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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복지동향 200호 발행
  • 2021
  • 2021.01.01
  • 566

시설중심 지원을 넘어선 한부모 정책이 필요한 이유

 

오진방 한국한부모연합 사무국장

  

‘보호’와 ‘시혜’차원을 넘어선 한부모 탈시설 정책 요구가 나오기까지

만난 지 5년 정도 돼서야 그녀가 시설에 잠시 머물렀던 것을 알았다. 한부모들 사이에서 시설거주는 왠지 모를 불편함을 주는 주제이고 시설에 거주하며 겪었던 일들에 대해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기도 한다. 일상생활에서 겪는 불편함, 무시당하는 느낌, 말투 등은 개인적 성향에 따라 달리 느껴지기 때문일 것이다. 특히 남편의 폭력과 학대로 인하여 아이들만 데리고 시설로 갔다면 그 어떤 시설도 처음에는 천국처럼 느껴지는 고마운 곳일 수도 있다. 그래서인지 시설에 대해 불편함을 드러내는 사람은 아주 불평불만 많은 사람처럼 여겨진다. 한부모단체에서도 시설에 대한 이야기는 자주 들을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니다. 시설거주자가 많지도 않지만 시설에 대한 이야기를 개인적이고 사적인 불평 정도로 여겨졌다. 여성가족부는 시설 모니터링도 정기적으로 이뤄지고 있으니 별 문제가 없다고 여긴다.

 

하지만 큰아이를 데리고 나올 수 없어 둘째 갓난아기만 간신히 데리고 간 시설에서의 3개월 동안 그녀는 ‘살아있는 지옥’을 체험했다고 했다. 가정폭력에서 탈출한 그녀는 또 다른 폭력을 경험했다고 한다. 시설 종사자들의 강압적 태도, 나약한 사람들의 허점을 이용해 불신을 조장해 서로 간 의지할 수 없도록 하는 것, 시설을 유지하기 위해 한부모를 도구로 전락하게 만드는 ‘장사’를 하고 있다고 했다. 결국 그녀는 보증금 400만 원, 월세 35만 원을 내는 오피스텔을 택했다고 했다.

 

사건이 불거지기 시작한 것은 11월 20일, 부산광역시의회 행정사무감사에서 구경민(부산광역시의회 복지안전위원회)의원에 의해 한부모가족복지시설 내 인권침해 문제가 영상으로 퍼지면서였다. 이런 고발이 처음은 아니었지만 그 고발을 믿고 터트려 준 구경민의원이 있어 가능했던 일이다. 그리고 11월 16일 여가부가 발표한 ‘미혼모 등 한부모가족 지원 대책’에 ‘한부모가족복지시설’의 입소 대상을 늘리고 최장 8년까지 가능하도록 기간 연장을 발표했다. 이후 12월 1일 한국한부모연합을 비롯해 28개 여성단체들은 지난 60년 간 이어져 온 시설 중심의 정책을 비판하면서 ‘보호’와 ‘시혜’차원을 넘어선 한부모 탈시설 정책 마련을 요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하였다. 그리고 12월 3일 온라인 간담회로 <탈시설이야기 1탄>과 12월 21일 <탈시설이야기 2탄>을 제작하였다. 이 내용은 월간 워커스에서 「시설에 숨겨진 여성들」이라는 기획기사를 2021년 1월 첫 기사로 발표했다.

 

<사진 1-1> “더 이상 시설 거주가 답이 아니다” 한부모들의 시솔 입소 확대 발표를 비판하는 ‘탈시설 이야기 간담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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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한국한부모연합

 

‘마녀사냥이 벌어지는 시설에서 겨우 1년을 살았습니다‘의 J씨와 ‘교회에 가겠다는 서약서를 쓰고 모자원에 입소했습니다’의 K씨 모두 그 누구도 귀기울이 않았던 한부모 복지시설거주자들의 이야기였다. 부천 한부모가족복지시설과 15년 간 싸운 종사자 오선희씨의 내부고발, ‘특조위’까지 구성됐던 모자원 횡령사건, ‘국가보훈처’와 연결된 사회복지법인의 횡령과 비리 그리고 노조탄압을 다룬 기사, 담당공무원의 제2의 인생을 책임지는 시설들, 입양특례법 상 입양기관이 미혼모자시설 운영을 막아 놓았지만 ‘기본생활지원형’에서 ‘공동생활지원형’으로 바꾸어 버젓이 운영되고 있는 사례 등 한부모가족복지시설에 대한 더 많은 기사가 쏟아 졌지만 ‘탈시설’운동을 이제 막 꺼내 든 한국한부모연합은 큰 기대를 할 수가 없다.

 

기대할 수 없는 한부모 ‘탈시설’ 운동

한부모 ‘탈시설’운동에 대해 큰 기대를 할 수 없는 이유는 시설의 모니터링을 담당하는 학계, 시설의 예산을 심사하는 여성가족부 가족지원과, 시설을 감사하는 지자체 공무원들의 생각이 바뀌고 시설 내부를 감시할 수 있는 상위 기관이 존재하지 않고는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또한 시설 내 한부모거주자들의 이야기가 밖으로 전달되지 않는 현 체제와 여성과 가족을 아우르는 여성정책의 부재, 전국 120여 개 한부모가족복지시설이 서비스 전달체계처럼 유지되는 행정 편의주의로는 더더욱 불가능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시설장들이 ‘한국한부모가족복지시설연합회’라는 조직을 운영하면서 한부모가족 정책에 큰 입김을 불어 넣고 있는 현재의 상황은 한부모가족복지시설에 대한 대항담론을 형성하는데 큰 저해 요소이기도 하다.

 

더군다나 어렵사리 한부모들의 시설거주자들의 항의내용을 서울시의회와 인권위원회 등에 전달할라치면 인권유린과 인권침해의 더욱 강력한 사례만을 요구한다. 장애인 ‘탈시설’운동에서 나왔던 폭행, 성폭력, 강제노역, 감금, 강제 의약물 투약 등 더욱 처참하고 선정적인 사례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시설종사자들의 강압적인 태도’는 한부모들이 시설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감수해야 하는 사안이며 한부모들이 시설 내에서 모일라치면 이래저래 감시와 눈치를 받는 것에 대해서는 한부모들이 원래 연대할 수 없는 나약한 사람들이라는 근거 없는 주장을 일삼는다. 그래서 우리가 문제 삼는 ‘강압적 태도’와 ‘감시의 눈초리’에 대한 그 어떤 증거자료 없다면 인권침해가 아니라는 것이다.

 

한부모운동 역사 안에 한부모가족 복지시설에 대한 탈시설 운동이 전개되지 못한 것은 사실이다. 제보자도 많지 않았지만 한부모들의 모자시설은 밖으로 드러나지 않는 은밀한 장소였다. 즉 가정폭력이 있거나 미혼 상태의 임신은 국가에서 보호해 주겠다는 논리였다. 그러나 미혼모 아이들이 강제로 입양된 것도, 가정폭력으로 잠시 머물렀던 쉼터도 그리고 한부모가족지원법을 시설유지를 위해 마구잡이로 법개정을 한 의원들도 한부모 ‘탈시설’운동 선상에서 보자면 모두 공모자들이다. 그래서 ‘탈시설’운동은 ‘시설생활인 인권’운동이자 주거권 운동으로 다시 불려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새로운 한부모정책 서비스 전달체계의 필요성

중고물품 거래 앱에서의 아이 입양 게시(10.16)에 이어 베이비박스 앞 신생아 사망사건(11.3)등을 계기로 내어 놓은 여성가족부의 ‘미혼모 등 한부모가족 지원대책’은 이미 지적한 바와 같이 한부모가족복지시설의 입소기간을 늘리는 것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 그 이후에도 여수에서 일어난 신생아 유기사건(12.1)과 방배동김씨의 죽음(12.14) 등 끊임없이 이어지는 아동유기 및 가난한 이들의 죽음은 시설 이외의 또 다른 서비스 전달체계의 필요성을 말해주고 있다.

전국의 한부모가족복지시설은 전국 200여 개의 건강가정지원센터와 함께 한부모정책의 서비스전달체계로 역할을 하고 있지만 자녀 양육비 이행 확보 법률구조사업, 미혼모·부자거점기관, 조손가족통합지원 등 새로운 차원의 가족정책의 서비스를 수행할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한부모의 ‘탈시설’운동은 주거권 운동이자 전형적인 가족만을 정상성이라고 바라봤던 사회에 대한 가족구성권 운동으로 한부모의 변화된 욕구를 기반으로 하는 서비스 개발과 전달체계의 변화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사진 1-2> 서울시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초법바로세우기공동행동, 한국한부모연합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부양의무자기준 폐지공약의 이행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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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참여연대

 

그동안 소위 ‘남편 없는’ 여성들의 가난과 무시가 당연하게 여겨졌던 가난의 수사학은 사회보장제도가 그 기능과 역할을 다하며 변화시켜야 할 것이다. 또한 전국을 들썩이게 하는 집값은 단지 한부모만을 위해서가 아닌 전 국민, 특히 젊은 층을 위해서라도 투기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 취약계층이라 불리는 장애, 노인, 아동 그리고 한부모의 탈시설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지역사회 내 주거약자에 대한 기반시설을 확대하지 않고는 불가능하다.

 

장애계는 이미 지역사회통합돌봄체계에 대한 논의를 지자체 별로 시작하고 있다. 그러나 한부모정책은 여가부 안에서 가족지원과 안에서만 논의되는 협소한 정책일 뿐이다. 지자체는 물론 보건복지부와 국토해양부를 아우르는 정책이 필요하며 한국한부모연합의 탈시설 정책 안은 다음과 같다.

 

 

1. 더 이상 시설거주가 답이 아니다. 한부모 탈시설 정책 마련하라.

-임신, 출산, 양육 과정에서의 위기상황에 대비한 긴급순환형주택 마련하라

-전세임대, 매입임대 주택의 자부담을 낮추어 주거안정성 보장하라.

 

2. 시설거주자들이 주체적으로 참여하는 시설 평가 실시하라.

 

3. 시설 내 성별영향평가 및 지자체 감독과 관리에 민간단체 참여 보장하라.

 

4. 시설거주기간 연장 및 거주기준 완화 정책 철회하라

 

2020년12월1일 “더 이상 시설 거주가 답이 아니다.”성명서 중에서 

 

이와 더불어 현재 남아있는 시설에 대해서는 행정 관료들의 불법행위 또는 부당한 행정처분으로 피해를 입은 시민의 기본권을 보호하는 옴부즈만 제도의 도입이 필요하다. 한부모들의 입소율과 퇴소율에 대한 정확한 통계와 함께 거주자를 대상화하는 정책에 대해 거주자 스스로가 신고하고 모니터링 할 수 있는 제도 등이 필요하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선거를 앞두고 표 몰이를 위한 제스추어가 아닌 대항담론을 생산해내는 민간단체들의 목소리한 번쯤은 귀 기울여 주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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