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21 2021-10-01   961

[기획2] 공허한 국가책임제가 아닌 국민돌봄기본권 보장이 필요하다!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사회서비스TF

정작 책임 주체는 없는 공허한 국가책임제

지난 대선에서 현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 중에 가장 주목을 받았던 것 중 하나는 단연 ‘치매국가책임제’였다. 이미 우리나라는 급격한 고령화로 인해 노인인구 비중이 늘어남에 따라 치매 환자 역시 빠르게 늘어나고 있고, 국민 상당수는 그로 인한 부담과 고통을 느끼고 있거나 주변에서 목도하고 있던 터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집권 후에 치매관리법을 제정하고, 종합계획을 수립하여 중앙과 광역치매센터와 함께 전국 256개의 치매안심센터를 개소하였다. 또 장기요양서비스에서 인지지원등급을 신설했으며, 건강보험에서 의료비 부담률을 낮추는 등 관련된 인프라와 서비스를 확대하였다.

하지만 현 정부의 집권 마지막 해를 보내고 있는 지금 정말 치매로 인한 고통과 부담에 대해서 국가가 ‘책임’을 지고 있는가? 물론 인프라와 서비스가 늘어나고 부담이 좀 줄어들긴 해서 혜택을 받는 사람이 늘어나기는 했겠지만 그러한 혜택을 찾아내고 얻어내는 것은 여전히 당사자와 가족의 몫이다. 가령 지역의 치매안심센터에서 제대로 된 상담이나 서비스를 제공받지 못해도, 인지지원등급을 받았음에도 이용할 수 있는 주ㆍ야간보호 서비스가 없어 방임이 되거나 가족이 오롯하게 감당하게 되어도 그로 인해 누군가 딱히 책임지는 시스템은 아니다. 말로는 “국가가 ‘책임’을 진다.”고 하지만 정작 현장에서는 구체적인 책임의 주체가 없는, 그냥 구호에 불과했을 뿐이다. 이미 대선 유력주자들이 또 다른 ‘국가책임제’를 들고 나오지만 공허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이러한 문제는 비단 치매국가책임제뿐이 아니다. 우리나라 돌봄제도 전반이 그렇다. 지난 2007년 현재의 장애인활동지원제도인 장애인활동보조사업을 포함한 사회서비스 전자바우처 사업이 시작되고, 2008년 노인장기요양보험이 도입되었으며, 2013년에는 만 0~5세 아동에 대한 보편적인 무상보육이 시행되었지만 여전히 국민들은 육아, 장애, 노령 등의 상황에서 막막한 상황을 경험하고, 독박육아나 독박간병 등 과중한 부담에 시달리고 있다. 하지만 이런 문제에 직면했을 때 누구에게 어떠한 요청을 할 수 있고, 책임을 요구할 수 있는지는 분명치 않다. 관련된 서비스는 확대되어 그 종류가 260여 가지에 이르고, 이 서비스에 지출되는 예산도 적지 않다. 장기요양보험 재정규모는 이미 7조 원을 넘어섰고, 그 대체 수단으로 폭증한 요양병원에 지출되는 건강보험 예산 역시 8조 원이 넘는다. 여기에 기타 장애인 지원, 노인돌봄제도 등 성인돌봄과 관련된 예산만 거의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의 1%에 육박한다(김윤 외, 2019: 4).

지출 수준은 낮지 않지만 여전히 막막한 돌봄문제 

이러한 이유로 노인, 장애인 등에 대한 성인 돌봄예산만 비교해 보면 경제개발협력기구 회원국(OECD) 평균은 GDP 대비 1.5%로 우리나라 지출수준이 낮다고만 하기는 어려운 수준이다(OECD, 2020). 전체 사회복지지출 수준에 있어서는 OECD 평균(20%)의 약 절반 수준(12%)으로 여전히 최하위권에 속하지만(OECD, 2021) 적어도 주요 사회서비스 부분에서의 지출 수준은 이미 2/3 수준에는 이르고 있는 것이다. 정리하자면, 그동안 우리나라 사회서비스는 서비스 종류나 인프라, 재정적인 측면에서 상당한 수준으로 확대되었지만 정작 국가는 국민의 돌봄문제를 책임지지도 않고, 그 결과 여전히 돌봄문제로 인한 불안과 부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사회서비스는 왜 이미 지출 수준이 낮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정작 국민들은 체감하지 못하는 비효율적이고 비효과적인 상태가 되어 버렸을까? 이는 앞서 언급했듯이 필요한 서비스를 국민들이 알아서 구해야 하는 ‘비책임성’의 구조와 관련이 있다. 사실 지출 수준이 중유럽에 육박하게 된 핵심적인 이유는 등급받기 까다로운 장기요양보험으로 인해 대체수단으로 요양병원이 폭증한 탓이 컸다. 노인요양에 대응하기 위해 만든 장기요양보험제도가 이를 제대로 책임지지 않는 가운데 결국 찾게 되는 대체수단의 지출 수준이 더 커져 버린 파행적 결과가 초래된 것이다. 결국 국가는 재정은 재정대로 지출하면서 국민들은 인간적인 삶과 거리가 먼 병상에서 삶의 마지막을 보내야 하는, 누구에게도 바람직하지 못한 어리석은 결과가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이러한 돌봄문제는 우리 삶의 핵심적인 문제이다. 인간은 출산과 동시에 돌봄이 없으면 생존이 불가능하며 성인이 될 때까지 다른 성인의 보살핌을 필요로 한다. 또한 건강수명과 기대수명의 격차에서 볼 수 있듯이 평균적으로 20년 가까이 질병이나 노쇠로 인한 돌봄을 필요로 한다. 결국 80년 정도의 일생에서 절반 가까이 돌봄을 기본적으로 필요로 하고, 나머지 절반에서도 질병이나 장애에 의해서 돌봄을 필요로 하거나 누군가에게 돌봄을 제공해야 하는 상황을 언제든 경험하게 된다. 이러한 돌봄의 책임을 가족과 여성에게 떠넘겨 왔던 과거에 사회복지는 주로 실업, 노령 등 소득중단이나 감소가 될 수 있는 사회적 위험에 대한 소득보장만을 고려해 왔다. 하지만 그러한 일방적인 부담이 더 이상 정당하지 못하고, 이제는 성장과 발달, 질병과 장애, 노쇠 등으로 인해 일상생활을 유지할 수 없는 위험에 대해서 돌봄을 보장해야 하는 돌봄보장이 또 다른 사회복지의 양대 축이 되어야 한다고 할 수 있다.

국민돌봄기본권 보장을 중심으로 한 대선 사회서비스 과제

하지만 이러한 돌봄보장은 관련된 인프라를 좀 늘리고, 서비스를 확대하면서 이를 ‘국가책임제’라고 이름만 붙이는 안일한 방식으로 이루어질 수 없음은 이미 충분히 경험하고 있다. 돌봄이 이루어지는 지역에서 구체적인 책임주체가 없다면 결국 돌봄이 필요한 국민들은 필요한 서비스를 각자의 능력에 따라서 획득해야 하는 상황은 변함이 없고, 그래서 더 소외되고 위급한 사람일수록 서비스로부터 배제되어 사각지대에 방치될 수밖에 없는 문제는 해소될 수 없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제는 기본적인 돌봄보장을 통해 모든 사람이 나이, 질병, 장애 여부와 관계없이 인간다운 일상생활을 누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을 기본권으로 규정하고,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이하 지자체)에 이를 보장할 책임과 이를 구현할 수 있는 공통된 절차를 법제도적으로 명확하게 부여하는 것이 정작 필요한 과제이다.

이전까지 강조되었던 사회서비스의 공공인프라 확대와 질높은 사회서비스를 위한 종사자의 근로조건 보장 역시 이러한 돌봄 기본권과 이에 대한 공적 책임이 명료화될 때 비로소 유의미하게 이루어질 수 있다. 이번 정부에서 이전까지의 사회서비스가 민간 일변도의 공급으로 이루어져 왔다는 것을 핵심적인 문제로 인식하고 전국 11개 시ㆍ도에서 사회서비스원이 설립이 되었지만 공공 공급의 획기적인 확대가 이루어진 것은 아니었다. 여전히 정책을 국정과제로 추진한 중앙정부도, 사회서비스원을 설립한 지방자치단체도 돌봄에 대한 구체적 책임이 부여되거나 인식하게 된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복지부는 공공성을 위한 사회서비스원에게 수가 등 자체 수입으로 운영하라는 독립채산제를 원칙으로 내세웠고, 설립 지자체 역시 설립 자체에만 급급했을 뿐이고, 자체 예산을 통해서 그나마 성과를 보여 준 서울시가 예외적이었다. 결국 대부분의 사회서비스원은 공공 공급을 획기적으로 확대하였다고도, 서비스의 질에 있어서 민간과의 차별성을 보였다고도 평가하기는 아직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물론 국민돌봄기본권 보장을 위해서는 그만큼 공공이 책임지는 공공인프라가 확대되어야 하는 것은 필수적인 조건이다. 하지만 공공인프라의 확대는 돌봄이 국민의 기본권으로 확립되고 이에 대한 보장의 책임이 국가에 부여될 때 공적 자원의 유의미한 투입이 일어날 수가 있는 일이다. 그래서 이번 대선에서의 사회서비스 과제에 있어서는 국민돌봄기본권 보장을 궁극적 목적임을 명시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법제도적 개혁, 공공인프라와 노동자 처우개선, 노인 및 아동돌봄, 주거보장의 과제를 제시하고자 하는 것이다. 여기에서 제시되는 사회서비스 과제는 개인적인 입장이 아니라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의 공식적인 논의를 통해 도출된 것임을 밝힌다.

과제 1: 국민돌봄기본권의 법제도적 보장 실현

우선 국민돌봄기본권 보장을 위해서는 몇 가지 우선적인 원칙이 견지되어야 한다. 첫 번째는 돌봄에 대한 공적인 책임 원칙이다. 앞서 서술한 대로 돌봄이 모든 인간의 기본적인 문제라는 점에서 돌봄은 가족의 책임으로 떠넘겨서는 안 되며 적절한 수준의 좋은 돌봄이 누구에게나 공적으로 보장되어야 한다. 두 번째는 주민의 돌봄기본권에 대한 지자체의 책임 원칙이다. 결국 돌봄은 지역에서 구체적인 주민을 대상으로 보장되어야 하며 이를 일선에서 책임을 질 수 있는 주체는 지방자치에 의해 주민들에게 민주적 위임을 받은 지자체밖에는 없다. 물론 지자체가 이를 이행할 수 있도록 중앙정부의 제도적이고 재정적인 보장이 전제되어야 하지만 주민의 돌봄에 대한 구체적이고 일차적인 책임은 지자체에 명확하게 부여되어야 한다. 셋째는 사회서비스에 대한 통합적 접근 원칙이다. 지금과 같은 분절적이고 파편적인 서비스 체계에서 이용자가 일일이 서비스를 획득해야 하는 구조는 돌봄이 필요한 사람을 중심으로 돌봄의 복합적인 욕구가 적절하게 보장될 수 있도록 통합적으로 서비스가 제공되는 구조로 전환되어야 한다. 넷째는 좋은 돌봄을 위한 좋은 일자리의 보장 원칙이다. 돌봄이 값싼 노동이나 무급 노동으로 취급되는 한 돌봄에 정당한 가치가 부여될 수 없고, 결국 좋은 돌봄은 가능하지 않기 때문에 모든 돌봄 노동자에게 정당한 처우가 보장되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돌봄에 있어 젠더 측면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 돌봄에 대한 권리는 모두에게 차별 없이 동등하고 정당하게 누릴 수 있어야 하고, 또한 반대로 그 책임 또한 정당하게 배분되어야 한다.

이러한 돌봄보장과 관련된 정책으로 현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정책은 지역사회 통합돌봄 선도사업이라고 할 수 있다. 이미 서구 복지국가에서는 돌봄정책의 일반적인 원칙으로 적용되고 있는 커뮤니티 케어(community care) 정책을 우리나라에서 구현하겠다는 지역사회 통합돌봄은 “돌봄이 필요한 주민들이 살던 곳에서 개개인의 욕구에 맞는 서비스를 누리고, 지역사회와 함께 어울려 살아갈 수 있도록 주거, 보건의료, 요양, 돌봄, 일상생활의 지원이 통합적으로 확보되는 지역 주도형 정책”(보건복지부, 2018)으로 정의되고 있다. 앞서 지적한 사회서비스의 고질적인 분절성과 파편성으로 인해 돌봄이 필요한 사람들이 시설화를 피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개개인의 욕구에 맞는 서비스를” “통합적으로 확보”해서 “살던 곳에서” “어울려 살아갈 수 있도록” “지역 주도형 정책”으로 추진하겠다는 방향성은 환영하지 않을 수 없는 일이다.

지금은 전국 16개의 지자체에서 지역 주도형 모형을 개발하기 위한 ‘선도사업’의 이름으로 추진되고 있기는 하지만 그 내용을 보면 복지부 스스로의 정의를 무색하게 한다. 아무리 지역 주도형으로 정책을 추진한다고 하더라도 시설을 선택할 수밖에 없게 만들어 왔던 기존 장기요양보험제도 등 제도적 문제는 중앙정부에서 풀어 주어야 한다. 하지만 현재의 선도사업은 이러한 제도적 개혁없이 지자체 예산지원사업으로만 추진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시설 입소 위기에 있는 돌봄 욕구가 높은 대상자보다는 상대적으로 욕구 수준이 낮은 대상자를 중심으로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는실정이다. 통합돌봄을 위한 조직개편까지 시도하고 있는 일부 지자체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확대된 노인복지사업, 또는 장애인복지사업으로 시행되고 있는 것이다(김보영, 2021). 게다가 여당에서 발의된 지역사회통합돌봄법안(정춘숙 의원 대표발의)에서는 아예 장기요양보험 급여를 통합적인 서비스 설계를 할 수 있도록 하는 통합돌봄 사례조정 회의체 심의ㆍ의결 대상 급여에서 제외한다는 단서조항까지 넣어서 통합돌봄에 대한 의도 자체를 의심케하고 있다(참여연대, 2020).

그렇기 때문에 돌봄기본권 보장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모든 국민이 연령이나 장애, 질병 등으로 인해 돌봄을 필요로 할 때 최대한 지역사회 안에서 일상적인 생활을 자율적이고 주도적으로 영위하고 건강하고 안전한 성장과 발달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하는 돌봄보장을 국민의 기본권으로 명시하고 이를 실질적으로 구현할 수 있는 법제도적 개혁이 필수적이다. 가칭 국민돌봄보장법의 제정을 통해서 이러한 기본권을 명시하면서 이를 위한 중앙정부의 인력과 예산에 대한 책임, 광역 지자체의 인프라 구축에 대한 책임, 기초 지자체의 개별 주민에 대한 구체적 돌봄보장에 대한 책임을 규정하고, 파편화된 돌봄서비스들이 개별적인 기준과 절차를 통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이 법에서 통합적으로 규정된 기준과 절차에 따라 모든 돌봄서비스들이 당사자를 중심으로 설계되어 제공될 수 있게 규정하도록 하는 것이다. 또한 기초 지자체가 주민 돌봄을 보장할 수 있는 제대로 된 역할을 하기 위해 장기요양보험, 건강보험, 각종 정부 보조금으로 쪼개져 있는 돌봄 관련 재정을 통합하여 활용하면서 그 책임을 이행할 수 있도록 견제장치와 권리구제 절차도 포함되어야 할 것이다.

과제 2: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는 충분한 돌봄 실현

이렇게 지역에서 지자체를 중심으로 개개인의 주민에 맞는 돌봄을 받을 수 있는 명확한 역할과 책임, 절차에 대한 법제도적 개혁이 이루어진다고 하더라도 지역에서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는 충분한 돌봄이 없다면 궁극적으로 제대로 돌봄을 보장받을 수 없다. 또한 중앙정부 차원에서 제도적으로나 인프라 측면에서 이를 보장하지 않은 채 지자체에 주민 돌봄에 대한 책임만 규정한다면 지자체에 책임을 떠넘기는 결과밖에 되지 않는다. 따라서 주민 돌봄에 대한 지자체의 명확한 권한과 책임을 부여하는 법제도적 개혁과 함께 필수적으로 동반되어야 하는 것은 충분한 돌봄에 대한 보장이며, 이는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는 공공 인프라와 제도적 돌봄에 대한 보완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노인 돌봄의 경우에는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는 국공립 요양시설은 시설급여에서는 3%, 재가급여에서는 1~2% 수준밖에 되지 못하고, 지역별로 주ㆍ야간보호시설, 단기보호시설 등 인프라의 차이가 있다. 또한 현재 장기요양보험에서 재가급여의 수준이 낮아 시설로 들어갈 수밖에 없는 상황에 대해서는 이미 지적한 바 있다. 따라서 우선 지역별로 노인요양시설 공공 공급 총량에 대한 최저 기준을 마련하는 공공요양 기본공급률제를 도입하고, 일반 공립요양시설 설치비용에 대한 국고보조율을 현재 50%에서 현재 치매전담형 공립요양시설에 적용되고 있는 80% 수준으로 일괄 상향시켜 지역별로 공립시설 설립을 촉진시켜야 한다. 또한 장기요양보험의 재가급여는 현재 하루 약 3~4시간 정도의 수준밖에 안 되는 급여양을 최소한 하루 8시간 수준으로 확대하고, 야간 재가급여를 도입하여 최대한 집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제도적인 서비스를 보장해 주어야 할 것이다.

아동돌봄에서는 선호가 높은 국공립어린이집 비율을 40%로 확대하겠다고 정부가 목표치를 제시했지만 여전히 그 절반 수준(20.4%)에 그치고 있고, 심지어 21년 국공립 신출 예산을 전년도 대비 40% 이상 삭감하는 등 의지마저 제대로 보이지 않고 있다. 특히 6~12세 초등학교 연령 아동의 경우에는 공적인 돌봄 이용률 자체가 20%도 안 되는 낮은 상황이며 제도적으로도 3개 부처 산하 5개 제도(초등돌봄교실, 다함께돌봄센터, 지역아동센터, 청소년방과후아카데미, 아이돌봄서비스)로 분절되어 있어 사업의 비효율성을 지적받고 있다. 따라서 아동돌봄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우선적으로 강화하고, 질높은 돌봄환경을 제공하기 위해서 국공립어린이집 이용률을 50%까지 확대하여야 한다. 또 어린이집 교사 1명당 아동비율도 현행 0세 1:3, 3세 1:15 등의 비율은 0세 1:2, 3세 1:10 등으로 하향조정이 시급하다. 이와 함께 제도적으로 분절된 초등돌봄은 아동돌봄센터와 같은 하나의 제도로 통합하면서(청소년방과후아카데미는 중등학령 대상 서비스로 개편), 공통적으로 오후 7시까지의 돌봄제공, 상시적 돌봄과 일시돌봄을 모두 제공하는 유연한 서비스, 필요시 드림스타트와 연계한 통합사례관리 제공, 적정한 수준의 종사자 처우 보장 등 요건을 갖추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초등돌봄 이용률을 40%까지 확대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온종일돌봄특별법을 통하여 지자체가 책임을 지는 온종일돌봄체계를 갖출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통해 지자체는 아동돌봄의 수요를 파악하고, 이를 충족시키기 위한 계획을 수립하고 실행하며 관계기관과의 협의, 감독, 관리 기능을 수행하도록 한다. 또한 이를 지역에 맞게 자율적으로 할 수 있도록 아동돌봄통합재정을 구축하여 지자체에 포괄사업비 형태로 재정을 제공하도록 한다.

특히 아동돌봄에 있어서 학대와 방임에 대한 기본적인 안전과 인권보장에 대한 책임 있는 공적 대응이 이루어져야 한다. 최근에 아동보호 공공화 사업을 추진하여 아동학대 문제에 대한 공공 책임성을 강화하는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으나 여전히 이를 담당할 아동학대 전담공무원 배치가 미흡한 지역이 많으며, 적합한 업무역량을 갖추지 못하여 업무수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또한 작년 3월부터 두 번 이상 학대신고가 된 아동에 대해서는 즉각분리제도를 시행하고 있지만 정작 피해아동에 대한 지원체계가 부족하고, 갈 곳이 마땅치 않아 오히려 아동의 이익에 반하는 무분별한 분리의 우려가 높은 상황이다. 따라서 지자체별로 최소 2인 이상의 아동학대 전담공무원을 배치하여 지자체 중심의 아동학대 신고접수, 현장조사, 응급보호, 사례관리 등이 실시될 수 있도록 하고, 지자체 인증 대학원 등 교육기관과의 협력을 통해 교육비를 지원하는 등 전문성을 갖출 수 있는 교육양성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거점 아동보호전문기관의 경우 심리상담 인력을 3인 이상 배치하도록 하여 학대피해아동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도록 해야 한다. 더불어 여전히 미흡한 아동보호체계로 인해 안고 있는 아동수출국의 오명을 벗어나고 아동의 기본적 권리보장을 위해서 해외입양 폐지와 대규모 양육시설에 대한 임기 내 일몰선언과 계획 수립도 차기 정부에서 이행되어야 하는 사항이다. 또한 아동의 생존과 발달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공유하기 위한 보편적인 아동수당은 독일, 프랑스, 영국 등과 같이 만 17세까지로 확대하면서 그 수준도 현행 10만 원에서 20만 원으로 상향하고, 공적돌봄을 이용하지 않는 것을 조건으로 지급되는 가정양육수당은 폐지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과제 3: 지역에서 적정한 삶을 보장받을 수 있는 주거권 보장

돌봄기본권을 모든 국민이 연령이나 장애, 질병 등으로 인해 돌봄을 필요로 할 때 최대한 지역사회 안에서 일상적인 생활을 자율적이고 주도적으로 영위하고 건강하고 안전한 성장과 발달을 보장받을 권리라고 한다면, 지역사회 안에서의 자율적이고 주도적인 삶을 위해 필수적인 것 중 하나는 적정한 주거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주거기본법에 근거하여 최저 주거기준을 마련하여 공고하고 이에 더 나아가 적정 주거기준에 해당하는 유도 주거기준을 설정하여 공고할 것을 법에서 규정하고 있으나 최저 주거기준은 10년 전 기준에서 변화가 없으며 선진국의 그것과 비교하여 매우 열악한 수준으로 마련되어 있다. 법적으로 유도 주거기준의 마련을 명시하고 있으나 국토교통부는 안조차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돌봄욕구가 있는 주민의 주거 관련 서비스에 대해서는 기본적인 체계화도 되어 있지 않아 매우 혼란스러운 상황이며, 돌봄서비스가 결합된 지원주택의 경우도 서울시의 서비스 결합형 공공임대주택의 사례를 제외하고는 운영사례를 찾아보기도 어려운 데다가 서울시 역시 그 공급량이 충분하다고 평가하기는 어려운 수준이다. 또한 취약계층의 주거권 보장에 있어서 주거급여 대상 역시 2021년 기준 중위소득 45% 이하로 매우 제한적이어서 주거비 문제의 실질적 해소와는 거리가 멀다.

따라서 최저주거기준을 현실화하고 적정(유도) 주거기준을 마련하여야 하며 실제적인 적용이 가능하도록 제도 개선을 해야 한다. 최저 주거기준 미만 거주 가구에 대한 거주품질보장 등 적정한 주거보장에 대한 책임 역시 지방자치단체에 부여하고 지자체 나름대로 주거서비스에 대한 운영모델을 구축할 수 있는 중앙정부처의 지원이 병행되어야 한다. 특히 돌봄이 필요한 국민에 대한 탈시설과 지역사회 자립지원을 지자체의 책임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역할을 부여하고 시설 입소자에 대한 주거계획 수립, 자립지원을 위한 사례관리, 시설 내 주거준비 및 지원서비스 전담인력 구성, 주거복지센터와 연계된 주거준비 서비스 제공 등을 수행하도록 해야 한다. 또한 공공임대주택 공급계획에 있어 돌봄이 필요한 대상자에게 주거권을 실현하고 적합한 돌봄을 제공받을 수 있는 방안으로서 지원주택을 주거기본법, 주거약자법, 공공주택 특별법 등의 법개정을 통해 주요 공공임대주택 유형으로 규정하고, 지자체에서 지역 내 지원주택 욕구 규모를 파악하고 공급계획을 수립하도록 해야 한다. 이 욕구 규모에 따라 국토부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 및 지방공사에서 지원주택 공급물량을 확보하고 지자체에서 지원자 선발 및 지원주택 서비스 운영 책임을 지도록 역할 분담이 이루어져야 하며 지원주택 운영 기준 및 서비스 공급 체계를 이용자 중심, 주거권 실현의 가치 안에서 마련하여야 한다. 더불어 주거급여의 보장성을 강화하기 위해 주거급여 대상 소득기준을 실질적인 주거보장을 위하여 중위소득 60% 이하로 확대하고, 주거급여 수준도 급지별 표준임대료 실태조사 등을 근거로 현실화시키면서, 신속한 임대료 지원을 위한 선정과정의 개편도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과제 4: 사회서비스 공공인프라 확대와 서비스 노동자 처우개선

사회서비스원은 우여곡절 끝에 지난 8월말 사회서비스원 설립ㆍ운영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사회서비스원법)이 제정되어 법제화되었다. 하지만 사회서비스의 공공 공급을 확대하기 위한 국공립 우선위탁 조항이 민간 기피 분야에 한정되는 한계가 여전하고, 사회서비스원의 설립만으로 원래 의도했던 사회서비스의 공공비율 확대, 양질의 사회서비스 일자리 창출이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이 사회서비스 과제에서 제시하는 바와 같이 정부와 지자체에 국민의 돌봄기본권 보장에 대한 구체적인 책임을 명확히 하면서 노인돌봄분야에서의 공공요양 기본공급률제 도입, 다양하고 확대된 재가요양서비스, 아동돌봄 분야에서의 국공립어린이집 및 초등돌봄 공적 서비스 이용률 확대, 지자체 중심의 온종일돌봄체계 구축, 지원주택 보급 등 다양한 돌봄 인프라 구축에 있어서 사회서비스원은 주력기관으로서 적극 활용될 수 있다. 그러면서 사회서비스원의 서비스는 서비스의 질과 노동자 처우에 있어서 일정한 표준을 제공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하며 이를 통해 서비스의 적정한 수가나 단가가 책정될 수 있는 근거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서 돌봄의 가치가 정당하게 인식되고, 적정한 돌봄이 보장될 수 있도록 사회서비스 노동자의 적정한 처우 역시 보장되어야 한다. 사회서비스 일자리는 꾸준하게 증가하고 있으나 평균 명목임금은 산업 평균 70% 내외에 불과하며, 한편에서는 수면과 휴게시간 보장이 없는 장기간 근로가 벌어지는가 하면, 다른 한편에서는 적정 근로시간이 보장되지 않는 시간제 단시간 근로가 이루어지고 있다. 또한 부당한 업무지시, 업무상 재해에 대한 방임, 기본적인 안전과 성희롱 등 인권에 대한 보호조차 미비하는 등 기본적인 처우가 열악한 현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선 현재 관련 법률에 따라 서로 기준이 다른 사회복지시설의 인력배치 기준이 최소한 근로기준법상 근로시간 준수가 가능하도록 일괄적으로 개편되어야 한다. 또한 사회서비스 임금체계 역시 국고지원시설, 지방이양시설, 전자바우처 사업 제공기관 등 유형에 따라 서로 달라 형평성 문제가 있으며 아직 공식적 임금체계조차 없는 소규모 시설들이 여전히 존재하므로 포괄적이고 체계적인 임금 결정구조가 재설계되고, 이의 개선을 통해 노동자의 지위가 향상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특히 사회서비스 전자바우처나 장기요양보험에 의한 서비스의 경우 직접 인건비 기준을 분리하여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여 실질적인 임금보장이 가능하도록 하고, 지자체의 관리감독을 강화하여 이를 준수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상으로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에서 제시하는 이번 대선에서 다루어져야 할 우리나라 사회서비스 과제를 살펴보았다. 이러한 과제만으로 완전한 돌봄의 권리가 실현될 수는 없겠지만 모든 국민의 돌봄기본권이 법제화되고 이를 실질적으로 보장할 수 있는 지자체의 책임과 역할이 부여되고, 이를 바탕으로 국가의 책임있는 제도와 인프라 확대, 서비스 노동자의 처우 개선이 이루어질 수 있는 의미있는 변화가 시작될 수 있을 것이다. 급속한 고령화와 가족구조의 변화 등으로 앞으로 어찌 되었든 사회서비스의 종류와 관련된 인프라는 늘어날 수 있다. 하지만 이전의 분절적이고 파편적인 서비스 구조와 이로 인한 정부의 비책임성이 지속된다면 아무리 사회서비스가 늘어나고 재정이 증가한다고 하여도 체감할 수 있는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이러한 실질적인 변화는 모든 국민의 더 나은 돌봄을 위해서뿐만 아니라 지속 가능한 정책을 위해서도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인 것이다.

참고문헌

김보영(2021), 커뮤니티 케어가 아직 되지 못한 지역사회 통합돌봄, 월간 복지동향, 270, pp. 47-53.

김윤ㆍ김보영ㆍ김승연ㆍ김진우ㆍ박정연ㆍ석재은ㆍ유애정ㆍ이건세ㆍ이기주ㆍ이자호ㆍ이해우ㆍ이혜원ㆍ이혜진ㆍ임준ㆍ정현진ㆍ홍선미(2019), 목표중심의 커뮤니티케어사업 모형과 전략개발 연구, 보건복지부ㆍ서울대학교 의과대학.

보건복지부(2018), 1단계 노인 중심: 지역사회 통합돌봄 기본계획, 보건복지부.

참여연대(2020), [논평]장기요양보험 제외한 반쪽짜리 지역사회통합돌봄법안, 11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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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ECD(2020), Spending on long-term care, Brief (November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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