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03 2003-04-01   733

한 발씩 다가가는 에바다 정상화

에바다 정상화에 대한 요구안

1안 : 경찰에 학교가 처해 있는 불법 상태를 제거할 것을 요청하여, 이사진, 학교 운영진, 교사들의 자유로운 출입과 업무 수행을 보장하며, 구 재단측 인사들의 영향력이 수업에 미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조치들을 취할 것.

2안 : 1안이 불가능하다면 학교 외에 임시 공동 수업 공간을 확보해 주어야 함. 학교 외에 수업공간을 활용하면서 그간 폭력 사태에 동원되었던 농아원생들의 순화를 위해 노력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하여야 함. 현재 학교를 출입한다 해도 불법 세력들의 영향력이 남아 있는 한 농아원생들의 방해로 수업이 정상적으로 진행되기는 어려울 것이기 때문임.

3월 20일 아침 10시, 경기도 교육청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에바다 이사회가 경기도 교육청에 요구한 내용이다.

이에 앞서 경기도 교육청은 예년보다 한 달쯤 늦은 3월 17일에야 에바다에 고등학생 8명을 배치했다고 통보했다. 에바다 학교에 초, 중, 고 신입생을 배정하지 않은 것이다. 도교육청이 저지른 이 행태는 에바다 학교의 학생수를 줄임으로써, 교사 정원을 줄인 뒤, 그 동안 비리 재단에 맞서 싸우던 민주 교사들을 다른 학교로 보내버려, 에바다 정상화에 찬물을 끼얹으려던 옛 비리 재단의 편을 들어준 것이었다.

도교육청과 마찬가지로 역시 초?중학생 배정을 하지 않던, 평택시 교육청도, 강력한 항의에 못 이겨 3월 12일, 초등학생 1명, 중학생 3명을 배정했다.

시도 교육청의 학생 배정 보류에 강력하게 항의하기 위한 표시로 에바다 학교는 3월 3일 개학과 함께 조기 방학에 들어갔다. 설사 시도 교육청이 뒤늦게라도 신입생을 배정할 경우, 신입생과 재학생의 학사 일정을 이원화하여 맞추기 힘들다는 실무적인 사항도 고려했다. 도교육청은 뒤늦게나마 잘못을 깨닫고, 에바다 학교측의 정상화 의지가 굳은 것을 확인해서 학생을 배정하게 됐다는 명분을 내세워, 뒤늦게 학생을 배정했다. 이에 따라 학교도 24일부터 개학을 하기로 했다. 그러나, 일반 학교 학생 배정을 잘못해서 사회적 물의를 빚은 책임을 지고, 경기도 교육감이 얼마 전 옷을 벗은 일을 생각해 보면, 이번에 에바다 학교에 배정 잘못 정도가 아니라, 배정 자체를 안 한 책임을 경기도 교육감은 반드시 져야 할 것이다. 일반 학교 같았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범죄였기 때문이다.

여전히 구재단 편 들고 있는 경찰

이런 범죄 행위를 지속하고 있는 곳은 교육청뿐만이 아니다. 이사회가 제기한 불법 점거 세력 퇴거 가처분 소송에서 승소 판결을 내린 법원이, 본안 소송에서는 선고 공판을 계속 미루고, 경찰들은 불법 점거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가처분 결정만 난 상태에서는 강제 퇴거 조치를 취할 수 없다고 버티고 있는 상황이다. 구 재단측의 최근 횡령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검찰도 미적거리기는 마찬가지다.

이런 상황에서 3월 14일 오후 3시 김칠준, 박래군, 남구현 이사는 박주현 청와대 참여수석을 만나 청와대와 보건복지부, 경기도, 평택시, 검찰, 경찰 같은 정부 기관들이 에바다 사태의 조기 해결 노력을 보이도록 강력하게 촉구하였다.

이사들은 이 자리에서 특히 현재까지 몇 년째 지속되고 있는 비리 폭력 세력들의 불법 점거 상태를 제거하기 위해서 공권력이 강력하게 나서야 한다고 주문하여, 관계 기관에 사실 확인을 거쳐, 최대한 정상화에 노력하겠다는 긍정적인 답변을 얻어내기도 했다.

박주현 참여수석은 그 자리에서 경찰청과 경기도경에 ‘경찰이 이 불법 상태를 제거하기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이사들이 들어가면 보호해 줄 수 있는 것인지’ 따위를 확인해서 보고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이사들은 박 수석에게 검경이 에바다 관련 사건들을 제대로 수사하고 있는 것인지에 대한 확인도 요청하였고, 이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답변을 얻었다.

그러나 18일 확인한 바에 따르면, 경기도경에서는 청와대에 ‘에바다 이사를 5:5로 구성해야 정상화될 것 같다’는 보고를 올렸다고 한다. 정말 어처구니없는 일이 아닐 수 없다. 경찰이 왜 사회복지법인의 이사수를 논하는가? 이는 대한민국 경찰이, 국세를 도둑질해 사법 처벌을 당하고, 현재는 법적으로나 도덕적으로 어떤 권한도 갖추지 못한 세력들의 편을 들고 있다는 확실한 증거이다. 어떻게 국가의 사법기관이 몇 년째 불법 폭력 점거 상태는 방치하면서, 그 불법 폭력, 비리 세력에 이사수의 50%를 넘겨줘야 정상화가 될 것 같다고 보고하는가! 경찰이 할 일은 하루 속히 불법 폭력 점거자들과 그 사주자들을 끌어내는 것뿐이다.

경기경찰청의 이런 어처구니없는 보고에 청와대가 ‘그것은 경찰이 관여할 사항이 아니고, 현재의 불법 점거 상태를 해소하기 위해 경찰이 할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인지를 마련해서 다시 보고하라’고 지시한 것은 정말 천만다행이다.

정부기관의 비호가 중요한 몫을 하고 있어

경기도경과 도교육청, 평택시청 같은 정부 기관들이 이처럼 비리 세력을 비호하고 그들과 연루되어 있다는 냄새를 강력하게 풍기기 때문에, 에바다는 아직도 농아원을 노골적으로 불법 점거하고 폭력 비리 세력과, 해아래집과 공대위, 연대회의로 상징되는 민주 세력 간의 긴장이 남아 있는 상태이다. 장학 감사를 하러 나왔던 도 교육청 장학사들마저, 농아원에는 들어가지도 못하고, 해아래집에 컨테이너 박스로 꾸려 놓은 임시 교무실과 임시 교실로 쓰고 있는 해아래집을 감사하고 돌아갈 정도이다. 따라서 농아원과 정문을 함께 쓰고 있는 농아 학교에서는 수업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그 안에서는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아무도 알 수가 없다. 다만 해아래집에서 일부 교사들이 수업을 진행하고 있는 상황이다. 아직도 일부 교사들은 농아원으로 출근을 하기 때문에 해아래집에서 이루어지! 는 수업도 정상적인 수업이라고 할 수는 없다. 그래도 이 정도가 에바다 사태 이후 가장 정상에 가까운 수업을 하고 있다는 게, 학생들과 교사들의 일치된 생각이다.

이처럼 에바다에 아직도 문제가 남아 있는 것은 사실이다. 아직도 남아 있는 이런 문제들은 누가 뭐래도, 평택시청과 경기도 교육청, 평택시 교육청, 법원, 경찰 따위의 정부 기관들이 방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적 이사진에게 남은 문제들

그밖에는 양심적이고 민주적인 이사진이 양심적이고 민주적인 교사진과 학부모, 학생들의 전폭적인 지지와 협력 속에 정상화를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내딛고 있다.

첫째, 문제 직원 징계이다.

에바다 이사회는 그 동안 대표이사를 비롯한 이사진과 학교장, 교감, 교사들에게 온갖 폭력을 휘둘러온 직원들을 대상으로 징계위원회를 열어, 그 동안의 죄과에 대해 여러 차례 해명과 반성의 기회를 준 뒤, 이에 끝까지 응하지 않는 직원들을 파면, 해임 따위로 중징계하였다. 물론 일부는 지노위에서 부당해고라는 결정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그것도 이사회가 잘못했다는 것이 아니라, ‘그 직원들의 모든 죄과는 인정되지만, 함께 해고한 다른 일반 직원들과는 달리, 농아인들은 여기서 해고되면 갈 곳이 없지 않느냐?’는 것이었다. 이사회는 지노위의 결정에 불복할 것인지, 그래서 중노위에 올릴 것인지 여부를 가지고 토론조차 하지 않고, 지노위의 결정에 따랐다. 이사회의 징계 목적이 징계 그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에바다의 불법 폭력 사태를 근절하자는 데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 건청인 교사의 경우, 이미 여러 차례 사법 처벌을 받았음에도, 옛 비리 세력 편만 들고 신임 이사진은 인정조차 하지 않고, 극렬하게 반발하였기 때문에, 교육부 재심에서 절차 문제 때문에 이사회가 한 차례 패소한 뒤에도, 다시 절차를 밟아 2002년 11월 4일짜로 끝내 해임을 관철시키기도 했다. 이 교사는 지금 행정 소송을 제기해 놓은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사회는 불법 세력과 전혀 타협하지 않고, 끝까지 발본색원할 계획이다.

둘째, 신임 복지관장 채용이다.

에바다 이사회는 투명하고 공정한 공채 과정을 거쳐, 아주 능력 있는 분을 에바다 복지관장으로 채용했다. 신임복지관장 채용 공고를 내자, 처음에는 일부 구 재단의 끄나풀들과 내용은 잘 모른 채 그에 동조하는 직원들이 일부 반발하기도 했다. 그런 가운데 공채에 응한 분이 7명이나 되었다. 다행이었다. 이사회는 전형위원회의 서류 심사를 통해 후보를 두 명으로 압축하여 공개 면접을 실시하였다. 면접 날도 일부 직원들은 집단 서명과 대자보로 반발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법적 권한과 도덕적 권한을 함께 가진 이사회는 두 분을 함께 모신 상태에서 에바다의 현 상황을 어떻게 타개할 것인지, 투명하고 민주적인 복지관 경영의 비전은 어떤 것인지 같은 주제로 2시간 가까이 토론 면접을 실시했다. 면접은 시험이 아니라, 서로의 생각을 충분히 토로할 수 있는, 정말 자유로운 토론장이었? ? 이 면접장에는 복지관 직원 노조 대표인 노조 위원장과 복지관 이용 학부모를 대표하는 학부모회장도 참여시켜, 투명성을 한층 높였다.

전형위원들은 이 면접 토론을 통해 김민수 씨를 만장일치로 이사회에 추천하였고, 이사회는 또 토론을 통해 김민수 씨를 복지관장에 임명하였다. 신임 관장을 인정할 수 없다며 결재를 안 받는 식으로 처음에 반발하던 일부 직원들도, 이제는 정당한 대세의 흐름에 어쩔 수 없이 따르고 있는 형국이다.

셋째, 치유 화합 프로그램 실행

이사회는 해아래집 교사들과 함께 학생들과 학부모들과 직원들의 화합을 위한 각종 프로그램을 진행하거나 준비하고 있다. 에바다 사태로 심신이 찢겨질 대로 찢겨진 비리 재단 지지 세력들과 그에 맞서 ‘정의의 싸움’을 싸워 오면서도, 마음 한 구석엔 지칠 대로 지친 해아래집 학생들과 교사들의 화합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그 하나의 방법으로 우리는 요즘 학부모들의 모임을 자주 열고 있다. 양쪽으로 갈라져 있는 교사들의 통합 모임도 자주 열고 있다. 3월 3일과 18일 이미 두 차례에 걸쳐 교사 통합 모임이 있었다. 놀랍게도 그 장소는 해아래집이었다. 전 같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물론 현실적으로 구 재단측의 핵심이었던 교사가 정식으로 해임되는 모습을 보고, 현 이사진의 법적 권한을 뒤늦게나마 보고 두려움을 느꼈기 때문일지는 모른다. 그러나 어쨌든, 현 이사회가 해아래집! 에서 근무하고 있는 현 교장단과 함께 추진하는 이런 전체 교사 모임이 해아래집에서 열린다는 것은 놀라운 발전이다.

이사회는 학교장과 함께 또 개학과 동시에 해아래 집 근처에 있는 무봉산 청소년 수련원에서 2박 3일 동안 학생들과 교사들이 숙박을 함께 하는 화합 치유 프로그램을 계획하고 있다. 농아원을 실질적으로 불법 장악하고 있는 폭력 사주 세력들은 이미 2002년에 이와 똑같은 화합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농아원생을 현장에 와서 강제로 끌고 가며, 강력하게 거부한 바 있기 때문에 이번에는 어떻게 나올지 알 수 없다, 그러나 그 때는 그 행사에 참여하지 않은 농아원 학생들을 보호한다는 명隙?내세워 참여하지 않았던 구 재단측 교사들이 이번에는 모두 함께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얼마나 놀라운 발전인가!

또 교사들과 이사회는 평택 지역에 있는 대기업 쌍용자동차 노동조합의 적극적인 협조를 얻어 첫 날, 학생들이 쌍용자동차 공장을 견학하는 프로그램도 마련하였다.

에바다 정상화의 길, 한 걸음씩 내딛고 있어

이사회가 도교육청에 요구한 대로, 공권력을 통해서라도 현 불법상태를 해소하고, 모두 농아원에 들어가 평화롭게 공부하며 뛰놀 수 있을지, 다른 제3의 교육 장소에서 교육하게 될지는 아직도 투명하지 않다. 하지만, 에바다가 지금 정상화의 길을 하나씩 밟아가고 있는 것만은 확실이다. 정부 기관이 협조하면 조금 더 빨리 진행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정부가 협조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아니, 예전처럼 오히려 방해한다 하더라도, 현재의 민주적 이사회는 조금도 굴하지 않고, 에바다 정상화 조처들을 하루라도 앞당기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김용한 / 사회복지법인 에바다복지회 이사, 에바다공대위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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