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위원회 빈곤정책 2004-07-28   599

[희망UP 캠페인] “마지막 국 그릇을 어떻게 받죠?”

인터뷰-전은경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간사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전은경 간사를 만나기 위해서는 참여연대가 있는 안국동이 아니라 하월곡동 산2번지를 찾아가야 한다. ‘희망UP’ 캠페인 실무를 총괄하며 하월곡동으로 출퇴근한지 4주가 넘었다. 16일 저녁, 체험단들과 중간점검회의를 마치고 나오는 전은경 간사를 만났다.

캠페인 중반부, 중간 평가부터 물었다.

“체험자들과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실행위원들의 의견처럼 저도 성공적이라고 봅니다. 체험이 시작되고 예상치 못한 상황들이 발생하는 등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현재까지는 무리없이 잘 진행되고 있어요. 무엇보다 체험단들이 의욕이 강하고 열심히 하고 있어서 그렇죠.”

이제 절반이 지났다. 남은 기간은 어떻게 보낼 계획이냐고 물으니, “31일이 너무 빨리 올까봐 걱정이다”는 반응부터 보인다.

“요즘 저는 하월곡동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요. 집에 있든 이곳 하월곡동에 있든 항상 체험단과 하월곡동 생각 밖에 안 해서, 집에서는 쫓겨날 위기예요.(웃음). 그런데 앞으로 15일 남았다고 생각하니까 자꾸 마음이 급해지네요.”

이제 그녀는 동네주민이 다 됐다. 릴레이체험자나 자원활동가들에게 “혹시 예전에 하월곡동에 살았던 게 아니냐”는 말을 들을 정도다.

“이 캠페인을 하기로 결정하고 처음 이곳에 와 마을버스에서 내려 마을을 보았을 때, 솔직히 답답했어요. 앞으로 어떻게 사업을 할까, 막연하고 답답한 마음이 들었죠. 그런데 지금은 그때 본 그 풍경이 아니예요. 동네가 낯설지 않아요. 골목골목 어떤 할머니, 할아버지가 사시는지 다 알고, 집이며 골목이며 눈에 선할 정도예요. 이 지역이 내년에 철거된다는데… 이곳 하월곡동을 정말 못 잊을 것 같아요. 이제는 남은 시간이 아쉽기만 하네요.”

‘희망UP’ 캠페인은 하월곡동 주민 지원프로그램도 담고 있다. 그중 하나가 독거노인들을 대상으로한 국배달 서비스다. 20명의 독거노인들에게 일주일에 3번씩 2끼 분량의 국을 배달한다. 어떤 반응이냐고 묻는데, 전은경 간사는 한숨부터 내쉰다.

“이제 드릴 시간이 너무 조금 남았다는 생각 밖에 안 들어요. 캠페인이 열리는 한달동안만 지원해드리는데, 이제 벌써 반이 지났잖아요. 국그릇 생각하면 마음부터 아파요. 좁은 길을 돌아돌아 어두운 골목 끝에 있는 어르신방 문을 열고 할머니하고 부르면 너무 좋아하시는거예요. 너희를 귀찮게 하는 것 아니냐, 특히 비오는 날에는 비도 내리는데 너무 힘들지 않냐 하시지만 사실은 우리를 정말 기다리고 계시거든요. 우리가 한달 밖에 못하는게 너무 마음아파요. 오늘도 국배달을 했는데, 이젠 국을 드리는 기쁨보다 안타까움이 커져가요. 마지막 국 그릇을 받을 수 없을 것 같아요. 할머니, 할아버지 “오늘이 마지막이예요” 이렇게 말할 수 없을 것 같아요.”

전 간사는 마지막 국배달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금방 두 눈에 눈물이 고이고 만다. 그녀는 연말까지라도 계속할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정말 필요한 서비스예요. 할머니, 할아버지들 식사하시는데 그냥 마른 반찬에 밥 한 그릇 놓고 드시거든요. 이도 성치 않아 김치도 못 씹는 분들도 많은데. 가능하면 이 지역이 철거되기 전까지인 내년 봄까지 지속할 수 있다면 좋겠어요. 그게 어렵다면 적어도 올 연말까지라도 계속할 수 있다면 얼마나 기쁠까요.”

최현주 기자
첨부파일:

정부지원금 0%, 회원의 회비로 운영됩니다

참여연대 후원/회원가입


참여연대 NOW

실시간 활동 SNS

텔레그램 채널에 가장 빠르게 게시되고,

더 많은 채널로 소통합니다. 지금 팔로우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