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위원회 빈곤정책 2000-11-15   1015

150만 영세민의 생계가 달려있습니다

중앙생활보장위원회 2차 회의, 수급자 요구전달 집회

영어 듣기 평가를 방해할세라 항공기 운항도 멈춰버린 수능 시험날 아침, 수험생을 응원하며 교문 앞에서 서성이는 학부모처럼 과천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또다른 응원(?)을 하며 서성이는 사람들이 있었다.

15일 오전 9시반부터 기초생활보장제도에 의한 최저생계비를 산정을 논의하는 중앙생활보장위원회 제2차 회의가 열렸고, 이 것이 150만 빈곤계층의 생계가 달린 문제이기에 전국실업극복단체연대회의 등 시민사회단체 회원 30여명이 합당한 결정을 촉구하는 집회를 가진 것이다.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는 전국민의 최저생계를 보장하는 획기적인 복지제도로써 시민단체에서 꾸준히 요구했던 것이다. 하지만, 지난 10월 1일 시행이후 매우 인색하고 비합리적인 기준 적용으로 급여액이 줄어든 것을 비관한 영세민 자살이 두 차례 이어지는 등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최저생계비 결정에 달린 수많은 이들의 생계

중앙생활보장위원회는 기초생활보장제도의 시행과 관련해서 중요한 사안들을 심의, 의결하는 기구로서 복지부장관을 위원장으로 하고, 재경부, 노동부, 행자부, 기획예산처 차관과 공익위원 등 총 10인으로 구성되어 있다.

중앙생활보장위원회의 중요한 기능 중 하나가 복지부 장관이 12월 1일 발표할 그 다음해의 최저생계비를 의결하는 것이다. 이 최저생계비에 따라 기초생활보장제도에 따른 급여액이 결정될 뿐만 아니라, 최저생계의 경계선에 있는 빈곤층들이 수급권자로 선정될 것인가, 방치될 것인가가 결정된다.

따라서 실업연대 등 시민단체는 중앙생활보장위원회 위원들 한사람 한사람에게 최저생계비 결정에 신중을 기해줄 것, 그동안 문제가 발생한 수급자 및 부양의무자의 재산 기준에 대한 재검토, 생계급여 지급기준의 합리적인 재조정 및 개선 등을 요구하는 서한을 발송하였었다.

경제적 어려움은 지속되고 있고, 구조조정 역시 계속되고 있다. 일자리를 읽어서, 일할 능력을 상실해서 더 이상 기댈 곳이 없게된 이들에게 최저생활만은 보장해주는 기초생활보장제도는 국가의 최소한 의무이다.

공적자금은 100조를 훌쩍 넘어서는데 극빈층을 위한 몇천만원을 아끼기 위해 빈곤층을 자살로 내몰 정도로 인색하게 기준을 적용하는 행태에 과연 무엇 때문에 국가가 존재하는 것인가란 질문을 던지게 된다. 위기를 극복하자고 모두들 허리띠를 졸라매는데 결국 당하는 것은 힘없는 서민들이라는 분노 어린 탄식이 나올 수밖에 없는 현실을 정부는 직시해야 할 것이다.

중앙생활보장위원회에 150만 수급자의 생존권이 달려 있습니다

작년,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이 제정된 후 빈곤과 장기실업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던 빈곤층은 제도시행에 큰 기대를 걸어왔습니다. 그동안 제도시행 준비과정에 많은 문제점이 있고, 보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10월 제도가 시행되고 20일 첫 급여를 통장으로 확인한 후 피부로 느끼게 된 문제점은 생각보다 훨씬 심각했습니다. 이런 저런 이유로 급여는 대폭 깎여 기대와 필요에 비해 너무나 모자랐습니다.

정부가 최저생계비를 보장하겠다고 약속했고, 그것을 믿었지만 수급자들의 손에 들어온 급여와 소득, 교육비 감면과 의료혜택을 아무리 합해 본들 최저생계비에 미치지 못하였습니다. 최저생계비만큼은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 법에도 규정된 것이라고 알고 있는 데도 말입니다.

일부에서는 최저생계비가 너무 높다고 주장합니다. 남들은 중고등학교 자녀에게 사교육비로만 몇 십만원이 든다고 하면서 아이들 가르치고, 먹고, 병원비까지 내는데 고작 4인가구 93만원으로 살아보라면, 말 그대로 최저 생계를 간신히 유지하라는 것입니다. 현재 최저생계비 수준은 결코 높지 않습니다. 현재의 최저생계비는 중소도시의 7세, 5세 자녀를 둔 건강한 30대 부부를 표준가구로 하여 계측한 것이므로, 자녀가 초등학교에 입학을 하거나 조금만 많이 아파 검사나 입원을 하면 식료품 살 돈이 모자라고 연료비 낼 돈이 모자라는 수준입니다. 저희 수급자들의 생활상을 한 번 자세히 들여다 봐 주시기를 간절히 요청합니다.

저희는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훌륭한 취지를 이해합니다. 따라서 그러한 법의 취지에 맞도록 현재의 최저생계비와 생계급여 지급기준을 중앙생활보장위원회에서 바로잡아 주실 것을 요구합니다. 위원 여러분들의 손에 150만 수급자의 생존권이 달려 있음을 명심하여 주십시오. 얼마 전, 천안에서 급여지급통지서 뒷면에 유서를 쓰고 자살하신 분이 있었습니다. 그 분은 이전에는 생활보호대상자였고 21만원의 지원을 받았는데 더 좋아진다던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가 시행되더니 급여가 6만2천원으로 줄었고 더 이상 희망을 가질 수가 없어 죽음을 택하셨습니다. 다시 이런 일이 반복되어서는 안됩니다.

우선 최저생계비 결정에 신중을 기해 주시기 바랍니다. 최저생계비를 한없이 올릴 수 없는 현실은 저희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최저생계비는 급여의 지급기준일 뿐만 아니라 더욱 중요하게는 수급자 선정기준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수급자가 될 것이냐 방치될 것이냐가 단돈 몇 백원, 몇 천원에서 결정됩니다. 이러한 점을 감안하셔서 충분한 논의를 거쳐 최저생계비를 인상해 주실 것을 요청드립니다. 현재의 최저생계비는 중소도시에 거주하는 가구를 표준으로 하여 계측한 것으로 대도시나 그 인근 지역에 거주하는 수급자가구는 상대적으로 생계비가 더 많이 드는 현실을 감안하여, 지역별로 최저생계비를 차등화하여 결정하는 것이 합당하다고 여겨집니다.

두 번째로는 중앙생활보장위원회에서 재산기준에 대해서도 반드시 재검토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현재는 2중, 3중의 재산기준을 두고 있어 반드시 보장이 필요한 가구가 수급자 선정에서 배제되는 경우들이 많습니다. 자동차나 주택, 토지는 재산가액에 이미 포함되어 있는데도 불구하고 그 소유여부나 면적으로 이중적인 기준을 두어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다중적 재산기준의 합리성 여부에 대한 검토가 반드시 있어야 합니다.

또한 부양의무자의 재산기준을 보면 실제로 재산까지 처분하면서 부양을 할 정도의 경제적 여유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이를 부양능력이 있다고 무리하게 적용하여 요보호자를 탈락시키는 경우들이 많습니다. 따라서 부양의무자의 재산기준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를 반드시 실시하셔야 합니다.

세 번째로 급여지급기준에 대한 합리적인 조정이 필요합니다. 앞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현재의 급여지급기준으로는 모든 급여를 합하여도 최저생계비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합리적인 기준을 마련하여 기초보장제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생존권에 위협을 받거나, 이로 인해 목숨을 저버리는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애써 주시기를 바랍니다.

중앙생활보장위원회에서 기초생활보장사업의 기본방향과 대책을 수립하는 권한이 있습니다. 그러하기에 하나 더 부탁드리는 것은 차상위계층에 대한 부가지원 계획을 수립하는 것입니다. 현재 기초보장제도는 수급자의 범위에서 약간 벗어나지만 보호가 필요한 경우 특례기준을 두어 개별보호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자활특례, 의료특례, 교육특례, 재산기준특례 등이 그것입니다. 특례기준은 말 그대로 개별 보호가 필요한 특별한 사례에 대한 보장을 극히 제한적으로 실시하고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수급자의 바로 위 경계에 있어 의료나 교육급여를 실시하지 않으면 바로 수급자로 하향 이동할 차상위계층에 대한 대책은 별도로 마련되어야 합니다. 특히 차상위가구에 많은 의료비의 지출이 일어날 경우, 차상위가구가 빈곤의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입니다. 따라서 차상위계층에 대한 지원의 내용을 구체화하는 일도 중앙생활보장위원회에서 맡아주셔야 합니다.

다른 여러 중요한 일들이 있고 특히 위원회에 참여하고 있는 장·차관님들은 다른 국정의 현안들을 처리하느라 바쁘시겠지만, 그 어떤 일이 국민들의 생존권에 앞서겠습니까. 나라의 예산을 배분하는 데에 있어 중요하지 않은 사업이 어디 있겠습니까마는, 그 또한 국민들의 생존권에 앞설 수 없습니다. 따라서 각 부처에서는 최대한의 협조를 통하여 기초생활보장제도가 안정적으로 정착될 수 있도록 예산과 제도적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또한 공익위원 여러분들께서도 위원 여러분들의 결정이 150만 이상의 수급자들과 그 경계에 있는 빈곤계층의 생존과 관련된 것임을 고려하셔서 신중한 결정을 내려 주시기를 다시 한번 부탁드립니다.

김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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