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22 2022-02-01   423

[복지톡] 늘 행복하고 특별하지 않아도, 자랑스러운 청년들의 인생 이야기

권시기 작가, 익명 작가, 솔빈 복합문화공간 <원트> 대표

인터뷰 및 정리 김경희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활동가

당신의 몸도 마음도 가능한 한 아프지 않는 게 좋겠지만, 그렇다고 저처럼 아픔을 외면하지도 않았으면 좋겠어요. 소중한 우리 삶인데 흉으로 남지 않게, 아물어 더 튼튼해질 수 있도록 노력해봐요. 방법이요? 음… 저는 혼자가 아니었다면 흉이 조금은 덜 생겼을 것 같아요. 

– 『내일이 기다려지는 마법같은 일이 내게도 올까요?』

 ‘아프지 마세요’ 일부 발췌.

자립준비청년들의 에세이집 『내일이 기다려지는 마법같은 일이 내게도 올까요?』가 출간됐다. 매년 다양한 사람들과 글을 쓰면서 책을 출판해 오던 복합문화공간 <원트>에서 출판한 이번 책은 사회공헌 프로젝트 ‘What a nice tomorrow‘의 일환이기도 하다. 이 프로젝트의 기획과 진행을 맡은 솔빈 대표, 프로젝트에 참여한 8명의 작가 중 권시기, 익명 작가를 인터뷰했다. 

솔빈 자신이 정말로 원하는 삶을 살기 위해 목소리 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고, 원트를 통해 글을 쓰면서 자신을 더 깊이 알아가고 글로 표현할 수 있도록 활동해 왔어요. ‘오늘은 작가다’ 프로젝트 참여자를 통해 보호종료아동의 문제에 대해 알게 되었어요. 찾아볼수록 개인만의 책임이 아니라 사회적 관심과 지원이 필요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원트의 ‘자신의 목소리와 삶을 찾는다’는 지향과 맞닿아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던 중 사단법인 유쾌한반란에서 지원을 받게 되었고 사회공헌 프로젝트 ‘What a nice tomorrow’를 진행할 수 있었어요. 처음 의도한 프로젝트의 참여 대상은 아동양육시설이나 위탁가정에서 지내던 청소년이었어요. 하지만 참여를 희망하는 사람을 찾을 수 없었어요. 사회적 편견이 심해서 자신을 드러냈을 때 차별받은 경험이 많았기 때문이 아닐까 추측해요. 그래서 참여대상을 자립한 청년까지로 확대했고 8명의 작가를 모집할 수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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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구성하는 다양한 정체성이 한가지의 정체성으로만 개념화 돼 버릴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있지 않았을까? 그것도 편견 가득 담긴 시선이라면 주저되었을 텐데, 프로젝트에 참여한 특별한 계기가 있는지 물었다. 

권시기 2020년에 개인적으로 힘든 일이 많았어요. 평소 힘든 일이 있어도 말로는 잘 표현을 못하는 성격이어서, 힘든 일이 몰리자 터져버렸어요. 상담을 받았지만 충분히 치유가 되지 않았고 글로 표현하기 시작했어요. 작년에 공동저자로 참여한 수필 <회양목>을 냈고 자전적 단편소설 <보통엄마>도 냈어요. <보통엄마>는 다양한 엄마의 모습을 담았는데 저는 엄마가 남긴 일기를 각색해서 썼어요. 제가 살아온 이야기를 많이 담았고 글을 쓰는 일을 치료과정이라고 생각했어요. 두 개의 책을 내고 공허해진 찰나에 프로젝트 공고를 보게 되어서 참여했어요.

익명 보호종료아동들의 단톡방에서 많은 정보들이 오가요. 그 단톡방에 프로젝트가 공유됐어요. 사실 저는 글이랑 안 친한데요. 고등학교 선생님이 제가 살아온 이야기를 책으로 써보라고 말한 적이 있어요. 그 꿈을 내내 가슴속에 품고 살다가 때마침 프로젝트 모집 공고를 보게 된 거죠. 나와 비슷한 환경에 있는 사람에게 도움이 될 활동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있었어요. 이 프로젝트를 통해서 스스로와 가까워질 수 있었고 제 글을 통해 저와 같은 사람들에게 용기를 줄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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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빈 책을 만들기 위한 프로그램만 진행하지 않았어요. 키워드를 정하고 글을 쓰는 날도 있었지만 영화를 보고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어요. 보호종료아동들의 인식개선을 위해 캠페인 촬영도 진행했고, 만날 때마다 다른 주제를 가지고 각자의 생각들을 글로 풀어냈어요. 이후에 책으로 엮으면서 테마별로 글을 배치한 거죠.

권시기 앞에 말씀드린 두 권의 책을 쓸 때랑 아주 다른 방식이었어요. 이전 글쓰기 모임들은 기간을 두달 정도로 잡고 작가마다 파트, 분량을 나눠 글을 쓰는 방식이었거든요. 모여서는 각자가 쓴 원고를 합평하고 퇴고하는 정도여서 개인적인 이야기를 나누거나 소통하지는 않았어요. 그런데 원트는 완전 다른 방식인 거죠. 그래서 글을 쓰면서도 ‘책을 어떻게 쓰는 걸까…’ 하는 의심도 있었지만, 오히려 부담이 덜하고 즐길 수 있었어요. 그리고 글만 쓴 게 아니라 소통하는 것을 중점에 둔 것 같았어요. 영화를 같이 보기도 하고, 백드롭 페인팅도 하면서요. 프로젝트 초반엔 작가님들과 어색했지만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내면서 가까워졌고, 글과 다양한 활동을 겸하면서 글쓰는 작업이 부담으로 다가오지 않았어요. 책에는 썼던 글 중에 골라서 실었어요. 

익명 권시기 작가님의 생각에 공감이 돼요. 저도 ‘이렇게 해서 어떻게 책이 될까’하는 마음이 있었어요. 처음엔 다른 분들은 필력도 좋고 저와 다르다고 느끼면서 글을 쓰다보니 다른 사람들이 보기 좋은 글을 쓰게 됐던 것 같아요. 그래서 나중에 책을 만들기 위해 다시 글을 보니 내가 쓴 글도 아닌 것 같고 처음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된 이유도 돌아보게 됐어요. 프로젝트를 통해 나를 만나며 스스로를 치유했고, 나와 비슷한 환경에 있는 사람들에게 도움과 위로가 되는 글을 싣고 싶다는 생각이 강해졌어요. 그래서 회사에 휴가까지 내고 다시 글을 썼어요.

이젠 그녀가 남긴 일기와 사진으로 그리움을 달랜다. 과연 그녀가 엄마로서 내 곁에 있다면 지금까지 살아온 삶의 많은 부분들이 달라져 있지 않을까. 어느새 그녀와 함께 살았던 12년보다 그녀 없이 살아온 시간이 더 길다. 

– 권시기 작가, 

『내일이 기다려지는 마법같은 일이 내게도 올까요?』, 

‘돌아가고 싶지만 돌아가기엔 너무 멀리 와 버린’ 일부 발췌.

익명 프로젝트 모임에 참여할수록 용기가 생겨서 프로필 촬영도 하게 되었고 본명도 밝힐 수 있었지만, 처음에는 필명을 썼어요. 사실 내가 보호종료아동이라고 밝히는 것에 대해 그동안의 경험을 통해 두려움이 많았었거든요. 사회생활을 일찍 시작해서 방어하려는 마음이 컸던 것 같아요. 평소에도 제 이야기를 절대 꺼내지 않고, 그러다 보니 사람들과 가까워지는 데 한계가 있었어요. 이전에는 너무 두려워서 이런 활동을 하고 싶어서 알아보다가도 제 자신을 공개하는 것이 부담스러워서 진행하지 못한 적도 있었어요. 그러다 문득 내가 잘못한 게 아닌데 왜 숨어 살아야 하는지 의문이 생겼어요. 잘못된 시선이 문제이지 제가 문제는 아니잖아요. 그리고 내 활동을 통해 나와 같은 상황에서 고립되어 있는 사람들이 용기낼 수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프로젝트에 참여했어요. 

권시기 저는 제 자신이 보호아동이라는 것을 너무 늦게 알았어요. 고등학교 졸업 직전에 알았거든요. 사실 삼촌 집에서 살기 시작한 건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인데 담당 공무원이 고등학교 3학년으로 올라가는 겨울에 연락을 줬어요. 심지어 그마저도 어떤 지원을 하려는 것이 아니라 현황 파악을 위한 연락이었어요. 보호아동들은 시설뿐만 아니라 가정위탁, 그룹홈 등 다양한 곳에 있는데 그런 다양한 환경에 놓인 아동들을 보호하고 지원하는 체계가 잘 갖춰져 있지 않다고 느껴요. 내가 보호를 받은 적이 있나 하는 의문도 들었어요. 한 공무원이 너무 많은 아동들을 담당해서 놓쳤나 싶기도 해요.

얼마나 독립할 준비가 되었는지와 상관없이 사회에 나와야 했을 때의 막막함을 감히 예상해 보았다. 홀로서기 이후 어떤 경험을 했는지, 그런 경험을 통한 생각과 마음은 무엇이었는지 물었다. 

익명 어린시절부터 방어만 하다 보니까 정작 필요한 도움을 받지 못했던 것 같아요. 처음 혼자 살기 시작했을 때, 준비가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독립을 해야 하다 보니 우여곡절이 많았어요. 아주 기본적인 쓰레기 배출 방법도 몰랐고 사소한 것에도 당황할 수밖에 없었어요. 주변에 도움을 청하거나 물어볼 어른이 없었던 게 힘들었어요. 그런데 이제와 생각해보면 스스로 도움 받을 기회를 차단했던 면도 있더라고요. 내가 세운 벽에 스스로 갇혀 있던 시간이 아쉬워요. 그래서 저는 제 글을 통해 본인의 이야기를 꺼내놓는 용기도 필요하다는 것을 말해주고 싶었어요. 

권시기 그동안 그저 참고 지내느라 제가 힘든지도 잘 몰랐던 것 같아요. 제가 보호아동이라는 걸 알았을 땐, 이미 늦어서 지원제도를 이용할 수 없었어요. 디딤씨앗통장도 미리 신청했어야 하는데 이미 늦은 시점이었죠. ‘일년이라도 일찍 연락을 주지’ 하는 아쉬움이 있었어요. 기초생활보장제도 생계급여 수급 신청도 중학생이 되어서 학교 선생님을 통해 알고 신청할 정도로 아무 정보를 접하지 못하고 이용하지 못했거든요. 

솔빈 보호종료 아동이 지내는 환경은 다양해요. 시설뿐 아니라 가정위탁되는 아동도 많아요. 친척이나 조부모에게 맡겨지는 경우도 보호아동인데 그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고 권시기 작가처럼 정보 제공이 잘 안 되는 경우가 다수 있는 것 같아요. 

익명 제가 보호아동일 시점에는 가정위탁은 보호아동에 속하지도 않았어요. 정책도 시설아동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고요. 친인척에게 맡겨진 아동은 보호자가 있다는 인식이 강해서 적절한 복지정책이 없었어요. 저도 제가 보호아동인 줄 모르고 제가 기초생활 수급 가정이라고만 알고 살았어요. 보호종료 시점이 4~5년 지난 후에야 제가 보호아동이었다는 걸 알게 됐어요.

권시기 저는 삼촌 집에서 살았지만 내 모든 것은 내가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으로 살아왔어요. 제가 느낀 아쉬움이 아동권리보장원의 바람개비서포터즈에 참여하는 계기가 됐어요. 바람개비서포터즈를 하면서 자립을 준비하는 보호아동의 멘토 활동을 했어요. 그런데 이 멘토링 활동도 쉽지 않았어요. 시설보호 아동이 많아서 저랑은 공감대 형성을 하는 게 어려운 부분이 있었어요. 시설보호아동과 달리 가정위탁아동은 대부분 군대를 다녀와요. 저는 부모가 없으니까 당연히 안 갈 거라고 안일하게 생각했고, 친구들보다 조금 늦게 군대를 다녀왔어요. 최전방 부대에서 고생하고 전역하니까 20대 후반을 바라보는 나이가 됐죠. 사회초년생이 되기 위해 준비해도 모자랄 판인데 코로나19 터지고, 주변 분들은 연이어 돌아가셨어요. 일상이 무너졌고, 어린 시절부터 참아오던 것이 다 터지는 기분이었어요. 쉽지 않은 삶이었고, 사회의 보호를 받았어야 하는데 그런 것도 모르고 지냈었고, 그런데도 참 열심히 살아왔다는 걸 깨달으면서 뒤늦게 많이 힘들었어요.

익명 보호아동의 70% 이상이 조부모에게 맡겨져 있어요. 노인인 보호자의 경우 정보접근에 더 취약해요. 이제는 지원제도가 생기고 확대된다고는 하지만 이 정보를 필요로 하는 아동에게 잘 가 닿는지 모르겠어요. 

보건복지부는 매년 보호대상아동에 대한 발생 및 조치현황 자료를 지자체 보고를 통해 취합하여 아동정책을 수립하고 방향을 제시한다. 2019년 『보호대상아동 현황보고』에 따르면 2019년 보호대상아동 발생 수는 4,612명으로 이 중 귀가 및 연고자 인도 조치는 565명으로 12% 수준이다. 보호조치된 아동의 59%인 2,739명은 시설입소로 대다수가 양육시설 등에 입소 조치됐다. 가정보호 조치된 아동 1,308명 중 1,003명은 가정위탁된다. 가정위탁 보호는 조부모에 의한 양육인 대리양육가정, 조부모를 제외한 친인척에 의한 양육인 친인척 위탁가정, 일반인에 의한 가정위탁인 일반위탁가정 보호로 구분되는데, 조부모와 친인척에게 위탁되는 비중이 900%가 넘는다(2019년말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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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빈 이런 보호아동들은 18세가 되면 자립을 해야 하는데, 자립을 준비할 경제적 비용을 마련할 방법이 없어요. 최근 자립정착지원금이 300만 원에서 500만 원으로 올랐지만 여전히 부족한 수준이라고 생각하고, 돈만 지원하는 것은 한계가 분명하다고 생각해요. 작가들과 이야기 나누면서 가장 많이 들은 이야기는 자립할 돈도 필요하지만 그것만큼 필요한 것은 의견을 구하고 도움을 요청할 어른이었어요. 시설에서 생활하면서 만난 사람들은 담당할 아동 비율이 너무 높아서 의지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것 같아요. 

익명 모든 것을 혼자 해내야 하는 부담이 컸어요. 사소한 것들도 다 처음이고 간단한 질문을 할 어른도 마땅치 않고, 가정위탁인 경우에는 비슷한 환경에서 자란 사람들을 만날 기회도 적어요. 편견 가득한 사회분위기에서 자신의 상황을 드러내기도 어려워서 이런 프로젝트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는다면 한 명도 못 만나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그런데 동시에 내가 어떻게 누구와 살 것인지 스스로 선택할 수 없었어요. 미성년자이기 때문에 의사결정을 할 권한이 없었는데, 아동의 의사를 반영할 수 있는 체계도 필요할 것 같아요. 

권시기 자립지원금이 확대되는 것도 좋지만 한편으로는 잘살기 위한 정보나 관계를 지원하는 게 필요할 것 같아요. 돈을 잘 관리하고 활용하기 위한 교육도 필요하고요. 특히 보험, 세금 문제가 어려웠어요. 신뢰할 수 있는 정보인지도 판단하기 어려울 때가 있었어요. 관계맺기는 보호아동일 때도 보호가 종료된 후에도 정말 중요해요. 다양한 형태로 일상 속에서 편하게 만나, 글을 쓰거나 운동을 하기도 하면서 관계를 만들어 가는 기회가 많아지면 좋겠어요.

인터뷰이들은 도움을 요청하거나 진솔한 관계를 맺기 어려워하는 이유로 보호아동에 대한 잘못된 선입견을 꼽았다. 온전한 자신으로 보지 않고 미디어에서 왜곡하는 이미지를 덧씌우는 경험을 반복했다고 했다. 성급하게 동정하거나 혐오하는 사회분위기 속에서 진정 도움이 필요한 아동과 청년들은 더욱 고립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시민들에게 바라는 점이 있는지 질문했다.

권시기 아동보호체계로부터 보호종료 후 자립준비를 하는 만18세 이상 청년들의 삶의 만족도가 낮다는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연구를 봤어요. 체감하고 있던 것을 통계로 확인하는 순간이었어요. 보호종료아동인 청년의 자살 생각 비율이 일반 청년보다 높고 자살생각이 들었을 때 특별한 대처를 하지 않았다는 비중이 가장 높았다는 내용이에요. 저도 심리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느끼고 자립준비청년들의 심리지원을 하는 심리상담 플랫폼을 이용했어요.

익명 회사생활을 하면서 ‘이런 환경에서 자란 아이들은 문제가 있을 거야’ 하는 선입견을 가진 사람이 많다는 것을 알았어요. 같은 팀 사람들이 다른 사람을 흉보면서 “그 사람 고아래”라는 말을 하는 것을 직접 들은 적이 있어요. 어떤 일이 있었는지 모르지만, 그 행동이 잘못됐다는 판단을 넘어서는 평가라고 생각했어요. 동시에 나는 절대 내 이야기를 하면 안 되겠다고 다짐했고요. 그런데 저는 이런 환경에서도 잘 자란 게 자랑거리인데 숨겨야 하는 현실이 답답하고 때로는 폭력적이라고 느껴요. 관심있게 바라봐주는 건 좋은데, 선입견이 박힌 상태에서 바라보는 게 문제인 거죠. 

권시기 대부분의 사람들이 저의 성장과정을 숨기라고 조언해요. 특히 이력서를 쓸 때 성장과정을 솔직하게 전부 쓰지 말라고 해요. 절대 사회생활에 이롭지 않다고요. 그런데 이런 조언들이 저를 위한 것이라는 걸 알아요. 사람이 살다 보면 분명 힘들고 무너지는 순간이 있을 텐데, 무너졌을 때 사람들은 그 원인이나 이유를 제 성장과정 탓으로 귀결시킬 걸 우려한 거죠. 심지어 문제를 일으킨 적이 없는데도 문제를 일으킬 거라고 추측하고 관리대상이 되기도 하고요. 그런데 이제는 다양한 가족형태가 있다는 걸 인정하면 좋겠어요. 우리사회에는 부모가 없는 가족, 한부모 가족도 있고 보호자가 조부모이거나, 부모와 국적이 다른 가족이 실제로 존재하고 있잖아요. 다양성을 인정하고 구분 짓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솔빈 그러기 위해 더 많은 사람들이 알아야 할 것 같아요. 보호아동, 자립청년들도 사회구성원이고 늘 존재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다양한 가족형태가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인정해야, 은연중에 차별하고 배제하는 대화도 줄 것 같아요. 그리고 단순히 보호와 지원이 아니라 사회구성원이라는 것을 인지하고 인정해야 할 것 같아요. 

가끔 내 시간과 삶이 멈춰 있는 느낌이 날 때가 있다. 가만히 종이 위에 찍혀 있는 마침표처럼, 바람 한 점 없이 고정되어 있는 느낌. … 그렇기에 삶에 시작과 끝이 있다는, 점이 아닌 아주 기-인 실선이라는 것을 아는 것만으로도 오늘의 시간은 힘을 갖게 된다. 

– 문영 작가, 

『내일이 기다려지는 마법같은 일이 내게도 올까요?』, 

‘시작과 끝’ 일부 발췌.

책의 구성을 따라 인터뷰를 마무리해보기로 했다. 과거의 자신을 다시 만난다면 어떤 말을 하고 싶은지, 그리고 가까운 미래, 올해의 나는 무엇을 할 것인지 이야기를 나눴다.

권시기 쌓아두지 말고 울고 싶을 땐 울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현실적인 조언도 해주고 싶어요. 어떤 지원단체가 있고 제도가 있는지 알려주고 싶어요. 그리고 본인을 돌보는 힘을 기르라고 하고 싶어요. 의연하게 볼 수 있는 큰 그릇이 될 수 있는 사람이 되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올해 목표는 좋은 집으로 이사하는 것, 취업하기, 연애하기, 세 가지예요. 연애하기를 가장 먼저 이룰 것 같아요(웃음).

익명 세상에 안 좋은 사람도 있지만 좋은 사람도 많다는 걸 말해주고 싶어요. 나를 너무 숨기려고만 하지 말고 나답게 살았으면 좋겠어요. 충분히 자랑스러우니까요. 올해는 해보지 못했던 것은 도전해보면서 살려고 해요. 그간 살아남기에 몰두하던 것에서 벗어나서 이제는 나를 꾸미는 데 돈을 써보기도 하고 배우고 싶은 것도 배우면서, 여러 경험을 많이 해보려고 해요. 

솔빈 올해에도 원트가 지향하는 바를 이루면서 잘 생존하자는 것이 목표예요.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졌으면 좋겠고요. 더 많은 사람들이 자기 목소리를 내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으면 좋겠고, 원트를 통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기회를 가지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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