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위원회 빈곤정책 2007-07-26   1053

[4기 시민운동 현장체험③] 부동산 공화국? 단 한평도 허락받지 못 한 사람들

복지학교 3강 ‘주거빈곤 가구의 이해와 최저주거비의 문제점’ 을 듣고

딱딱한 제목이다. 그만큼 우리의 관심에서도 멀리 있는 주제인 건 아닐까. 어떤 경험이 없이는 보이지 않는 것들이 세상에는 참 많다. 친해지기 전에는 몰랐던 그 사람의 습관, 가까이 다가서기 전까지는 보이지 않던 이 사이의 고춧가루처럼. 타인의 어려움이란 그 중에서도 특히 알기 어려운 것 같다. 겉으로 보기에는 여느 사람들과 같아 보여 흔히 나와 비슷하려니 생각한다. 나도 사는 게 쉽지는 않다. 누구라도 쉽게 사는 사람은 없으니 누구라고 특별히 더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는가 생각하기도 한다.

▲ 비닐하우스촌인 과천 꿀벌마을에서 주민들에게 설명을 듣고 있는 복지학교 참가자들. 비닐하우스 주민들은 도시개발로 사는 곳에서 쫓겨나 비닐하우스로 들어올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분명히 객관적으로 어려운 여건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 문제를 본 사람들이 있고 다른 사람들에게 들려주는 사람들이 있다. 내가 오늘 만났던 한국도시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있는 김윤이 연구원도 그런 분인 것 같았다. 수도권에 있는 비닐하우스촌이나 쪽방촌이 꽤 많다고 하는데 그 마을의 구조를 다 기억한다고 하셨다. 가서 직접 봤기 때문이라고. 오십 장이 넘는 파워포인트 자료를 두 시간이 넘도록 꼼꼼히 설명해주셨다. “제가 원래 말이 많아서요.” 열정과 정성이 듬뿍 담긴 설명이었다. 덕분에 내가 궁금했던 것들을 많이 알 수 있게 되었다.

▲ 과천 꿀벌마을 전경. 꿀벌마을은 사유지와 시유지가 혼재된 지역으로 총 40여가구가 살고 있다.

빈곤지역이 사라졌다? 개발에 떠밀려 무허가 주택으로

▲ 강의를 하고 있는 한국도시연구소 김윤이 연구원

우리가 다니는 길에 보이던 판자촌이나 낡고 허름한 주택가들이 하나 둘 없어진다. 청계천 복원 공사를 하며, 도시 재개발을 하며, 공원 조성을 하며, 철거를 한다는데 그럼 그 사람들은 다 어디로 가는 것일까? 궁금했다. 갈 곳이 없는 사람들이 택한 하나의 주거 형태가 비닐하우스촌인데 정확한 개념은 신발생 비등재 무허가 주택들의 집단 취락지이다. 어려운 말이지만, 쉽게 말하면 법적으로 어떠한 보호도 받지 못하는 주택이라는 뜻이다. 기존에 있던 무허가 주택은 점유권을 인정해서 화재나 개발시 이주 보조금이나 영구아파트 임대권이라도 받을 수 있었지만 서울시의 경우 1982년 이후에 지어진 주택은 모두 비등재 주택으로 들어가 강제 철거에도 보상을 받을 수 없는 형편이다. 이들은 그동안 가지고 있던 생계수단 없이 살 수 없기 때문에 수도권을 벗어나지는 못한다고 한다.

▲ 과천 꿀벌마을의 주거용 비닐하우스를 둘러보고 있는 참가자들. 좁은 입구로 인해 화재 피해가 크고, 폭우나 폭설로 인한 위험도 있다.

서울에서는 송파구, 강남구, 서초구에 몰려있고 경기도 시흥시나 고양시 광명시 하남시 성남시등 서울과 인접한 지역이나 신도시에 퍼져있다. 전국 44개 마을, 5000여 가구라고 하는데 이것도 길가다 발견이 된 것만 센 수치이기 때문에 실제로는 훨씬 많을 것이라고 한다.

비닐하우스와 쪽방에서도 쫓겨나는 사람들, 살 집을 달라는 것이 사치인가?

▲ 서울 용산구 동자동 쪽방에서 바라본 도심 풍경. 고층빌딩들이 쪽방을 삼킬 것 같다.
그리고 다른 주거 형태는 쪽방인데 이는 보통 0.7평 정도로 이부자리와 간단한 조리기구, 옷가지들을 겨우 들여놓을 수 있는 공간이다. 형태보다는 그 기능으로 정의하는 것이 그 특징을 더 잘 설명할 수 있다. 최악의 상황인 노숙과 일반 주택 사이에 위치해서, 형편이 어려워져도 노숙으로는 떨어지지 않게 하는 기능, 혹은 노숙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발판 역할을 한다고 한다. 하지만 쪽방에 머무는 사람들의 상황이 쉽게 나아져서 일반 주택으로 옮겨가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인 것 같다. 도시 미관을 위해 쪽방은 계속 철거되는 상황이지만 경제적 형편 때문에 쪽방에 살 수밖에 없는 사람들의 수는 여전하다. 철거되지 않은 지역의 쪽방을 찾아 옮겨가고 쪽방 가격은 올라간다. 앞으로 계속 쪽방이 철거되면 이 사람들은 또 어디로 가야 할까? 경제발전 산업발전 우선정책에 밀려 농업을 기반으로 하는 농촌은 붕괴되고, 도시에서도 빈민을 쫓아내면 가난한 사람들은 어디에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 것일까?

이 두 가지 주거형태 모두 환경이 매우 열악하다. 불이 나면 순식간에 번질 수밖에 없는 환경에서 사는 것은 언제 죽을지 모르는 불안을 안고 사는 것이다. 그리고 가난하면 아프지 말아야 한다는 말이 있다. 하지만 오늘 듣고 보니 가난하면 안 아플 수가 없겠다. 사는 곳은 대부분 습기가 차고 벽에 곰팡이가 슬어 공기가 안 좋고 난방시설도 제대로 갖추어져있지 않은 곳이 많기 때문이다.

1인 최저주거비 77000원, 어디로 가야 하나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서 ‘사람은 누구나 적절한 주거에 대한 권리가 있다.’는 말은 공허한 외침이 되고 있을 뿐이다. 최저 생계비에서 현금으로 주어지는 주거급여는 1인가구인 경우 한 달에 33000원이다. 주거지원비를 합하면 77000원 남짓이다. 말도 안 되는 액수다. 쪽방만 해도 하루에 4000원에서 8000원인데 저 돈으로는 어림도 없다. 결국 다른 용도로 주어지는 돈을 주거비로 쓸 수밖에 없는 형편인데 그렇다고 해도 최저주거기준에는 훨씬 못 미치는 쪽방이나 비닐하우스촌에 살 수밖에 없다. 정부는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의 실시를 통해 의식주의 최저기준은 만족시키는 생활수준을 보장하고 나아가 자립과 자활을 장려한다고 하는데, 그러기에는 최저생계비는 너무나 현실성 없는 액수다.

예산이 문제인가? 버스를 새로 색칠하고, 새만금 방부제에서 대규모 페스티벌을 개최할 예산은 있는데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일 예산은 없는가? 우선순위의 문제이다. 정부가 가장 우선시해야 할 것은 자원이 구성원에게 공정하게 분배되고, 높은 삶의 질을 누릴 수 있게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희망업 최저생계비 캠페인 카페 바로가기

▲ 참가자 김청미씨참여연대는 지난 7월 2일부터 7월 23일까지 약 한 달간 ‘참여연대와 함께하는 시민운동 현장체험’을 진행했습니다. 복지학교 ‘거침없이 희망UP! 최저생계비를 말하다’ 참가자들은 최저생계비를 주제로 총 11회에 걸쳐 강연과 토론, 체험, 직접행동을 실천했습니다. 지난 7월 11일에는 세 번째 순서로 한국도시연구소 김윤이 연구원이 ‘주거빈곤 가구의 이해와 최저주거비의 문제점’ 을 주제로 강의를 하고, 비닐하우스촌을 방문했습니다. 이 글은 복지학교 현장체험에 참가한 김청미씨가 이 날 프로그램을 마치고 느낀 점을 정리한 후기입니다. 이 프로그램의 후기는 인터넷참여연대를 통해 연재 중입니다.

김청미 (복지학교 참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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