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13 2013-10-15   1115

[동서남북] 움직이는청소년센터EXIT 거리를 달리다

 

움직이는청소년센터EXIT 거리를 달리다

이나경움직이는 청소년센터 EXIT활동가

가출 혹은 탈가정이라고 불리는 거리청소년들을 만나 소통을 통한 대안적 공동체나 활동을 만들어 내는 일들을 하고 있다. 요즘 많은 매체들을 통하여 가출청소년들에 대한 이야기를 접할 수 있다. 종국에는 국가와 사회의 책임을 강조하고 있지만, 그 결론을 도출해 내기까지 청소년의 현실을 너무나 자극적이고 작위적으로 연출하게 되는 것 같다. 거리청소년들의 현실은 그리 녹록치 않다. 그리고 그들의 삶 역시 팍팍하다. 그러나 내가 만난 거리청소년들은 적극적으로 자신의 삶을 경영하고 있었으며 자신의 존재와 욕구를 인정받는 것에 대해 높은 가치를 두고 있었다. 세상의 모든 사람은 가치 있고 그 자체로 멋있는 존재로 인정받길 원한다. 우리들이 거리에서 무수히 마주하게 되는 거리의 청소년들이 사회문제의 핵심인물이 아닌 그 자체로 존중받고 인정받는 그날이 되길 희망하며 버스는 달린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청소년들이 거리로 나왔다

 

‘일반적으로’ 청소년이 있어야 할 공간은 가정 혹은 학교이다. 그러나 그들은 거리 한복판에 있었다. 거리 한복판에 모여 앉아 담소를 나누기도 하고, 소리를 지르기도 하며 담배를 피우기도 하고 춤을 추기도 했다. 청소년들 마다 거리로 나오기까지의 환경이나 상황은 다양한 차이가 존재한다. 가정폭력에 의해 도망치듯 나오기도 하고, 학교폭력에 연루돼 권고 퇴학을 당해 거리로 쫓기듯 나오기도 하며, 단순히 친구 따라 밤마실을 하러 나온 듯 보이기도 한다. 이들이 있어야 할 공간에서 거부당하거나 혹은 거부하고 나온 장소가 거리이다. 그래서 이들에게 거리의 의미는 가정활동과 학교활동을 통한 문제의 해결이 여의치 않기 때문에 장외에서 다른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장외투쟁의 공간’, 혹은 ‘쟁취된 자유의 공간’으로서 중요한 장소로 보인다. 존재에 대한 폭력을 박차고, 경쟁이 난무하는 곳을 떠나 공존과 상생을 도모하는 패밀리들도 있다. 가출청소년 20만 시대. 봄, 여름, 가을, 겨울 4계절을 마다않고 자신들의 마지막 수단과 방법으로 우리 사회의 전반에 대한 폭 넓은 성찰과 변화의 필요성을 알리고 요구하고 있었다. 

 

거리청소년이 움직이는청소년센터EXIT에서 하는 일

 

 매주 안산중앙역(목요일 오후 8시~오전1시) 부천역(금요일 오후 8시~오전 2시)을 오가는 버스는 밥 먹으며 수다 떠는 일에 거의 모든 시간을 보낸다. 3년째 같은 공간에서 지속해서 수다 떠는 활동을 하다 보니 아이디어들이 조금씩 생겼고 그럴 때마다 늘어난 살림과 프로그램들이 이제는 두 손을 다 꼽아도 모자란다. 

[별별프로젝트- 청소년 스스로 하고 싶은 것을 프로젝트로 만들서 일자리를 창출(물론 액수는 그다지 많지 않다)하도록 한 사업이다.] 

이 활동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기획서도 만들어야 하고 보고서도 써야 하지만 자신이 하고 싶어 하는 일이기에 낙오하는 친구들은 거의 없다. 먹을 것을 직접 만들어서 나눠먹기도 하고, 열심히 연습한 댄스를 친구들에게 알려주고, 마술을 연마하여 멋진 공연을 하는가 하면, 거리청소년이 행복한 지역 만들기를 위한 토론회의 토론자로 나서기도 하며, 버스에서 설거지한 더러운 물을 깨끗하게 만들기 위해 정수기를 제작하기도 한다.

[스토리텔링-인권교육센터‘들’;배경내상임활동가, ‘온다’;김경미상임활동가와 인권을 통한 다양한 이야기를 통해 삶을 나누고 지향을 공유한다]

자기 삶의 주인공은 자신이라는 것을 명확히 아는 이들은 다른 이들의 고민이나 경험에 대해서도 공감하며 위로와 의미부여를 통해 자조모임을 결성하기도 했다. 사회의 다양한 사람들에 대한 관심과 존재에 대한 고민은 자연스럽게 인권으로 흘러들어왔다. 버스활동가들의 역량 밖의 이야기들을 쏟아 내는 거리청소년들에게 활동가 이외의 좋은 사람을 만나는 것이 가장 즐거운 일이기도 하다.   

[해변아웃리치-매년 8월 해변아웃리치활동을 진행한다. 사업기획 및 운영 평가까지 모두 거리에서 만난 청소년이 주체적으로 활동하며 그 동안 버스활동가들은 자원활동가로 협력한다.]

버스에 오는 청소년들 중 몇 무리는 매번 큰 행사를 치러낸다. 해변아웃리치십대기획단이란 거창한 이름하에 해변에 놀러온 청소년들에게 안전하게 해변에서 놀 수 있는 프로그램을 제공하거나 주먹밥 등을 제공하며 혹여 라도 다친 청소년들이나 차가 끊긴 청소년들에게 안전한 공간을 제공하는 쉼터 등을 연결해 주는 거창한 활동을 한다. 단장을 주축으로 팀장으로 활동하며 1박 2일 활동을 위하여 1달 이상을 고생하며 책임감 있게 역할을 완수해 낸 후 장렬히 기쁨의 눈물을 흘리는 것이 여름철 가장 큰 사업이다.

[청소년운영위원회-매년 거리청소년운영위원회 구성(접수, 심사, 선정, 발족식), 청소년활동 기획 및 운영, 버스활동 모니터링 및 평가 등을 진행하고 있다.]

해변아웃리치는 십대기획단이 주도적으로 활동하지만 십대기획단을 조직하는 일은 청소년운영위원이 하게 된다. 또한 매해 버스의 활동을 모니터링하고 평가하는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그 외의 활동가들의 소소하지만 나름 치열한 활동]

스케일이 남다른 거리청소년들을 만나다 보니 버스활동가들도 치열하게 활동하게 된다. 수다를 떨다보면 ‘우리 동네의 이런 건 고민이야. 저런 게 부족해.’ 라는 거리청소년들의 구체적인 요구사항이 많이 나오는데 이럴 땐 좋은 사람을 소개시켜줘야 하는 게 일이다. 그러다 보니 지역사회에서 청소년의 이야기를 듣고 동네를 개척해 나갈 수 있는 역량 있는 기관과 네트워크를 개발한다거나 지역 상점의 주인을 만나 함께 거리청소년들의 어려움을 해결해 나갈 수 있는 방법들을 마련하기도 한다. 거리청소년들의 멋진 의견을 사회에 이야기 할 수 있는 다양한 장을 만드는 것이 우리의 남은 숙제이기도 하다. 

 

거리청소년에게 배운 세가지

 

거리청소년이 버스에게 알려준 교훈은 첫째. 청소년이 주체이고, 청소년이 가진 삶에 대한 열정과 욕구를 인정하라. 청소년이 주체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자리를 만들어 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청소년이 가져야 할 욕구는 미래를 준비해야하는 욕구만이 아닌 현재를 즐기고, 변화시키고 싶은 욕구도 현재 이뤄낼 수 있고 이뤄내야 하는 그들의 욕구라는 것이었다. 

둘째. 관계를 통한 것이다. 관계가 터야 이야기도 튼다. 이야기가 터야 무엇인가 함께해볼 꿍꿍이가 튼다. 인간에 대한 단순한 믿음과 최소한의 예의 속에서 만들어진 관계에서 청소년은 자연스럽게 소통의 주체가 된다. 그리고 비로소 세상에 대한 믿음과 가능성을 열고 소통하며 살아나기 시작한다.

 

셋째. 무한한 가능성을 믿는다. 청소년의 이야기에는 항상 결이 있다. 돈도 중요하고 잘 곳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언제나 자신의 존재에 대한 이유가 있다. 하루를 살아도 나의 존재와 내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을 인정하는 사람과 꿈을 꾸고 싶다는 것이다. 산전수전 공중전까지 다 겪어본 친구들은 그 경험으로써 사고와 마음이 풍요롭다. 그렇기에 그들은 자신의 가능성을 믿고 지지하는 사람에게 그 경험의 나래를 버젓이 보여줄 요량을 갖고 있다. 

 

 

무겁지만 무겁게 광고하고 싶은 이야기

1) 사회가 노력해야 합니다

 

유엔아동권리협약에는 아동·청소년이 보호받아야 할 권리들을 명백히 권고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사회에는 이러한 권리를 위한 시스템이 잘 마련되어 있지 않다. 

 

– 가출청소년의 생존권에 대한 문제를 이야기 하면 쉼터를 대안으로 이야기 하지만 전국의 쉼터는 가출청소년 20만명을 받아내기엔 턱없이 부족한 형편이다. (서울지역 청소년쉼터 총 12개소 총인원 100명-시립6, 구립3, 민간3) 이마저도 하루 내지 3일 이상 있을 수 없는 일시쉼터가 포함된 상황이기에 거리청소년들이 체감하는 생존권의 현실은 더욱 냉혹하다. 공급보다 수요가 월등히 많은 상황에서 모범생 위주의 쉼터가 된다거나 시설종사자 위주의 주객이 전도된(사실 쉼터 근로자의 환경 역시 열악하다.)일들이 종종 일어나기도 한다. 지금으로부터 10년 전에는 청소년들이 쉼터의 존재를 몰라서 이용하지 못했다면 5년 전에는 사회적 낙인감과 시설의 규칙들로 인해 쉼터를 기피했다. 그러나 거리에서 청소년들을 마주하는 요즘은 가고 싶어도 자리가 없거나 월 1회 이용의 제한이 있는 등의 일들이 비일비재하다. 청소년이 건강하게 자립하거나 가정으로 복귀를 하기위해서는 그들이 격고 있는 일들을 해결해야 가능하다. 때문에 쉼터뿐만 아닌 거리청소년의 인권에 대해서 우선적으로 고려하고 그들과 풍부하게 다양한 대안들을 궁리해 볼 수 있는 시스템과 공간, 사람들이 늘어나야 할 것이다.

 

– 거리로 나온 청소년들이 겪는 또 다른 문제는 일자리이다. 거리생활이 장기화되면 될수록 주거와 일자리에 대한 욕구는 더욱 절실해 지지만 이러한 욕구의 실현은 더욱 취약하게 된다. 청소년이 취업할 수 있는 합법적인 직업의 종류가 적고 취업을 한 경우에도 월급을 제대로 받지 못하거나 노동착취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청소년에게 고용을 통하여 다양한 경험이나 기술, 사회성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하여 교육이나 배움의 장을 만들 수 있다면 좋겠지만 거리청소년들에게 일자리를 허락한 곳에서의 대우는 차별과 하인(下人)노동뿐이다. 이러한 어려움들은 결국 거리청소년들이 사회적 지지와 다양한 참여로부터 소외되고 단절되며 배제당하게 만든다. 

 

– 거리에 나온 청소년들은 위와 같은 문제들로 인하여 사회의 비합법적인 자원을 이용하여 거리생활을 유지해 나간다. 그래서인지 올 해 가을 국회에서는 『아동청소년의성보호에관한법률』,『청소년복지지원법일부개정법률안』과『학교밖학업중단청소년지원법안』등 청소년이 겪고 있는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들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청소년 당사자의 이야기를 얼마만큼 듣고 있는지, 현장의 실무자들의 이야기를 잘 담아내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여성가족부는 여전히 청소년들의 현실적인 삶에 대한 고민의 해결을 ‘상담만능주의’의 프레임에서 해결하려 하는 것은 아닌지 자성의 시간을 갖아야 할 것이다. 또한 학교의 시스템에 도태되어졌거나 쫓겨났거나 갈급함을 느끼고 나온 청소년들이 자신의 흑역사라고 이야기하는 학생생활기록부의 모든 정보를 상담기관에서 총체적으로 관리하여 정보인권을 침해하거나, 학교로 돌려보낼 아이를 선별하는 작업을 위한 법률이기 보다 현실에 어려움을 느끼는 청소년들의 현재의 욕구를 면밀히 이해하고 그에 맞는 다양한 대책을 만들 수 있는 여성가족부와 국회를 기대한다.

 

2) 거리청소년과 지향을 나누고 싶은 분들에게

 

거리청소년에게는 자기 표현력이 뛰어난 역량 이외에도 다양한 역량들이 있다. 그림을 잘 그리기도 하고, 춤을 잘 추기도 하며, 상식이 정말 뛰어나기도 하다. 배움에 대한 열정도 엄청 많고 꿈도 많다. 40여명의 친구들이 하룻밤 마실 오는데 활동가는 많아야 10명 안팎이다. 거리청소년의 많은 역량들을 담아내기 어렵다. 거리청소년에게 좋은 사람들을 소개시켜주고 싶다. 함께 꿈을 꿀 수 있고 꾸준히 활동을 할 수 있는 멋진 사람들이 거리청소년과 함께 연대하길 희망한다.

 

정체성은 섬처럼 독립적으로 형성되는 것이 아니다. 누구와 생각을 나누고, 누구와 함께 살며, 누구와 지향을 공유하느냐에 따라 변화한다(언니네 방. 언니네사람들. 2007. 갤리온) 거리청소년과 만나서 지향을 공유할 수 있는 사람이 모시는 바다.

 

 

움직이는청소년센터EXIT는

거리의 청소년들이 거리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위기 상황에 대처하여 건강하게 자립하며 사회적 구성원으로서 주체성을 발휘하여 살아갈 수 있도록 버스를 중심으로 지역사회와 함께 청소년 인권이 보장되는 환경을 만들고자 합니다. 

매주  목요일 오후 8시~ 오전 1시 안산중앙역

매주  금요일 오후 8시~ 오전 2시 부천역

서울시 관악구 미성동 594-17 blog.naver.com/wahahahbus, wahahabu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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