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07 2007-05-01   827

편집인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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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드디어, 마침내 타결되고야 말았다. 기대반(?), 우려반이라는 표현을 이 상황에서 쓸 수 있을지 의문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혼란스러운 게 사실인 것 같다. 국내 여론을 주도하고 있는 보수 언론들은 협정내용을 상세하게 확인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환영과 찬사의 메시지를 쏟아 내었다. 협상을 주도하였던 대표단 일원들에 대한 노고와 격려에 더하여, 협상타결에 강력한 힘을 실어준 노무현대통령의 리더십에 대한 열렬한 지지의 글도 심심치 않게 등장한 바 있다. 참여정부는 한미 FTA 타결 한건으로 그동안 그렇게 적대적 관계였던 보수 언론과의 관계를 반전시키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한편 언론에서 자세히 다루고 있지는 않지만, 한미 FTA를 반대하는 집회와 시위 또한 대규모로 이어져 왔고, 타결시점 이후에도 그러한 흐름의 일부는 지속되고 있다. 토론장에서는 극단적으로 상반된 주장이 펼쳐지기도 한다. 국민들은 혼란스럽다. 여론 주도층의 반응으로 보아, 국익에 매우 도움이 되는 협상을 노무현대통령 특유의 돌파력으로 한건 한 것 같기는 한데, 그 파장이 우리의 생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판단이 어렵다.

어떤 협상이나 한쪽이 일방적으로 승리하는 형태가 있을 수는 없을 것이다. 단기적으로는 한쪽이 이익을 얻는 영역이 있고, 또 손해를 감수해야 하는 영역이 있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래야 서로가 동의하는 협정이 성사될 수 있으니까. 그러한 이익과 손해를 감수하면서 장기적으로 서로에게 이익이 될 때 국가 간 협정이 타결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한미 FTA 타결에 대해 분야별 이해 당사자들의 찬반이 갈리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현상일 것이다.

주요 경제 연구소들의 발표에 따르면, 경제적인 측면에서 영역별 이익과 손해에 대한 계산서 작성이 이미 완료되어 가는 듯하다. 자동차와 섬유 분야에서는 얼마의 이익이 있고, 농산물 분야에서 손해를 보지만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이익이고, 서비스 시장은 상당히 많은 보호 장벽을 유지한, 성공적 계산서를 발급하고 있다. 그러나 한미 FTA타결은 이러한 단기적, 경제적 효과에 대한 계산서 외에 따로 끊어야 하는 계산서가 더 많이 있다는 것이 문제이다. 합의된 협정의 내용에 따르면 한국의 경제·사회체제는 상당부분 미국과 유사한 형태로 변화할 가능성이 있으며, 그러한 변화를 촉진하는 제도적 개입을 강요하거나, 변화를 방해하는 정책적 개입을 어렵게 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변화에 따른 효과와 영향력은 수치로 계산이 어렵다. 계산은 어렵지만 우리 서민생활에 대한 영향력은 훨씬 더 클 가능성이 있다. 미국형 경제체제가 지니고 있는 대표적인 문제가 양극화의 심화와 빈곤계층의 양산이다. 경제가 성장하고 기회는 넓어지지만 저소득계층과 서민들의 삶의 질은 악화되는, 성장의 과실이 일부계층으로 독식되는 현상이다.

이러한 우려는 구체적으로 계산서를 끊어서 제시하라는 목소리에 묻혀가고 있다. 이번 월간 복지동향에서는 대중 언론에서 자세히 다루지 않은 영역에 대한 한미 FTA의 영향을 심층적으로 분석하고 전망하는 작업을 기획해 보았다. 아마도 경제적 효과 산출법에 비해 덜 구체적이고, 또한 엄밀한 계산이 이루어질 것 같지는 않다. 그러나 이러한 평가와 분석이 상당히 축적될 때까지는 국회 비준을 서두르지 않았으면 한다. 한미 FTA가 우리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의 범위와 정도가 워낙 크다는 점을 생각할 때 절차적 민주주의라도 지켜졌으면 하는 소망이 있다.

정원오

편집위원, 성공회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wojong@skhu.ac.kr

정원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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