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03 2003-07-06   955

참된 민중복지를 실현하기 위한 사회복지노조

열악한 사회복지노동자의 현실

사회복지노동자들이 극도의 저임금과 열악한 노동조건에 시달리고 있다는 사실은 사회복지를 아는 사람에게는 전혀 새로울 것이 없는 명백한 현실이다. 사회복지노동자들의 임금 수준은 공무원 평균임금의 68%, 교사 평균임금의 63%에 불과한 실정이다. 보건복지부의 사회복지기관 운영규정 보수지침서에 명시된 봉급표를 기준으로 했을 때, 사회복지관은 월 평균임금이 1,253,519원, 노인복지관 1,318,542원, 장애인복지관 1,361,905원, 자활후견기관 1,238,495원, 보육시설 1,161,982원, 사회복지생활시설 1,160,625원에 불과한 것이다.

이에 비해 민주노총에서 조사한 2003년 표준생계비에 따르면 1인가구 기준 1,264,731원, 2인가구 1,996,145원, 3인가구 2,499,552원, 4인가구 3,406,592원이다. 사회복지기관 중 보수 기준이 가장 높은 장애인복지관의 경우도 2인가구 표준생계비에 훨씬 못 미친다. 사회복지노동자들은 결혼도 하지 말라는 것과 다름없는 것이다. 실제로 결혼을 앞두고, 혹은 출산을 앞두고 심각하게 전직을 고민하는 사회복지노동자들이 매우 많다. 사회복지시설의 이직률이 높고 평균 근속년수가 낮은 것, 장기근속자가 적은 이유가 모두 이런 현실 때문이다. 임금만 낮은 것이 아니다. 사회복지시설에서 근로기준법은 다른 나라 이야기일 뿐이다. 대부분의 사회복지시설에서 시간외수당을 지급하지 않고 있고, 연월차 휴가와 수당이 없는 곳도 부지기수다.

사회복지노동자들은 천사인가?

도대체 왜 사회복지노동자들은 이처럼 근로기준법 이하의 근로조건과 열악한 임금을 받으면서 일할 수밖에 없는 것인가? 많은 사람들은 사회복지노동자들을 수급권자 등 사회적 약자를 위해 헌신하고 봉사하는 사람들로 인식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사회복지노동자들에게는 헌신과 희생을 강요하는 경우가 많다. 사회복지시설에서 노동자들이 합당한 대우를 요구하면 “헌신해야 할 사람이 자기 잇속만 차리려 하느냐?”는 대답을 듣기 일쑤다.

사회복지노동자들에게 헌신과 희생을 강요하는 것은 실상은 낮은 수준의 사회복지예산으로 인해 생기는 사회복지의 공백을 메우기 위한 것이다. 사회복지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고, 사회복지 인프라에 대한 투자가 미흡하다보니 생기는 공백을 사회복지노동자들의 희생을 통해 메우는 것이다. 이것은 노동자에 대한 저임금을 강요하고, 오로지 저임금을 무기로 물량 위주의 수출을 통해 경제발전을 꾀했던 독재 정권 시절의 경제정책과 너무나 흡사하다.

이제 당당한 노동자로

사회복지노동자들이 처우개선을 요구하는 것은 단순한 생존권 요구만은 아니다. 그것은 근본적으로 사회복지의 패러다임을 사회복지 담당자들의 개인적 희생을 통한 복지가 아니라 적절한 투자를 통해 시스템을 갖춘 복지로 전환할 것을 요구하는 것이다. 기존의 패러다임이 이미 한계에 처해 있기 때문이다. 6월 21일자 중앙일보에는 “명문대 졸업생, 사회복지사 외면”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실렸다. 지난 4월 실시된 사회복지사 1급 국가자격증 시험에 상위권 대학 출신자들이 별로 응시하지 않은 현상을 짚으며, 그 원인이 사회복지사의 열악한 대우 때문이라고 주장한 기사였다. 문제는 명문대 졸업생들이 사회복지를 외면한다는 것이 아니라, 사회복지노동자들이 나이가 들면 들수록 사회복지 현장에서 버티기가 너무나 힘들어진다는 점이다. 사회복지를 한다는 보람만으로 가족 부양도 어려운 사회복지를 하기는 너무나 버겁다.

서울경인사회복지노동조합을 비롯해 사회복지시설에 노동조합이 속속 결성되는 것은 이런 현실에 더 이상 순응하지 않겠다는 적극적 의사표현이다. 개인의 희생이 더 나은 사회복지의 실현을 위한 길이 아니라 잘못된 사회복지의 온존에 기여한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우리 나라에서는 여전히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들이 차별 받고 소외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깨닫지 못하고 있는 것 중 하나는, 자신은 그들을 차별하고 있지 않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자신은 그들을 불쌍하게 여기고 있기에 차별이 아니라는 생각이다. 그러나 동정과 차별은 동전의 양면이다. 동정한다는 것 자체가 차별의 한 표현이다. 동등한 관계에 있는 사람에게 우리는 동정하지 않는다. 나보다 못한 사람을 동정하게 된다. 나보다 못한 사람이라는 생각, 불쌍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차별인 것이다. 장애인이동권연대에서 “장애인을 동정과 시혜의 대상으로 보지 말라”고 주장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장애인은 불쌍하지도, 비장애인에 비해 못난 사람도 아니다. 다만 장애를 가지고 있다는 조건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문제는 조건의 차이를 차별로 만드는 사회구조와 인식에 있다.

사회복지가 더 이상 불쌍한 사람을 위한 것이라는 발상을 바꿔야 하는 것이다. 사회복지노동자와 수급권자는 동정하고 받는 관계, 봉사하고 봉사받는 관계가 아니어야 할 것이다. 그것은 일방적 관계가 아닌 상호 동등한 연대의 관계여야 하며, 서로의 권리를 존중하고 옹호하는 관계여야 한다.

노동조합이 사회복지정책을 바꾸기 위해 투쟁한다

6월 21일 서울경인사회복지노동조합을 비롯해 전국의 사회복지노동조합들은 “사회복지노동자 대정부 5대 요구 쟁취를 위한 공동투쟁본부(약칭 “사회복지공투본”)”를 결성했다.

사회복지노동자 대정부 5대 요구는 다음과 같다.

1. 사회복지예산 현실화를 위한 특별기구 설치

2. 생활임금 확보를 위한 임금 인상 및 사회복지시설별 임금 체계 일원화

3. 근로기준법 준수 등 사회복지노동자 노동조건 개선

4. 자활후견기관 간의 연대와 자주적 운영을 저해하는 인센티브제 철회와 4년째 동결된 지원 확대

5. 노동조합 탄압 등 현안사업장 문제 해결

이 요구들은 직접적으로는 사회복지노동자들의 처우개선과 맞닿아 있다. 하지만 이 요구들의 밑바탕에는 위에서 언급한 사회복지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는 철학이 담겨져 있다. 우리나라 사회복지의 문제점이 어디 사회복지노동자의 열악한 처우 한 가지 뿐이겠는가? 사회복지의 공공성을 파괴하고 있는 왜곡된 위탁제도의 문제, 사회적 약자에 대한 차별을 제도화하는 사회복지제도의 문제, 사회복지예산의 절대적인 부족 등의 문제가 첩첩히 쌓여 있다. 사회복지노조는 이러한 문제들을 하나 하나 제기하고 해결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그 첫 시작은 사회복지를 직접 담당하는 노동자들의 처우개선이다.

사회복지노동자들은 사회적 약자를 위해 보람있는 일을 한다는 꿈을 가지고 사회복지계에 첫 발을 내딛는다. 그 꿈은 1년도 안돼 산산조각이 나고 만다. 그러나 사회복지노조는 잘못된 사회복지정책을 바꿔내겠다는 꿈을 가지고 시작했다. 사회복지노동자 개인이 가지고 있는 꿈은 현실에 부딪쳐 산산조각이 났지만, 우리는 그렇지 않을 것이다. 충분히 현실을 인지하고 개인이 아니라 단결된 조직의 힘으로 사회복지를 변혁하려 하기 때문이다. 한 개인의 활동은 역사를 바꾸기에 부족하다. 그러나 올바른 생각을 갖고 있는 집단이 움직이면 사회는 변화할 수 있다. 역사의 수레바퀴는 그렇게 지금까지 굴러왔다.

황형욱 / 서울경인사회복지노동조합 교육선전국장, dasan@jin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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