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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위원회    시혜가 아닌 권리로서의 복지를 만들어갑니다

월간 복지동향 200호 발행
  • 2010
  • 2010.08.10
  • 1427

2인가구 체험단 이소영

7월 1일. 성북구에 위치한 장수마을에서 ‘최저생계비로 한 달 나기 희망 UP 캠페인’이 시작되는 날입니다. 마을까지 이어진 가파른 언덕을 오르며 최저생계비를 한 달 동안 제대로 경험해보리라 다짐해 보았습니다.

2010년 2인 가구 기준 최저생계비 858,747원. 이 체험을 하기 전에는 저 역시 최저 생계비에 대해 잘 알지 못했습니다. 처음 이 금액을 받았을 때 용돈보다 많은 금액이었기 때문에 잘하면 한 달을 살 수 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최저생계비에 얕은 개념만 있었기 때문에 막연히 생계를 꾸리기에는 어려울 수 도 있겠다고만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직접 살아보니 이것은 단순히 ‘어렵다’, ‘쉽다’는 말로 표현할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체험 시작과 동시에 최저 생계비에서 주거비 20만원, 표준 보유 물품비 3만 9000원, 휴대폰기본료 2만4000원을 빼고 나니 손에 쥐는 건 59만원 정도였습니다. 체험을 시작하기도 전에 최저 생계비의 20%를 써버린 것입니다. 이 돈으로 직장에 다니시는 언니와 함께 한 달을 살아야 했습니다. 막막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최저 생계비 중 주거비로 책정되어 있는 금액 14만8104원입니다. 그러나 장수마을에서 한 달을 살기 위해 월세 20만원을 지불해야 했습니다. 월세 20만원을 지불한 집은 벽이 합판이다 보니 방음은 기대할 수도 없는 상황이고, 보일러가 없었기 때문에 뜨거운 물은 전혀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세탁기도 주인집 어르신과 공동으로 사용해야했기에 열쇠를 주인집 어르신에게도 드려야 했고, 장금장치도 없는 부엌 창은 이웃집 옥상과 연결돼 있어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쉽게 들어 올 수 있는 형편이었습니다. 주거비로 6만 원 가량을 더 지불한 집이 이러할 진대 서울시 어느 곳에서 14만 원짜리 월세방을 구할 수 있을지 의문일뿐더러 그 주거의 환경은 어떨지 가보지 않아도 알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주거비뿐만 아니라 식료품비와 교통비도 문제가 되었습니다. ‘건강하고 문화적인’ 생활을 영위하기 위해 식료품비 32만 2,692원 내에서 매일 하루 3끼를 해결해야 했습니다. 매일 3끼를 해서 먹기는 했지만 동거하는 언니는 출근한 뒤 점심을 김밥과 라면으로 때우기 십상이었고, 저 역시 시장에서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호박 등의 야채로 계속해서 같은 반찬을 먹어야 했습니다. 먹으면서 이것이 우리나라가 정의한, 빈곤한 사람들에게 보장되는 건강한 식단이라는 생각에 분개하였습니다. 또한 매일 출퇴근 하는 언니와 봉사하러 나가야 하는 저는 6만 6,068원내에서만 교통비를 사용해야 했습니다. 30일 동안 각각 2,000원의 교통비만 사용해도 12만원입니다. 한 명이 집에만 있던지, 아니면 서로가 보름은 교통수단을 이용하고 보름은 걸어서 이동해야했습니다. 실제로 최저생계비를 받으시는 분들은 고정된 일자리가 없으셔서 이리저리 많이 다니셔야 할 텐데, 최저생계비에 할당된 교통비는 그 분들의 발을 묶어두고 있는 것입니다.

매일을 아끼면서 살았는데도 최저 생계비는 무섭게 줄어들었습니다. 먹는 것 외에 다른 것들은 생각조차 사치였습니다. 이런 생활은 무엇보다 사람을 만나는 일을 꺼려지게 만들었습니다. 스스로가 초라하게 느껴졌고, 사회적으로도 고립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문화적인 생활을 하고자 영화를 한 편 보기로 결심했습니다. 최저 생계비 중 교양오락비는 16,764원입니다. 오후에 영화를 볼 경우 성인 기준 9,000원이므로 1명밖에 영화를 볼 수 없는 금액이었습니다. 영화 한편조차 오전 시간 때가 아니면 볼 수 없는 것이 우리나라가 보장하는 문화적인 생활 이였습니다.

한 달을 살아보니 가난한 사람은 가난하게 살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돈이 최저 생계비라는 생각이 듭니다. 체험을 시작하면서 ‘건강하고 문화적인 삶’을 최저생계비로 누려보리라 다짐했지만 어느 새 먹고 사는 것에만 초점이 맞춰진 생활을 하고 있는 저를 발견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먹고 사는 것만으로도 빠듯한 금액이었기 때문에 이 돈으로 내가 배우고 싶은 것을 배우며 더 나은 삶을 꿈을 꿀 수도 없었고, 저축을 하며 가난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질 수도 없었습니다.

그러니 최소한 더 나은 내일을 꿈 꿀 수 있을 정도의 현실적인 금액으로 최저생계비가 현실화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 돈으로 생활하는 것이 ‘사람’이라는 것을 먼저 생각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이 돈이면 굶지는 않겠지’가 아니라 법에 명시된 것처럼 ‘건강하고 문화적인 삶’을 살 수 있는 금액이 최저 생계비가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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