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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복지동향 200호 발행
  • 2021
  • 2021.02.01
  • 645

탈시설의 법적 근거 및 관련 쟁점 분석

 

염형국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

 

탈시설지원법의 필요성

우리 사회는 가족주의 정서에 의해 장애인 돌봄의 책임이 전적으로 가족에게 부여되어 왔는데, 급속한 사회ㆍ경제적 환경의 변화로 돌봄을 제공해왔던 가족이 해체되거나 지역사회에 지원과 돌봄 기반이 빈약한 상황에서 장애인 돌봄에 지친 가족들에 의해 장애인은 본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시설로 보내져 왔다.

 

아무리 시설이 좋더라도 거주시설은 집단거주의 특성상 획일적 관리와 통제가 행해지고, 이 과정에 서 사생활 보호와 개인의 기호 및 욕구의 반영은 매우 어려우며, 사소한 것조차도 개인이 결정할 수 없기에 헌법 제10조 인간의 존엄 및 행복추구권에 전제된 ‘자기결정권’과 제17조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가 보장되기 쉽지 않다. 장애인도 인간으로서 시민적ㆍ정치적 권리, 경제적ㆍ사회적 및 문화적 권리가 있다고 선언하지만, 가족과 지역사회에서 분리된 환경에서 집단으로 거주하고 있는 한, 장애인거주시설에서 사생활은 보장되기 어려우며, 자신의 삶을 자신이 통제할 수 없고, 다양한 삶의 기회와 선택권을 제공받기도 쉽지 않다. 또한 장애인 탈시설 정책은 모든 형태의 주거형 수용시설에서 지역사회의 보편적 주택으로의 전환만이 아니라, 장애인 당사자가 어디에서, 누구와 함께 살지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여야 하며, 지역사회에서 적절한 지원과 돌봄을 받으며, 서비스를 주체적으로 이용하고 통제할 수 있도록 자립생활의 목표를 분명히 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러한 이유로 정부도 ‘탈시설 등 지역사회정착 환경조성’을 국정과제로 채택한 것이므로 조속한 시일 내에 국가 차원의 장애인 탈시설 정책의 수립 및 이행이 필요하다. 국가 차원의 장애인 탈시설 정책의 수립 및 이행을 위해 장애인 탈시설 지원 등에 관한 법률안1)(이하 ‘탈시설지원법안’)의 통과가 시급히 요청된다.

 

탈시설의 법적 근거

국가인권위원회가 2017년에 실시한 ‘중증ㆍ정신장애인 시설생활인에 대한 실태조사’ 결과에 의하면, 장애인거주시설에 비자발적으로 입소한 비율은 67.0%에 달하고, 입소 기간이 10년 이상인 경우는 58.0%로 조사되었다. 비자발적 입소 사유는 ‘가족들이 나를 돌볼 수 있는 여력이 없어서’가 44.4%로 가장 많이 답하였다. 한편 정신요양시설의 경우 10년 이상의 장기입소자가 65.0%를 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또한 장애인거주시설 생활인의 42.6%는 ‘시설에서 나가 살고 싶다’고 응답하였지만, 25.9%의 응답자는 퇴소의사를 표시해도 ‘퇴소가 불가능할 것’이라고 인식하고 있으며, 28.6%의 응답자는 ‘시설장’이, 25.2%의 응답자는 ‘가족’이 퇴소결정 권한을 가지고 있다고 인식하고 있었다. 퇴소 가능성 자체를 인지하지 못하는 장애인도 18.0%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이처럼 거주시설의 장애인은 본인의 의사에 반해 가족과 지역사회에서 분리되고, 분리된 이후 10~20년 심지어 사망 시까지 살게 되는데, 자신의 의사와 무관하게 거주시설로의 이전 그 자체는 헌법 제10조 인간의 존엄 및 행복추구권에 전제된 ‘자기결정권’과 제14조 ‘거주ㆍ이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다.2)

 

한편 우리나라가 가입ㆍ비준한 유엔장애인권리협약 제19조는 ‘자립적으로 생활하기와 사회통합’이라는 제목하에 장애인은 다른 사람들과 동등한 조건으로 거주지 선택의 자유, 어디서 누구와 살 것인가에 대한 선택의 자유를 가지며 특정한 거주 형태에서 사는 것을 강요받지 않음을 선언하고 있다. 또한 장애인은 지역사회 통합을 지원하고 지역사회로부터 소외 또는 격리를 예방하기 위하여 필요한 개별지원을 포함하여 각종 가정 내 지원서비스, 주거지원서비스 그리고 지역사회의 지원 서비스에 대해 접근할 권리가 있음을 명시적으로 보장하고 있다. 협약 당사국은 모든 장애인이 다른 이들과 동등한 선택을 통해 지역사회에서 살아가는 데 있어 동등한 권리를 가지고 있음을 인정하

며, 장애인들이 이러한 권리를 완전히 향유하고 지역사회 통합 및 참여를 촉진하기 위하여 효과적이고 적절한 조치를 할 의무가 있다.

 

2014년 유엔 장애인권위원회는 대한민국에 대한 「장애인권리협약 이행 국가보고서 심의 최종견해」에서 장애인권리협약 제14조 및 제19조에 근거하여 우리나라의 시설보호 상황에 대하여 우려를 표명하며, “장애에 대한 인권적 모델을 바탕으로 효과적인 탈시설화 전략 개발”, “정신 또는 지적 장애를 포함하여 장애를 이유로 한 자유의 박탈을 전제하고 있는 현행 법률조항 폐지”를 촉구한 바 있다. 

 

탈시설지원법의 쟁점

 

시설조사의 정당성

 

1) 직권조사(대상 및 개시사유)의 정당성 

탈시설지원법안에 의하면, 시설조사위원회는 장애인 생활시설 내 인권침해가 있다고 믿을 만한 ‘상당한 근거’가 있는 때에는 직권으로 조사할 수 있다(제34조 제1항). 이에 대하여 추상적인 심증만으로 광범위한 시설에 대한 조사가 개시될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그러나 법률을 해석함에 있어서 가능한 법률에 사용된 문언의 통상적인 의미와 법률의 입법 취지와 목적, 그 제ㆍ개정 연혁, 법질서 전체와의 조화, 다른 법령과의 관계 등을 고려하여야 함에 비추어 볼 때(대법원 2009. 4. 23. 선고 2006다81035), 이는 과도한 우려에 불과하다. 

 

탈시설지법안의 목적 중 하나는 장애인 생활시설의 인권침해 실태에 대한 적극적인 조사와 효과적인 제재를 통한 장애인의 인간다운 삶의 보장이다(제1조). 따라서 인권침해조사의 대상은 모든 시설이 아니고 ‘인권침해’가 발생한 또는 발생하였다고 볼만한 시설만이 그 대상이다. 시설조사위원회는 인권침해 신고(제34조 제2항)나 통보(동조 제3항 내지 제4항)를 받은 경우, 조사의 목적, 장애인 생활시설 운영자의 자발적인 개선 노력, 규모와 종류 등을 고려하여 ‘객관적인 기준’에 따라 조사여부를 결정한다(동조 제5항). ‘객관적인 기준’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규정된다(동조 제7항).

 

탈시설지원법안 제34조 제1항에 따른 직권조사와 같은 조 제5항에 따른 조사의 목적이 상이하지 않음을 고려할 때, 직권조사 개시사유인 ‘인권침해가 있다고 믿을 만한 상당한 근거’란 같은 조 제5항과 제7항에 따른 객관적인 기준에 따라 판단하였을 때 조사가 개시될 정도에 상당하는 근거를 의미한다고 해석함이 합당하다. 따라서 위 ‘상당한 근거’를 추상적인 심증에 불과하다고 해석하기는 어렵고, 직권조사의 경우에도 시설조사위원회는 직권조사 외의 경우와 상응하는 기준으로 조사개시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2) 조사방법과 절차의 정당성

인권침해조사의 방법은 관련 임직원 및 참고인에 대한 진술서 제출 요구, 출석요구 및 진술청취, 관련 자료 또는 물건의 제출 요구 또는 보관, 사실조회, 실지조사, 감정을 통하여 이루어진다(제36조 제1항 제1호 내지 제6호). 시설 내 인권침해에 대한 확인의 필요성과 중요성, 거주자의 안전에 대한 시설의 책임에 비추어볼 때, 위에서 제시된 조사 방법(진술 또는 자료제출 요구 등)으로 인한 시설의 부담이 과도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조사하는 시설조사위원 또는 직원에게는 권한을 표시하는 증표를 제시하여야 할 의무가 부과된다(제36조제4항). 이는 절차적 정당성을 보장하기 위한 규정이다.

 

동행명령(제37조)의 경우, 「사회적 참사의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등에서도 결정적 증거자료나 정보를 가진 사람이 정당한 사유 없이 출석요구에 따르지 아니하는 경우에 각 법의 목적에 따른 원활한 조사를 위하여 이를 인정하고 있으며, 장애인 거주시설 내의 인권침해는 그 특성상 관련 내부 자료나 정보에 의하지 않고서는 정확한 조사와 판단이 매우 어렵다는 점에서 특별히 과도하다거나 강압적인 조치라고 인정하기 어렵다. 조사 중 시설에 거주하는 장애인의 거처를 쉼터로 옮길 수 있도록 하는 임시조치(제38조)는 장애인의 보호를 우선순위에 둔 조치로, 이때에도 장애인 당사자가 동의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임시조치가 불가하다.

 

3) 10년 내 시설 폐쇄에 관하여

탈시설지원법안 제32조 제1항에 의하면 장애인복지법에 따른 장애인거주시설, 정신건강복지법에 따른 정신요양시설은 장애인 입소정원을 단계적으로 축소하여 이 법 시행일부터 10년 이내에 폐쇄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인권침해시설에 대한 시설조사 및 폐쇄와 별개로 장애인 생활시설이 장애인의 지역사회 통합을 위한 시설로 전환 지원을 통해 장애인이 장애인 거주시설 및 정신요양시설에 거주하지 않고 지역사회에서 생활할 권리를 보장하고 장애인복지정책도 이에 발맞춰 가야 한다는 정책방향을 천명한 것이다. 이것이 바로 장애인 거주시설에 대한 편견이나 혐오를 전제로 절차적 정당성이 확보되지 않은 시설조사를 한다는 의미는 전혀 아니다.

 

장애인 당사자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지 여부 헌법 제14조의 거주ㆍ이전의 자유는 ‘거주지나 체류지라고 볼 만한 정도로 생활과 밀접한 연관이있는 장소를 선택하고 변경하는 행위를 보호하는 기본권’이다(헌법재판소 2011. 6. 30. 2009헌바 406). 자신의 거주지를 자유롭게 선택하고 변경하는 거주ㆍ이전의 자유는 자유로운 생활형성권 보장을 통해 정치ㆍ경제ㆍ사회ㆍ문화 등 모든 생활영역에서 개성 신장을 촉진하며(헌법재판소 2004.10.28. 2003헌가18), 국민의 원활한 개성 신장과 경제활동에 있어서 필수적이다. 우리나라에서 법률로서 효력이 인정되는 「장애인의 권리에 관한 협약」 제19조는 모든 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살 수 있는 권리가 있으며, 다른 사람과 동등하게 자신의 거주지 및 동거인을 선택할 기회를 얻고, ‘특정한 주거 형태’를 취할 것을 강요받지 아니하여야 함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처럼 장애인에게는 자신이 어디에서 누구와 살 지를 자유롭게 선택하거나 변경하고, 지역 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는 권리가 헌법과 법률에 따라 보장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우리나라에서는 이러한 권리가 충분히 보장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시설에 거주하는 장애인의 경우에는 더욱더 그러하다. 시설에 거주하는 장애인 중 상당수는 자발적으로 시설거주를 선택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인권위원회가 2012년 실시한 장애인생활시설 거주인의 거주 현황과 자립 욕구 등에 관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비자발적인 입소 비율이 82.88%에 달하였고 자발적 입소 비율은 13.9%에 불과했다.3) 또한, 장애인거주시설 이용자의 약 58%가 시설 밖에서 거주ㆍ생활을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설의 운영상 및 구조적 특징은 거주ㆍ이전의 자유, 지역사회에서 자립적으로 살아갈 권리뿐 아니라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및 행복추구권도 보장하기 어렵다. 시설 내에서의 집단생활, 고정된 일과, 외부활동 통제 등은 필연적으로 지역사회로부터의 고립, 사생활 침해, 개성의 상실 등을 불러온다.

 

유엔장애인권리위원회(이하 ‘위원회’라 함)도 2014년 「장애인권리협약 이행 국가보고서 심의 최종견해」에서 우리나라의 시설 보호 상황에 우려를 표한 바 있다. 위원회는 장애인시설 및 거주자 수의 증가4)와 함께 탈시설 전략이 효과적이지 않고, 지역사회 내 통합 정책이 부족한 점을 지적하였다. 그리고 대한민국 정부에 장애에 대한 인권적 모델을 바탕으로 효과적인 탈시설화 전략 개발과 더불어 지역사회 내 지원서비스의 대폭 증가를 촉구하였다.

 

지난 2020년 12월 발의된 탈시설지원법안은 장애인이 독립된 주체로서 지역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제1조), 지역사회에서 살 권리와 거주지와 주거 형태 및 동거인을 선택할 권리가 있음을 분명히 하고(법안 제4조 제1항 내지 제2항), 이를 위한 지원방안을 담고 있는 법안이다. 따라서 이 법률안은 헌법에 위반되기보다는 오히려 앞서 언급한 장애인의 자기결정권 및 거주ㆍ이전의 자유를 비롯한 헌법상의 권리를 더욱 효과적으로 보장하는 법안이다.

 

시설종사자의 직업의 자유 침해하는지 여부

헌법 제15조에 의하여 보장되는 직업선택의 자유는 어떠한 경우에도 제한될 수 없는 절대적인 권리가 아니며, 헌법 제37조 제2항에 따라 국가안전보장ㆍ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때에만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다. 장애인의 지역사회에서 살아갈 권리의 보장 및 완전한 사회통합이라는 공공의 이익을 위해서는 장애인 거주시설과 정신요양시설의 단계적 축소가 필수적으로 요청된다.(수단의 적합성) ‘시설’의 구조적 한계와 특징으로 인해 시설 거주 장애인은 지역사회에서 분리되어 인격과 개성을 충분히 발현할 수 없기 때문이다. 미국, 스웨덴, 영국을 비롯한 해외에서도 장애인의 인권신장 및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서 시설의 축소 및 폐쇄를 비롯한 탈시설정책을 오래전부터 추진해오고 있다.

 

이 법률안이 예정하는 시설의 단계적 축소 및 폐쇄는 10년이라는 충분한 기간을 두고 있으며(제32조 제1항), 입소정원을 축소하는 장애인거주시설 등에 대한 지원(제32조 제3항), 지역사회 통합을 위한 시설로 전환하는 시설에 대한 지원(제31조)도 규정하고 있다. 탈시설정책을 추진하면서 이보다 덜 제약적인 수단을 찾아보기 어려우며, 이는 필요최소한의 제한에 해당한다(침해의 최소성). 

 

기존 장애인 시설의 운영 및 종사자들은 10년이라는 기간 동안 시설의 단계적 축소, 폐쇄 또는 지역사회 통합을 위한 시설로 전환을 준비할 수 있으며, 탈시설 정책 추진으로 장애인의 지역사회 통합을 지원서비스의 수요가 높아짐에 따라 기존 시설운영 및 종사자들이 직업을 영위할 영역은 새롭게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따라서 시설의 단계적 축소와 폐쇄로 인해 기존 시설 운영 및 종사자들이 겪을 직업의 자유와 관련된 불이익에 비하여 탈시설 정책을 통한 장애인 인권신장 및 사회통합이라는 공익적 효과는 더욱 중대하다(법익의 균형성). 결론적으로 이 법률안은 시설종사자의 직업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다. 

 

사유재산제에 반하는지 여부

국가나 지자체가 설립한 사회복지시설은 많지 않고, 대부분의 사회복지시설은 사인이 사재를 출연하여 설립하였다. 설립은 사인이 하였으나 사회복지를 필요로 하는 사람에 대하여 인간의 존엄성과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사회복지사업에 제공되는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국가와 지자체가 그러한 사회복지사업 수행을 위해 필요로 하는 인건비와 설비비를 제공하는 것이다. 사회복지시설은 인건비 및 운영비 대부분을 국가와 지자체의 예산에 의해 꾸려지고 있다(일부 개인신고시설도 생활자가 국가로부터 지급 받는 국민기초생활수급비의 전부 또는 일부를 납부하여 운영되는 점에서 크게 다르지 않다). 사회복지사업법 제1조의2 제2항에서는 ‘사회복지법인 및 사회복지시설은 공공성을 가지며 사회복지사업을 시행하는 데 있어서 공공성을 확보하여야 한다’고 하여 이를 확인하고 있다.

 

사회복지시설의 공공성을 인정한다고 하면, 시설에서 생활하고 있는 장애인의 지역사회에서 살 권리, 더욱 인간다운 생활권을 보장(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해당할 것이다)하기 위해 법률로서 장애인의 탈시설을 지원하고, 기존 사회복지시설을 지역사회 통합을 위한 시설로 전환하도록 유도하고 지원하는 것이 어떻게 사회복지시설의 공공성을 뛰어넘어 사유재산제도에 반하는 것인지 반문할 수밖에 없다.

 

과잉입법에 해당하는지 여부

시설에서 발생하는 인권침해에 대해서는 기존의 법률만으로도 충분한 통제가 가능하기에 이 법률 안의 내용이 과잉입법이라는 주장이 있다. 그러나 이 주장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타당하지 않다. 첫째, 현행 사회복지사업법 제40조, 장애인복지법 제62조 등에서는 장애인시설에서 시설이용자에 대한 인권침해 등 불법행위가 발견된 때에 그 시설의 개선, 사업의 정지, 시설의 장의 교체를 명하거나 해당 시설의 폐쇄를 명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서울특별시, 광주광역시 등 지자체에서는 제2의 도가니 사태를 막고 시설 인권침해를 뿌리 뽑기 위해 시설 장애인 인권침해 시 대상자를 즉시 퇴출하고 시설폐쇄 및 법인 설립허가까지 취소하는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를 도입하고 있다. 탈시설지원 법안은 타법과 달리 인권침해조사의 주체로 시설조사소위원회(제33조)를 두고, 조사의 방법, 절차 등을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고, 시도와의 협력을 통해 조사하도록 하는 것일 뿐, 기존의 사회복지사업법 또는 장애인복지법에 근거한 조치와는 크게 차이가 없다.

 

둘째, 탈시설지원법안은 인권침해시설에 대한 규제만을 논하는 법이 아니며, 장애인에 대한 탈시설 지원과 거주시설의 단계적 축소 및 폐쇄를 등의 내용을 담고 있는 법안이다. 따라서 인권침해시설에 대한 규제의 내용이 기존 법과 중복되지 않는다.

 

시설인권침해문제는 국가의 열악한 지원 탓인지 여부

장애인생활시설의 운영자나 종사자도 장애인생활시설의 존재 이유는 장애인생활시설 운영자나 종사자를 위한 것이 아니라 그곳에서 생활하는 장애인을 위한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런데 더는 장애인생활자가 그러한 시설서비스를 원하지 않는다고 하면, 그러한 시설생활이 아무리 선한 의도를 가지고 장애인생활시설을 운영하고 시설종사자로서 복지서비스를 제공한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시설서비스로 인해 장애인 생활자의 인간의 존엄 및 행복추구권, 자기결정권,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지역사회에서 통합되어 생활할 보편적인 권리가 침해되면 그러한 복지서비스는 이제 더는 유지하기는 힘들 것이다.

 

시설운영자나 종사자 중에 자신이 시설에서 생활자로 살 것을 생각해본 적이 있는지 묻고 싶다. 언제 시설 밖으로 나갈 수 있을지 모른 채, 친구를 만날 수도, 분식점에 갈 수도, 학교에서 공부할 수도, 직장에서 일할 수도, 자유롭게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생활을 계속하고 싶은지 궁금하다. 사회가 더는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그러한 생활을 강요해서는 안 될 것이다. 보호자들은 시설을 원한다는 주장에 대하여 일부 보호자들은 장애인이 계속해서 시설에 거주하기를 원하기도 한다. 가족이라는 이유로 장애인을 계속 자기 책임으로 보호하기 힘들기 때문이고, 그렇게 할 수 있을 만큼 경제적 여력이나 여유가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를 비난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사회복지에 대한 책임이 점차 가족의 부담에서 국가의 부담으로 바뀌고 있다. 가족을 옭아매던 부양의무제도 조만간 완화 혹은 폐지될 예정이고, 성인인 장애인은 가족이 아닌 사회와 국가가 책임을 지는 시대가 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보호자라고 하더라도 가족인 장애인을 마냥 시설에 머물게 할 수 있는 권리도 의무도 없다. 가족 중의 누군가가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다른 가족을 위해 장애인이 시설에 가야 하던시대도 이미 지났다. 장애인이든 비장애인이든 누구나 지역사회에서 살 수 있는 권리가 보장되어야 하고,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본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시설에 보내는 것은 인권침해이자 장애인에 대한 차별에 해당한다. 

 

결론

탈시설지원법안은 장애인의 거주ㆍ이전의 자유,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및 행복추구권, 지역사회에서 자립하여 함께 살아갈 권리를 비롯한 헌법상 권리의 보장을 위하여 시대적으로 반드시 제정되어야 하는 법이다. 탈시설지원법안의 목적과 사회적 필요성에 비추어볼 때, 법률안이 규정한 인권침해조사는 그 대상, 개시, 방법과 절차가 과도하지 않다. 10년이라는 기간 동안 단계적 축소를 장려하고, 시설의 폐쇄, 전환에 대한 지원까지 담고 있는 이 법률안은 헌법 제37조 제2항을 위반하여 시설 운영 및 종사자들의 직업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보기 어렵다. 사회복지시설은 공공성을 가지기에 장애인의 지역사회 통합을 위한 시설로 전환하는 것은 사유재산 침해가 아니다. 탈시설 정책이 전무하던 우리나라에서 장애인 탈시설 정책을 위한 여러 제도 및 시책 등을 담고 있는 탈시설지원법안이 과잉입법에 해당하지 않는다. 무엇보다 장애인의 인권신장과 관련된 법률과 정책이 장애인 당사자를 적극적인 권리의 주체로 인정하고, 장애인 당사자의 입장을 최우선으로 두어야 한다는 점을 상기해볼 때, 보호자들의 시설에 대한 선호 등은 더는 탈시설지원법안을 반대할 수 있는 타당한 근거가 될 수 없다.


 


1) 지난 2020년 12월 10일 최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대표발의로 ‘장애인 탈시설 지원 등에 관한 법률안’이 국회 발의되었다.

2) 국가인권위원회, 2019. 8. 22., “장애인 탈시설 로드맵 마련을 위한 정책권고”,

3) 국가인권위원회, 2012, 「시설거주인 거주 현황 및 자립생활 욕구 실태조사」

4) 2018년 말 기준 장애인 거주시설 수는 1,527개소로 2010년에 비해 3.4배 증가, 이용인원은 30,152명으로 2010년에 비해 1.2배 증가함(고용노동부, 한국장애인고용공단 고용개발원, 2020, 「2020 장애인 통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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