넷째, 기관내부의 운영이 관료화되고, 이로 인한 비효율이 문제가 되었다. 다섯째, 각종 감사 및 평가기관들이 보건의료부문의 기능과 역할에 대한 고려 없이 수익에만 관심을 두고 감사와 평가를 진행함으로써 공공의료기관의 설립목적인 공익성에 대한 평가는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공공보건의료전달체계 관련한 최근 논의

최근 IMF 경제한파, 구조조정시기에 공공보건의료 전달체계의 구조개혁에 관한 보건의료계 내부의 논쟁은 체계화되어 있지 않고 논의의 수준도 낮은 단계이다.

1. 행정부의 논의

시·군·구의 3단계 행정조직을 개편해야 한다는 논리가 대두되면서 읍·면·동사무소에 새로운 기능을 부여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현재 언급되고 있는 지역자치센터가 가시화 될 경우 기존의 보건소, 보건지소 및 보건진료소로 대변되던 공공보건의료부문의 전달체계에도 상당한 조정이 불가피해 질 것으로 보인다. 또한 행자부에서는 지난 6월 다음과 같은 구조조정지침을 내린 바 있다.

* 주민이용률이 낮고 민간 병의원 등 보건의료기관이 중복되는 지역은 적극 정비(보건지소, 보건진료소도 동일)

* 의료, 진료기능 중 위탁이 가능한 기능은 위탁을 검토(보건의료원 포함)

* 지방공사의료원이 있는 시군 보건소는 존폐검토 또는 기능 재정립 후 축소

지난 8월 12일 한국보건행정학회에서 개최한 [보건소의 개혁방안] 정책토론회에서 김구현 행자부 자치제도과장은 지난 6월 18일 각 지방자치단체에 보낸 지침을 통해 올해 8월까지 자치단체의 구조조정안을 제출토록 했다고 말했다. 또한 올해 계획된 약 10%의 일괄적인 인원감축은 구조조정이 아니라 군살빼기의 차원이고 이후의 작업이 진정한 구조조정이 될 것이며, 2001년까지 약30%의 인원을 감축하고 대안으로 민간위탁, 민영화, 책임경영제 등을 고려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것은 이제부터 연구가 되어야 할 것이라고 하였다. 그리고 10월 8일 행정자치부는 `지방공사·공단 구조조정 및 경영혁신계획”을 확정·발표하였는데, 이 계획에는 연말까지 지방공사의료원 1,266명을 정리하기로 하였으며, 이천·마산·군산의료원을 각각 고대병원, 경상대병원, 원광대병원에 맡겨 운영키로 결정하였다고 발표하였다.

2. 지방자치단체의 입장

지방자치단체는 현재 자체적인 구조조정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자치단체의 구조조정 작업들은 외형적으로는 행자부의 지침에 의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적으로는 재정자립도가 취약한 지방자치단체의 자발적인 필요에 따라 이루어지고 있다. 자체적인 구조조정 작업의 중요한 목표는 방만한 조직을 대폭 축소하여 재정자립도를 높이고 경제적 효율성을 높이는 데에 있다. 따라서 수익사업과 관계도 없고, 지역에서 정치력이 약한 조직인 보건복지영역의 인력들이 우선적인 조정대상이 되고 있다. 이러한 양상들은 재정자립도가 취약한 자치단체일수록 더욱 두드러지며, 행정자치부나 보건복지부의 통제력 밖에서 진행되고 있다. 구체적으로 광역자치단체의 경우 지방공사의료원의 민영화 또는 민간위탁을 추진하고 있으며, 많은 기초자치단체의 경우 보건지소와 보건진료소의 일부를 폐지하고 보건관련인력을 대폭 축소하고 있다.

3. 보건복지부의 입장

최근 보건복지부문에서 일어나고 있는 구조조정 작업에서 그 주무관장부서인 보건복지부의 입장과 역할은 대단히 무기력하다. 정부내 공공부문의 구조조정 논의에서조차 배제되고있으며, 지방자치단체의 지방공사의료원의 민영화나 민간위탁작업, 보건지소·진료소의 폐쇄조치에도 적절한 개입을 못하고 있다. 자체적으로는 “보건소와 복지사무소의 통합”과 같은 개선안을 내놓고 있지만 이를 시행할 내부의 의지나 정치력은 부족한 상황이다. 일선 보건소장들 역시 구조조정을 숙명적으로 받아들이려는 경향이 많다. 이는 30%이상의 인원감축이 이루어진다 해도 감축대상은 주로 하위직 직원이 될 가능성이 많으므로, 자신들의 신분이 불안해지는 “책임행정기관제(Agency)”와 같은 혁신적인 개혁조치보다는 정부의 조정안을 수용하려는 경향이 짙다.

4. 학계의 입장

구조조정기의 공공보건의료전달체계에 대하여 보건의료부문 학계의 반응 역시 거의 전무하다. 지난 8월 12일 한국보건행정학회 정책토론회에서 서울대 김창엽교수가 보건소의 “책임행정기관제 도입”에 관한 의견을 내었을 때에도 이 제도를 시행할 때 나타날 수 있는 기술적인 문제에 대해 의의를 제기할 뿐 구체적인 다른 대안들을 내 놓는 등의 학계차원의 대응은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보건의료부문 학계와는 대조적으로 행정부문 교수와 연구원들은 다른 공공부문에 대한 논의의 연장선상에서 보건의료부문의 민영화, 책임행정기관제에 대한 주장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하지만 지난 9월 8일 국정개혁공동모임이 개최한 [국정개혁대토론회]에서 한국행정연구원 서원석연구원은 경영혁신, 업무평가, 권한의 지방이양 등을 주 내용으로 하는 개혁안을 제안하였지만 행정분야 학계의 공공보건의료전달체계에 대한 구체적인 정책제안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5. 국민회의 입장

국민회의내 공공보건의료전달체계의 구조조정에 대한 정책대안의 개발은 최근 구성된 “보건의료의 효율화 및 선진화 정책기획단”에 의해 개발되고 있다. 보건의료계의 진보적인 학계 및 단체인물로 구성된 이 기획단에서는 보건의료부문의 특수성을 고려하고, 개별 공공보건의료기관의 미시적 효율성에 집착하기보다는 국가전체의 거시적 효율성이라는 관점에서, 또 국가보건의료전체의 체질개선이라는 측면에서 공공보건의료전달체계의 구조조정을 진행하고자 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보건의료부문에 대한 정부의 기획·조정능력 강화를 통하여 보건정책을 원활히 수행할 수 있는 수단을 확보하고, 공공보건의료부문의 효율성을 증대시키며, 사회안전망의 기능을 강화하는 것을 공공보건의료체계의 개혁목표로 설정하고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더불어 이러한 작업들이 가시화 될 수 있도록 “공공의료에 관한 법률(가칭)”의 입법을 준비하고 있다.

6. 민간부문의 입장

민간부문의 논의수준은 자신의 입장에 따라 몇가지 측으로 나뉘어 진다. 우선 한 측은 구체적인 논리체계를 갖고 있기보다는 그저 “민영화=서비스의 개선, 효율화, 공공부문 간섭의 배제”라는 단순한 논리에 치우치고 있다. 실제로 서울시 의사회는 IMF 경제위기 상황을 맞이한 1998년 2월 초 보건소의 환자진료상황을 ‘공정거래법’위반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하기도 하였다.

다른 한 측은 정부의 공공부문에 대한 구조조정안에 강력히 항의하고 있는 단체들인 공공보건의료부문 노동자들이다. 이들과 진보적인 보건의료인단체들을 중심으로 “공공의료기관의 올바른 개혁과 국민건강보장을 위한 범국민대책회의”를 구성하였으며, 두 차례의 공청회를 통하여 공공의료의 강화를 통하여 국민의 건강권을 보장하고 사회적 안전망 기능을 강화하여야 하며,이를 위해서 공공의료기관 운영을 민주적이고 합리적으로 개편하고, 인사의 민주성과 경영의 투명성, 서비스 질의 개선 및 정부의 재정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하였다. 또한 공공의료기관 관련정책의 일관성을 위하여 행정부처의 일원화를 요구하였다.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IMF경제위기, 구조조정, 그리고 이러한 과정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 신자유주의의 도래를 목격하고 있는 시점에서 우리가 공공의료부문에 대해 가지는 대응논리와 전략은 아직도 매우 취약하다. 이는 향후 공공보건의료부문의 존립자체에 대한 위기의식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 위기의식은 특정 집단의 고용문제 때문이 아니다. 민영화와 조직축소로 대변되는 공공보건의료부문의 구조조정에 대한 우리의 우려를 몇가지로 정리해 볼 수 있다. 첫째, 신자유주의 공세로 초국적 독점자본의 지배력이 높아지면서 우리사회의 사회적 공공성이 크게 약화되리라는 우려이다. 비록 사회복지의 가치를 전면적으로 부정하고 있지는 않지만 이른바 “민영화”로 대변되는 신자유주의의 기본 행동강령들이 공공의료부문의 공공성을 담보해 낼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강한 의문이 제기된다. “민영화”가 설령 미시경제학적 효율을 증진시킨다 할지라도 공공보건의료기관의 기본적인 설립 목표인 공공성은 늘 부차적인 경영의 목표로 전락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둘째, 지금도 보건의료체계에서 의료공급의 90%이상을 담당하고 있는 민간부문에 대한 조정능력을 거의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정부가 향후 그나마 가지고 있던 조정능력을 완전히 상실해 버릴 것이라는 것이다. 국가의 보건의료부문에 대한 조정능력의 상실은 국민의료비의 급격한 증가 등을 야기하고 국가전체의 거시경제학적 효율을 크게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셋째, 구조조정 과정상의 문제이다. 모든 분야는 각기 그 분야 나름대로의 특수성을 가지고 있으며 이러한 특수성을 이해하는 데에는 상당한 전문성을 필요로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진행되고 있는 보건의료분야의 구조조정의 결정과정에서 보건의료분야의 의견들이 철저히 배제되고 있는 것이다.

공공보건의료전달체계의 과제

IMF 경제한파와 구조조정이라는 우리나라 공공보건의료전달체계의 위기 앞에서 시급히 극복전략을 수립해 이를 수행해 나가야 한다. 이 시점에서 우리가 해야할 일은 구체적으로 두 가지이다. 첫째, 공공보건의료의 위상과 목표를 분명히 하는 일이며, 공공보건의료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효율적이고 강력한 운영체계를 만들어 내는 일이다. 이러한 공공보건의료부문의 역할과 과제의 모색은 거시적인 국가보건의료체계의 개혁구상 속에서 검토되어야 함은 두 말할 나위가 없다. 둘째 이러한 작업들은 공공보건의료부문 종사자만의 문제가 아니고 국민모두와 정부 각 부처의 총체적인 협력을 통해 이루어져야 한다. 왜냐하면 작금의 위기상황은 공공보건의료기관의 구조조정 뿐만 아니라 의료보장, 의료정보, 의료전달체계 등 모든 영역에서 우리의 삶의 방식을 바꾸어 나갈 것이며, 국민들의 건강한 삶의 추구는 개인이나 국가의 궁극적인 지향이기 때문이다.

신영전/ 한양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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