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09 2009-11-17   153

[동향2]국가는 무엇을 하였고, 무엇을 해야만 하는가?



국가는 무엇을 하였고, 무엇을 해야만 하는가?


: 정부의 노인장기요양서비스 시장화 전략 비판



제갈현숙(사회공공연구소 상임연구위원)




국가가 사회복지제도를 운영하는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국가의 사회정책적인 기능에 대한 이론적 설명은 이미 다양하게 존재하고, 또한 이에 대한 좌우의 이념적 대립과 시각의 차이는 여전히 유효하다. 그러나 모든 차이에도 불구하고 공히 부인할 수 없는 점이 사회복지가 시장으로 빚어진 문제와 시장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에 대한 제도적인 보완 장치라는 점이다. 즉 자본주의 체제에서 시장이란 자유주의자들의 주장처럼 순기능적으로 불평등과 빈곤을 해결할 수 없는 근본적 한계를 가진다. 오히려 불평등과 빈곤을 발생시키는 장소이고 그렇기 때문에 사회문제에 대한 대응 및 해소방식은 시장방식 이외의 국가의 개입방식으로 발전해왔다. 그러므로 국가는 자본주의 국가임에도 불구하고 사회보장체계에서 공적인 역할과 기능을 수행해온 것이다. 그러나 최근 한국 정부의 사회복지서비스 공급구조 전략은 이러한 국가의 역할과 기능에 대해 상당한 우려를 가지게 한다. 정부는 노인장기요양보험을 포함한 사회서비스 공급 전략에서 적극적인 시장화 방식을 택하였고, 그 결과 왜곡된 경쟁만이 발생하는 사회서비스 시장이 형성되었다.


이 글은 사회공공연구소에서 지난 5개월간 수행했던 「노인장기요양보험 1년 평가: ‘시장화’비판과 제도정착을 위한 과제」의 일부 연구 결과인 국가의 노인장기요양서비스 시장화 전략의 문제점을 소개하는데 있다.



1. 노인장기요양 서비스의 공급중심 전략의 내용과 현황



정부의 서비스 공급중심 전략은 크게 요양기관과 요양인력에 대한 공급팽창 정책으로 나타난다. 정부는 노인장기요양보험의 조속한 시행을 위한 선결 조건으로 공급기관 및 인력 확충을 전제로 했다. 이에 노인장기요양 기관 설치와 교육기관을 ‘신고제’로 입법화되면서 공급기관에 대한 까다로운 설치 규정이나 조건은 모두 양보되었다. 그 결과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나 노인복지에 대한 소양의 유무와는 상관없이 누구나 요양기관 교육기관을 설립하게 되었고,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요양기관과 노동력의 증가를 달성하였다. 정부는 안정적 요양서비스 공급구조 확대가 아닌 팽창 위주의 공급정책으로 정책을 실현해 왔고 이를 위해 정부 스스로가 추계했던 요소 모두를 무시하였다.


2004년 ‘공적노인요양보장추진기획단(이하 기획단)’에서는 재가 및 요양시설에 대한 장기수요에 대해 시설 및 재가시설의 2009년 이용대상자 수요는 총 412,000명으로 추계했으나, 실제 2009년 5월 이용자 추계의 51% 수준인 202,492명에 그쳤다. 반면 요양시설의 경우 2007년 총 1,445개소, 2010년 총 1,573개소로 추계하였다. 그러나 2009년 5월 이미 요양기관의 총수는 14,951개소로 추계의 열배 이상을 달성한 것이다. 요양기관의 증가추세는 2008년 7월 기준 요양시설은 1,395개소, 재가기관은 6,340개소에서 2009년 5월 요양시설은 44.5% 증가한 2,016개로, 재가기관은 117.9% 증가한 13,815개로 급속하게 증가하였다.






































구분


시설수(개소)


정원(명)


현원(명)


2008년


7월


1,395


58,425


46,114


11월


1,649


67,183


55,224


2009년


3월


1,875


72,163


61,652


5월


2,016


76,216


62,677


증감


321▲


17,791▲


16,563▲



요양기관 정원의 증가율은 30.4%, 현원의 증가율은 35.9%로 요양시설 증가율인 44.5%보다 낮다. 5월 기준으로 현원은 정원에 비해 13,539명(약 18%) 낮고, 시설증가율 8.6%p 보다 낮다. 요양시설의 증가는 수요보다 훨씬 과잉된 공급 수준을 보인다.








































































구분



방문요양


방문목욕


방문간호


주야간


단기


2008년


6월


3,630


1,857


719


321


504


229


9월


7,459


3,423


2,237


560


714


525


12월


9,491


4,362


3,006


626


806


691


2009년


3월


11,359


5,273


3,685


657


865


879


5월


12,935


6,031


4,271


688


925


1,020


(시군구평균)


( 55.8 )


( 26.0 )


( 18.4 )


( 3.0 )


( 4.0 )


( 4.4 )


증감


(증감율 %)


9,305▲


(265.3)


4,174▲


(224.7)


3,552▲


(494.0)


367▲


(114.9)


421▲


(83.5)


791▲


(345.4)



전체 재가기관의 증가율은 2008년 제도시행 직전이었던 6월 대비 2009년 5월을 기준으로 약 256%가 증가하였다. 전체 3,630 개소가 12,935개소로 3.6배 이상 증가하였고 복지용구 880개소까지 포함하면 13,815개소로 3.8배 증가하였다. 재가기관 이용자수는 2008년 7월 29,874명으로 요양시설 이용자보다 적었지만 2009년 5월 138,811명으로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 이용자의 65%를 차지한다. 재가 이용자는 365%인 4.7배 증가하였지만 전체 재가기관은 13,815개소로 단순 수치대비를 한다면 1개소 당 10.8명에 해당하는 이용자가 담당된다. 즉 서비스수요의 증가를 전혀 반영하지 않은 재가기관의 난립은 공급과잉의 문제를 야기하였고, 이는 서비스 질의 하락에 매우 직접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이와 같은 시설에 대한 과잉공급 정책은 요양보호사 양성정책에도 그대로 반영되었다. 2008년도 보건복지가족부는 요양보호사 소요인력에 대해 약 4만8천명이 필요하다고 제시하였다. 이중 2년간 유예가 적용되는 기존의 생활지도원, 가정봉사원인 약 1만4천명을 제외하고 3만4천명의 요양보호사가 양성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러한 추계와는 전혀 무관하게 2008년 말 요양보호사 자격취득자는 333,984명, 2009년 4월 456,633명으로 정부가 필요인력으로 추계했던 수요보다 7배에서 10배 이상 많이 양성되었다. 이러한 과잉공급 이면에는 요양보호사에 대한 교육을 담당하는 주체가 일반 학원과 다르지 않은 민간기관이라는 점에 있다. 요양보호사 교육을 담당해왔던 대부분의 교육기관은 교육생의 숫자가 기관의 수입을 결정하므로 교육주체로서 요양보호사의 사회적 기능보다는 그들의 이윤추구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왔다.

























구분


2008년


2009년


2010년


입소시설


24,714


26,332


32,507


재가시설


23,012


23,809


18,488


총합


47,726


50,141


50,995



요양보호사 양성 교육기관은 2008년 1월 101개소에서 2009년 4월 총 1,137개소 10배 이상이 증가하였다. 여기서 배출된 요양보호사는 2008년 4월 9,952명에서 2009년 4월 45만 명으로 무려 46배나 증가하였다.




























’08. 1


’08. 4


’08. 6


’08. 12


’09. 4


교육기관(개소)


101


941


1,009


1,080


1,137


자격취득자(명)



9,952


70,355


333,984


456,633



2008년 6월 요양보호사자격 취득자는 70,355명이고 이중 취업자는 23,853명으로 단 33.9%만이 현직에서 종사하였다. 2009년 4월 456,633명의 요양보호사가 배출되었고 5월 요양보호사로 종사하는 인원은 120,342명으로 단 26.3%만이 취업하였다. 시간이 지날수록 자격증 발급 건수는 높아지지만 취업률은 낮아지고 있다. 더욱이 취업자로 조사된 120,342명의 고용상황은 모두가 다른 조건으로 일선 취업인력사정과 매우 다르다는 점이 고려한다면 실제 취업률은 더 낮아진다.
























구 분


’07년 12월말


’08년 6월말


’08년 12월말


’09년 5월말


요양보호사 종사인력


17,054


23,853


84,412


120,342


장기요양기관 기타종사자


6,481


13,830


30,221


27,074



2. 노인장기요양 서비스의 공급중심 전략의 문제점



노인장기 요양시설과 재가시설의 양적 팽창에 대해 정부의 일관된 논리는 자연스럽게 경쟁이 유발되어 질 좋은 서비스 기관이 살아남게 될 것이고 현재는 과도기일 뿐이라고 일축해왔으나 장기요양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실은 너무나도 달랐다.


우선 요양기관의 경쟁이 제공되는 서비스의 수준이나 차이로부터 형성되기 전에 절대적인 이용자, 즉 서비스수요의 제한으로부터 발생하기 때문에 시장에서 이용자 확보를 위한 부당한 행위에 준하는 경쟁만이 유발되고 있다. 또한 좋은 서비스 제공을 위해서는 사람과 서비스 향상을 위한 적절한 투자와 교육이 필요하다. 그러나 대부분 기관운영자는 지난 1년 동안 시설의 생존문제가 가장 우선 해결해야만 하는 문제였고, 따라서 이용자 확보를 위한 다양한 편법에 동참해 왔다. 부적절한 대상자에 대한 호객행위부터 본인부담금 면제에 이르기까지, 최소한 보험급여의 40%이상을 기관의 운영과 수익을 위해 사용하느라 요양보호사에 대한 최소한의 처우를 제공하였다. 이로 인해 노인장기요양보험 재원은 서비스를 직접 제공하는 요양요원이나 기타 서비스 향상을 위한 투자로 이어지지 못하였다. 그 결과 공급기관의 팽창이 장기요양 서비스의 질적 향상으로 연결되지 못하는 왜곡된 구조를 가지게 되었다.


현장조사 결과 시설의 낮은 기준인력 및 1-2인의 요양보호사만이 근무하는 야간보호 환경의 문제점, 교육이 제공되고 있으나 요양 관련 교육이기보다는 노무 및 행정관련 조회라는 점, 이용자 확보를 위해 활용하고 있는 기관의 다양한 편법, 부적절한 자격자의 기관설립 허용 등이 확인되었다. 대부분 요양시설에서 인건비 절감을 위해 간호사보다는 간호조무사를 고용하였다. 또한 야간근무 시에 간호사나 간호조무사가 항상 대기되어 있지 않다. 대부분 1인 또는 2인의 요양보호사가 야간시간 동안 전체 이용자를 담당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이렇게 불안한 보호환경이 갖춰진 가장 큰 이유는 인건비 절감과 최소 기준인원으로 최대 노동력을 활용하려는 운영원리 때문이다. 이윤추구의 목적이 차단된다면 시설은 애써 최소인원으로 불안정한 서비스를 공급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을 것이다.


기관을 운영하고 있는 운영자들 역시 현재의 기관설립 신고제를 허가제나 지정제로 전환하는 것에 대해 86.8%가 찬성하였다. 이용자 확보의 어려움, 기관난립에 따른 불필요한 경쟁 유발, 수익의 불안정성과 같은 문제가 일반화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공단의 요양직 담당자들 역시 장기요양 기관이 허가제나 지정제로 전환되어야 한다는 점에 크게 공감하였다. 전환의 이유 중 60%이상이 요양 기관의 지나친 영리추구를 문제점으로 꼽았고, 그 외 부당청구나 낮은 서비스 질 역시 문제점으로 나타났다. 무엇보다 놀라웠던 설문의 결과는 ‘요양기관의 과잉 설립으로 인한 경쟁요소와 이용자들의 서비스 선태 간의 상관성 유무’조사에서 전체 응답자의 평균 60%이상이 상관성이 없다고 했으며 공단요양직 노동자의 경우 약 83%가 상관없음으로 응답하였다.


결국 정부의 공급중심의 팽창정책으로 이윤추구형 서비스 공급기관의 형성이 제도화되었지만 이들에 대한 그리고 서비스에 대한 사회적 통제 장치가 마련되지 못하였다.



3. 이제라도 국가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정부는 공급위주의 팽창정책인 시장화 전략의 실패에 대해 전혀 인정하지 않고 있다. 시설의 과잉공급문제는 부분적인 제도 개선으로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이미 너무 난립하고 있고 또한 현재도 계속 증가하고 있는 요양기관에 대해 사후적으로 감시, 감독할 수 있는 방법은 매우 제한적이고 미봉책일 뿐이다. 우선 이를 위한 인력 자체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며 이미 형성된 시장 내에서 여러 가지 편법과 피해갈 수 있는 묘안은 무궁무진하다. 이윤을 쫒는 목적지향적인 주체를 느슨한 관료기관에서 어떻게 감당할 수 있는가?


이제까지 국가는 노인의 장기요양에 대한 욕구를 ‘사회적 필요’로 제도화했다는 명분을 가질 수 있다. 국민들은 이러한 국가를 믿고 매달 보험료를 지불하고 있지만 가입자들의 보험료로 국가는 장기요양을 사업으로 보는 사람들을 불러들여 시장을 만들었다. 국민들이 기대했고 앞으로도 기대하는 것은 적절한 재정으로 좋은 서비스를 제공받는 것과 국민들의 복지를 위해 그 어떤 노동자도 착취당하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시장화된 장기요양서비스 공급구조는 실제 이용자를 위해 재정이 투입되고 확대되기 보다는 수많은 기관의 존립을 위해 사용될 것이고, 기관의 수익증대를 위해 비급여 항목에 대한 본인부담금에 대해 기관은 증가시킬 것이며, 무엇보다도 이들이 제공하는 서비스에 대한 사회적 통제 장치가 현실적으로 마련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제까지 국가가 이러한 요소를 방치하고 외면했다면 지금이라도 바로 잡아야 하는 것이 사회복지에 대한 국가의 공적 역할이자 기능일 것이다.


미시적으로는 요양기관 설립에 대한 진입장벽을 높여야 하고 현재 이미 난립하고 있는 요양기관에 대한 구조조정 역시 고려되어져야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지자체가 직접 관리하는 공적 요양기관의 설립확대로 현재 98.5%에 이르는 민간공급주체의 비율을 낮추어야 할 것이다. 또한 요양인력에 대한 국가적인 책임을 보여야 한다. 요양서비스의 직접제공자인 요양보호사들은 명목만 국가공인 자격증을 취득할 뿐 이들의 교육과 향후 보수교육, 그리고 노동권과 관련해 국가는 그 어떤 책임도지지 않고 있다. 이것은 비단 제도를 설계한 복지부와 노동법을 적용하는 노동부 간의 부처별 이해관계의 문제로만 바라보면 안 될 것이다. 휴먼서비스의 질 향상을 위해서 종사 인력에 대한 직접적인 지원이 없다면 서비스 질을 논한다는 것은 무의미한 소리일 뿐이다.


국가가 사회복지를 운영하는 여러 가지 이유 중에서 분명한 하나는 시장원리로 달성할 수 없는 공공의 이해를 대변해야 하는 주체로서 유의미성을 가지기 때문이다. 이러한 유의미성이 헌신짝처럼 버려진다면 대한민국의 역사와 정치는 과거의 어디쯤으로 되돌려진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동일한 사회적 비용으로 공적인 복지서비스 공급체계가 달성될 수 있으며 이러한 노력은 비용의 문제가 아니라 정치철학과 의지의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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