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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복지동향 200호 발행
  • 2019
  • 2019.05.10
  • 1696

헌재의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의미와 과제

 

백종만 전북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지난 4월 11일 헌법재판소는 형법의 낙태죄 규정이 헌법에 불합치하다는 결정을 내렸다. 헌재 재판관의 의견은 헌법불합치(4인), 단순위헌(3인), 합헌(2인)으로 나누어졌고, 결국 7명의 위헌 의견으로 낙태죄 등은 헌법불합치 판결이 났다. 이 사건의 청구인은 산부인과 의사로서 2013년 11월 1일 경부터 2015년 7월 3일 경까지 69회에 걸쳐 부녀의 촉탁 또는 승낙을 받아 낙태하였다는 공소사실(업무상 승낙낙태) 등으로 기소되었다. 청구인은 재심재판이 계속되던 중 형법 제269조 1항, 제270조 제1항이 헌법에 위반된다고 주장하면서 위헌법률 심판제청을 하였으나 그 신청이 기각되자 2017년 2월 8일 위 조항의 위헌확인을 구하는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헌재의 결정주문은 “형법(1995.12.29. 법률 제5057호로 개정된 것) 제269조 제1항, 제270조 제1항 중 ‘의사’에 관한 부분은 모두 헌법에 합치되지 아니한다. 위 조항들은 2020. 12. 31.을 시한으로 입법자가 개정할 때까지 적용된다.”

 

형법 269조는 여성의 자기 낙태죄를, 270조는 의사 등의 낙태죄를 규정하고 있다. 현재의 형법은 모자보건법 등 특별법으로 정한 경우를 제외하고 낙태를 처벌하고 있다. 모자보건법 14조(인공임신중절 수술의 허용 한계)를 보면 의사는 본인이나 배우자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우생학적 또는 유전학적 정신장애나 신체질환이 있는 경우, 본인이나 배우자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전염성 질환이 있는 경우, 강간 또는 준 강간에 의하여 임신된 경우, 법률상 혼인할 수 없는 혈족 또는 인척간에 임신된 경우, 임신의 지속이 보건의학적 이유로 모체의 건강을 심각하게 해치고 있거나 해칠 우려가 있는 경우에만 한정하여 본인과 배우자의 동의를 받아 인공임신중절수술을 할 수 있다고 되어있다. 또한 동법 시행령 15조에는 법 제14조에 따른 인공임신중절수술은 임신 24주일 이내인 사람만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위와 같이 현재의 형법은 모자보건법 등 특별법으로 정한 경우를 제외하고 여성의 자기 낙태와 의사 등의 낙태를 처벌하고 있다. 그동안 낙태죄가 여성들의 형법상 낙태죄의 객체인 태아는 ‘수정란이 자궁에 착상한 이후부터 산모의 진통이 개시되기 전까지’로 본다. 일단 진통이 시작되면 출산으로 바로 이어지지 않더라도 사람으로 본다. 따라서 진통이 개시된 이후에 태아를 살해하면 낙태죄가 아닌 살인죄가 적용된다.

 

그동안 낙태죄의 존속 여부를 둘러싸고 ‘여성의 자기결정권이 우선인가? 태아의 생명권 보장이 우선인가?’를 두고 첨예한 사회적 논란이 있었다. 2012년에 헌법재판소는 생명권은 선험적이고 자연법적인 권리로서 기본권 중의 기본권으로 보면서, 인간으로 형성되어가는 단계의 생명인 태아에게도 생명에 대한 권리가 인정되어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태아가 비록 그 생명의 유지를 모(母)에게 의지하지만, 그 자체로 모와 별개의 생명체이고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인간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태아의 성장 상태가 보호 여부의 기준이 될 수 없음을 판시하면서 임신 후 몇 주가 경과하였는지 또는 생물학적 분화 단계를 기존으로 보호의 정도를 달리할 것은 아니다 ...라고 판시하고 형법상 낙태죄가 위헌이 아님을 인정하면서 태아의 생명권 보장을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 보장보다 우선하였다.

 

2019년 4월 11일 헌재의 낙태죄 헌법불합치 판결은 2012년 판결을 뒤집기는 했으나, 태아의 생명권과 임신한 여성의 출산여부에 관한 자기결정권의 타협(조화?)을 꾀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헌법불합치 의견의 골자는 다음과 같다.

 

첫째, 자기결정권은 인간이 자신의 생활영역에서 인격의 발현과 삶의 방식에 관한 근본적 결정을 자율적으로 내릴 수 있는 권리이고, 임신한 여성이 출산할 것인지에 대하여 결정할 권리도 이에 포함되는 권리이다. 따라서 자기낙태죄 조항은 모자보건법이 정한 일정한 예외를 제외하고는 임신기간 전체를 통틀어 모든 낙태를 전면적·일률적으로 금지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형벌을 부과하도록 정함으로써 임신한 여성에게 임신의 유지·출산을 강제하고 있으므로,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제한하고 있다는 것이다.

 

둘째, 태아도 생명권의 주체가 되며, 국가는 태아의 생명을 보호할 의무가 있다. 그러나 여성의 자기결정권이 보장되려면 임신한 여성이 임신의 유지와 출산여부에 대하여 전인적인 결정을 하고 그 결정을 실행함에 있어서 충분한 시간이 확보되어야 한다. 즉 여성이 임신사실을 인지하고, 자신을 둘러싼 사회적·경제적 상황 및 그 변경 가능 여부를 파악하며, 국가의 임신·출산·육아 지원정책에 관한 정보를 수집하고, 주변의 상담과 조언을 얻어 숙고한 끝에 만약 낙태하겠다고 결정한 경우 낙태 수술을 할 수 있는 병원을 찾아 검사를 거쳐 실제로 수술을 완료하기까지 필요한 기간이 충분히 보장되어야 한다. 이런 점들을 고려하면 태아가 모체를 떠난 상태에서 독자적으로 생존할 수 있는 시점인 임신 22주 내외에 도달하기 전이면서 동시에 임신 유지와 출산 여부에 관한 자기결정권을 행사하기에 충분한 시간이 보장되는 시기까지의 낙태에 대해서는 국가가 생명보호의 수단 및 정도를 달리 정할 수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

 

헌재는 위와 같은 이유를 근거로 자기낙태죄 조항이 결정 가능 기간 중에 다양하고 광범위한 사회·경제적 이유로 낙태갈등 상황을 겪고 있는 경우까지도 예외 없이 전면적·일률적으로 임신의 유지 및 출산을 강제하고, 이를 위반한 경우 형사처분을 하고 있어 자기 낙태죄 조항이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필요한 최소한의 정도를 넘어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제한하고 있어 침해의 최소성을 갖추지 못해 과잉금지의 원칙과 법의 균형성 원칙을 위반하였다고 판시하고 있다. 아울러 의사의 낙태죄 조항에 대한 판단도 동일한 이유에서 위헌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헌재의 판결에 의하여 입법자는 늦어도 2020년 12월 31일까지 개선입법을 해야 한다. 헌재는 태아의 생명을 보호한다는 국가의 언명은 임신한 여성의 신체적, 사회적 보호를 포함할 때 실질적 의미를 가질 수 있음을 천명하면서 개선을 위한 입법과제의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헌재가 지적하고 있듯이 원치 않는 임신을 예방하고 낙태를 감소시킬 수 있는 사전적, 사후적 조치를 종합적으로 마련하는 모성과 출산 및 육아 정책을 마련하는 것이 태아의 생명을 보호하고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슬기롭게 조화시킬 수 있는 길일 것이다. 이제 우리 사회가 이러한 방향으로 정책과 제도를 마련하고 이를 뒷받침하는 입법의 과제를 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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