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06 2006-06-11   544

기업사회공헌의 패러독스

얼마 전 재계 1, 2위를 다투는 재벌기업들이 천문학적인 수치의 금액을 사회에 환원한다는 발표가 있었다. 출연발표를 한 시점에서 해당 기업이 처한 상황과 출연을 약속한 금액이 엄청나다보니 이를 둘러싼 파장의 폭도 큰 것 같다. 기업이 위기를 탈출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회공헌을 이용하여 과거 잘못에 대한 대가로 악용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 기업의 경쟁력을 훼손시킬 수 있는 지나친 사회공헌의 요구라는 볼멘소리, 기업이 양극화문제의 해결을 위해 고통분담에 동참하는 책임있는 자세를 보였다는 긍정적인 평가 등 다양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기업의 존재이유가 이윤과 주주가치의 극대화라는 점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이를 위해 필요하다면 기업은 그것이 사회적으로 무책임한 일일지라도 할 수 있음을 미국의 엔론, 월드컴과 같은 기업들이 보여준 행태에서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많은 기업들은 이러한 무책인한 방식을 따르지는 않는다. 그보다는 기부금 출연, 지역사회개발 및 후원, 자원봉사활동 참여, 환경보호운동 지원 등 다양한 사회공헌활동을 수행하고 있다. 기업의 존재이유와 상치될 수 있는 사회공헌활동이 야기하는 패러독스는 자칫 기업에게는 높아진 사회의 기대치를 충족시켜야 한다는 부담에서 오는 ‘사회공헌 스트레스’를, 비판적 시각을 가진 이들에게는 기업의 사회공헌이 모종의 반대급부를 겨냥한 것이 아니냐는 진정성에 대한 의혹을 불러올 수 있다.

패러독스는 상반된 진술이 충돌될 때 발생한다. 상반된 진술이 양립하고 수렴될 수 있는 해법은 충분한 대화이다. 기업이 노조, 소비자, 지역사회기관 및 시민단체, 투자자 등 다양한 관련집단과 제도화된 대화의 창구를 가지고 있을 때 건강한 사회공헌활동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한 어느 연구의 결론은 우리나라의 기업사회공헌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여겨진다.

이에 복지동향 이번 호에서는 기업의 사회공헌에 대해 심층적으로 다루어 보았다. 우리나라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이 갖고 있는 의미를 짚어보고, 특히 복지분야에서 확인되는 기업사회공헌활동의 현황과 과제를 살펴보았다. 또 외국 기업들의 사회공헌 방법과 기업사회공헌활동의 공익성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통해 올바른 기업사회공헌의 방향에 대해 알아보았다. 복지분야의 최근 현안을 다루는 동향에서는 풀뿌리자치의 시작이라 할 수 있는 시민센터, 평택미군기지 확장과 여성인권의 문제, 한미 FTA와 약가제도 등에 대해 살펴보았다. 이외에 복지재단 불법·특혜사건에 대한 주민감사청구 서명운동과 사회복지기관의 위탁제도와 관련된 사회복지종사자들의 고용승계문제에 대한 소식을 담았다.

끝으로 이번 호에서는 공헌의 참된 의미를 실현하며 살다 우리의 곁을 떠난 심재호 교수에 대한 추모사와 그가 남긴 마지막 글을 실었다. 생각보다 가까웠다던 천국에서 남아 있는 사람들을 되려 위로하고 격려해주고 있을 심재호 교수의 글을 통해 그가 가졌던 고민과 열정을 함께 해보는 시간을 가져보았으면 좋겠다.

이상균/ 가톨릭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sglee@catholic.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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