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14 2014-09-10   510

[칼럼] 삶의 양식(樣式)을 재구성해야 할 때

삶의 양식(樣式)을 재구성해야 할 때

정원오 l 성공회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며칠 전, 저녁 뉴스에서 유민이 아빠가 단식 40일째 건강이 악화되어 병원으로 실려 갔다는 소식을 들었다. 유민이는 세월호 참사로 꽃다운 나이에 숨진 단원고 학생 중의 한 아이이다. 유민이 아빠는 죽음을 각오하고 단식을 하고 있다고 한다. 병원에서 링거를 맞으면서도 단식을 풀 의사는 없다고 한다. 무엇이 이들을 이토록 한스럽게 만들었을까?

 

세월호 유가족이 원하는 것은, 어이없고 참담한 사건의 진실, 왜 어린 생명이 죽어갔는가, 아무도 구조하지 못했는가, 6800톤 급 대형 선박이 평범한 기상조건에서 침몰했는가를 밝혀달라는 것이다. 왜 정부는, 우리사회는 진실을 밝히기를 두려워하는가?

 

윤일병이 죽었다. 참담하게, 동료 전우들에게 맞아서 죽었다. 하루, 우발적으로 폭력이 일어났고, 운수 사나워서 그냥 죽은 것이 아니었다. 한 병사를, 같은 내무반 병사가 모두, 한 달 동안, 지속적으로 폭력을 행사해서, 마침내, 죽은 것이다. 그곳은 군대 내에서 아픈 병사를 치료하는 의무부대였다. 병사들은 의무병들이었다. 의무병들이 적이 아닌 동료를 때려 숨지게 하였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가? 장병을 관리하고 지시하는 지휘관들은 무엇을 하였을까? 이런 어이없는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사건의 진실을 밝히고 책임자를 처벌하고 원칙을 다시세우는 그런 노력을 왜 하지 않는 것일까?

 

국민들은, 우리는, 안다. 똑 같은 일들이 다시 일어날 것 같다고. 책임자 처벌하는 시늉만 하는 것 같다고. 원칙은 다시 무시 될 것이라고…… 무엇이 잘못 된 것일까?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는 것일까?

 

사람보다 돈이 우선인 사회, 수단보다는 목적이 더 중요한 사회, 우리는 아직도 이 단계에 있는 것인가? ‘경제가 우선입니다’ 라는 슬로건이 먹혀들어가는 사회, 민생법안 처리가 야당의 정치공세 때문에 지연되고 있다는 주장이 받아들여지는 사회, 민생법안에 각종 규제철폐가 들어 있고, 그 규제에는 시민의 안전을 위해 반드시 지켜야 할 규칙도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을 사건이 발생해야 아는 사회, 그리고 곧 시간이 지나면 이 사실을 까먹는 사회……

 

물론 경제는 중요하다. 그런데 어떤 경제성장인가가 더 중요한 시기에 한국은 위치해 있다. 고용이 확대되는 경제성장, 안정된 일자리가 유지되는 경제성장, 성장의 몫이 편중되지 않게 나누어지는 경제성장만이 한국 경제에 의미가 있다. 대한민국에 사는 사람들이 영양실조로 고통 받는 시기는 이미 지나지 않았는가? 지금은 편중된 식사와 비만으로 고통 받는 시기 아닌가? 경제 발전의 지표가 일인당 국민총생산과 같은 양적 확대 일변도에서 변화되어야 하지 않을까? 저녁이 있는 삶, 나눔이 있는 삶, 이웃이 있는 삶으로, 그래서 삶의 질이 나아지고 모두가 행복해지는 사회가 진정한 발전일 것이다. 그래서 삶의 양식, 생활의 양태가 전환될 필요가 절실히 느껴지는 요즈음이다. 경쟁보다는 나눔이 있는, 개별기업의 이윤보다는 사회의 이익도 존중되는, 목적보다는 수단도 존중되는, 빨리빨리 보다는 느림의 미학도 존중되는, 그래서 어떤 가치도 다른 가치를 위해 희생되지 않는, 그런 사회를 위한 삶의 양식의 재구조화가 절실한 요즈음이다. 그래야, 이 어이없는 사건들이 다시 발생하는 일이 없어지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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