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위원회 칼럼(sw) 2010-03-25   1125

[기고] 복지는 불우이웃돕기가 아닌 권리


무상급식을 둘러싼 최근의 논란에서 우리 국민들은 복지에 대한 두 가지 관점 중 어느 것을 택할 것인가 요구받고 있다. 온정인가? 권리인가?


둘 다 그 자체로는 소중한 열쇳말이다. 전자는 인간의 따뜻한 심성의 발로요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요소이다. 후자는 근대국가 이후 인류가 인간 스스로의 존귀성을 자각하면서 만들어낸 결정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들이 각각 복지정책의 기조로 선택되고 나면 복지제도는 전혀 다른 길로 가기 마련임을 서구 복지국가들이 웅변으로 보여준다. 전자는 선별적 복지국가, 후자는 보편적 복지국가의 길을 예정한다.


선별적 복지국가는 세금을 내는 사람들의 ‘온정’에 의해 그 온정의 대상인 빈곤층이나 특정 상황에 놓인 이들이 혜택을 본다. 당연히 납세자와 복지 수혜자들은 분리된 집단이고, 그들의 위상은 동등하지 않다. 더군다나 온정을 베푸는 이들의 아량의 정도에 의해 수혜자들의 범위와 급여 수준이 결정됨으로써, 끊임없이 선정기준과 집행방식에 대한 엄밀함이 논란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이는 언제나 값비싼 비용을 유발한다. 지금 우리들의 학교에서 급식을 받으려면 부모와 어린이가 동정의 대상이 될 정도로 경제적으로 ‘하찮은’ 이임을 증명해야 하고 이 과정에서 이미 어린 나이에 ‘상처받은 영혼’이 되는 것도 바로 눈에 보이지 않는 엄청난 비용의 하나이다. 결국 이러한 원리 밑에서는 대부분의 납세자에게 복지는 불우이웃돕기이며 사회적 낭비의 영역이다. 자신과는 무관하다. 따라서 복지제도는 당연히 옹색한 모습으로만 허락된다.




보편적 복지국가에서는 인간답게 산다는 것이 누구에게나 부여된 권리이다. 이를 보장하는 것이 궁극적으로 국가의 책임이며 존재이유이다. 이때 그 권리의 향유는 남녀, 노소, 지역, 인종, 빈부의 차이, 심지어는 납세 여부 등보다도 앞선 가치이다. 누구도 이런 권리의 향유에서 예외가 되지 않아야 하기에 가급적 모든 이들에게 예외없이 적용한다.


물론 그렇게 보장해야 할 권리의 범주가 어디까지냐에 대해서는 그 사회의 경제수준과 문명화수준 등에 따라 다르다. 현재 복지선진국가라 함은 교육, 보육, 노후, 일자리, 의료, 주거의 대다수나 일부를 그 범위로 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부끄럽게도 이 많은 영역 중에서 교육의 극히 일부 영역에만 적용되고 있었다. 무상급식 논란은 이제야 겨우 우리 미래인 아동의 급식까지 조금 더 확대할 것인가의 문제다.


사실 이러한 보편적 복지는 엄밀히 말하면 ‘무상’은 아니다. 대부분의 국민들은 이미 세금으로 지불했다. 심지어 부자들은 더 많이 지불했기에 권리를 박탈한다는 것 자체가 오히려 자본주의에 역행하는 발상이 아니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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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우리나라 대다수 국민은 자신이 낸 세금을 복지혜택으로 보상받고 있지 못하다. 생뚱맞은 4대강 사업으로, 호사스런 구청 건립으로, 실효성 없으나 경제성장에 도움이 된다는 미명하에 자행되는 수천억원, 수조원의 국책사업으로 줄줄 새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의 국민은 사회적 임금의 이름으로 국가로부터 되돌려받는 것이 자기 전체 소득의 평균 28% 수준이다. 스웨덴은 48% 수준에 달한다. 과연 대한민국의 평범한 시민에겐 얼마나 돌아오고 있을까?


이러하기에 무상급식 논란은 우리 사회의 미래상에 대한 선택의 문제다. 복지 없이 권리도 향유받지 못하고 자기 가족을 책임져야 하는 외로운 양극화의 세계냐, 각자의 능력대로 벌어 일정하게 사회를 위해 내놓으면 권리의 이름으로 모두가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받는 보편적 복지라는 연대의 세계냐? 우리의 답은 무엇인지 이번 지방선거는 묻고 있다.



이태수 꽃동네현도사회복지대 교수 /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위원장
 

* 이 글은 3월 23일자 한겨레 신문 ‘무상급식 연속기고’에 실렸습니다. 기사 바로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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