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위원회 일반(sw) 2003-06-09   998

다리 썩어도 모르쇠, 재소자인권은 출장중

교정시설 의료사각지대…법무부, 해결의지는 있나

법무부가 최근 교정시설의 의료권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법무부가 전국 45개 교정시설에 수용된 6만여 명의 의료실태를 점검한 결과, 교정시설에서 일하는 의사 1명이 적정 인원의 3.5배나 되는 수감자를 진료하고 있으며, 하루 평균 진료인원이 1만6575명에 달하는 데도 의료인력 및 예산부족, 제도미비 등의 이유로 재소자들에 대한 의료처우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힌 것이다.

법무부에 따르면, “교정시설에 배치할 수 있는 의사는 65명이지만 지원자 부족으로 9명을 채용하지 못해 부산교도소 등 28개 교정시설은 전임 의사가 1명뿐이고 광주교도소, 천안구치소에는 전임의사가 한 명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의사들의 교정시설 배치 기피현상을 지적하고 나선 것이다.

인권단체들이 지속적으로 교정시설의 의료권 문제를 제기할 때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던 법무부가 이례적으로 재소자의 의료권 문제를 들고나와 이는 무슨 포석인가에 대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재소자 의료권은 명백한 국가책임

오창익 인권실천시민연대 사무국장은 “80년대부터 줄곧 제기하던 재소자 의료권 문제는 이미 인권운동진영 내부에는 고전적 이슈다. 그동안 법무부가 전혀 관심 없다가 이번에 나서는 이유는 강금실 법무부 장관이 검찰개혁이 요원해지자 교정문제라도 확실히 손을 대보자는 취지 아니겠냐”며 “지난 시기 대통령이 바뀌면 항상 교정인권문제가 제기됐지만 단 한번도 제대로 시정되지 않았다”고 볼멘소리를 터뜨렸다.

인권운동사랑방 유혜정 감옥인권담당 간사도 “이미 다 아는 사실을 법무부가 새삼스레 제기하는 이유는 이 달 중으로 발표될 국가인권위원회의 교정시설 실태보고서 전에 발빠르게 대응하려는 점과 예산부족과 의사들의 낮은 지원율 등 ‘남탓’을 하기 위한 수순 아니냐”고 의구심을 전달했다.

유 간사에 따르면 교정시설 보호자는 국민건강보험법 적용대상(제외대상 : 재외동포, 군인, 구금시설 보호자)에서 제외된다. 따라서 이들의 의료권은 분명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는 것. 군인이 국군통합병원에 입원해 치료받는 것처럼 재소자들이 이용하는 병원을 마련하던가 아니면 국가 책임 하에 재소자들이 이용할 수 있는 의료시설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국가공용 의료시설 이용케 하라

각 교도소마다 의무과가 설치돼 있으나 의무장비가 매우 열악하며, 의료인력이 부족해 재소자의 의료권을 보장해줄 수 없다는 것은 사실상 예산확보 문제로 환치시킬 수밖에 없는데 이 문제야말로 법무부가 직접 나서 기획예산처에 요구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최소한 교정시설에 구금된 수용자들이 혈액검사나 소변검사는 할 수 있는 의료시스템을 갖추라는 게 인권단체들의 견해다.

유 간사는 또 “지역에 국가공용 의료시설(보건소, 국립병원 등)과 연계를 맺어 재소자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노력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보안상의 이유로 재소자를 외부 병원에 입원 가료토록 하지 못하는 문제도 심각하다고 입을 모은다. 유 간사에 따르면, “1명의 재소자가 병원에 치료를 받기 위해서는 보안과 직원 2명과 차량담당 1명이 필요한데, 이건 사실상 소 내에서 한 개의 사동 관리에 드는 인력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교도소에서는 재소자가 앓고 있는 질환의 경중에 관계없이 그날 사람을 뺄 수 있는지 아닌지에 따라 병원 가는 날짜가 조정되는 어처구니없는 일까지 벌어진다”고 격분했다.

줄곧 재소자의 사망사건이 이어졌던 점도 이에 기인하고 있다는 것. 실제 법무부는 지난해 서울구치소 조순원씨 사건, 수원구치소 박명원씨 사건 등 구치소 사망사건이 끊임없이 벌어졌으나 이에 대해 미온적 태도를 보여왔다. 수원구치소는 2001년 1월 당시 뇌사상태에 빠진 박명원 씨의 팔다리가 썩어들어 갈 정도로 병이 악화된 상태에도 적절한 의료조치를 해주지 않아 세간의 충격을 주기도 했다.

재소자인권 중심으로 마인드 바꿔야

특히 법무부는 인권단체들이 재소자 의료권 확보를 위한 지속적인 활동도 모른 척 했다. 그런 법무부가 이번 실태조사를 통해 재소자들의 의료권 문제를 건드리기는 했으나 처방은 여전히 과거 그대로다. 이 역시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식’으로 넘어가려는 제스처 아니냐는 게 기실 인권단체 활동가들의 시각이다.

따라서 법무부가 재소자 의료권 문제에 대해 확고부동한 의지를 가지고 밀어갈 생각이라면 실태조사 이후 대안마련에도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특히 인권운동사랑방 유혜정 간사가 주장한 것처럼 “법무부가 재소자 인권을 중심으로 마인드를 반드시 전환해야”할 것이다.

장윤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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