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22 2022-08-01   706

[복지톡] 내가 사랑하는 곳을 위해 세금을 낼 수 있다면

신승근 한국공학대학교 복지행정학과 교수
인터뷰 및 정리 조희흔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간사

“고향사랑기부제‘는 기부문화를 조성하고 지역경제를 활성화함으로써 국가균형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가 경쟁적으로 기부금을 유치하여 지역 맞춤형 사업을 실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지방재정의 자율성과 책임성을 강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중앙정부가 재원 부족으로 챙기지 못한 사업을 지방자치단체가 스스로 발굴하여 실시하는 효과도 있다.” – 『고향사랑기부제 교과서』 중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한국공학대학교에서 복지행정학과 교수를 하고 있는 신승근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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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승근 한국공학대학교 복지행정학과 교수<사진=본인제공>

세무·세법과 재정에 관심을 가진 계기는 무엇인가요?

가장 큰 이유는 제가 국립세무대학을 나왔기 때문이에요. 대학에서 세법을 전공했습니다. 이 학교는 졸업하면 자동으로 국세청에 근무하게 되는 곳이었어요. 대학에서 세법에 대해 공부하긴 했지만, 국세청에서 일하다 보니 세법이 너무 어려웠습니다. 세법은 회계학적 지식, 경제학적 지식, 법학적 지식이 모두 필요하거든요. 예를 들어 권리의 우선권을 이야기할 때 임금채권이 우선이냐 조세채권이 우선이냐 하는 논의가 있어요. 또, 국제징수법의 경우 납세자가 체납했을 때 징수법에 의한 절차가 민법과 연결되어 있기도 해요. 이렇다보니 세법에 대해 조금 더 공부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다니던 국세청을 그만두고 공부를 하다가 국회에서 근무를 하게 됩니다. 국회는 법률을 만드는 곳이다 보니 세법 연구를 계속 하게 되었죠. 본의 아니게 세법, 세무와 관련된 일을 계속 하고 있네요. 세법은 지금도 어려운 분야예요. 하지만 제 삶의 철학은 “어려운 직업을 해야 한다”는 것이어서요(웃음). 

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에 함께하고 계신데, 어떤 계기로 함께하게 되셨나요?

2000년부터 국회에서 보좌관으로 일했어요. 당시 참여연대를 비롯한 시민단체의 활동이 활발했었어요. 총선시민연대가 ‘낙천·낙선운동’을 전개하기도 하고, 여러 시민단체가 모여 국감시민연대를 운영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런 활동들을 보며 참여연대가 무슨 일을 하는 단체일까 궁금했어요. 함께하고 싶다는 생각은 했었지만 당시 공무원 신분이었기 때문에 일할 수 없었죠. 국회 일을 그만두고 교수가 되자마자 참여연대와 함께 하고싶다는 의견을 피력하고, 2015년부터 활동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2023년 ’고향사랑기부제‘가 시행이 됩니다. 일본에서 처음 시행 중인 제도라고 들었는데요. 이 제도가 무엇인지 설명해주세요.

일본에서 시행 중인 고향납세를 먼저 설명해볼게요. 예를 들어, 저는 현재 서울에 살고 있지만 고향은 논산이고, 어린 시절을 논산에서 보냈다고 가정해 보죠. 논산의 공원에서 산책도 하고 논산에 있는 학교를 다니며 혜택을 받았죠. 하지만 서울에 올라와 일을 하니 번 돈의 일부를 서울에 내야 해요(주민세). 행복한 어린시절을 보내게 해 준 고향에 기여를 하지 못하는 거예요. 

현재 지역소멸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지역의 상황은 열악해요. 젊은 사람들은 지역에서 자라 일자리가 몰려 있는 수도권으로 이동해요. 지방은 인구가 줄게 되고 세금 수입도 줄어들게 돼요. 일본의 경우 내가 내야 하는 20%의 주민세를 논산에 내면 서울에는 내지 않아도 돼요. 그래서 납세라는 이름이 붙은 거예요. 

이 제도를 한국에 도입해야겠다고 생각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한국에서는 ’고향사랑기부제‘라는 이름으로 도입이 되었는데요. ‘고향사랑’이라는 이름은 제가 붙인 이름이에요. 2017년에 ’일본의 고향사랑 조세제도 도입방안에 관한 연구‘라는 논문을 발표했는데, 일본에서 시행 중인 고향납세제도를 우리나라에 도입할 수 있는 방안을 생각해 봤어요. 2015년 상반기 일본의 고향세 납세액은 전년도의 약 4배 증가한 453억 6천만 엔이었고 2015년의 총 실적은 1,653억 엔(약 1조 7000억 원)을 넘었어요. 이 제도가 흥미로웠고, 잘 적용하면 우리나라에도 정착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연구를 시작했어요.

일본의 납세 제도와는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고향사랑기부제‘라는 이름으로 시행이 되는데요. 어떤 차이가 있나요?

’납세‘라는 명칭은 사실 국가의 입장에서 적용되는 명칭이에요. 강제적인 느낌을 주는 것 같아 고민하다가 고향을 사랑해서 낸다는 의미로 ’고향사랑‘이라는 말을 썼어요. 처음에는 기부라는 말이 거부반응을 일으킬 것 같아 ’조세제도‘라고 했는데, 법이 만들어지면서 ’기부제‘가 됐어요. 일본과 달리 우리나라는 제 고향인 논산에 기부를 하는 거예요. 10만 원을 기부하면 전액 세액 공제를 받을 수 있고, 지자체로부터 기부금의 30% 한도 내의 답례품을 받게 돼요. 꼭 고향이 아니어도 됩니다. 어디에 기부하느냐는 시민들에게 달렸어요. 내가 살고 있는 곳 이외의 곳에 기부를 하는 방식이에요. 중요한 것은 중앙정부에 몰려있던 재원이 지자체로 가게 된다는 거죠. 지자체의 새로운 재정 확보 수단이 될 거예요.

이 법안이 통과되기까지의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을 것 같아요.

2017년 문재인 대통령 인수위원회에서 행안위 공약을 제안해달라는 요청이 왔어요. 마침 논문을 발표한 시기이기도 하고, 고향사랑기부제를 제안했는데, 이 제도가 문재인 정부의 100대 국정과제에 들어가게 됐어요. 여러 의원들이 법안을 발의했는데 사실 논의가 진척되지는 않았어요. 아무래도 지자체의 재원 확보 대안이 될 수 있다 보니 지역 국회의원들은 관심이 있는데, 재원이 충분한 수도권이나 큰 광역시는 흥미를 가지지 않았어요. 법안을 상정만 시켜놓고 회의를 하지 않았죠. 다만 작년 100대 국정과제 이행 점검을 했는데 이 법안이 추진 되지 않았다는 사실이 지역의 여러 단체에 알려지게 됐어요. 농협을 비롯한 농민단체, 지자체가 법안을 추진하겠다는 의지가 강했던 것 같아요. 6월 부터 법안 처리에 속도가 붙기 시작하더니 9월 28일에 통과가 됐고, 시행을 앞두고 있어요. 

「고향사랑기부제 교과서」라는 이름의 책을 내셨어요. 어떤 책인지 소개해주신다면요?

이 책이 추구하는 것이 두 가지예요. 첫 번째로. 학술적으로 깊이 있는 책을 만들고 싶었어요. 이를 위해 발표했던 논문과 용역보고서에 내용을 조금 더 추가했어요. 두 번째는, 실무자들이 봤을 때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책을 만들고 싶었어요. 이 책을 쓰기 위해 일본에서 나온 고향납세제도에 관한 책을 거의 다 봤어요. 사례가 많으면 이해하기 쉬울 것이라 생각해 사례를 많이 넣은 거예요. 이 책의 독자가 누가 있을까 생각해봤을 때 지자체 공무원, 답례품 생산자 등이 떠올랐어요. 이 분들이 참고할만한 무언가가 있다면, 그게 이 책이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었죠. 

이 책은 농민신문사에서 발간했는데요. 독자들의 특성을 고려해 제가 농민신문을 찾아갔어요. 농민신문사에서 흔쾌히 수락하셨고, 얼마 후에 연락이 와서 ’고향사랑기부제‘를 2022년 주요한 주제로 삼아서 시리즈로 책을 발간하고 싶다는 제안까지 해주셨어요. 시리즈로 발간하기로 하면서 농민신문사에서 조금 더 신경써주셔서 직접 디자인도 해주시고 교정도 봐주셨고요. 이 자리를 빌어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합니다(웃음).

제도가 시행되기 전, 답례품을 둘러싸고 여러 의견이 나오고 있어요. 저도 일본에서 잠깐 생활할 때 홋카이도에 세금을 내고 답례품으로 게를 받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일본의 고향납세 제도의 실적이 1조 원을 넘을 수 있었던 이유가 바로 답례품이에요. 처음부터 답례품이 있었던 것은 아니에요. 고향납세제도가 시행된 초창기에는 실적이 저조했어요. 각 지역에서 실적을 올리기 위한 방안으로 답례품을 생각해 낸 거예요. 일본의 경우 답례품에 기준을 두지 않아 과다한 경쟁이 발생했어요. 일본이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기부금의 30%로 답례품 가액을 제한했고, 우리나라도 이러한 시행착오를 감안해서 기부금의 30%로 제한했죠.

시민들이 이 제도에 호응할까요?

예를 들어볼게요. 며칠 전에 서울시의 지역사랑상품권을 1인당 40만 원 한도로 구매할 수 있었는데, 인기가 많아서 사기 힘들었죠. 이 지역사랑상품권은 40만 원의 상품권을 사면 7%의 할인 혜택을 줘요. 고향사랑기부제의 경우 30%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거예요. 사실상 안 할 이유가 별로 없는 것이죠.

이 제도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이 있을까요?

기부금은 기금운용심의위원회 만들어서 논의하게 돼요. 이 기구에 시민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필요성이 있습니다. 일본과 달리 우리나라는 민주화를 위해 지방자치제도를 시작한 만큼 지자체의 특색이 약해요. 이 제도는 주민이 직접 주인이 되어 지역에 맞는 예산을 쓰게끔 정책을 만드는 데 지향점을 두고 있어요. 좀 더 적극적으로 시민들이 위원회에 참여해 목소리를 내는 것이 중요해요. 참여할 수 있는 문이 많이 열려야 하죠. 고향사랑기부제는 주민 복리 증진을 위해 사용하게 되어있어요. 어디에 쓸지는 주민의 몫이죠. 

지역 간 기부금 격차가 날 우려도 있는 것 같아요.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요?

좋은 답례품이 있는 자치단체가 유리한 것은 사실이에요. 하지만 고향사랑기부제는 단순히 기부금을 내고 답례품을 받는 제도가 아니에요. 넓게 보면 지역 발전을 위한 것이죠. 이 제도에 1천 만 명만 동참해도 1조가 돼요. 우리나라에 226곳의 자치단체가 있는데, 1개의 자치단체에 평균 45억 원의 추가 재원이 생기는 거예요. 이 45억 원을 어떻게 사용하냐가 키포인트가 되겠죠. 그 지역에 맞벌이 부부가 많으면 돌봄 공백을 채우기 위해 사용할 수도 있고, 노인인구가 많으면 노인 복지를 위해 사용할 수도 있어요. 여러 아이디어를 가지고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이 생기는 거예요. 지역이 발전하고 주민복리가 증진되는 계기가 생길 수 있는 거예요. 

또한 답례품 제도로 인해 지역의 소상공인이 전국적 사업자가 될 수 있어요. 예를 들어, 지금까지 관광지역에서 만 판매하던 맛있는 한과가 전국적으로 판매가 가능하게 될 수도 있죠. 이 제도를 통해 지역사업자가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만들어지면 자연스레 그 지역의 고용이 창출되고 투자가 증대되고 연관산업이 발전하게 되는 거죠.

기본적으로 지방의 성장을 위해서는 밖에서 돈이 들어와야 해요. 재화를 팔거나 서비스를 팔아야 하죠. 재화의 대표적인 것이 특산품을 파는 것이고 서비스의 대표적인 것은 관광이에요. 이 두가지가 충족되고 지방이 발전하면 인구가 줄지 않아요. 중요한 것은 인구거든요. 인구가 줄면 지속가능한 성장이 불가능해요. 그런데 지역에서 인구가 감소하는 핵심적인 원인은 일자리가 없다는 거예요. 일자리가 많아지는게 중요해요. 특히 노령기에 접어들수록 태어난 곳에서 살다가 죽는 것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하잖아요. 지역이 발전하면 굳이 내가 살던 곳을 떠나지 않고 복지를 누리다 죽을 수 있게 되는 거죠.

제도가 잘 정착되기 위해 중앙정부가 해야 할 노력은 무엇이 있을까요?

새롭게 시행되는 만큼 제도 홍보에 힘써야 해요. 일본은 지방에 갈 재정이 다른 지방으로 가는 것이지만 우리나라는 중앙에 갈 돈이 지방으로 가게 되는 구조로 제도가 설계되어 있어요. 일본보다 우리나라 정부가 훨씬 많이 협조하고 있는 형태죠. 이 제도는 우리나라에서 더 발전시킬 수 있다고 생각해요. 

마지막으로 이 책을 읽은, 읽을 독자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려요.

책에 관심을 가져주셔서 감사합니다. 새로운 제도에 시민 여러분이 관심을 많이 가져주셔야 해요. 이 제도에 어떻게 참여해야 할지, 모인 기부금을 어디에 쓰면 좋을지 생각해보시면 좋겠습니다. 고향사랑기부제는 지자체가 우리 지역을 위해 좀 더 좋은 일을 할 수 있게 하는 제도예요. 내가 살고 있는 곳을 어떻게 하면 좀 더 좋은 지역으로 만들 수 있을까 고민하는 것은 지역 주민의 몫입니다. 그래서 이 제도는 주민들이 자기가 사는 지역을 사랑해야만 잘 운영될 수 있어요. 고향사랑은 기부를 하는 사람에 앞서, 지역에 살고 있는 사람이 자신의 고향이 잘 될 수 있도록 노력하는 마음에서부터 시작해요 그러면 지역도, 자연스레 국가도 발전할 거예요.

책을 읽다가 궁금한 점이 생기면 언제든 책 날개의 이메일로 연락해 주세요. 이 제도가 지역경영의 시대로 가는 첫걸음이 되길 바랍니다. 앞으로는 지역이 더 많이 발전하는 시대가 올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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