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21 2021-10-01   1224

[복지톡] 우리 사회가 용인해온 “폭력” – 코로나19와 가정폭력에 대하여

복지톡 : 우리 사회가 용인해온 “폭력” – 코로나19와 가정폭력에 대하여

송아영 가천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인터뷰 및 정리 조희흔 사회복지위원회 간사

 

<사진 1> ZOOM에서 만난 송아영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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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는 우리 사회의 많은 것들을 바꿔놓았다. 학교는 온라인수업에, 회사는 재택근무에 들어갔다. 회의는 줌을 통해 진행되고, 대면 만남은 줄어들었다. 이러한 사회적 관계의 단절은 사람들의 무의식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까? 이 사태와 폭력이 연관성이 있을까? 가정폭력이란 무엇이며 왜 발생하는가,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이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에서 2년째 활동하고 있는 가천대 사회복지학과 송아영 교수를 온라인으로 만났다.

 

“참여연대에 온 지 2년 정도 됐어요. 계기는… 참여연대에 좋아하는 교수님들이 많이 활동하고 있었어요. 알고는 있었지만 나와는 상관없는 곳이라고 멀게만 생각했는데, 우연히 같이 해보자는 제안이 들어와서 함께하게 됐어요. 사회를 더 나은 방향으로 만들려는 사람들이 모여 있었고, 다들 같은 생각을 하고 있으니 혼자 하는 것보다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주로 홈리스와 주거복지 영역에서 활동하고 있다는 송아영 교수는 한국에서 아동학대와 가정폭력을 주제로 박사학위를 수료하기도 했다. 유학길을 떠나 미국에서 만난 지도교수의 주 영역이 홈리스 여성이었기 때문에 홈리스와 주거 영역을 공부하게 되었다고 한다. 홈리스 여성과 가정폭력은 상당한 연결고리가 있다. 가정폭력, 아동학대의 피해자가 홈리스가 되는 경우가 적지 않고 이들은 다시 길거리에서도 폭력에 노출된다. 두 영역은 완전히 분리할 수 없다는 이야기를 전한 송 교수는 홈리스와 주거복지와 마찬가지로 가정폭력 영역에서도 연구에 참여하는 등 활동을 하고 있었다. 가정폭력에 대한 뉴스가 매일같이 나오다 보니 이전보다 신고율이 높아졌다고 생각했는데, 단호하게 여전히 만족스럽지 않은 수준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폭력은 통계로 잡히기 어려워요. 한국에서는 3년마다 가정폭력 실태조사를 진행하고 있는데, 신고율이 낮을 때는 2%대를 보이기도 했어요. 신고율이 올라가는 추세는 맞지만 높아도 10%에 불과합니다. 전체 가정폭력 발생률에 비하면 빙산의 일각이죠. 사람들의 인식이 나아졌다고는 하나 신고율은 굉장히 낮은 수준이고, 놓치고 있는 가정폭력이 훨씬 많아요.”

 

가정폭력의 신고율이 낮은 이유도 짚어냈다. 가정폭력은 단순히 누가 누구를 때려서 발생한 폭력 사건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것이다. 

 

“가정폭력은 가족이라는 관계성에 기반하고 있기 때문에 굉장히 복잡한 문제예요. 신고를 하는 순간 관계성이 해체되거든요. 사람들은 쉽게 왜 맞았는데 신고를 안 해?라고 얘기하는데, 그건 정말 잘못된 생각이에요. 우리나라는 가정폭력이 폭력이라고 인식하지 않는 경향이 강하고, 피해자 보호가 매우 취약해요. 신고를 해도 소용이 없다고 얘기하는 피해자들이 많아요. 사법체계의 대응이 매우 미미하고 사실상 매뉴얼도 없는 상태예요. 신고를 한 후 어디로 가느냐의 문제도 있고요. 신고 후 대응체계가 잡혀 있지 않다 보니 원가정으로 돌아와 가해자에게 보복을 당하는 경우도 수없이 있어요. 정말 어려운 문제입니다.”

 

최근 뉴스에서 가정폭력, 데이트폭력 등으로 사망한 여성들의 이야기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가정폭력과 데이트폭력은 궤를 같이하는 측면이 있다. 송아영 교수는 가정폭력 가해자는 과거 데이트폭력의 가해자였을 확률이 높다고 이야기했다. 데이트폭력, 가정폭력의 가해자들은 폭력과 동시에 “통제”라는 크리티컬한 전략을 펼친다. 이는 피해자들로 하여금 신고를 더욱 어렵게 하는 원인이 된다.

 

“가해자는 모든 갈등의 원인을 피해자 탓으로 돌려요. 그것도 아주 집요하게. 피해자들이 ‘아, 내가 잘못해서 이 관계가 망가졌구나.’라고 생각하게 하는 거죠. 가정폭력이나 데이트폭력 피해자들은 대부분 본인 탓을 하는 경우가 많아요. 피해자 탓이 절대 아니에요. 가해자들의 대표적인 행위 중 하나가 주변 사람들로부터 피해자를 분리시키는 거예요. 성별에 상관없이 피해자의 주변 사람들을과도하게 질투하고 욕해서 관계를 단절시켜요. ‘모든 것이 너의 잘못이다. 너 때문에 가정이 망가졌다’라는 메시지를 오랫동안 주는 거죠. 피해자들은 내가 맞을 짓을 했다고 오해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렇기 때문에 피해자들은 본인 스스로 탈출을 위한 선택을 하기 어려워요. 피해자들에 대한 비판을 해선 안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송 교수는 학교에서 강의를 할 때 데이트폭력 시그널에 대해 교육을 하고 있다고 한다. 데이트폭력, 가정폭력은 관계가 오래되고 깊어질수록 빠져나오기 힘들다. 우리나라는 건강한 연인관계에 대한 교육이 부족하기 때문에 피해자뿐 아니라 가해자들도 건강한 관계가 무엇인지, 좋은 관계라는 것이 어떻게 형성되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수업을 듣는 학생들은 대부분이 20대 초반이기 때문에 대학에 다니고 있는 시기에 이런 교육을 받아서 연인과 건강한 관계를 형성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데이트폭력은 굉장히 비밀리에 이루어져요. 피해자들은 공통적으로 주변에 사람이 없고 심지어는 원 가족과도 관계가 끊긴 경우가 많아요. 사람을 못 만나게 하고 일거수일투족을 보고하게 하는 게 가해자들의 특성이에요. 올바른 관계에 대한 교육이 시급하다고 생각합니다.”

 

코로나19라는 특수한 상황 속에서 우리나라의 가정폭력 신고 건수는 줄어들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것이 결코 좋은 시그널이 아니라고 말한다. 현장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코로나19가 가져오는 경제적, 사회적 스트레스가 가해자들을 더욱 자극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피해는 고스란히 가정 내 약자로 향한다. 가정폭력이 줄어들어 신고 건수가 줄어든 것이 아니라, 신고할 수 없는 상황에 몰린 것이다.

 

“신고를 하려면 가해자가 없어야 해요. 일반 사람들은 피해자들이 맞은 즉시 신고를 할 거라고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아요. 가해자들이 폭력을 행사할 때 핸드폰을 뺏는 경우도 많습니다. 일단 맞고 나서 가해자가 사라진 후 신고를 하는 것이 대다수 피해자의 행동입니다. 그런데 코로나19로 인해 이동이 불가능해지고 집에 머무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많아졌어요. 가해자와 피해자가 한 공간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야 한다는 거죠. 스스로 신고할 수 없는 케이스가 늘어나는 거예요. 피해자가 밖에 나가 누군가를 만나면 몸의 멍이나 심리상태를 보고 주변 사람들이 신고해 주는 경우도 있어요. 코로나19로 인해 이마저도 불가능해졌죠. 상담도 마찬가지예요. 상담의 대부분은 전화로 이루어지는데 가해자가 집에 있으니 전화가 어렵죠.” 

 

실제로 성남시 여성의 전화의 경우 코로나 초창기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한 재택근무 시기가 끝나자마자 가정폭력 신고 건수가 올라갔다고 한다. 폭력이 없어진 것이 아니라 숨어 있었던 것이다. 가해행위는 스트레스와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는데, 코로나로 가해자들이 더욱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음으로써 가해행위가 코로나 이전보다 극악한 수준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피해자들은 코로나19 사태 이전보다 훨씬 위험한 상황에 처해 있다.

 

“가정폭력의 문제는 여성과 남성의 문제라고만 생각해선 안 돼요. 가정폭력의 근본적인 원인은 가부장적인 가족 구조에 있어요. 권력 이슈죠. 우리나라는 여전히 가정 내 권력이 남성에게 있는 경우가 많아요. 특히나 가정폭력이 일어나는 가정은 경제권을 비롯한 모든 권력이 남성에게 쏠려 있어요. 그 사람의 의견에 반하는 것은 도전이라고 받아들여지죠. 이 권력구조가 남성 중심이다 보니 피해자가 여성이 훨씬 많죠. 성별의 문제보단 권력 문제로 접근해야 해요. 최근 미국에서는 동성 가구에서의 가정폭력도 처벌하기 시작했어요. 경제적인 권력이 가정폭력 가해자에게 있다 보니 피해자는 생존을 위해 가해자에게 종속될 수밖에 없어요. 더욱 벗어나지 못하게 되는 거죠. 아동도 마찬가지예요. 가족 내에서 아동은 성인보다 권력이 없는 존재라 피해도 극심하죠. 가족 내 존재하는 권력구조를 가해자가 어떤 식으로 휘두르는지를 봐야 해요.”

 

실제 우리나라에서는 가정폭력에 대한 형량이 매우 낮다. 가정에서 일어난 일은 가정에서 알아서 해결하라는 식으로 대응하기 일쑤다. 우리 사회가 “폭력”을 허용하고 있는 셈이다. 그렇기 때문에 해결하기 매우 어렵다.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우리 사회가 가정 내 폭력에 대해 단호해져야 한다. 송 교수는 가정폭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보완점으로 두 축을 제시했다.

 

“첫 번째는 사람들의 인식구조 개선이에요. 가장 중요한 문제죠. 사실 법은 최후의 수단이거든요. 웬만하면 법의 힘을 빌리지 않고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중요해요. 가정폭력이라는 문제가 생기는 것 자체를 바꾸기 위해선 사람들의 인식을 바꿔야 해요. 폭력으로 갈등을 해결하는 것을 절대 허용해선 안 돼요. 이런 메시지들이 사회적으로 강력하게 나와야 합니다. 또, 가부장적 질서를 극복해야 해요. 좋은 관계란 것은 무엇인가. 건강한 관계란 무엇인가에 대한 교육도 어렸을 때부터 이루어져야 해요. 외적 통제만으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우리가 폭력에 대해 가지는 단호한 태도와 폭력을 용인하지 않으려는 사회적 인식, 문제 해결에 대한 단호한 모습을 교육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다른 하나는 법과 제도의 변화입니다. 가해자들에 대한 처벌 수위를 높이고, 가정에서 이루어지는 폭력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것이 필요해요.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피해자 보호의 강화입니다. 가정폭력이 발생했을 때 집을 떠나야 하는 건 피해자예요. 피해자들은 더 가진 게 없어요. 이들을 어떻게 보호할지, 또 어떻게 회복을 도울 것인지 대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분리는 대책이 아니거든요. 쉼터도 매우 적고 옛날식으로 운영되다 보니 피해자들의 욕구에 맞추기 힘들어요. 피해자 보호에 더욱 힘써야 합니다.”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송아영 교수는 “소수자에는 젠더뿐 아니라 장애인, 성소수자, 이민자 등등이 포함되겠죠. 앞으로 이런 문제에도 적극적으로 대응해 나가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라며 앞으로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이슈를 조금 더 다루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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