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03 2003-04-01   800

교육개방과 사회복지교육의 현실

새 정부 출범 이후 가장 어려움을 보인 것이 교육부총리의 인선이었다. 교육이 한 나라의 미래를 좌우하는 핵심 과제임에도 우리 나라의 교육 현실에 만족하고 있는 이들이 거의 없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고 보니, 이번만은 난마같이 엮여 있는 우리의 교육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적임자를 찾다보니 그러했나 보다. 우리의 교육현실을 생각하면 교육현장에 종사하는 한 사람으로서 정말 암담한 심정이다.

현재 우리 나라의 교육은 국내외적으로 도전에 직면해 있다. 초, 중등학교에 아이를 보내는 부모는 다들 왜 이리 우리의 교육현실이 바뀌지 않는가 한탄한다. 초·중·고등학교에서 인성교육이 사라진지 오래되었고, 상급학교 진학에 필요한 지식도 학교가 아닌 학원에서 선행학습을 통해 먼저 배우고 있다. 대학은 어떠한가? 수 년 전부터 전문가들이 지적한 바대로 대학의 위기가 현실화되었다. 수도권 이남 지역의 다수 대학들은 대학신입생을 채우지 못해, 2월말이 되도록 추가모집 공고가 신문지상에 넘쳐 흐른다. 지방의 2년제 대학은 이미 절반 정도가 신입생을 선발하지 못하고 있으며, 일부 4년제 대학의 형편도 별반 다르지 않다고 한다. 지방을 중심으로 대학의 구조조정이 본격화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다 교육시장 개방이라는 새로운 파도가 우리의 교육현실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정부는 대학·성인교육 시장을 개방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2001년 열린 도하개발아젠다 협상에 따라 3월말까지 개방계획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교육부는 교육개방이 대세임을 들어 개방의 불가피성을 강조하지만, 교육개방을 반대하는 공동투쟁본부에 따르면 세계무역기구 회원국 144개국 중 교육을 개방하려는 나라는 겨우 20여개국에 불과하다고 한다. 그 동안 어업협상, 농산물협상 등 대외 협상과정에서 보여준 정부 당국의 무책임성, 무소신성, 늑장 대응을 생각하면 정부의 교육 개방의 불가피성 항변을 신뢰하기가 어렵다. 그럼에도 대학개방이 현실화된다면 우리 나라의 대학교육은 더욱 큰 위기에 봉착하게 될 것이다.

이번 호 복지동향의 특집은 사회복지교육 현실에 대한 진단이다. 우리 사회의 현실적 요구나 필요에 의해서가 아니라 미국으로부터 수입된 태생적 한계를 가지고 있는 사회복지학 교육의 현재와 미래를 살펴보았다. 먼저 이문국 교수는 사회복지학문을 배운 사회복지사들이 전문직인가를 묻고, 사회복지교육자의 사회복지사로서의 정체성 위기의 현실을 통렬하게 지적하고 있다. 즉 사회복지학의 중요한 특성으로 실천현장에 기반한 교육은 사회복지학을 배우는 학생들에게만 적용되고 가르치는 교수들은 많은 수가 실천 현장으로부터 멀어져 있는 현실을 지적하면서 교수들의 교육사회복지사로의 정체성 찾기를 요구하고 있다. 조흥식교수는 사회복지 교과과정의 현실을 진단하고 사회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교과과정 수립, 방법론과 정책론의 이분법적 괴리의 해소, 진보주의적 시각을 담보하는 교과과정 편성을 통해 사회복지사들이 우리 사회의 사회변동을 보다 적극적으로 이해하고 실천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남찬섭 교수는 사회복지정책 교육을 진단하면서 정책 중심의 제도적 실천과 임상 중심의 미시적 실천의 획일화된 구분이 정책교육의 고유한 지향점을 흐리게 하고 있으며, 자본주의 사회에서 상실된 인간성을 회복하기 위한 올바른 실천을 위한 거시적 접근과 미시적 접근의 조화를 요구하고 있다. 홍선미 교수는 사회복지실천교육의 현실을 학교와 사회복지기관과의 파트너십의 부족, 개별지도 중심 실천기술에 치중한 교육, 상식적인 노하우 수준에 머무르고 있는 지역사회를 비롯한 사회환경 교육의 문제를 지적하며 사회의 변화에 보다 적극적으로 대처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유일하게 교육 수요자의 입장에서 주은수는 한국 사회복지학의 현 주소를 다양한 실천의 장에서 활동하고 있지만 동일한 실천가로서의 공동 정체성이 없는 실천 현장의 현실을 지적하고 미국의 전문성 논의를 무비판적으로 수용한 사회복지교육의 문제점을 비판하고 있다.

독자들은 사회복지교육 특집을 통해 미국식 사회사업과 영국, 독일 등 유럽식 사회정책이 혼합된 현재의 사회복지학 교육이 과연 우리의 사회문제 해결, 사회적 욕구의 충족에 얼마나 기여하고 있는가? 대학과 대학원의 정규 사회복지학 전공 이외에 특수대학원, 사이버대학, 학점은행제 대학, 사회복지연수과정 등을 통해 1년에 배출되는 사회복지사가 적게는 1만 명에서 많게는 2만 명에 달하는 현실에서 사회복지교육의 미래는 어디로 가야 하는가? 정당한 근거가 없이 무비판적으로 답습되고 있는 정책과 임상의 이분법적 교육의 정립방안은 무엇인가? 사회변화에 적극적으로 동참하지 못하는 사회복지 교육의 보수성을 극복하는 방법은 무엇인가? 등 사회복지학 교육이 직면한 다양한 도전에 대한 해답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

이인재/한신대학교 교수, 본지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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