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위원회 복지국가 2011-07-07   1947

[언론기획] 고시원 살고 있는데 애 낳아 키우라고요?

오마이 뉴스, 민주노총, 보건의료단체연합, 여성단체엽합, 전교조, 참여연대, 청년유니온 공동기획

 

고시원에 살고 있는데 애 낳아 키우라고요?

[복지는 공짜가 아니다-청년②] 슬픈 대한민국, 전쟁같은 삶

 

복지는 공짜다? 보수진영이 유포한 논리입니다. 그래서 대한민국은 OECD 국가 중 ‘꼴지 복지’의 나라입니다. 하지만 복지는 공짜가 아닙니다. <오마이뉴스>는 총 8부로 나눠 한국의 복지 상황을 점검하고 대안을 제시할 예정입니다. 이 기획에는 민주노총, 보건의료단체연합, 여성단체연합, 전교조, 참여연대, 청년유니온(가나다 순) 등 6개 단체가 함께 합니다. 자신의 사례를 기사로 올려주시거나, 댓글을 달아주시면 편집에 적극 반영하겠습니다. <편집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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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록금넷과 21세기한국대학생연합(한대련) 소속 대학생들이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인근 청운동사무소 앞에서 이명박 대통령과 손학규 민주당 대표 회동 결과에 대한 기자회견을 열고 이명박 대통령의 반값등록금에 대한 태도와 입장을 규탄하고 있다

 

 

“그녀는 공기업 파견직 노동자였다. 한국에서 공기업은 괜찮은 회사에 속한다. 오래도록 다니고 싶었다. 그러나 그녀에겐 허락되지 않았다. 폭력적인 직장문화, 상사의 괴롭힘, 적성에 맞지 않는 업무. 몇 개월 참고 견뎠지만 더는 어렵다는 판단을 내렸다.


결국 1년 뒤에 사표를 내고야 말았다. 1년을 다녀야 그나마 퇴직금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회사가 권고사직한 게 아니라 스스로 회사를 관둔 경우라면 ‘자발적 이직’에 해당돼 실업급여를 받을 수 없게 된다. 끝내 해고처리 될 때까지 버텨서 실업급여 수급조건을 충족시켜 퇴사했다. 그러나, 회사는 처음 일한 3개월은 정식계약이 아닌 아르바이트로 처리해 결국 퇴직금은 못 받게 됐다.”

 
저는 오늘 이 이야기의 주인공을 시작으로 대한민국 청년의 전쟁 같은 삶을 전해드리고자 합니다.  
 
주변을 둘러보십시오. 젊은이들은 많습니다. 이들은 모두 핑크빛 꿈을 꾸며 사는 것 같지만 대개는 아르바이트로 연명하는 저임금 노동자일 뿐입니다. 물론 근사한 직장에 다니며 좋은 차와 명품 가방을 들고 날마다 으리으리한 회사로 출근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청년들은 전체 청년 중 얼마 안 됩니다.  
 
대다수 청년들은 오늘도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어주며 프렌차이즈 커피숍에서 서빙을 하고 대형마트 캐셔로 일합니다. 지난 주말 여러분들의 카트를 대신 밀어준 친절한 청년들도 모두 저임금 노동자들이지요.

 
“생계 때문에 우선 급한 대로 알바라도” 

 
앞서 나온 이야기의 주인공은 제가 일하는 청년유니온의 조합원입니다. 그녀는 이 공기업을 그만둔 뒤로 다음 직장을 구하기 전까지 실업급여 없이 생계유지가 불가능 했던 터라 일단 불안정한 아르바이트라도 해야 했습니다. 
 
혼자서는 당장 생존해야 한다는 절박함이 우선하기 때문에 일단 아르바이트라도, 비정규직이라도 찾게 되는 게 최근 청년의 삶입니다. 당장 일하지 않으면 생존을 위협받는 현실. 2011년 대한민국 청년들의 자화상이죠.  
 
그나마 이 조합원은 1년간 공기업에 다니며 벌어둔 돈이 있어 대학 다니며 진 등록금 빚 1500만 원은 갚을 수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그녀는 결혼을 꿈꾸지 않습니다. 아이를 낳아 알콩달콩 살아보는 것도 포기한 지 오래입니다. 왜냐구요? 당장 자신의 입에 풀칠 하기도 버거우니, 당연히 결혼해서 아이 낳고 사는 것 자체가 버겁다고 느끼기 때문이지요. 
 
젊은 여성들의 결혼이 늦어지면서 더불어 출산율도 하락하고 있다고 아무리 걱정해도 우리 청년들은 눈 하나 깜짝 하지 않습니다. 그만큼 청년의 삶이 고단하고 어렵기 때문입니다. 왜 반값등록금 집회에 그렇게 많은 청년들이 쏟아져 나왔을까요? 그건 바로 우리의 현실이기 때문입니다. 
  
내 집 마련이요? 그거 정말 우리에겐 꿈에 불과합니다. 당장 현재 살고 있는 고시원에서 어떻게 탈출할 수 있을까 목하 고민하는 게 우리의 현실이니까요.

  
저는 요즘 흔히 말하는 복지국가 담론에서 가장 소외된 집단이 바로 청년이라고 생각합니다. 복지국가의 타깃그룹은 솔직히 40대 중산층의 위기감이 복지라는 이름으로 자리매김된 게 아닐까요?

 
조금 삐딱하게 생각해보면 지난 신자유주의 20여 년의 과정에서 가장 큰 피해자는 ‘청년’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2000년대 초반부터 시작된 청년실업문제는 벌써 10여년이 지나도록 해결되지 않고 있죠.

 
 다수의 청년들은 저임금 비정규직이나 최저임금도 받지 못하고 아르바이트로 연명하고 있다고 아까 제가 말씀드렸죠? 더 심각한 것은 청년 다수가 고액의 대학 등록금을 아직도 빚지고 있다는 현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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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9일 오후 서울 광화문 사거리에서 열린 ‘민생파탄 이명박 정권 심판 범국민대회’에서 학생들이 직접 쓴 재치있는 문구를 머리띠에 붙이고 반값등록금 실현을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대학을 졸업하는 순간! 빚쟁이가 됐어요!” 
 
대학을 졸업하는 순간! 빚쟁이가 되고 신용불량자가 되는 판국에 당장 그 빚을 갚지 않으면 안 되는 처지라 우리는 급한대로 질 나쁜 일자리라도 우선 하지 않으면 되는 것이지요. 이런 상황에서 우리에게 미래가 있다고 생각할 수 있을까요? 결혼해서 아이 낳고 살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겠습니까.

 
심하게 말하자면 복지국가 담론에서 청년은 배제돼 있습니다. 하나씩 짚어보지요.
 
첫째, 현행 4대 보험제도. 여기서도 청년들은 철저하게 소외돼 있어요. 대표적으로 고용보험을 보죠. 2011년 현재 청년층의 고용보험 가입률은 역대 최저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고용노동부의 자료에 따르면 29세 미만 청년층의 고용보험 가입률은 1996년 39.3%에서 2010년 7월 현재 22.6%로 급감했습니다. 왜 그럴까요? 청년들이 일부러 가입하지 않는 걸까요? 집단적으로? 절대로 아닙니다.

 
상당수 청년들이 비정규직 노동에 종사하고 있어서 고용이 불안정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청년들은 고용보험에 가입할 수 없기 때문에 고용보험에서 아무리 혜택을 준다고 해도 받을 수 없는 현실인 거지요.

 
실제 노동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실직한 임금 근로자 가운데 실업급여 수급자 비중은 11.3%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실직자의 대부분은 고용보험 미가입(45.0%), 이직사유 미충족(22.9%), 피보험단위기간 미충족(11.1%)의 이유로 실업급여를 받지 못하고 있는데요.

 
따라서 다수가 고용이 불안정한 상황에 있는 청년들이 이직이 활발함에도 불구하고 자발적 이직자에게는 실업급여가 지급되지 않는 현행 제도, 그리고 취업을 하지 못해 고용보험에 아예 가입할 수 없는 청년들에게 어떤 지원도 없는 현행 제도는 상당히 문제가 많습니다. 원래 고용 문제는 전통적인 복지국가 담론에 포함되는 것은 아니지만 청년들에게는 절실한 문제거든요.

 
둘째, 건강보험제도는 어떨까요? 무상의료요? 준무상의료? 우리 청년들의 반응은 시큰둥합니다. 왜일까요? 젊어서 안 아프니까 관심이 없다? 물론 아직 몸이 건강하고 비혼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의료에 대한 요구가 많지 않은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이런 면도 있어요. 솔직히 고백하자면, 얼마 되지 않는 저임금에서 건강보험료로 떼어가는 게 너무 아깝거든요. 그런데 더 올린다? 불만작렬인 거죠. 따라서 청년들도 함께 논의할 수 있는 틀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셋째, 무상급식이나 보육 문제도 마찬가지입니다. 현재 절대적으로 비혼 상태가 많은 상태일 뿐아니라 향후에도 비혼일 가능성이 많은 청년집단에선 보육이나 급식은 완전 남의 문제랍니다. 
 
고용이 불안정한 상황에서 저축해놓은 돈도 없고 안정적인 주거공간도 없는데, 소도 언덕이 있어야 비빈다고, 이런 상황에서 청년들이 결혼하고 애 낳고 살겠다는 생각을 할 수가 없습니다. 현재의 청년집단은 향후 저출산을 리드할 선봉장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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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마영향으로 중부지방에 호우특보가 발효중인 가운데, 29일 오후 서울 광화문 사거리에서 열린 ‘민생파탄 이명박 정권 심판 범국민대회’에서 참가자들이 최저임금 현실화 등을 요구하는 문구를 우산에 붙이고 집회에 참가하고 있다.

 

 

무상보육·무상급식 해준다고 애 낳는 거 아닙니다
 
청년들의 고용불안과 주거불안이 해결되지 않는 한 청년들이 무상보육과 무상급식이 시행된다고 해서 박수 칠 리 없고, 국가에서 무상보육과 무상급식을 해준다고 해서 결혼하고 애 낳을 리 없다는 얘기입니다. 이걸로는 청년들을 유혹할 수 없다는 얘기죠.
 
끝으로, 현재 청년층의 고용상황을 해결하지 않고서는 복지국가를 유지할 재원을 마련하기가 힘들다는 것을 꼭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최근 연구 결과에 따르면 청년층의 경우 청년기 실업상태에 있음으로 인해 국민연금 등의 기본적인 복지제도에서 소외될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고 합니다.

 
한국조세연구원의 연구에 따르면 청년실업으로 인한 국가적 손실이 30조 원 수준이며 이로 인해 약 1조9천억 원의 소득세가 상실된다고 추정하고 있는데요. 이렇게 되면 실제 복지제도를 유지할 재원이 부족하게 되고 이로 인해 증세문제를 두고 세대간 갈등마저 초래될 위험성이 있지요.

 
그런 면에서 보면 한국형 복지국가를 건설하는 단초가 청년들의 문제에 있으며 한편 복지국가를 넘어서는 어떤 가능성을 청년들이 가지고 있다고 할 수도 있습니다. 늘 비어 있는 공간이라는 것은 역설적으로 가능성의 공간이기도 하기 때문이지요.

 
복지제도가 거의 전무한 대한민국의 그 빈 공간에 ‘보편적 복지’라는 새로운 가능성이 등장했습니다. 비슷한 문제의식을 세대간의 관점에서 본다면 복지국가에서 상대적으로 비어 있는 공간에 서 있는 청년들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복지국가를 넘어서는 새로운 가능성일지도 모른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이처럼 현재의 복지국가 담론은 청년층의 문제에 더 고민을 심화시킬 필요가 있습니다. 만약 그렇지 않고 복지국가가 만들어진다면 어떻게 될까요? 현재 20대 중반에서 30대 초반 까지의 특정 세대가 대한민국에서 결혼도 하지 않고 비정규직 일자리를 전전하며 조용히 고시원 골방에서 사라져가는 ‘잃어버린 세대’가 되지는 않을까요?

 
‘함께 살자 대한민국’이라는 구호는 지금 시대 대한민국 청년들이 이 사회에 보내는 절박한 메시지라고 생각해주십시오. 우리 정말 함께 살고 싶습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조성주님은 노동조합 청년유니온에서 정책기획팀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오마이뉴스 원문 기사 보기(2011.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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