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위원회 연금정책 2011-09-07   3733

[정책토론] 모든 노인에게 기초노령연금 18만원 지급을

정책토론 – 기초노령연금


무상급식에 이어 또 하나의 복지 논쟁이 끓고 있다. 이번에는 노인세대의 복지 이슈, ‘기초노령연금’이다. 기초노령연금법은 제정 당시 부칙에 “연금지급액을 2028년까지 10%로 단계적으로 인상한다”고 명시했다. 이와 관련해 국회가 지난 2월 연금제도개선특위를 꾸려 인상의 시간표와 지급대상자 범위를 놓고 논의에 들어갔으나, 특별한 진전이 없다. 이 와중에 정부가 최근 기초노령연금 대상자를 축소하는 안을 내놓아 노인층의 반발을 사고 있다.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는 ‘복지논쟁의 2라운드’ 격인 기초노령연금에 대한 지상논쟁의 자리를 마련했다. 
 

 

– 그 중에서 김연명 중앙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실행위원의 정책제안 내용을 소개합니다.

 

정책제안 주제발표
노인빈곤율 OECD 평균의 3배인데 노인 70%에 겨우 월 9만원씩 지급
정부는 재정 이유로 그마저 축소 공적연금제도 근본적 의미 훼손

 

김연명교수.jpg현재 노인들은 한국 근현대사에서 가장 불행한 세대이다. 이들은 일제 강점기 전후로 태어나 한국전쟁을 겪었고 극심한 빈곤의 시대에 성장했다. 청장년기에는 세계 최장의 노동시간에 시달리며 산업화 시대를 보냈다. 한국이 중진국 반열에 올라간 1980~90년대에 은퇴가 시작되었지만 이들을 기다린 것은 품위 있는 노후가 아니라 세계 최고 수준의 ‘집단적 대량빈곤’이었다. 한국의 노인빈곤율은 100명당 45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13명)의 3배를 넘으며 노인 자살률은 10만명당 78명으로 역시 세계 최고 수준이다.

 

현재 노인 70%에게 월 9만원 정도를 지급하는 기초노령연금은 한국 사회를 산업사회로 이끄는 데 공헌한 노인들을 어떻게 대우할 것인가 하는 문제의식이 들어가 있다.

 

농업사회에서 태어나 산업사회에서 은퇴한 현세대 노인들은 노후 준비에 대한 생각이 없었고, 또한 그럴 만한 경제적 여유도 없었다. 1988년에 국민연금이 도입되었으나 현세대 노인들 대부분은 당시 이미 은퇴 전후에 들어간 상황이어서 구조적으로 공적연금의 혜택을 받을 수가 없었다. 문제를 더욱 꼬이게 한 것은 ‘진보’를 자처했던 참여정부가 국민연금액을 3분의 1이나 축소한 무지막지한 ‘개악’을 단행한 것이었다. 기초노령연금은 산업사회의 공적노후소득보장에서 배제된 현세대 노인에게 최소한의 삶을 보장하고, 대폭 축소된 국민연금액을 보충하기 위해 도입된 것이다.

 

1 노인빈골율 국제비교.jpg

 

최근 복지부는 기초노령연금 수급자를 현재의 70%에서 50% 정도로 점차 축소하는 정책을 발표했다. 이는 기초노령연금의 도입 취지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것이다. 복지부의 논리는 간단하다. 돈이 너무 많이 들어가 재정적 지속가능성이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근거가 취약한 막연한 주장이다. 현재의 기초노령연금을
18만원으로 두 배 인상하고 노인의 100%에게 지급한다 해도 2050년에 지출해야 할 돈은 국내총생산(GDP)의 4.3%로 추정된다. 여기에
2050년 국민연금의 예상지출액(국내총생산의 5.5%)을 더하면 노후연금으로 지급되는 돈은 대략 국내총생산의 10%에 이르게 된다. 하지만
2050년에 한국의 노인인구는 총인구의 38%로 일본에 이어 세계 2위를 기록할 것이다.

 

인구의 38%를 차지하는 노인에게 국내총생산의 10%를 배당할 경우 재정적 지속가능성이 없는 과도한 부담이 되는
것일까? 다른 나라의 예를 보면 오히려 과소지출로 노후생활의 불안을 걱정해야 할 수준이다.

 

오이시디 회원국들은 노인인구가 전체인구의 15%가 되는 2000년대 초반에 이미 국내총생산의 10%를 연금으로 지출하였다. 그것도 연금으로 돈이
너무 많이 들어간다고 해서 연금을 축소한 이후의 수치이다. 15%의 노인에게 국내총생산의 10%를 지출하고도 선진국 사회는 멀쩡하게 유지되고
있다.

 

정부는 앞으로 국민연금 수급자가 늘어나 기초노령연금의 필요성이 없어질 것이므로 점차 노령연금액과 대상자를 축소해도
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현재도 국민연금 보험료를 미납해 나중에 국민연금을 못 받게 될 사람이 600만명을 넘어섰다. 이 추세가 계속되면
2050년에 약 650만명의 노인들(전체 노인의 40%)이 국민연금을 못 받게 된다.

 

더욱이 2007년에 국민연금액을 너무 깎아버렸기 때문에 연금을 타는 60%의 노인조차 용돈 수준의 연금을 받게
된다. 국민연금은 대폭 깎아 놓고, 이를 핑계로 다시 기초노령연금을 축소하는 것은 적정한 노후생활 유지를 목적으로 하는 공적연금제도의 존재
이유를 근본적으로 훼손하는 것이다.

 

기초노령연금을 당장 두 배(월 18만원)로 올리면 4조원이 추가되어 총 8조원의 예산이 든다. 8조원은 2010년
한국 국내총생산의 0.7% 수준이다. 총 8조원 가운데 4조원 정도는 해마다 30조~40조원 가까운 돈(적립금)이 생기는 국민연금기금에서 충당할
수 있다. 국민연금은 세대간 분배 원리에 기초해 있으며, 그런 국민연금기금에서 기초노령연금의 재원을 충당하는 건 충분한 이론적 근거가 있다.

 

물론 재벌 회장에게도 9만원씩 수당을 주어야 하느냐는 반론이 제기될 수도 있다. 한정된 재원을 생각하면 일리가
있고 국민 정서에도 부합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 문제는 다른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다. 종합소득세 납부 실적에 따라 소득이 과도하게 높은 노인은
세금으로 환수하면 된다. 캐나다와 오스트레일리아에서는 이런 방식으로 ‘부자노인’의 기초연금을 다시 환수하고 있다.

 

무엇보다 국민을 화나게 하는 것은 상황에 따라 약속을 뒤집는 정부와 정치권의 행태이다. 2007년 여야 합의로
제정된 기초노령연금법에는 연금액을 단계적으로 인상하게 되어 있으며 대상자 축소에 관한 내용은 전혀 없었다. 그러나 이 법을 성실하게 ‘집행’해야
할 행정부가 오히려 사회적 약속을 헌신짝처럼 버리려 하고 있다. 미적지근한 대응으로 일관한 정치권도 비난받아 마땅하다. 특히 집권 이전에 높은
수준의 기초연금 도입을 주장했으나 집권 뒤 딴소리를 하는 한나라당은 깊은 자기 성찰을 해야 한다.

 

기초노령연금 문제는 무상급식에 이어 제2의 ‘보편주의 대 선택주의’ 복지논쟁으로 점화되고 있다. 보편주의
기초노령연금이 승리하면 한국은 보편적 복지국가로 확실하게 전진할 것이다.

여기서 현세대 노인의 정치적 태도가 중요하다. 기초노령연금은 노인세대가 젊은 세대에게 자비심을 구하는 것이
아니다. 세대의 특수성 때문에 노후 준비를 할 수 없었고, 특히 성공적 산업화를 통해 젊은 세대에게 물질적 풍요를 넘겨준 역사적 공적을 생각하면
현세대 노인들은 월 9만원을 넘는 적정 수준의 기초연금을 요구할 충분한 ‘세대적’ 권리가 있으며 젊은 세대는 세금을 통해 이를 부담해야 할
역사적 의무가 있다.

 

한겨레 원문 보기(2011.09.06 [싱크탱크광장] 모든 노인에게 기초노령연금 18만원 지급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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