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22 2022-04-01   351

[복지칼럼] 포용적 복지국가에서 빠뜨리면 안 되는 사람

[복지칼럼] 포용적 복지국가에서 빠뜨리면 안 되는 사람

박영아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

이주민도 노후에 대한 보장이 필요하다고 말하면 종종 외국인도 국민연금을 적용하자는 것이냐며 의아스러워하는 반응이 돌아온다. 이주민의 사회보장권이 이토록 생소하게 다가오는 이유가 무엇일까. 사회보장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겪는 생로병사(출산, 양육, 노후, 상병, 가족의 상실)에 대처하는 우리의 현명한 방법인데 말이다. 혼자서 감당하지 못하는 문제를 공동체가 합심해서 해결해보자는 것이 사회보장인데, 이주민은 공동체 밖에 있다고 보는 것이 첫 번째 이유일 것이다. 두 번째는 이주민은 처음부터 권리가 제한된 상태에서 입국하고 체류하는데, 그러한 입국과 체류를 허가함에 있어 한국과 한국인의 이해관계가 우선적으로 고려되는 것이 너무나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다 보니, 이주민의 소요에 기반한 권리부여가 낯설게 느껴지기 때문이리라. 

 

이주민에게 한국의 이익에 복무하는 정도에 따라 층화된 권리를 부여하는 대표적 예로 대한민국 국민과 혼인한 결혼이주민 중 “본인 또는 배우자가 임신 중이거나 대한민국 국적의 미성년 자녀를 양육하고 있거나 배우자의 대한민국 국적인 직계존속과 생계나 주거를 같이하고 있는”경우에만 기초생활수급권을 부여하는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제5조와 같은 규정을 들 수 있다. 

 

그러나 이주민과 국민을 구분하고 권리를 부여하는 것은 생각만큼 단순하거나 쉽지 않다. 가령 위 예에서 한국국적 자녀가 성년이 되어 외국국적 부 또는 모가 기초생활수급권을 상실할 경우, 실질적 가구원수가 동일함에도 1인 분의 급여가 줄어듦으로 인해 나머지 가족들 역시 심각한 불이익을 받는다. 이렇듯 이주민은 한국에서 홀로 다른 세상을 이루어 사는 것이 아니다. 

또한 예를 들어 특정 업종에의 취업만이 허용되거나, 취업을 하지 못하면 체류자격을 잃거나, 가족동반이 허용되지 않는 것 등은 우리가 별다른 의문 없이 누리는 일상생활에 대한 제약에 해당한다. 그래서 이주민이라 하더라도 그러한 제약이 장기화 되면 삶에 대한 왜곡을 가져오거나 체류실태와 규제 간 괴리의 원인이 된다. 즉, 체류의 조건으로 가해지는 권리에 대한 제한은 원래 자연스러운 것이라기보다 인공적인 것에 가깝다. 사회보장도 다르지 않다. 타국으로 이주하였다 해서 생로병사를 피할 수 없다. 

 

여기서 맞닥뜨리게 되는 질문은, 이주민이 주문된 역할과 기여를 하는 동안에만 “공존”을 허용하고, 그렇지 않거나 못하는 경우에는 내쫓거나 방치하는 것이 우리가 진정 선택했거나 선택하고자 하는 사회의 모습인가이다. 이 질문에 대해 아니라고 한다면 이주민의 사회보장권은 더 이상 생소하거나 낯선 문제로 남아서는 안 될 것이다. 적어도 정착하여 사는 이주민에 대해서는 권리에 대한 제한이 아닌 평등한 보장을 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 그래야만 사회적 배제를 해소하는 포용적 복지국가로 나아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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