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21 2021-01-01   612

[동향3] 공공의료 강화는 허황된 꿈일까?

: 2020년 12월 13일 보건복지부 보도자료를 비판하며

 

김경일 사회복지연대 사무국장

   

2020년 12월 13일, <감염병 대응을 위한 지방 공공병원 병상 5,000개 확충> 이라는 이름의 깜짝(?) 발표가 있었다. 정부의 공공의료체계를 강화하겠다는 발표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감염병 대응, 필수의료 지원을 위한 공공의료체계 강화】

공공의료체계
– 2025년까지 20개 내외* 지방의료원 등 400병상 규모로 확충
* 신축 9개소(이전신축 6개소 포함), 증축 11개소 내외  
– 지방의료원 예비타당성 조사제도 개선으로 신속 확충 가능
* 국무회의 거쳐 면제(3개소), 공공성․지역균형 강화방향으로 제도개선(’21)  
– 지방의료원 신증축 시, 시도 지역은 3년 간 국고보조율 10%p 인상
* (현행) 50% → (개선) 시도, 시군구 60% (3년 한시, 3년 내 예비타당성 조사 통과․면제 사업 적용)  
– 지방의료원 35개 전체에 감염병 안전설비 확충
* 감염병 전담병동 5개소, 긴급음압병실 20개소, 공조시스템 10개소  
– ICT 연계된 스마트 공공병원으로 혁신
* 국공립병원 통합형 EMR 추진, 원격협진․원격중환자실 등 연계 강화  

필수의료인력
– 전공의 피교육자로서 권리 강화, 전문의 중심 병원구조 마련
– 필수의료 분야 간호사 충원을 위한 지원 확대

지역완결적 의료
– 70개 진료권 내 96개 지역책임병원(공공+민간병원) 지정, 심뇌혈관질환 및 감염병 등 지역 내 필수의료 거점역할 강화

*출처: 20.12.13. 보건복지부 보도자료, 감염병 대응을 위한 지방 공공병원 병상 5,000개 확충

 

침례병원이 파산하고 난 이후 열띠게 공공의료 강화 운동, 공공병원 설립 운동을 진행하고 있는 부산지역 시민사회는 그동안 공공병원 설립에 걸림돌이 되는 예비타당성 조사의 면제와 설립 이후 지역 책임의료기관 역할 수행을 위한 운영비 국비 지원 등을 요구하고 또 공공의료 강화의 대안의 하나로 제시해왔다. 하지만 13일의 발표는 근본적으로 그동안 외쳐왔던 공공의료 강화에 한참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었다. 공공의료 강화의 꿈은 허황된 것일까? 절망 섞인 마음을 삼키고 다시 한 번 공공의료 강화를 위한 대안을 다음과 같이 제안한다.

 

국가재정법 개정을 통한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예비타당성 조사는 500억 원 이상의 사업비에 300억 원 이상의 국고가 투입될 경우 그 사업의 비용 대비 편익을 분석해, 쉽게 말해 효율성을 계산해 사업의 적격성을 심사하는 제도이다. 현재 제도에 의하면 공공병원 설립을 위해선 투자한 비용에 대비해 효과가 얼마만큼 있는지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해야 한다. 하지만 그럴듯해 보이는 논리 속에서 공공병원은 필요성이 입증되어도 설립되지 못한다.

효율성 즉 ‘수익성’을 추구하는 예비타당성 조사는 국민의 건강권을 보장하고 건강정책을 수행하는 공공의료기관을 효율적이지 못한 기관으로 평가하기 때문이다. 이는 평가지표 몇 가지를 수정한다고 개선될 문제가 아니다. 공공의료를 바라보는 패러다임의 전환이다.

정부의 발표는 공공병원 3곳(대전 동부권, 부산 서부권, 경남 진주권)을 신축하겠다고 했지만 정치적 쟁점이 된 일부 지역만을 포함한 것이고 결국 근본적으로 공공의료기관을 사회 필수기관으로써 확충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COVID-19가 만연하며 감염병 대응이라는 커다란 과제 앞에 국민들 모두가 공공의료기관은 우리 사회에 필수기관이라고 바라보고 있음에도 정부는 공공의료 강화를 흉내만 내고 있는 셈이다.

발표한 3곳의 공공병원 설립은 분명 환영할 일이지만 온전히 환영하지 못하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교육, 국방의 영역처럼 이제 공공의료도 우리 사회의 필수 요소가 되었다. 그 어떤 법과 제도보다 우선되는 것은 민심이다. 국민들의 인식을 따라갈 수 있도록 조속히 예비타당성 조사는 면제되어야 한다. 우리나라 전체의 공공의료 강화를 위해서 반드시 선제되어야 한다.

 

지방재정에 따른 국고보조 확대

예비타당성 조사가 공공병원 설립의 걸림돌이었다면 이에 못지않은 걸림돌이며, 또 공공병원이 공공병원 답지 못하게 된 가장 큰 원인으로 재정을 꼽을 수 있다. 그동안 정부는 공공병원을 설립할 때 건축(또는 리모델링) 비용을 국비 5 : 지방비 5의 비율로 분담해 왔다. 겉보기엔 절반이나 분담하는 것 같지만 건물 외에 부지(땅)과 장비, 인력 등 실질적으로 들어가는 운영비는 모두 지방재정의 부담으로 맡겨져있다. 그 결과 지방재정의 격차는 공공의료 격차로 이어지고 공공의료 격차는 지역 주민의 건강격차로 이어지고 있다.

이번 COVID-19 대응에서도 볼 수 있듯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 지역의 공공의료 인프라는 다른 지방의 수준과 비교조차 할 수 없을 만큼 높았다. 완벽하다고 평가할 수는 없지만 공동 재난대응을 위해 수도권 감염병 대응 체계를 구축할 수 있었던 것은 결국 지방재정에서 나누어졌다. 단적으로 서울의료원과 부산의료원을 비교하면 병상 수는 비슷하지만 의료 인력은 2~3배가량 차이가 나는 것을 볼 수 있다. 지방재정이 열악할수록 있는 공공의료기관도 제 역량을 발휘하지 못한 채 운영되고 있다는 뼈아픈 사실이 감염병 대응에서 다시 한번 드러난 셈이다.

감염병 대응뿐만이 아니다. 수익성이 나지 않는다는 이유로 민간 의료기관에서 기피하는 진료과목들이 생겨나고 기준 시간 내 의료이용이 낮아질수록 건강격차는 지역 간 계속해서 벌어지고 있다. 부산지역의 경우 7대 광역시 기준 공공의료기관 수는 6등으로 꼴찌 수준이면서 동시에 사망률, 암 사망률, 심뇌혈관 사망률 등은 1~2위를 오가고 있다. 최근엔 산부인과가 급속도로 문을 닫으면서 태아사망률, 유산 합병증 발생률 등 산과 관련 건강지표가 나쁘게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건강격차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손 닿을 곳에 공공병원이 설립되어야 한다. 또 설립되었을 때 제대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뒷받침이 되어야 한다. 민간병원은 과잉진료를 통해 수익성을 높일지 몰라도 공공병원은 그렇지 않다. 그렇다면 진료 역량을 유지할 수 있도록 정부의 예산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 설립에 대한 권한은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해 중앙정부가 쥐고 있으면서 운영에 대한 전반적인 책임은 지방에게 맡기는 것도 결국 공공의료는 바라보는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 필수기관이면 필수기관답게 예산이 투입되어야 한다.

그런데 정부가 발표한 3년 내 예비타당성 조사 통과․면제한 사업에 대해서만 3년 한시로 50% 건립비(또는 리모델링) 비용 지원을 60%로 올리는 것은 이에 한참 뒤처지는 대책이다. 또한, 지방재정 수준을 고려하지 않고 광역 시도는 제외되었으며, 3년 안에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면제한 사업의 건립비 전체의 60%를 말하는 건지 BTL방식으로 진행될 경우 상환기간의 3년만 한시적으로 60%를 적용하겠다는 것인지 범위도 사전에 결정하지 않은 정책의지가 의심스러운 대책이다. 결국 운영 부담은 지방정부에 전가하는 체제를 유지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공공의료 강화를 위해선 현 제도 속의 비율 조정이 아닌 지방재정을 고려한 설립, 운영 지원이 보장되어야 한다.

 

절박한 마음을 담아 글을 맺으며

2019년 11월, 보건복지부는 지역의료 강화 대책을 통해 지역 책임의료기관을 지정해 공공의료를 강화하겠다고 발표했다. COVID-19가 유행하기 전 발표했던 지역의료 강화 대책에 비해 2020년 12월 13일에 발표한 공공의료체계 강화 대책이 크게 다르지 않게 느껴지는 것은 결국 정부의 공공의료 강화 의지가 없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적어도 지금의 사태라면 국민안심병원을 통한 병상 확보(생활치료센터 수준이라 하더라도), 감염병 예방법에 명시된 감염병기관을 통한 병상확보, 2019년 발표한 지역책임의료기관의 역량확대, 기존에 발표했던 9개 권역에 신규 지역을 추가한 공공의료기관 확충, 공공인수 방식의 공공의료기관 확충 계획 등의 내용이 발표되었어야 했다. 이를 위해 예비타당성조사 면제와 지방재정에 따른 국고보조 등이 더 확실하게 발표되었어야 했다.

건강격차는 여전히 존재하고, 감염병 대응으로 인해 의료안전망은 방치되고, 한계가 분명한 공공의료기관의 보건의료 노동자들의 삶은 고통으로 가득해지고 있다. 어느 것 하나도 포기할 수 없는 중요한 일들이지만 적어도 현재 시급한 감염병 대응을 하겠다면 공공의료기관의 확충에서부터 답은 시작되어야 한다. 국민들의 심리가, 정치적인 메시지가 백신과 치료제에 몰두해 있지만 치료 가능한 역량을 유지해야 한다는 현실을 국민 모두가 알고 있다. 이제는 정부가 응답해야 한다. 공공의료 강화라는 절박한 꿈을 더 이상 허황된 꿈으로 생각하고 싶지 않다. 그 어떤 가치보다 ‘돈 보다 생명’을 생각하며 국민의 생명을 위한 공공의료 강화가 이루어지길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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