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12 2012-01-15   798

[복지동향 159호] 편집인의 글

김원섭|고려대 사회학과 교수

오랜 시간 동안 사람들은 자본주의 사회의 변혁을 꿈꾸어 왔다. 자본주의 질서가 가지고 있는 폐해가 심각해질수록 자본주의를 변혁하려는 사람들의 열망은 커졌다. 하지만 사회변혁의 방법은 여러 가지가 제시되었다. 어떤 이는 자본주의 사회질서의 근간인 사적 소유를 완전히 철폐 또는 부분적으로 제한하여 사회문제의 근원을 제거하려 하였고, 어떤 이는 이를 건드리지 않고 사회정책의 구축을 통해 사회를 개선하려 하였다.

사회의 근본적인 변화를 주장하는 사람들이 개량주의자들에게 가하는 가장 심각한 비판은 개량적 조치의 효과가 제한적이고, 따라서 근본적 변화를 지연시킬 뿐 이라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선거를 맞아 복지정책의 발전에 관해 혁명이냐 개량이냐 라는 논쟁이 재현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그 중 중요한 쟁점 중의 하나는 사회양극화 해결에서 경제정책과 복지정책의 역할에 관한 것이다. 일군의 진보파는 복지정책의 확장과 관계없이 경제정책의 변화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양극화의 해결은 불가능하거나 매우 제한적이라 주장한다.  

하지만 이러한 진정한 진보파의 주장은 몇 가지 점에서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첫째, 현대국가의 소득불평등은 더 이상 시장소득에 의해 결정되지 않는다. 이보다는 복지와 조세제도의 재분배효과에 의해 결정된다. 지니계수의 국제비교를 보면 스웨덴의 지니계수가 시장소득에서는 미국보다 더 높지만, 복지급여와 조세를 포함한 가처분소득에서는 미국보다 훨씬 낮게 되는 것을 보여준다. 둘째. 이들은 경제정책의 효과를 과신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들은 경제정책을 통해 경제와 산업구조를 상당부분 개혁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외환위기 이전과 달리 오늘날 우리나라의 경제구조는 매우 복잡하다. 특히 고도로 복잡한 산업구조와 비대해진 대기업의 사회적, 정치적 영향력을 고려한다면 경제에 대한 국가의 개입효과는 매우 제한적일 가능성이 많다. 

반면, 이들은 사회정책을 통한 사회변혁을 과소평가하는 경향을 보인다. 사회정책이 사회 양극화에 부분적이고 제한적인 효과만을 낳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복지정책의 효과가 미미한 것은 복지정책의 태생적 한계 때문이 아니다. 복지정책이 충분히 그리고 적절히 시행되지 않기 때문이다. 

복지제도는 자본주의 질서를 간접적이고 우회적으로만 공격하지만 사회변화에 전면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는 유럽의 복지국가와 미국을 비교해보면 금방 알 수 있다. 이들 사회는 개인과 집단생활과 사회제도의 모든 측면에서 차이를 보인다. 이러한 차이의 상당한 부분은 복지제도 발전의 차이에 의해 기인한 것이다. 이런 점에서 산업구조 개혁없이 사회 양극화를 비롯한 사회문제 해결이 불가능하다고 보는 것은 문제해결의 초점을 흐릴 수 있다. 사회양극화의 해결은 산업구조의 개혁을 통해 최대로 이루어질 수 있지만 이것만이 유일한 해결책은 아니다.     

복지동향 이번호에서는 심층주제로 보육정책, 의료정책, 노숙자정책, 주책정책, 청년실업대책을 다루고 있다. 이들 정책은 우리 사회의 부분적인 문제이지만 결코 사소한 문제는 아니다. 이렇게 작지만 중요한 정책들이 함께 올바르게 구축이 될 때 사회전체의 변화가 가능해 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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