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00 2000-12-10   2666

노숙자의 주거 및 생활

노숙자 문제가 등장한지 3년이 경과하고 있다. 언론을 통해 노숙자의 존재가 일반인이게 알려지기 시작한 1998년 초 이래로 3년이 경과한 현재까지 우리는 노숙자와 더불어 살고 있다. 노숙자의 존재는 IMF경제위기 때문에 발생한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경제가 정상화되어도 사라지지 않을 지속적인 현상임을 우리는 확인하고 있다. 노숙자의 규모를 정확하게 파악하기는 어렵지만 확인되는 수치로는 2000년 10월 현재 전국적으로 약 6,000명이며 그중 4,800여명이 쉼터에서 숙소와 무료급식을 제공받고 있으며, 나머지 약 1,200명 정도가 거리에서 생활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러한 추정치는 공식적인 통계로 확인되는 것이며, 노숙자의 특성상 파악되지 않는 노숙자들을 고려하면, 실제 존재하는 노숙자의 규모는 이보다 훨씬 클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99년 상반기 이래로 우리 경제는 호전되어 왔고, 통계청의 공식 통계에 의하면 실업률이 급속하게 감소하여 2000년 10월에는 자연실업률(4.0%)이하로 떨어진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이러한 경제적 호전이 노숙자의 감소에는 거의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나는데, 99년이후 노숙자의 규모가 다소 줄어드는 추세를 보이고 있지만, 약 5,000명 내외의 일정규모 이하로 떨어지지 않는 현상을 보여주었다. 경기회복에도 불구하고 노숙자가 완만하게 줄어들거나 큰 변화가 없는 것은 노숙자들이 노동시장에 대한 접근성이 매우 약하고 재적응이 쉽지 않다는 것을 보여 준다. 다른 한편, 이들은 일시적인 또는 하나의 요인으로 노숙자로 떨어진 것이 아니며, 따라서 특정 요인이 해소되면 정상적인 사회구성원으로 쉽게 복귀될 수 없는 특성을 지니고 있음을 암시하고 있다. 다음에서는 그 동안 노숙자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또는 상담, 조사 등의 과정에서 밝혀진 노숙자들의 생활실태와 특성을 간략하게 살펴보고, 그들의 특성에 기반한 제도적 대책을 촉구하고자 한다.

노숙자의 특성 및 생활실태

주거생활

노숙생활로 전락하는 사람들은 가구형태를 기준으로 크게 두 유형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미혼의 단독가구로 부양할 가족이 없는 경우와 기혼으로 부양가족이 있는 경우이다.

미혼 단독가구의 경우 노숙생활이전의 주거형태를 살펴보면 주거공간과 직장이 밀접히 연계된 주거생활을 영위하는 사례가 대부분인데, 예를 들면 일용 노무직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공사장을 따라 숙소를 이동하거나, 이동하기 쉬운 일세방 형태의 주거생활을 유지하는 경우가 많다. 공장 근로자의 경우 직장의 기숙사 혹은 합숙소를 이용하거나 직장과 가까운 월세방 형태의 주거공간을 마련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와 같은 주거생활은 주거공간이 매우 불안정하다는 특징을 보여주는 것이며, 특히 직장의 기숙사 혹은 합숙소에서 생활했던 사람들은 직장의 상실이 주거공간의 상실과 직결되는 형태라고 볼 수 있다.

부양가족이 있는 기혼자의 경우 직장을 잃고 노숙자로 전락하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일용 노무직이라도 찾기 위해 가족을 떠나 이동한 사람들이다. 이들도 노숙생활로 떨어지기 전 단계의 주거생활은 여인숙 등에서 하루하루의 잠자리를 마련하거나 친구나 동료의 숙소에 얹혀 지내는 형태를 거치게 된다.

이상의 두 가지 유형 모두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특징이 안정적 주거생활에서 일순간 노숙생활로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일정 기간 매우 불안정한 주거생활이 이어지고, 일세방 형태의 숙소와 일시적인 노숙경험이 공유되기도 한다는 점이다. 이러한 특성으로 인하여 거리나 지하보도 등에서 발견되는 사람만을 노숙자로 규정하기 어렵고, 앞에서 살펴본 쪽방 생활자와 노숙자는 많은 경우가 중첩되며, 주거생활의 측면에서 순환고리의 일부분을 이루는 동일한 계층의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다. 노숙자로 파악된 사람들의 노숙직전의 주거생활을 살펴보면 이러한 현상이 잘 나타나고 있다.

노숙생활 이전의 주거상태에 대한 상담내용이 기록된 2,061명에 대한 분석결과(99년)를 살펴보면, 자가, 전세, 월세 등 일반적인 주거 형태의 비율이 45.0%에 불과했고, 친구나 친지의 집에서 얹혀 살거나(13.0%), 여인숙ㆍ쪽방ㆍ만화방(15.2%) 등 하루하루 불안정한 숙소 생활을 영위한 경우가 상당히 높은 비율을 보이고 있다. 또한 98년의 분석자료에 의하면, 월세가 35.2%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으며, 다음으로 일세방 21.9%, 직장 내 숙소 12.4%의 순이며, 기타 친척ㆍ친구 집을 이용하였거나, 고기잡이배의 선원 등 일정한 주거지가 없었던 사람들이 약 10.5%로 나타났다. 전반적으로 노숙자로 전락하기 직전의 주거환경은 매우 열악하며, 직장의 숙소, 일세방, 쪽방 등의 매우 불안정한 주거생활을 유지하였던 계층적 특성을 보여 주고 있다.

학력 및 직업적 배경

노숙자의 주거생활에서 계층적 배경이 어느 정도 드러나지만, 그들은 높은 수준의 혹은 우리 사회의 평균적인 수준의 교육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을 지니고 있지 못하였다. 노숙자 110명을 분석한 자료에 의하면(98년), 노숙자의 평균 교육수준은 정규 학교 교육 년 수로 계산하여 9.05년, 즉 중학교 졸업 수준으로 평가되었다. 조사대상자의 28.2%는 초등학교 졸업 이하의 학력을 지니고 있었고, 중학교를 중퇴했거나 졸업한 경우가 30.0%에 달하고 있었다. 이러한 교육적 배경은 이들이 어린 나이에 가출하거나 독립하여 직업활동을 시작하는 배경이 되고 있으며, 이들의 사회화 과정은 가정과 학교에서보다는 직장에서 더 많이 이루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노숙자들이 최초로 종사하였던 직업중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였던 분야는 판매, 주방보조, 이ㆍ미용 등과 같은 서비스업종으로서 약 32.1%로 나타났다. 다음으로 소규모 공장 노동자(주로 보조원(시다)으로 출발하지만)가 28.3%, 소규모 사업장의 잡부 14.2%, 중ㆍ대규모 공장 노동자 9.4%, 건축 일용 노동자 7.5% 와 같은 분포를 보여주고 있다.

가장 최근의 직업에서도 영세 서비스 업종이 33.7%로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다. 서비스 업종은 여러 종류의 직업을 하나의 분야로 묶은 것이어서 상대적 비중이 높을 수밖에 없을 것이지만, 동일한 기준으로 분류했음에도 최초의 직업보다 노숙 직전에 종사했던 직업으로 더 많이 선택되었다는 점에서 극빈계층의 대표적인 직업으로 판단된다. 또 하나의 대표적인 직업은 건축 일용 노동이다. 최초의 직업에 비해서 급격하게 증가한 분야이다. 또한 1차 산업 종사자가 상대적으로 높은 증가세를 보여주고 있으며, 영세 자영업도 증가추세를 나타내었다. 1차 산업은 주로 돼지 농장 인부(축산업), 고기잡이 배의 선원(어업), 광부(광업) 등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러한 직종의 영세성을 반영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반면 소규모 공장 노동자는 최초의 28.3%에서 10.6%로, 중ㆍ대규모 공장 노동자는 9.4%에서 4.8%로 각각 감소하고 있다.

대체적인 경향을 요약하면 노숙자들은 처음부터 영세 서비스업 등과 같은 저기능과 불안정한 소득을 특징으로 하는 직종에 편입되거나 기술축적이 가능한 공장 노동자로 편입되는 경우에도,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소득과 고용이 불안정한 건축 일용 노동, 영세 서비스업, 영세 자영업 등으로 분해되어 가는 것으로 추정된다.

연령 및 인구학적 특성

1999년의 상담기록 10,373사례를 분석한 자료에 의하면 드러난 노숙자의 성비는 남성이 96.8%, 여성이 3.2%로 한국의 노숙자는 남성이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유럽과 미국 등 서구의 여성 홈리스(40∼60%)에 비해 한국 노숙자의 여성 비율은 대단히 낮은 특성을 보이고 있다.

연령별 분포를 살펴보면, 20대 이하는 7.5%, 30대 31.8%, 40대 37.7%, 50대 16.4%, 60대 이상은 6.4%로 나타났고, 30대와 40대가 전체의 69.5%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혼인유형을 ①결혼을 했고, 아직 그 관계가 해체되지 않은 상태, ②결혼한 경험이 있으나, 현재는 해체된 상태, ③사실혼 관계에 있는 상태, ④미혼이며 사실혼 관계에 있지도 않은 상태로 나누어 살펴보면, 미혼독신자 과반수를 넘었고, 결혼을 했더라도 해체된 상태가 약 27% ∼35%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숙자들의 연령이 30대와 40대가 대부분이라는 점과 이들의 결혼상태에서 유추할 수 있는 점은 이들이 결혼적령기에 배우자를 구하기조차도 어렵거나, 정상적인 결혼생활을 유지하기 어려운 경제적 환경과 주거환경에 놓여 있는 우리 사회에서 가장 빈곤한 최하위계층의 일부라는 점이다.

노숙의 원인 및 대책

유럽ㆍ미국 등 서구의 홈리스(homeless)는 평균 연령이 35세 정도로 젊은 층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반면 일본의 경우 50대 60대의 중고령층이 일용노동시장에서 노동능력을 상실하고 퇴적된 노숙자가 다수를 차지한다. 최근에 도쿄의 신주쿠를 중심으로 젊은 층의 다양한 직업배경을 지닌 노숙자들이 증가하면서 서구의 홈리스와 비슷한 경향이 나타나는 추세에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IMF이전 부랑인의 경우 노동능력을 상실한 중고령자 중심이었다는 점에서 일본과 비슷한 특성을 보였으나, 대량실업사태 이후 등장한 최근의 노숙자들은 30대 40대가 주류를 이루고, 건강상태가 상대적으로 양호하고 노동능력을 보유한 사람들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으며, 파산한 자영업자 등 다양한 직업경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차이를 보여주고 있다. 젊고 근로능력이 있으며 다양한 직업군이 포함되고 있다는 점에서 최근의 한국 노숙자는 서구의 홈리스와 비슷한 특성을 보이고 있다. 무엇 보다 중요한 공통점은 서구의 홈리스가 1980년대 이후 경제불황과 실업자의 증가, 그리고 경제적 불평등이 심화되는 과정에서 급격히 증가했으며, 이들 대부분이 저소득 계층, 빈곤계층 출신이라는 점이다. 즉, 빈곤문제의 심화과정이 홈리스와 노숙생활로 연결되었다는 점이다.

우리 나라에서 노숙자 발생의 가장 직접적인 원인은 경제위기와 대량실업문제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심층적으로 접근해 들어가면, 보다 궁극적이고 배경에 근저하고 있는 요인은 불평등의 심화와 그 결과 파생된 빈곤문제에서 비롯되었다고 볼 수 있다. 실업과 일자리 상실은 노숙자로 전락하는 촉발요인에 불과하다. 오랜 경제적 결핍과 축적된 자원의 부족이 가족관계의 약화, 주거생활의 불안정을 초래하였으며, 이러한 요인들이 실업과 일자리 상실과 결합될 때, 사회보장제도가 사회적 안전망으로서 기능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노숙생활은 피하기 어려운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노숙자에 대한 대책은 발생한 노숙자를 지원하고 보호하는 정책 못지 않게 노숙자 발생을 예방하는 정책이 중요하며, 빈곤계층을 지원하는 주택정책의 문제, 사회보장정책의 문제, 그리고 사회복지서비스정책의 문제 등이 노숙자 대책을 강구하는 과정에서 검토되고 개선되어야 할 것이다.

정원오 / 성공회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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