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22 2022-01-01   882

[동향2] 난민의 사회보장을 위한 기획소송 – 공공임대주택 입주자격 관련1)

권영실 재단법인 동천 변호사

난민에게 배제되어 있던 공공임대주택

M은 이집트 국적자로, 2016년 이집트 정부의 박해를 피해 아내와 함께 한국에 입국하여 2018년 3월 난민인정을 받았다. 한국에서 지내는 동안 딸도 태어났다. 경제적으로 생활이 어려웠던 M의 가족은 2018년 6월부터 국민기초생활수급을 받게 되었고, M은 자활사업에 참여하면서 약 110만 원에서 140만 원 상당의 급여를 받으며 생계를 유지하였다. 그러나 자산이 부족하여 오래전 지어진 낡고 좁은 다가구주택에 낮은 보증금, 높은 임차료(보증금 1,000만 원, 월세 60만 원)를 내며 지낼 수밖에 없었다. M의 가족은 주거급여를 받고 있으나, 주거급여만으로는 월세 및 관리비를 충당할 수 없어 급여액의 약 20~25%에 해당하는 금액을 월세로 추가 지출해야 했다. 이처럼 주거비는 M 가족의 생계유지에 있어 큰 부담으로 작용하였다. 

M은 적절한 주거환경에서 생활하기 위해 주거지원제도를 알아보던중, 주거복지센터로부터 전세임대 입주자 모집에 대한 안내를 받았다. 해당 전세임대 입주자 모집공고는 저소득계층의 주거안정을 위해 시행되는 공공임대주택 제도로, 공공주택 특별법상 그 신청자격은, i) 무주택  세대 구성원일 것, ii) 해당 세대의 월평균 소득이 전년도 도시근로자 가구원수별 가구당 월평균소득의 50퍼센트 이하인 사람 등으로 규정되어 있다2). M의 가족은 기초생활수급자여서 1순위 입주자에 해당함에도 불구하고 외국인이기 때문에 신청할 수 없다고 하였다. 한국사회에 정착하여 앞으로 계속 살아갈 난민 인정자의 경우에는 예외가 아닌지 문의하였지만, 신청이 불가능하다는 답변만 받았다. 

난민의 권리보장을 위해 기획한 공익소송

난민이 공공임대주택 제도에서 배제되어 있다는 문제제기는 예전부터 계속되어왔다. 2018년 국가인권위원회와 난민인권네트워크는 공동으로 ‘이주 인권가이드라인 모니터링’을 진행하였고, 그 결과를 토대로 2018년 9월 ‘난민 인정자 처우 현황 보고대회’를 개최하였는데, 필자는 난민인권네트워크 소속으로 난민 인정자들을 인터뷰하고, ‘주거권의 현황과 과제’ 부분을 맡아 발표한 바 있다. 당시에도 난민 인정자가 공공임대주택에 신청할 수 없다는 문제가 제기되었는데, 이는 「난민법」 뿐만이 아니라 「난민의 지위에 관한 협약」(이하 ‘난민협약’) 및 「경제적, 사회적 및 문화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이하 ‘사회권규약’)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는 논의가 이루어졌다. 

난민법 제30조에 의하면, 우리나라에 체류하는 난민 인정자는 다른 법률에도 불구하고 난민협약에 따른 처우를 받고(제1항),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난민의 처우에 관한 정책의 수립·시행, 관계 법령의 정비, 관계 부처 등에 대한 지원, 그 밖의 조치를 하여야 한다(제2항). 난민법 제31조는 “난민으로 인정되어 국내에 체류하는 외국인은 「사회보장기본법」제8조 등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 국민과 같은 수준의 사회보장을 받는다.”고 명시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1992년 어떠한 유보도 없이 가입하여 국내법의 효력을 가지는 난민협약은 제24조 제1항에서 사회보장(산업재해, 직업병, 출산, 질병, 폐질, 노령, 사망, 실업, 가족부양 기타 국내법령에 따라 사회보장 제도의 대상이 되는 급부사유에 관한 법규)에 대하여 “체약국은 합법적으로 그 영역내에 체재하는 난민에게, (중략) 자국민에게 부여하는 대우와 동일한 대우를 부여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규정은 대한민국 국민에게 적용되는 사회보장에서 난민을 배제할 수 없음을 의미한다. 즉, 공공주택 특별법상 전세임대주택의 입주자 선정 기준에 난민에 대한 사항을 명시하고 있지 않더라도, 공공주택의 사회보장적 성격을 고려할 때 난민에 대한 공공주택에 대한 권리를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실무에서는 국토교통부 훈령 등에서 입주자 선정기준에 외국인을 배제하고 있다는 이유로 난민의 공공임대주택 신청을 거부하였다. 

난민의 주거권 보장을 위해 M과 함께 공익소송을 진행하기로 기획하였다. 필자는 M의 가족과 함께 2020년 6월 관악구의 관할 주민센터에 방문하여 모집공고에 따른 신청서를 작성하여 제출하였으나, 역시나 공공임대주택 담당자는 외국인의 경우 전세임대주택의 입주대상이 아니라면서 신청서를 수리하지 않았다. 이후 필자는 관할관청에 공문을 보내 난민 인정자의 공공임대주택 신청을 거부한 근거와 이유를 문서로 제시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관할관청에서는 민원 회신을 통해 ‘재외국민 등의 임대주택 입주 관련 처리기준’에 따라 외국인은 지원대상에서 제외되는 것이 원칙이라는 답변을 보내왔다. 이를 토대로 난민인 M에게 공공주택에 입주할 수 있는 권리가 있음을 밝히고, M의 신청을 거부한 관할관청의 거부처분은 위법하다는 판단을 받고자 이 사건 소송을 제기하였다. 몇 차례의 공방 끝에 서울행정법원에서는 M의 손을 들어주었다. 

필자와 M의 가족이 주민센터에서 반려 당한 공공주택 신청서를 들고 찍은 사진
<사진 2-1> 필자와 M의 가족이 주민센터에서 반려 당한 공공주택 신청서를 들고 찍은 사진

대상판결의 검토

1) 본안 전 항변에 관한 판단

관할 관청은 난민의 전세임대주택 입주에 대한 권리를 다투기에 앞서, 1) M이 구두로만 문의하였을 뿐 전세임대주택 공급신청서를 제출하지 않았으므로 신청행위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주장, 2) 전세임대주택 공급신청서를 제출하였다고 하더라도 법령이 요구하는 첨부서류를 전혀 구비하지 않은 채 신청하여 형식적 요건을 갖추지 못하였다는 주장,3) 그리고 해당 임대사업은 대상자 선정이 이미 완료되었기 때문에 소 이익이 없다고 다투었다. 

이에 대해 법원은 1) M이 주민센터에 방문하여 전세임대주택 공급신청서를 작성한 점, 접수를 거부한 사유에 대해 외국인은 지원대상에서 제외된다고 회신한 점 등을 토대로 전세임대주택 공급계약서를 제출하여 전세임대주택신청을 하였다고 보았고, 2) 관할관청에서 신청서류의 미비 등 형식적인 요건을 갖추지 못하였다는 사유로 거부한 것이 아니라 M이 대한민국 국적이 없는 외국인이기 때문에 거부한 것이며, 3) 해당 전세임대사업은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 입주대상자가 모두 선정되어 사업이 종료되었지만, “장래에 전세임대주택을 신청하거나 다른 유형의 공공임대주택을 신청할 경우 이 사건 처분과 같은 사유로 거부처분을 받을 가능성이 높은 점, 공공주택 입주자 모집공고일부터 입주대상자 선정이 완료될 때까지 소요되는 시간이 길지 않은 점”을 고려하여 소 이익을 인정하였다. 

2) 처분의 적법 여부

소송 진행 과정에서 법원이 형식적인 절차의 하자만을 이유로 취소판결을 하지 않을까 우려가 되었다. 즉 요건을 갖춘 M의 신청을 관할관청이 위법하게 거부하였으니 절차상 하자가 있어 위법하다는 판단만을 하고, 난민의 전세임대주택 입주자격에 대해서는 판단하지 않을 수도 있어 그 점이 우려되었다. 그러나 다행히 법원은 “행정청의 신청 수리거부처분이 단순히 형식적인 절차상의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고 실질적으로 행정행위의 대상자에 해당하지 아니하는 사실이 명백함에 기인한 것이라면, 수리거부처분의 적법 여부는 절차상의 위법만으로 판단할 것은 아니고 실질적인 내용에 들어가 판단함이 당사자의 의사나 소송경제적인 면에서 상당하다”는 법리에 따라 이 사건의 실질적인 내용인 M의 전세임대주택 입주자격을 구비 여부에 대해 판단하였다. 

법원은 앞서 살펴본 난민협약 및 난민법의 제정 이유와 관련 조항을 검토한 후, 공공주택 특별법이 공공주택의 공급을 통하여 서민의 주거안정 및 주거수준 향상을 도모하기 위한 사회보장 제도 중 하나임을 확인하면서 대한민국 국민과 같은 수준의 사회보장을 받는 난민에게도 국민과 동일하게 전세임대주택의 입주자로 선정될 수 있는 권리가 인정된다고 보았다. 

관할관청은 공공주택 특별법과 하위 법령에서 전세임대주택의 입주자 선정 요건으로 무주택 세대 구성원일 것을 요구하고 주민등록표에 등재된 세대별로 이를 판단하도록 하고는 있는데, 외국인인 난민의 경우에는 주민등록표에 등재가 불가하기에 임대주택 신청자격에 부적합하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법원은 이러한 규정은 주민등록을 할 수 없는 외국인인 난민을 입주자 선정에서 배제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주택공급신청자의 거주관계를 확인하고 그와 함께 세대를 이루고 있는 사람을 특정하여 무주택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기준을 제시한 것일 뿐이고, 난민의 무주택 세대 구성원 여부는 주민등록표 대신 외국인등록표 등 다른 객관적인 자료를 통해 판단할 수 있다고 보았다. 

또한 관할관청은 국토교통부 주거복지사업처의 ‘재외국민 등의 임대주택 입주 관련 처리 기준’에서 대한민국 국적이 없는 외국인은 전세임대주택 공급신청을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대상자가 아니라는 주장을 하였으나, 법원은 이를 배척하고 “법령이 아닌 위 처리기준에 의하여 난민에 대한 사회보장이 제한되거나 배제된다고 볼 수 없다”고 명시하였다. 

참조 판결 – 난민 아동의 장애인등록 거부 사건

사실 법원에서는 난민의 사회보장권에 대해서 이미 인정한 바 있다(부산고등법원 2017. 10. 27. 선고 2017누22336 판결). 난민 아동이 장애인 등록을 하고자 하였는데 관할관청이 장애인복지법상 난민에 대해 별도의 규정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거부한 사안이다. 기존 장애인복지법에 따르면 장애인 등록을 할 수 있는 외국인을 규정하고 있는데, 해당 규정에 난민이 부여받게 되는 체류자격은 포함되어 있지 않았던 것이다3). 관할관청은 이를 토대로 난민 아동의 장애인 등록을 거부하였는데, 이에 대해 법원은 장애인복지법 위 규정에도 불구하고 난민 인정자는 난민협약 및 난민법에 따라 대한민국 국민과 동일하게 장애인 등록을 할 수 있다고 해석함이 타당하다고 판시하였다. 특히 해당 판결에서 법원은 난민법 제30조, 제31조는 재량규정이 아닌 기속규정임을 확인하면서, 해당 조항에 기한 난민의 구체적 권리가 인정된다고 보았다. 

이 사건 판결의 의미

난민의 장애인 등록에 관한 위 판결 이후, 개별 법령에서 난민에 대한 사회보장을 명시하고 있지 않더라도 난민에 대한 대한민국 국민과 같은 수준의 사회보장을 제한하거나 배제할 수 없다는 법리가 확립되어 관련 부처에서도 변화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였다. 그러나 그 후로도 이 사건과 같이 난민들의 실체적 권리는 부정되어 난민법에 명시된 처우를 보장받지 못하는 사례가 속출하였다. 결국 난민들의 삶에서 난민법 제31조(사회보장)는 사문화된 조항으로 취급받고 있고, 한국 정부의 난민협약에 따른 체약국의 난민보호 의무는 부정되는 결과가 반복되고 있다. 이번 판결 역시 난민의 전세임대주택 입주자로 선정될 권리에 한정된다. 이후 다른 사안에서 또다시 난민 인정자의 권리가 배제된다면 어떻게 될까? 최근 코로나19 재난지원금 지급에 있어서도 난민은 배제되었다. 국가인권위원회에서도 난민을 포함시켜야 한다는 의견을 냈지만, 정부 입장은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이 역시 소송으로 다퉈야만 하는 것일까? 다행히 이번 사건은 관할관청의 항소포기로 확정되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우리 정부가 난민보호 의무를 다하고, 현재 우리나라에 거주하는 난민들의 실질적 권리가 보장되는 파급효과가 있길 다시 한번 기대해본다.


1) 서울행정법원 2021. 11. 23. 선고 2020구합78100 판결

2) 공공주택 특별법 제45조의2 제3항, 같은 법 시행규칙 제21조.

3) 이 사건 이후 장애인복지법이 개정되어 장애인등록을 할 수 있는 재외동포 및 외국인에 난민 인정자도 포함되었다(제32조의2 제1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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