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08 2008-02-01   508

[심층분석3]교육 희망이려면


교육 희망이려면

박 경현(한국학교사회복지사협회장)



교육은 보건, 노동, 주택과 함께 넓은 의미에서 사회복지의 영영으로 다루어져왔다. 시민혁명 이후 사회의 구조적인 장벽으로 인한 불평등을 해소함으로써 누구나 인간다운 삶을 누리게 하기 위하여 시장에만 맡기지 않고 일정부분 반드시 국가가 개입해야 하는 영역이라는 합의가 실현되어 왔다. 또한 문명의 이기와 경제적 풍요를 누리기 위해서도 근대교육은 중요한 국가정책이었으며 우리나라가 식민지시대와 한국전쟁 이후 오늘의 번영과 안정을 누리게 된 데는 정부의 적극적인 교육정책과 이에 부응하고도 남는 높은 교육열의 기여가 컸고 산업화 이후 가정교육의 역할이 점점 축소되면서 학교제도를 통한 교육은 점점 더 확대되어 왔다.


2008년 오늘 우리나라에서 학교를 중심으로 한 교육제도의 의미는 모든 국민의 기본권으로서의 공교육, 개인의 자아실현과 홍익인간이라는 이상에 대한 지향과 실천이라는 의미가 퇴색하고 부모가 소유하게 된 사회경제적 지위를 대물림하는데 기여하는 중간과정으로서 기능하고 있다. 전인교육, 인성교육, 민주시민의식과 같은 가치들은 고물처럼 내던져져 외면당하고 있다. 초등학교 때부터 자신의 선택이나 실수, 실패의 경험을 빼앗긴 아이들은 자기주도적 학습능력을 상실하고 우울과 불안, 억눌린 분노, 공포심 때문에 정신적으로나 사회관계에서 불안정한 인성을 갖게 되며 수많은 청소년들이 자살을 기도하고 성숙한 민주시민으로서의 윤리의식이나 삶에 대한 자기 책임성을 갖추지 못하게 되는 것이 현실이다. 특히 열악한 가정환경 속에 있는 아이들은 이러한 성장과 교육과정에서 더 많은 차별과 배제를 경험할 수밖에 없다. 요즘처럼 경제, 사회, 정치, 문화적으로 양극화가 심화되는 상황에서 교육은 돈과 사회자본을 많이 가진 사람, 힘 있는 사람, 세련되고 고상한 사람들은 비싼 교육비를 투자함으로써 탄탄한 학력을 가지게 되고 경제적으로뿐 아니라 문화적으로 고급의 세련된 삶을 향유하게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가난하고 정치적 힘도 없고 주로 지방이나 집값 싼 빈곤지역에 살고 교양없고 촌스럽다고 불리우는 사람들은 초등학교에서 중학교, 고등학교로 올라갈수록 성공과 희망보다는 실패와 좌절을 경험하며 결국 사회의 변두리로 밀려나 비인간적이고 무력한 삶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과정이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새 정부의 교육정책 입안자가 고민하고 제시해야할 것은 무엇보다 교육을 통한 참 인간의 회복, 교육의 복지적인 기능의 회복이어야 한다.


이 당선자의 교육공약과 인수위의 교육정책에 나타난 교육복지 관련 내용들을 살펴보면, 영유아대상 교육지원으로는 기존의 위스타트사업과 희망스타트사업을 이어가는 ‘드림스타트’가 있다. 학령기 이후 아동에 대해서는 맞춤형 국가장학제도 플랜과 사교육비 절반플랜이 제시되어 있다. 맞춤형 국가 장학제도플랜의 내용은 빈곤아동이 자사고에 입학할 경우, 또는 고교나 대학에 진학할 경우 장학금이나 학자금 융자를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사교육비 절반 플랜의 내용은 이미 여론에서 문제점이 제기되고 있듯이 오히려 사교육을 더 부추기는 결과를 가져올 우려가 크다는 것이 지적되고 있으며 이를 예상한 사교육기업의 주가가 상승하고 강남 학원가가 활기를 띠고 있다. 문제는 사회경제적 소외계층에 대한 교육적 여건 마련에 대한 장치가 없다는 것이다. 고교나 자사고, 특목고에 입학한 우수한 학생에 대한 장학금을 준다는 것은 이미 10년 전에 무의미함이 입증된 논리이다. 가난한 학생이 공부를 잘 하기 힘든 세상이 되어버린 지금은 초등학교 때부터 형편 어려운 학생이 자신의 다양한 능력을 개발할 수 있도록 미리 지원하고 ‘장학’하는 것이 필요한 때이다. 이때의 장학은 단순한 성적향상을 위한 등록금 지원이 아니라 교육여건 마련을 위한 통합적인 지원으로서 정서․심리적, 보건․복지적인 지원이며 학생뿐 아니라 가정과 학교환경의 변화까지를 포함하는 것이어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지난 10년 동안 시도되어 온 학교사회복지의 제도화가 반드시 필요하다. 선진국에서는 이미 30여년 전부터 이와 같은 학교사회복지 또는 교육복지 사업을 지속적으로 시행하고 있고 이러한 유아 및 초기 학령기 아동에 대한 개입의 효과는 이후 중․고교에서 중도탈락을 예방하고 나아가 미혼모나 실업, 범죄 등을 예방함으로써 소외계층에 희망을 주고 국가적으로도 사회적 비용을 크게 줄이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지금 학교사회복지는 교육부와 복지부가 공동지원하는 전국 16개 시도 96개 초중고교에서의 학교사회복지사파견사업을 비롯하여 위스타트시범마을, 사회복지공동모금회 기획사업 등으로 운영되고 있다. 또 2003년부터 교육부에서 주관해온 교육복지투자우선지역지원사업 역시 학교사회복지사업의 학교연계통합적서비스 모형과 유사한 대규모 국가 프로젝트 사업으로서 전국 약 300여개 학교를 중심으로 운영하고 있으며 담당 민간실무자인 지역사회교육전문가와 교육청프로젝트조정자로 많은 사회복지사들이 학교사회복지의 지식과 방법론을 적용하여 일하고 있다. 이러한 다양한 사업들은 사회경제적인 양극화로 인해 소외된 아동의 교육기회와 학습권을 보장하고  교육현장에서 학생의 인권이 침해되지 않도록 학생의 편에서 가정과 학교, 지역사회를 연계한 통합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학교사회복지사가 일하는 학교들에서는 학생의 학습능력, 학교적응도, 사회성 등이 개선되고 학생들 간에 또 교사와 학생 간에 서로 배려하고 이해하는 문화로 변화되며 지역사회의 인적, 물적 자원들이 학교와 활발히 교류하게 되는 것을 본다. 사업에 참여한 학교의 경영자나 교사, 학생과 학부모, 지역사회가 모두 사업에 대해 크게 만족하고 더 확대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서비스가 효과적이라는 점이 계속 지적되고 있지만 아직 이 모든 사업들은 근거법이 없는 시범사업으로서 운영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새 정부에 요구한다. 새 정부는 교육이 진정 가난의 대물림을 끊고 사회통합에 기여하게 하려면 즉각 학교사회복지제도를 시행하라. 현재 약 400여 곳에서 여러 기관에 의해 여러 이름으로 시행되고 있는 학교사회복지사업을 총괄할 수 있는 근거법을 제정하고 전문성이 입증된 학교사회복지사를 학교에 파견하며 그 신분과 지위를 보장하여야 한다. 향후 3년 이내에 전국 초중고교의 약 10%인 1,000개교까지 확대하되 학교의 여건과 다양성을 살려 이 사업을 적극 유치하도록 권장해야 한다. 우선 빈곤지역이나 다문화가정자녀가 많은 학교, 특수학교, 또는 학생수 1,000명 이상의 대규모 학교 등에 우선 실시하도록 하고 차츰 확대해나가면 될 것이다. 또 지방 교육청에도 학생복지지원센터를 설치하여 학교사회복지사를 중심으로 교사, 상담가, 의료 및 법률계 전문가 들이 협력하여 고위험군 학생이나 학교의 재난, 위기 발생 시 통합적으로 지원하며 지역 단위에서 다양한 교육적 자원을 개발하고 연계하도록 해야 한다. 이는 현재 교육청의 교육복지투자우선지역지원사업 프로젝트조정자의 기능과 특수교육지원센터의 기능을 통합, 확대하여 실시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함으로써 학생이 학교나 가정생활에서 경험하는 문제와 필요들을 효과적으로 효율적으로 해결, 예방하고 취약계층 학생들도 교육을 통해 능력을 개발하고 성공을 경험하며 가난의 대물림을 끊고 행복한 삶을 추구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이제 학교는 단순히 교육의 장으로 제한되어서는 안 되며 학생을 자연인으로 존중하고 이들의 삶의 질에 관여하는 복지의 장으로 거듭나야 한다. 모든 학생들이 ‘가고 싶고 머무르고 싶은(어느 교육청의 슬로건이었다)’ 학교, 가정, 학교, 지역사회가 교육공동체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학교사회복지의 제도화가 그 첫 단추가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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