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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복지동향 200호 발행
  • 2021
  • 2021.03.01
  • 458

건강보험 고객센터, 직영화가 필요한 이유

 

이재훈 사회공공연구원 연구위원

 

먼저 문제부터 풀어보자. 

 

다음 중 국민건강보험공단(이하 ‘공단’) 직원이 하는 업무가 아닌 것은 무엇일까?
① 보험료 부과금액 상담
② 보험료 자동이체 신청 및 변경, 해지
③ 건강보험 피부양자 취득 신청 문의
④ 4대 보험 완납증명서 발급
⑤ 건강검진 대상 및 수검 확인 

 

정답은 모두 그렇기도 하고, 모두 아니기도 하다. 공단의 모든 안내문이나 고지서, 홈페이지, 그리고 공단 지사에서 발송하는 문자에는 건강보험 고객센터(1577-1000번)가 적혀있다. 여기로 연락해 문의하면, 위의 민원들을 모두 해결할 수 있다. 하지만 “안녕하십니까. 함께하는 건강보험 상담사 ○○○입니다.”라고 친절하게 응답하는 주인공은 공단직원이 아니라, 민간용역업체 직원이다. 이 업무들은 ‘효성ITX’, ‘㈜유니에스’, ‘㈜휴넥트’, ‘메타넷엠플랫폼’ 등 생소한 민간용역업체에 고용된 노동자들이 수행하고 있다. 

 

위의 업무 예시는 일부일 뿐이다. 건강보험 자격관리, 보험료 부과, 4대 보험 징수, 보험급여, 의료급여, 건강검진, 제증명서 발급, 금연상담 등 1천여 개가 훌쩍 넘는 상담업무를 건강보험 고객센터가 맡고 있다. 게다가 공단지사에서 하지 않는 외국 어(영어, 중국어, 베트남, 우즈벡) 상담과 청각 언어 장애인을 대상으로 영상을 통한 수어 상담, 의료급여 수급자의 진료확인번호 승인, 취소 등의 업무까지 처리한다. 공단지사와 똑같이 이뤄지는 금연치료기관 원격상담 업무도 있다. 그리고 상담 내용에 따라, 주소, 연락처, 가족관계 등 인적사항 정보뿐 아니라, 직장이력과 사업장의 가입자 정보, 소득, 재산상황, 자동차 정보, 병원 진료기록, 장기요양 등급, 건강검진, 장애등록 여부 등 개인의 금융정보나 건강정보까지 열람이 가능하다. 본인 뿐 아니라, 가족, 친척, 동거인과 그 가족의 개인 정보까지도 포함된다. 이렇게 민감한 개인정보를 광범위하게 다루다 보니, 당연히 공단 직원들이 하는 일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지만, 실제 그렇지 않은 것이다. 어떻게 된 것일까.

 

 

건강보험 상담업무의 외주화: 단순 반복 업무?  

국민건강보험 고객센터는 2006년 4월에 3개 센터로 시작했다. 기존 공단이 수행하는 업무 중에서 “고질적이던 전화불만 민원”이 고스란히 고객센터로 이전됐다. 그 이후 영유아 건강검진(2007년 11월), 노인장기요양보험 시행(2008년 7월)에 이어, 2011년 4대 보험 징수통합으로 보험료 징수업무(고지, 수납, 체납 등)가 건보공단으로 통합되면서, 관련 모든 유선업무를 고객센터에서 맡기 시작했다. 사회적 요구에 부응해 제도가 확대되면서, 자연스레 고객센터 역시 확대되어 왔다. 2008년 광주, 대전, 대구, 부산에 이어 2009년경인, 그리고 2012년 본부 고객센터가 개소되면서 현재 총 12개 고객센터가 운영되고 있다. 고객센터는 공단으로부터 최대 24개월 동안 민간업체와 위탁 계약 형태로 운영된다. 

현재 본부와 대구 고객센터는 같은 민간업체가 맡고 있어서, 모두 서로 다른 11개 민간용역업체가 위탁받아 운영중이다. 여기엔 상담사 1,451명, 관리자 172명 등 전체 1,632명이 일하고 있다 (2020년 도급인력계약 기준). 

 

처음 고객센터가 도입될 땐, “단순 반복 업무를 고객센터에서 일괄 처리”하겠다는 취지였다(복지부 보도자료 2006. 4. 11). 일반적으로 콜센터(고객 센터)라고 하면, 고객의 질문에 매뉴얼이나 스크 립트에 따라 정해진대로 단순 정보를 안내하거나, 관련 부서로 연결해 주는(호전환) 등 특별한 기술 없이 수행할 수 있는 저숙련 업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고객센터는 건강보험의 핵심 업무와 관련 한 대부분의 상담업무를 직접 처리하고 있다. 백과사전 3권 두께의 교육자료(1권 자격, 2권 부과, 3권 급여, 검진, 장기요양)를 충분히 숙지했다 하더라도, 전화마다 서로 다른 개별적인 사례에 대해 즉각적으로 이해하고, 정확하고 빠르게 필요한 안내나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 특히 관련 법령이나 고시, 제도 변경, 업무지침 등이 있을 때마다 빠르게 숙지해 상담안내에 적용해야 한다. 즉, 건강보험 상담업무는 가입자의 건강권 보장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상시지속적인 핵심 업무이다. 게다가 민감한 개인정보를 다루고 있어 높은 공공성과 책임성이 요구되고, 전문적인 숙련 또한 중요하다. 하지만 민간용역업체가 수량적 실적 중심으로 운영되다 보니, 많은 한계와 문제들이 드러나고 있다.

 

<표 3-1> 건강보험 고객센터 위탁 운영업체 및 인력 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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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료: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 본부(지역) 고객센터 위탁운영업체 선정을 위한 제안요청서” 2020. 2.에서 재정리함. 업체는 개별 확인 후 추가함. ※ 관리인력은 각 센터별 매니저 1명, QA강사 2~3명, 교육강사 2명, 행정 2명, 상담팀장 6명 등이 포함된 것임. 

 

 

건강보험 상담센터는 전쟁터: 실적과 경쟁, 전자감시와 감정노동 

민간업체가 고객센터를 위탁받을 때, 공단은 실적 위주의 수량적 평가지표로 업체를 평가해 선정한다. 업체는 다시 목표 달성과 초과 성과를 위해 상담노동자를 옥죈다. 팀별 총원 대비 근무인원으로 매일 목표 콜 수가 배당된다. 그리고 공단의 전산시스템을 통해 실시간으로 콜 수가 기록되고, 개인, 팀, 센터 간 순위가 매겨진다. 이렇게 모아진 일일 센터별 실적은 공단에 보고되고, 3개월마다 분기별로 업무 수행실적이 평가된다. 

 

그러다 보니 현장에선 성과지표와 운용 목표 달성을 위해 과도한 통제와 개인 간 실적 경쟁이 이뤄지고 있다. 자리를 비운 시간, 평균 벨 울림 시간, 평균 통화시간 등이 실시간으로 기록된다. 전화벨이 울리기 시작하면 무조건 1초 안에 받아야 한다. 그렇게 고객센터노동자들이 상담한 응대 건수는 2019년 기준 약 3천 6백만여 건이 넘는다. 1인 당 하루 평균 120콜을 받고 있는 셈이다(2019년 기준). 평균 통화시간이 4분이라면, 하루 8시간 업무시간 동안 한 번도 쉬지 않아야 겨우 달성할 수 있다. 그런데도 7~8분 대기는 기본이고, 10분 이상 대기하는 경우도 빈번하다. 그만큼 상담수요가 높다. 한 고객센터 노동자는 “하루하루가 전쟁터”라고 말한다. 그만큼 상담업무는 살인적이다. 상담이 길어지면 받을 수 있는 콜 수 실적은 떨어진다. 3분이 넘어가면 관리자들의 ‘빨리 끊어라’는 쪽지가 오고, 5분 이상 넘어가면 상담과정을 실시간으로 청취해 채팅으로 지시가 내려온다. 7분 이상의 긴 상담(장콜)도 따로 기록된다. 상세한 상담은 불가능하고, 오히려 저성과자로 찍히게 되는 구조다. 

 

공단지사로 상담 연결하는 것 역시 금기시되고 있다. 전체 콜 수에서 지사로 전환하는 콜 비중이 2%를 초과하면 실적 감점을 당하게 된다. 지사 전화번호를 임의로 안내하는 경우 역시 평가에 감점으로 반영된다. 최대한 자체적으로 민원을 해결 해야 하는 구조다. 또한 이유가 어쨌든, 민원사례가 발생하면 이 또한 감점 사유다. 4대 보험의 징수 상담까지 담당하다 보니, 달가울리 없는 불만스런 민원들이 넘쳐난다. 하지만 만족도 조사점수가 평가기준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다 보니, 민간업체 자체적으로 다양한 방식을 동원해 상담 노동자를 더욱 경쟁적으로 감정노동으로 내몰고 있다. “제 상담에 매우 만족하셨는지 모르겠습니다. (고객 반응 몇 초 기다리기) 추후 만족도 조사시 매우 만족, 5점 부탁드립니다”라는 종료 인사를 강제하고, 고객이 만족했다고 대답하면 가점을 준다. 운이 좋아 ‘친절하시네요’라는 답변을 들으면 만 원씩 주는 프로모션을 진행하기도 하고, 친절을 많이 받은 순서대로 샤넬 립스틱, 에르메르 향수 등 명품을 내걸기도 했다.1)

 

 

책임은 아웃소싱, 성과는 인소싱 

실적을 위한 실시간 전자감시, 강한 노동통제 방식의 노무 관리는 기본적인 노동권, 건강권 침해할 뿐 아니라, 인격 모독과 성차별 사례까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국민의 건강보장을 위해 일하고 있지만, 정작 상담노동자들은 신체적, 정신적으로 병들어가고 있다. 그런데도 건보 공단은 ‘협력사의 일’이라며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 경인3센터 상담사들 고충 호소 “생리휴가 입 증하라니… 건보 고객센터가 ‘인권 사각’(세계 일보 등 2020. 12. 8.)
- 신청 땐 결근처리, 평가점수 깎여. 공단 측, “협력사의 일… 진상 파악 중”
- 월 1일 권한 불구, 22%만 “써봤다”
○ “피 묻은 바지 입고 상담”… 건보 광주고객센 터도 ‘갑질’ 폭로(뉴스핌, 2020. 12. 28.)
- 9시 업무 전 시험과 교육, 중식 시간과 퇴근 시간 이후 근무에도 무임금 초과근무 강요
○ 건보공단 고객센터 직원 50% “열 나도 휴식 못 해”(뉴스원 2020. 7. 9.)
○ “손들고 서 있어요”… 3개월 이어진 건강보험 공단 고객센터 ‘괴롭힘’(MBN 2020. 2. 17.) 

 

공단은 한국산업 서비스 품질지수(KSQI) 10년 연속 우수 콜센터로 선정됐다며 “우수한 상담품질을 바탕으로 국민에게 더 가까운 공단으로 다가 갈 것”이라는 보도자료까지 냈다. 고객센터 노동자들은 매주 2회 이상 홀몸 어르신과 1:1 전화 말벗, 손편지 쓰기 등을 진행하고 있는데, 공단의 사회공헌 특화사업인 ‘건강드림콜 서비스’다. 이 역시 “공공기관 콜센터로서의 사회적 책임의 수행에 앞장서고 있다”라며 자찬했다. “건강보험 제도의 최전선에서 국민들과 소통하는 건강보험의 귀”라면서, 정작 가입자와의 직접적인 소통창구를 민간 용역업체에 내맡기며 스스로의 역할을 제한하고 있다. 실질적인 사용자로서의 책임은 외면하면서 성과만 챙기고 있는 셈이다.2)

 

 

정부의 정규직 전환 방침에도 위배 

문재인 정부는 비정규직 정규직화 전환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추진 중이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이미 공공부문 1단계 정규직 전환대상 기관 853개 소 가운데, 19만 7천 명이 정규직 전환이 결정됐고, 이 중 18.5만 명이 전환을 완료했다. 직접고용 형태가 73.7%(13만 6,530명)로 대부분이다 (2020. 6. 기준). 건강보험 고객센터 역시 애초 상시ㆍ지속적인 업무를 담당하는 것으로 직접고용 됐어야 했다. 정부의 1단계 정규직 전환대상 중 “용역”은 계약명칭과 상관없이 공공기관에서 인건 비를 구체적으로 산정하고 채용해야 할 근로자 수를 정하는 경우로 정의하고 있다. 콜센터의 경우, 이에 더해 ‘장소 및 시설 등을 공공기관이 제공하고 용역업체는 근로자만 관리하는 경우 1단계 실태조사 대상에 포함’하도록 했다. 

 

건강보험 고객센터는 위의 기준에 모두 부합한다. 위탁계약 시 채용해야 할 인원을 구체적으로 명시 하고 있고, 여기에 평균단가와 계약기간(24개월) 을 통해 총 계약금액을 결정하고 있다. 경인 고객 센터는 공단 안산지사, 부산 고객센터는 부산지역 본부 건물을 쓰고 있고, 다른 센터들도 공단이 임차해 운영한다. 장소(사무공간) 뿐 아니라, 장비, 시설 및 시스템과 인프라 등 일체를 공단이 제공하고 있다. 사실상 간접고용형태로 노동자를 활용하는 외주용역인 셈이다. 이미 유사한 국민연금 공단(387명), 근로복지공단(342명)의 콜센터는 1단계에서 모두 직영으로 전환된 것과 대조적이다. 심지어, 3단계인 민간위탁의 전환(19년) 역시, 적절성 검토조차 진행하고 있지 않다.

 

 

건강보험 고객센터 직영화: 가입자의 참여와 권리를 위한 보험자의 역할 

건강보험 고객센터의 민간위탁은 무책임하고, 비효율적이다. 심지어 민간위탁으로 들어가는 일반 관리비, 이윤 등을 고려하면, 경제적 효용성조차 크지 않다. 소수의 민간업체가 계속 또는 번갈아 가며 위탁받아 운영하다 보니, 소위 경쟁 효과 역시 생길 리 없다. 게다가 실적과 경쟁중심의 열악한 노동환경은 장기적인 숙련 축적은 고사하고, 결국 서비스 질 저하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앞으로 건강보장에 대한 사회적 필요의 증대, 가입자의 빠르고 편리한 행정처리 요구 확대, 정보통 신기술과 전산화 시스템의 발달, 비대면 선호 등으로 상담업무는 더욱 확대될 수밖에 없다. 외국인, 청각언어 장애인, 거동이 불편해 지사 방문이 어렵거나 인터넷 접속이 어려운 어르신 등 취약계 층의 의료접근권 보장을 위해 이미 없어서는 안 될 필수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특히 안정적인 기여를 전제로 한 사회보험 방식의 국민건강보험은 가입자의 제도 신뢰가 매우 중요하다. 건강보험 고객센터 직영화는 건강보험 서비스 이용 전반에 대한 가입자의 권리를 보장하고, 내실화하기 위해 필수적이다. 저비용-고감시 모델 에서 벗어나, 가입자의 다양한 방식의 참여를 보장하고, 피드백을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도록 숙련중심의 통합적인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건강보험 고객센터 직영화는 건강보험 가입자의 건강권을 지키는 것이자, 보험자인 건강보험공단이 마땅히 수행해야 할 역할과 책임을 이행하는 것이다.

 

1) 장현경, “매우 만족부탁드립니다, 상담사가 이 말 안하면 벌어지는 일” 오마이뉴스 기사 2021년 2월 9일(http://omn.kr/1s050).

2) 이재훈, “하루 120콜, 3분이상 ‘빨리 끊어’… 우수콜센터 건보공단의 실상”. 오마이뉴스 기사 2021년 2월 4일(http://omn.kr/1rym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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