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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위원회    시혜가 아닌 권리로서의 복지를 만들어갑니다

월간 복지동향 200호 발행
  • 희망UP캠페인
  • 2010.08.17
  • 1479
  • 첨부 3

 

[최저생계비 결정하는 중앙생활보장위원회 위원에게 보내는 공개편지①]

곧 중앙생활보장위원회는 내년도 최저생계비를 결정합니다. 참여연대는 지난 2004년에 이어 두 번째로 올해 7월 한 달동안 성북구 장수마을에서 ‘최저생계비로 한달나기’ 캠페인을 진행하였습니다. 정부에서 정한 최저생계비가 과연 적정한지 실제 체험을 통해서 확인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이에 체험결과를 바탕으로 체험에 참여한 체험단과 전문가들이 중앙생활보장위원들에게 최저생계비의 현실화와 계측방식의 변경을 요구하는 릴레이 공개편지를 보냅니다.


안녕하세요, 중앙생활보장위원회(중생보위) 위원님들.

저는 지난 7월 참여연대가 주최하는 ‘최저생계비 현실화를 위한 희망UP 캠페인’의 2인 가구 체험단으로 한 달을 보낸 장일호라고 합니다. ‘고작’ 한 달이었지만 우리나라의 사회안전망이 얼마만큼의 삶의 질을 보장해주고 있는지, 제도는 갖춰져 있는데 그 제도가 현실에서도 제대로 작동되고 있는지, 몸으로 확인해 보고 싶었습니다. 어느 분의 유행어처럼 “내가 해봐서 아는데…”같은 우스개소리가 될까봐 편지를 쓰면서도 두렵습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중생보위 위원님들 중 체험 ‘현장’에 와보셨던 분은 딱 한 분밖에 없으니, 미욱하나마 제 ‘잔소리’를 보태고자 합니다.

저는 지난 7월 장수마을에서 ‘방살이’를 했습니다. 제가 한 달간 살았던 단칸방은 아무리 쓸고 닦아도 누추한 제 모습을 감출 줄 몰랐습니다. 곰팡이는 ‘내가 주인입네’ 위풍당당하게 벽과 천장을 수놓고 있었고, 아침에 일어나 비누를 갉아 먹은 쥐의 이빨 자국에 나도 모르게 등이 서늘했던 것이 어제 일처럼 생생합니다.

최저생계비, ‘문화’는커녕 ‘건강’도 장담할 수 없는 돈

최저생계비의 법적 정의가 ‘국민의 건강하고 문화적인 생활을 유지하기 위하여 소요되는 최소한의 비용’이라고 되어 있는 건 저보다도 더 잘 아시겠지요. 2인 가구 한 달 생활비인 858,740원을 받아들었을 때, 저는 일찌감치 ‘법이 거짓말을 하고 있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나마 실제로 최저생계비를 받는 분들은 각종 공과금을 제하고 2인 가구 기준으로 받을 수 있는 돈이 최대 70만 원 정도라니, 저는 그나마 사정이 좋았다고 해야 할까요.

월세를 제하고 생활에 필요한 물품을 준비하는 데 들어가는 돈을 제하고 나니 첫 날 저한테 쥐여진 돈은 고작 56만 원에 불과했습니다. 용돈이라면 많은 돈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2명이 함께 생활을 꾸리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돈임이 분명합니다. ‘문화’는커녕 ‘건강’도 장담할 수 없는 돈이지요. 먹을 것을 제외하고는 도저히 참을 수 없는 것만 사는 것으로 지출 기준이 엄격해졌습니다. 룸메이트와 저는 모기에 물린 손등과 발등을 긁고 또 긁다가 결국엔 멍이 들고 나서야 3000원짜리 모기약을 샀습니다.

한 달간 가장 많이 먹었던 음식은 달걀, 과일 한번 먹기 어려워

매일 줄어드는 돈을 보면서, 삶도 왜소해졌습니다. 다른 ‘욕망’은 끼어들 틈이 없었습니다. 한 달을 마무리 하면서 가계부를 정리해보니, 가장 많은 지출을 한 품목이 식료품비더군요. 가장 많이 먹었던 음식은 달걀이었습니다. 식재료 중에서 가장 싸고 활용도가 높았기 때문입니다. 둘이서 한 달간 60개를 먹어치웠습니다. 매일 하나씩은 먹은 셈이지요. 단칸방에서는 늘 달걀 비린내가 났습니다. 그밖에도 각종 통조림을 섭렵했습니다. 유기농이나 친환경 따위 마크가 붙어 있는 식재료는 왜 그렇게 고깝게 보이던지요. 과일 한 번 장바구니에 올리는 일이 너무 어려웠습니다.

출퇴근했던 저는 5000원짜리 백반 집 한 번 들어가는 일에 큰 결심을 해야 했습니다. 최저생계비가 정하고 있는 식비는 후하게 쳐줘야 2100원 밖에 되지 않으니까요. 동료들하고 편하게 밥 먹는 것도 쉽지 않아, 점심에는 컵라면과 김밥을 주로 사먹었습니다. 그렇게 적어도 굶어 죽지는 않았습니다. ‘싸구려 음식’을 먹는 사람 앞에서 대놓고 “굶지 않으니 다행이다”라고 말하는 사람은 없었지만, 정책은 그렇게 말하고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빈곤세’를 쉽게 풀면 가난하기 때문에 지출해야 하는 돈이라고 정의할 수 있을 겁니다. 지난 한 달간 빈곤세를 톡톡히 물었습니다. 마을버스도 다니지 않는 열악한 교통편, 생활편의시설이 전무한 마을 내 구멍가게의 물가가 비싼 건 어쩌면 당연했습니다. 무엇보다 원치 않는 지출을 유도하는 주거환경은 빈곤세의 주원인 이었습니다. 체험 막바지로 치달을수록 주거 문제는 위협적이었습니다. 최저생계비가 정한 2인 가구 주거비(14만8100원)보다 무려 6만원이나 비싼 월세 20만 원짜리 방에서 저는 자주 뒤척였습니다. 열대야가 지속되던 7월 한 달간, ‘난방비를 걱정해야 하는 겨울보다 그래도 여름이 낫지 않을까’라던 생각을 고쳐 먹었습니다. 더워서 잠 못 이루는 방에서 룸메이트는 전기세를 걱정하더군요.

10년 된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는 ‘현장’에서 무력하기만 해

재개발에 묶여 있는 마을에는 도시가스조차 들어오지 않습니다. 겨울이면 기름 한 드럼에 20만 원이 훌쩍 넘는 난방비 탓에 제가 만난 이웃들은 벌써부터 근심걱정이었습니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재개발을 바랄 수도 없는 게 현실입니다. 전세 600만원에서 많으면 3000만 원 짜리 집에 살고 있는 이들에게는 새로 지은 집에 들어갈 돈이 없으니까요. 여름이라 처음에는 미처 몰랐는데, 제가 살던 방에는 석유 보일러조차 없었습니다. 매일 찬물로 샤워하며, 감기 기운을 달고 다녔습니다. 그나마 수돗물도 잘 나오지 않았습니다. 오래된 집의 녹슨 배관은 ‘녹물’을 쏟아냈습니다. 물을 끓여 먹기로 한 애초의 계획을 포기하고, 생수를 사 먹었습니다.

아랫집 아주머니의 집에서는 찬송가와 기도소리가 끊이지 않았습니다. 아랫집뿐만이 아니었습니다. 마을의 많은 사람들이 신앙에 자신의 삶을 위로받고 있었습니다. 지난 7월 한 달간 서울 성북구 장수마을에서 지내면서 저는 그것이 하나도 이상할 것이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신에게라도 의지하지 않는다면 삶을 지탱해 나갈 힘이 없을테니까요. 내세의 삶의 아닌, 속세의 ‘천국’을 위해 사람들은 무릎을 꿇었습니다. 사회안전망(제도) 대신 사람들은 신에게 기댔습니다. 저 역시 수많은 ‘아무개’씨들이 처해 있는 삶을 한 달간 살아 내면서, 오랜만에 기도를 드렸습니다. 그래도 이들에게 속세가 ‘지옥’은 아니기를 진심으로 바랐습니다.

체험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와 푹신한 제 방의 침대에 누워 저는 몸살을 앓았습니다. 제가 마주했던 가난의 풍경 앞에서 자주 분하고 속이 상했던 걸 몸이 알아 챈 탓이겠지요. 가난을 체념하고 인내하며 정작 제 나름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 앞에서 투박한 저의 분노를 쉽게 내색할 수 없었으니, 몸이 앓았던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 것입니다. 올해로 도입된 지 10년 된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는 ‘현장’에서 무력하기만 했습니다. 제도는 만들어져 있으나 현장에는 와 닿지 않음을 저는 수없이 목격했습니다. 그리고 저는 그곳에서 인간의 존엄에 대해 혼자서 자주 묻곤 했습니다.

먹는 것 외 모든 지출은 모험이자 사치였던 한 달

아끼고 아꼈지만 저는 결국 6만원의 적자를 냈습니다. 저뿐만 아니라 체험단 모두 가계부에 마이너스를 그렸습니다. 먹는 것 외 모든 지출은 모험이었고, 사치였습니다. 컵과 수저, 스타킹과 양말 따위 까지 생활에 필요한 모든 것을 담아 최저생계비를 정한다는 ‘전물량 방식(마켓 바스켓)’은 “가난한 너희의 삶은 우리가 이렇게 정할 테니 이대로만 살아라”라고 말하는 듯 했습니다. 한 달은 그렇게 더디게 지났고 제 ‘쇼’는 끝났습니다. “사람들이 우리의 ‘쇼’로 인해서 최저생계비가 얼마인지라도 알면 다행이다”라던 한 체험단 친구의 말대로 저희 5가구 11명 체험단의 역할은 여기까지입니다.

우리나라 복지의 ‘기준선’ 결정하는 막중한 임무

이제 중생보위 위원님들의 손에 이들의 삶이 결정됩니다. 위원님들이 결정하시는 최저생계비는 수급자 결정 외에도 긴급복지 지원, 장애아동 수당, 보육료 지원 등 각종 사회복지제도의 대상자를 선정하는 기준이 됩니다. 위원님들은 우리나라 복지의 ‘기준선’을 결정하시는 막중한 일을 맡으셨습니다. 3년 전인 2007년 최저생계비 실계측 당시 위원님들은 ‘국민의 정서’를 고려해 휴대전화를 최저생계비 계측 대상에서 아예 제외하셨다고 들었습니다. 국민의 정서가 아닌, 위원님들의 가난에 대한 ‘편견’ 때문은 아니었는지 묻고 싶습니다. 현재 최저생계비를 받고 있는 수급자 146만 명 외에 최저생계비조차 받지 못하는 빈곤층 역시 410만 명에 이릅니다. 합산해 빈곤층이 모두 560만 명입니다. ‘정책’과 ‘예산’이라는 강력한 무기 앞에 가난을 골치 아픈 ‘비용’으로, ‘개인’의 문제로 치부하지 말아주시길 부탁드립니다. 부디 위원님들의 결정이 이들이 가진 인간의 존엄 반해 무례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장일호(2010년 2인가구 체험자/시사인 기자)

공개편지는 오마이뉴스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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