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UP] 대학원생 김지윤씨 릴레이체험 후기


사회복지를 공부하고 있는 학생으로서 2010 희망UP 캠페인에 참여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이끌림이 아니었나 싶다. 오늘 오기 전 릴레이 체험에서 경험하게 될 것을 미리 예상하고 머릿속으로 그려보기도 하였다. 그러면서 괜한 걱정과 불안이 들기도 하였고, 한편으로는 설레기도 하였다. 체험시간이 마무리 되어가는 지금, 이 경험은 짧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걱정, 불안, 기대와 설렘을 넘어 나로 하여금 많은 것들을 고민하고 생각하게 하였다.


체험 시작과 함께 가장 먼저 들른 곳은 삼선동 장수마을이었다. 그곳에는 앞서 최저생계비로 한 달 나기 체험을 시작한 분들, 참여연대 간사님과 자원활동가 분들이 계셨다. 간단한 인사를 나눈 후, 한 달 간 그분들의 삶의 공간이 된 장소를 다니며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들을 수 있었다. 다녀보니 지내기 매우 힘드리라 생각되었는데, 그럼에도 밝은 웃음과 특유의 재기발랄함으로 반겨주시어 고마운 마음이 들었고, 하루체험만 하는게 괜시리 미안해지기도 하였다.

오후에는 최저생계비 현실화 문제를 이슈화시키기 위해 보건복지부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하였다. 그 과정에서 체험단 대표 및 기초생활수급 당사자 분 등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그러면서 ‘이 나라에서 수급자로 살아가는 것이 어떤 건지’ 생각하게 되었다. 외부로부터의 무시나 간섭, 제약 등이 있기도 전에 스스로 본인 삶의 행보를 제약하고, 욕구를 억압하고, 틀 안에 자신을 가두게 되는 것이다. 한 달 생활비를 정부로부터 받아 생활한다는 이유만으로 말이다.


이는 릴레이 체험 안에서도 비슷하게 재현되었다. 4,200원(점심식사를 삼선동에서 먹게 되어 점심값 2,100원을 제한 금액)으로 저녁 장을 보려는데, 가지고 있는 돈이 적다보니 먹고 싶은 것보다는 먹을 수 있는 것을 찾게 되었고, 결국 650원짜리 라면을 사서 저녁을 해결했다. 하루 체험이니 약간의 불편으로 넘길 수 있었으나, 생의 유지를 위한 기본적인 부분에서 지속적으로 제약을 받는 분들의 경우 비참함을 느끼리라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가 평소 아무렇지도 않게 누리는 것들이 누군가에게는 끊임없이 참고억눌러야 하는 것이다.


동자동에 와서는 동자동 사랑방에 들렀다가 내가 하루 묵게될 곳에 오게 되었다. 다시 나가야 했기에 간단하게 둘러보았는데, 낮인데도 캄캄한 복도와 다닥다닥 붙어있는 방, 한 층에 하나 뿐인데 들어서기도 무서운 화장실에 위협감이 들었다. 그런데 방에 짐을 두고 나서서 만난 사람들, 이웃사촌(402호 아저씨), 상인분들, 방 주인아저씨와 이야기를 나누고 보니, 이곳도 그저 ‘사람 사는 곳’임을 인식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내 주거환경만을 보고 그 안에 사는 사람들의 인성과 태도를 걱정하고, 경계하고, 의심하던 내 스스로에게 부끄러운 마음이 들었다.

그렇게 경계를 풀고나니, 여기도 나와 같은 사람이 사는 곳임을 인정하게 되었고, 비로소 최저생계비로 살아가는 이들의 삶에 공감하고 녹아들게 되었다. 세상에는 사람들이 보기 불편해하고, 실제 그것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인정하지 않으려는 것들이 있다. 서울역의 쪽방촌, 기초수급생활자도 그 중 하나일 것이다. 이처럼 사회적으로 배제 당하는 것 혹은 사람의 경우, 일부러 들여다 보려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다. 서울역 부근의 으리으리한 건물들 바로 뒤켠에는 동자동 쪽방촌이 있다. 보려고 노력하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 그들 삶의 현장이 자리하고 잇는 것이다. 이 골목에서 바깥 골목까지 열 걸음이면 닿는 거리이나, 실제 이곳에서 벗어나기는 죽기보다 어려운 것 같다.


쪽방촌 어르신들의 모습을 보고 유리천장을 깨고자 발버둥치다가 지쳐 내려와 낮게, 혹은 겨우 나는 새들의 모습을 떠올리게 된다. 그 옆에는 삶의 자리가 너무 열악해 날개를 펼쳐보지도 못한 새들이 자리하고 있다. 날이 갈수록 한국사회의 유리천장은 견고하고, 두터워져 가는 것 같고, 그로 인해 구분된 새들의 우릴는 서로를 이해하기엔 너무나 멀리 떨어져 있게 되는 듯하다.


돈이 있고 없음 이전에 모두가 똑같은 사람…사람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인간답게’ 살아갈 권리가 있는 존재.


이 땅의 살마들이 인간답게 살기를 희망한다.  이번 체험 안에서 만난 많은 분들 안에서 그러한 희망을 보았고, 그렇기에 그 바람이 덧없는 게 아님을 압니다. 모두들 고생 많으셨습니다. 고맙습니다.




 – 릴레이 체험 참가자 김지윤( 가톨릭대 사회복지학과 대학원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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