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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복지동향 200호 발행
  • 2019
  • 2019.06.03
  • 927

‘모두를 위한 월경권’ 정책을 제안한다1)

 

이안소영 여성환경연대 사무처장

 

일회용 생리대의 양면성

일회용 생리대는 여성에게 인간이 조절할 수 없는 자연현상인 월경에 구속받지 않을 이동과 활동의 자유를 주며, 2차 세계대전 후 여성의 사회참여 확대에 기여했다. 하지만 일회용 생리대의 간편함과 편리함 뒤에는 펄프, 부직포, 고분자 흡수체, 표백제, 인공향료 등 안전성이 충분히 입증되지 않은 화학물질이 숨겨져 있고, 여성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과소평가되어 왔다. 설혹 생리대에서 유해물질이 검출된다 해도 피부독성이나 간독성 수치, 마시는 물을 기준으로 한 독성 참고자료를 토대로 검출량이 기준치 이하라서 ‘평생 사용해도 안전하다’고 한다. 하지만 이는 여성의 신체적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성인지 감수성이 결여된 주장이다. 생리대와 맞닿는 질 주변의 피부는 다른 피부와 달리 각질화되지 않은 점막 구조여서 화학물질의 흡수가 상대적으로 용이하다. 자궁 등 생식기관 주변에 흐르는 혈류량은 많고 활발하여 독성물질이 더 쉽고 빠르게 전달될 수 있다는 연구도 있다. 몸속에 삽입해서 사용하는 일회용 월경용품인 탐폰은 질 내 포도상구균 증식에 영향을 미쳐 이 균이 방출하는 독소로 말미암아 쇼크를 일으키거나, 질 건조증을 일으켜 질 내 생태계를 건강하지 않게 만든다.

 

일회용 생리대로 만들어지는 쓰레기의 양도 매우 많다. 한국의 성인 인구 중 절반이 매달 일주일 정도 생리대를 사용하고 버린다는 것을 감안하면 어림잡아도 생리대 생산-유통-폐기 과정에서 만들어진 쓰레기양이 얼마나 많을지 짐작할 수 있다. 생리대 개별 포장지와 팩 포장재, 내부 원료 등 일회용 생리대와 탐폰은 대부분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져 있지만, 우리는 이를 인식하지 못한 채 사용하게 된다. 탐폰 사용자가 대부분을 차지하는 북미지역의 연간 탐폰 어플리케이터 폐기량은 2백만 개로 추정된다. 탐폰 하나를 쓰는 데 3-4시간이 걸리고, 플라스틱 어플리케이터가 썩는 시간은 100년이다. 일회용 생리대 소재는 펄프와 플라스틱으로 한 개당 약 23g의 탄소가 발생한다는 조사도 있다. 매달의 월경이 해양의 플라스틱 쓰레기로 인한 향유고래와 앨버트로스 새의 죽음, 조개와 수돗물의 미세플라스틱 오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생각하니 아찔하다.

 

어떻게 하면 여성의 몸이 불필요한 화학물질에 노출되지 않고, 불필요한 플라스틱 쓰레기를 양산하지 않으면서 여성과 생태계에 동시에 안전한 방식으로 월경기간을 보낼 수 있을지 사회 전체가 대안을 찾아야 한다. 그러나 생분해성을 갖춘 고가의 유기농 생리대 구입이나 반영구적인 면 월경대와 월경컵 사용을 여성 개인의 선택과 책임으로만 미루어서는 안 된다. 불평등한 사회문화와 경제 시스템 내에서 개인적인 선택은 제한적이거나 당사자의 희생을 담보로 하기 때문이다. 화학물질이나 플라스틱을 다량 사용하여 여성과 생태계 건강을 해치지 않는 제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할 책임이 기업에게 있고, 이를 독려하고 지원할 제도와 시스템을 마련할 의무가 정부에게 있다.

 

여성의 경험을 반영한, 제대로 된 생리대 연구가 필요하다

2017년에는 생리대 유해성 문제가 본격적으로 제기되었다. 2017년 3월 발표된 일회용 생리대 VOCs 검출 실험결과에 따르면, 당시 매출 순위가 높은 브랜드별 순위를 기준으로 선정된 생리대 10종에서 총 200여 개의 화학물질이 나왔다. 그중에 국제암연구소의 발암성 물질, 유럽연합의 생식독성·피부 자극성 물질 등 유해물질로 확인된 22종이 포함되어 있었다. 8월에는 수많은 여성이 일회용 생리대 사용 후 부작용을 제보했다. 예전에는 ‘사소한 생리통’, ‘개인적인 민감함’으로 폄하되었던 ‘생리의 문제’가 사회적으로 중요한 공적 의제로 떠올랐다. 이 사건을 계기로 환경부는 일회용 생리대 건강영향조사를, 식약처는 일회용 생리대의 VOCs 전수조사와 전성분 표시제를 시행하게 되었다. 향후 보완해야 할 내용이 많은 제한적인 정책이지만 ‘생리대 문제’를 범정부 차원의 공식 의제로 채택했다는 점에서 여성건강과 월경의 역사에서 의미 있는 진전이고 성과이다.

 

그동안 생리대 사용에 따른 건강문제에 대한 연구가 국내외 어디에서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을 생각하면, 작년 연말 발표된 환경부의 건강영향 예비조사 결과가 시사하는 바 또한 크다. 수많은 여성들이 경험한 일회용 생리대 사용 관련 피해증상을 과학적인 연구를 통해 객관화했다는 점에서 그렇다. 생리통 증가, 생리량이나 생리주기의 변화, 생리혈색 변화, 덩어리혈 증가 등 생리 관련 증상과 외음부 통증, 가려움증, 뾰루지’ 등이 연관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확인된 증상들이다. 이 연구결과가 여성들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드러내는 데 기여하고, 중ㆍ장기적으로 여성건강을 위한 제도를 마련하는 디딤돌이 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안전한’ 생리대는 평등하지 않다

‘생리대 파동’이후 월경용품 시장은 급격히 변화했다. 오가닉, 친환경 생리대가 크게 증가했다. 독일, 핀란드, 미국 등에서 인증받은 유기농 코튼을 사용했다거나 화학물질로 된 흡수체를 안 넣었다거나 해외에서 받은 인증마크를 달았다고 광고한다. 향이 포함된 생리대나 팬티라이너는 거의 사라지고 있다. 무척 다행이다. 일부 제품의 겉 포장지에는 생리대 원료들이 전보다 자세히 적혀있다. 지난해 10월 말부터 시행된 생리대 전성분표시제의 효과다. 법은 이미 시행되었지만, 제조업체들이 재고를 처리할 수 있게 1년 유예기간을 두어 아직은 부분적으로 적용되고 있다. 이름만 ‘전’성분이고, 실제로는 품목 신고/허가증에 기재된 일부 ‘원료’에 한해서만 전부 기재하기로 한 반쪽짜리 표시제도이나, 뚜렷한 변화이긴 하다. 월경컵, 월경팬티, 면월경대 등 대안 월경용품의 구입과 사용이 늘어나는 것도 중요한 변화 중 하나다. 다양한 월경용품에 대한 정보 접근권과 선택권이 보장되고, 일회용 생리대로 인한 플라스틱 쓰레기가 감소된다는 점에서 반갑다.

 

한편 생리대 가격은 점점 더 높아지고 있다. 수입 생리대는 개당 가격이 700-800원이고, 새롭게 출시되는 유기농 제품들도 개당 400-500원씩 한다. 생리대 부작용이 걱정된다면, 안전하게 월경하려면, 더 많은 돈을 써야 한다. 아껴서 하루에 5개를 쓴다 해도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로 한 달이면 2만 원 정도를 화장실에 버려야 한다. ‘깔창생리대’ 보도가 복지 차원의 생리대 문제를 공론화했지만, 그렇게 제공되는 일회용 생리대의 안전성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제대로 된 ‘월경복지’라 할 수 있을까. 예전엔 흡수성과 편리함을, 지금은 안전성을 광고하며 생리대가 새롭게 출시될 때마다 더 높은 가격으로 팔린다면, 구매력이 없고 가난한 여성들의 건강은 어떻게 보장받는지. 안전한 생리대는 더 비싸야 하는지 의심스럽다.

 

일회용 생리대의 대안으로 면월경대와 월경컵이 있다. 하지만 월경이라는 말도, 월경혈의 냄새도, 빨간 월경혈을 다른 사람에게 보이는 것도 ‘부끄러운 일’이라고 하는 남성중심의 문화와 인식 속에서 몇 시간 물에 담가놓고 세탁하는 과정을 성별이 섞인 가족·구성원들 사이에서 해야 하는 면생리대 사용은 쉽지 않다. 고시원이나 기숙사 등 공동생활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햇빛이 들지 않고 바람이 잘 통하지 않는 열악한 도시의 주거환경에서는 쉽지 않다. 떠오르는 대안인 월경컵은 아직은 관련 정보도 판매처도 부족하고, 한꺼번에 지불해야 하는 구매비용도 높다. 노동조건, 구매력, 계급, 종교, 연령, 장애 여부, 성 정체성에 관계없이 누구나 자유롭고 안전하게 월경할 수 있어야 한다.

 

생리대 복지: 공공생리대, 비상용 생리대, 무상생리대

한국에서 생리대 문제가 공공영역에서 본격적으로 거론하게 된 계기는 2016년 깔창 생리대 보도이다. 생리대 살 돈이 없어 학교에 가지 못하거나 생리대 대신 신발 깔창을 사용했다는 저소득층 소녀의 사연은 너무나 충격적이었다. 월경은 개인적인 일이며, 월경 용품 구매 비용 역시 개인이 부담해야 한다는 생각은, 적어도 생리대를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여 고통받는 저소득층 청소년에 한해서는 공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인식 전환으로 이어졌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현재 스코틀랜드는 초등학생부터 대학생까지 39만 5천여 명의 ‘모든 학생’에게 매달 무료로 생리대를 지급하겠다고 밝혔고, 영국도 내년부터 무상생리대 정책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한 해 약 13만 7천여 명의 영국 여학생이 생리대를 사지 못해 결석을 하는 현실을 접한 학생이 생리빈곤의 문제를 가난한 개인의 문제로 여겨온 사회의 시각을 모두가 당연히 누려야 할 학습권의 문제로 바꾸어 놓으며 무상생리대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를 넓혀갔다고 한다. 2017년 12월에 개최한 시위에는 2000여 명이 참가해 무상생리대 문제를 사회 이슈로 만드는 공헌을 했다고 한다.

 

2018년에는 한국에서도 지방정부 차원에서 저소득층에 한정하지 않는 공공(비상용)생리대 정책이 시행되었다. 2018년 10월에는 서울시가 11개 공공기관 내 화장실에 비상용 생리대를 비치하는 시범사업을 했고, 2019년에는 200개로 확대한다. 서울시는 지난해 10월부터 3개월간 시범사업을 한 결과 1곳당 하루 평균 3.68개의 생리대가 사용되는 등 우려했던 남용 현상은 없었다고 한다. 서울시 내 자치구에서도 비상용 생리대 비치 움직임이 활발하다. 구로구와 도봉구가 공공시설 화장실 6개소에 비상용 생리대를 비치하고, 강남구가 초·중·고등학교 23곳에 ‘생리대 자판기’를 도입할 계획이다. 서울시 외에도 강릉시가 2019년 2월 11일부터 시립도서관, 청소년수련관 등 관내 공공기관에 무료 비상용 생리대 자판기 20대를 설치하고 운영에 들어간다. 인천시 교육청은 올해부터 여학생이 재학하는 모든 학교 교실과 화장실 등 학생생활공간에 무료로 생리대를 배치한다. 경기도 여주시의회는 여성 청소년들에게 생리대를 무상 지원하는 내용의 '여주시 여성청소년 위생용품 지원 조례안'을 의결했다고 4월 초에 밝혔다. 이에 따라 여주에 사는 만 11∼18세 여성 청소년 3,950여명이 연간 12만 6천 원의 생리대 구매비를 지원받게 된다.

 

이렇게 공공 생리대 정책은 설치장소나 지급방식, 지급주체와 이용대상 등의 측면에서 강조점을 달리하며 전개되고 있다. 서울시, 강릉시의 경우는 무상 생리대가 ‘비상용’임을 명시하면서 공공시설 화장실에 설치하였고, 지원대상을 특정 연령대만으로 한정하지는 않는다. 서울시 강남구나 인천시의 경우 10대를 대상으로 학교 화장실에 설치하는 방안이다.

 

여주시의 경우는 ‘소득에 관계없이’ ‘학교라는 공간에 제한하지 않는 방식’으로 모든 10대 여성에게 지급한다는 점에서 ‘선택적 복지’를 기본방향으로 하는 여성가족부의 저소득층 지원책과 차별성을 보인다. 저소득층 중심의 생리대 지원이 ‘사회적 낙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고, 학교가 이동의 자유가 제한된 공간이라는 점과 10대는 경제활동을 하기 어렵다는 세대적 특성을 고려하면, 학교 화장실 내 무료 생리대 비치는 찬성률이 꽤 높을 것으로 보인다. 학교 화장실 공공생리대 비치가 우선적인 과제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독과점 체계 내 고가 정책이 여전히 힘을 발휘하고 있는 한국 생리대 시장 아래서 생리대 구입비용이 부담스러운 것은 비단 10대나 생활수급자나 차상위계층, 한부모 가정만은 아니다. 월경의 공공성을 지원하는 월경, 생리대 정책이 필요하다.

 

월경하는 몸을 전제로 한 사회 설계와 시민권

여성에게 월경(생리)은 할지 말지를 선택할 수 없는 일이며, 생리대는 40년 동안 생활필수품이다. 건강하고 안전하고 자유롭게 월경 기간을 보내는 것은 인구의 절반인 여성 모두가 누려야 할 기본권이자 생존권이다. 성별에 따라 ‘안전한 사회’ ‘평등한 학교’의 내용과 필수요건이 달라지는 것처럼, 사회구성원의 존재와 기본 권리를 표현한 ‘학생인권’, ‘시민권’ 등의 용어는 새롭게 규정되어야 할 것이다. ‘월경 시민 복지’ 관점에서 ‘월경하는 몸’을 전제로 한 공교육과 공공시설 설계, 노동과 휴가 및 복지제도의 재구성이 필요하다.

 

월경용품이라는 필수 소비재에 과도한 가격이 책정되어 있는 것은 아닌지 정책적으로 접근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 ‘월경하는 몸’을 기준으로 하는 인식은 공공생리대 논의가 공공시설에 설치되어 있는 화장실이나 공중화장실에 필수적으로 비치되어 있는 휴지에 대한 관점과 유사하게 접근하도록 이끈다. 학교 화장실에 남학생이 필요한 모든 것이 있는 것처럼, 여학생이 필요한 모든 것이 제공되는 것은 당연하다. 그리고 월경권, 월경 시민의 복지라는 측면에서 생리대 안전성은 매우 중요한 문제다.

 

또한 월경과 생리대, 여성의 몸에 대한 공적 교육과 공적 정보가 충분히 제공되어야 한다. 여성 생식기관에 대한 해부학적 지식과 임신 가능성에 대한 섬뜩한 경고로 점철된 성교육이 아니라 다양한 월경용품에 대한 정보와 월경경험을 포함한 성인지 감수성을 가진 통합적인 몸교육이 공공교육에서 제공되고, 공적인 장에서 더 많이 떠들고 나누고 연대해야 한다.

 

월경하는 몸을 기준으로 노동과 휴가 제도, 근무환경을 상상하고 구체적으로 설계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어떤 사람은 월경기간 내내 극심한 통증 속에 있고 어떤 사람은 다른 때와 별반 다르지 않다. 하지만 ‘월경하지 않는 몸’을 정상적인 몸이라고 전제한 일관된 8시간 노동제와 연차 시스템은 ‘월경’으로 인한 통증이나 결석, 느린 속도 등을 ‘비정상적인 것’, ‘비효율적인 것’으로 낙인찍고 배제할 수 있다. 생리공결제나 생리휴가 등은 한 예이다. 휴지통 없는 화장실, 화장실이 충분하지 않은 등산길이나 도보훈련 또한 다르게 만들어질 수 있다.

 

모두를 위한 월경권: 여성과 지구생태계에 건강한 월경을 위하여

월경은 성별정치학뿐 아니라 소득, 노동·거주환경, 연령, 지역, 성적 지향과 장애 여부 등 개인의 정체성과 사회적 조건에 따라 다르게 구성된다. 우리 모두에게는 자신의 정체성이나 사회적 조건에 관계없이 보편적으로 안전하고 자유롭게 월경할 권리, 혹은 월경이 멈추어도 비난받지 않을 권리가 있다.

 

뿐만 아니라 우리는 인간의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월경용품 속 유해물질과 플라스틱이 어떻게 생산되고 폐기되며, 어디로 불법 수출되고 흘러가 쌓이는지 살펴보아야 한다. 인간은 지구생태계 내에서 독립적이지 않으며, 서로의 삶은 연결되어 있고 상호 투과한다.

 

‘모두를 위한 월경권’의 ‘모두’에는 인간뿐 아니라 비인간 생명·생태계를 포함한다. 앞에서 말한 것처럼, 비인간 생명·생태계를 고려하려는 선택은 월경하는 개인의 노력이나 실천뿐 아니라, 생태계 영향을 최소화하려는 기업과 정부의 책임과 윤리의식이 필수적이다. 여성들은 자신의 몸과 지구생태계에 해를 끼치지 않는 방식으로 월경하기를 원한다.


1) 이 글은 2019년 4월 16일 있었던 <여성청소년 생리대 보편지급 정책을 위한 토론회> 발표문의 일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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