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22 2022-01-01   676

[편집인의글] 통합돌봄 선도사업, 지역의 도전과 실험의 기록

김보영 영남대학교 휴먼서비스학과 교수, 복지동향 편집위원

정부에서 2018년부터 커뮤니티 케어를 새로운 복지정책의 방향으로 설정하고, 2019년 지역사회 통합돌봄이라는 이름으로 “돌봄이 필요한 주민들이 자신이 살던 곳에서 개개인의 욕구에 맞는 서비스를 누리고, 지역사회와 함께 어울려 살아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발표했을 때 참으로 반가운 마음이었다. 장기요양보험이나 장애인활동 보조제도 등 돌봄제도가 발전했으면서도 그로 인해 노인과 장애인의 삶이 보장되는 것이 아니라 여전히 시설에 속박된 삶에 변함이 없거나 더욱 심해지는 결과를 빚어왔기 때문이다. 장애인은 시설을 나와도 지역사회에서 충분한 서비스를 보장받지 못했고, 노인의 경우에는 오히려 시설화가 촉진되어 요양병원이 폭증했다. 복지가 발달했다고는 하지만 언제나 경제개발이 우선이었던 우리나라에서 여전히 생산적 기여가 상대적으로 낮은 돌봄의 당사자는 정책의 가장 마지막 고려 대상이었다. 장기요양보험의 경우 사실상 노인의 노후를 보장하는 의미보다 부양가족의 노동시장 참여를 위해 시설로 보내버리는 제도에 가까웠다.

하지만 지역사회 통합돌봄을 우리나라에서 추진한다는 것은 새로운 이름만의 정책만을 의미해서는 안되는 것이었다. 돌봄이란 사람마다 욕구와 환경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개별적이어야 하고, 다양한 욕구들이 복합적이면서 종합적으로 충족되어야 지역에서의 삶이 가능하기 때문에 너무 단편적이고, 중앙집권적인 기존의 돌봄제도의 전면적인 개혁은 불가피했다. 대부분 돌봄제도는 중앙정부 중심으로 너무 많은 종류의 파편적인 서비스들이 제각기 엄격한 기준과 지침에 따라 운영되고 있었기 때문에 개개인에 맞추어 종합적으로 서비스를 구성할 수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전면적인 개편은 제도적 체계는 물론 현재까지 정부가 중앙집권적으로 일해왔던 방식까지 변화를 필요로 하는 것이었지만 이를 인식하지도, 아니면 그렇게까지 스스로 변화할 생각은 없었던 듯하다. 2026년부터 지역사회 통합돌봄을 보편화시키겠다는 로드맵까지 하고 지역 주도적인 모델을 개발하겠다면서 2019년부터 16개 시·군·구 기초 지자체에서 이른바 선도사업을 벌이고 있으면서도 정작 중앙정부 차원의 제도적 개혁에는 손을 놓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제 연간 8조 원 규모에 달하는 장기요양보험은 건강보험공단이, 1조 5천억 원에 가까운 규모의 장애인 활동지원은 사실상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운영하고 있고, 지자체 복지예산의 90%가 중앙정부가 통제하는 보조금에 묶여있는 상황에서 지자체가 할 수 있는 일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결국 정부의 지역사회 통합돌봄은 돌봄제도의 전면적 개편은커녕 이전의 복지사업 수준에서 크게 어려운 조건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었다.

하지만 그나마 새로운 희망을 보여준 것은 지역이었다. 이러한 악조건 속에서 몇몇 지자체에서 주목할만한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광주 서구의 경우에는 제도적 제약으로 완전하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주어진 조건에서 가장 복지국가에 가까운 모델을 구축해가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경기도 부천시에서는 광역동을 중심으로 보건과 복지를 통합적으로 접근하려 하였고, 지역의 사회적 경제조직과 함께 시민에게 종합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새로운 시도가 있었다. 전북 전주시에서는 동중심으로 지역의 민관자원을 연계시키면서 지역의 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과 지역 의사회 등과 함께 지역의 만성질환 노인에 대한 단계별 건강관리 서비스를 운영하였다. 충북 진천군에서는 열악한 의료자원을 가지고 있었지만 오히려 가장 모범적인 퇴원환자 연계사업을 수행하였다. 이러한 지역의 실험과 도전은 상당한 제약조건 아래에서 지역 스스로 만들어간 성과이기에 더욱 값지다고 할 수 있다.

 

지역사회 통합돌봄은 기로에 서 있다. 이번 정부에서 자기 몫을 하기는커녕 성과가 불분명하다며 2026년 보편화를 앞두고 지역사회 통합돌봄을 ‘예방적 노인돌봄체계’로 추진하겠다고 하고 있다. 정작 필요한 제도개혁은 외면한 채 돌봄이 필요한 노인을 시설이 아닌 지역에서 살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돌봄이 상당한 필요에 이르기 전 노인에게만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올해에는 선도사업 지역 중 8개 지역을 선정하여 대상자 구분없이 돌봄이 필요한 주민에게 통합적 지원을 하겠다는 융합형 선도사업까지 추진해 놓고 다시 장애인, 정신질환자는 또 별개의 사업으로 만드는 것 역시 명백한 퇴행이 아닐 수 없다. 스스로 국민과 약속하고 추진한 정책을 스스로 부정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인 것이다.

그래서 이번 복지동향은 그동안 지역이 어렵게 만들어 온 통합돌봄의 경험을 공유하면서 진짜 커뮤니티 케어가 되기 위한 과제를 다시 짚어보고자 한다. 통합돌봄 융합형 사업 모델 개발연구의 연구책임을 맡았던 한신대학교 홍선미 교수는 통합돌봄의 다음 단계를 위한 핵심적이고 구체적인 과제를 제시하고 있다. 광주 서구 모델을 실무책임자로서 세우고 이끌어 온 윤종성 과장은 그동안의 과정과 고민, 한계와 과제를 담아주었다. 그리고 각 지역별 사례에 대해서 박혜준 부천원미지역자활센터장, 이상권 전주시의사회통합돌봄센터장, 최서연 중앙제일병원 퇴원환자 지역연계팀장이 사업의 핵심 참여자로서 직접 내용을 채워주었다. 잠시 정부의 정책이 흔들린다고 하더라도 커뮤니티 케어는 우리나라 돌봄정책과 지역복지가 나아갈 방향일 수밖에 없기 때문에 앞으로를 위한 소중한 기록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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