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03 2003-09-08   1260

학생인권과 학교상담시스템

학생에게도 인권이 있는가?

학생에게도 인권이 있는가? 학생도 인간이므로 당연히 누려야하고 보장받아야할 권리가 있는 것은 보편적인 진리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학생인권”이라는 단어가 “학교” 라는 울타리 안에서는 적법한 제도적인 과정과 절차 안에서 실효성 있는 규정에 근거하여 집행되고 법적인 권리가 보장되고 있다고 확신에 차서 단언할 수 있는 증거는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다. 아이들이 대학 입시라는 명분아래 아름다운 개성이 무시되고, 웃음마저 잃어버리고 그들의 권리를 유보 당한 채 자율적인 의지마저 빼앗긴다면 과연 우리 사회의 희망은 있는 것인가? 학생이 존엄한 주권을 행사할 수 있는 인격체로서 권리를 침해하는 제도적, 법적, 사회적인 통제와 억압, 반인권적 요소가 그들의 인권을 제한하고 한계선을 그어버리는 것이다.

학교에서 일어나는 문제를 상담하는 내용 중 교사에 의한 체벌과 폭행, 학생들 간의 집단폭력과 왕따, 교사에 의한 성폭력, 학생들 간의 성폭력 등이 학생 인권에 대한 사항들이다. 올해 NEISE 문제로 정보인권 문제가 사회적 이슈가 되면서 학교의 인권 문제가 논란의 쟁점이 되었다. 정보화 사회에서 정보인권도 시급히 보장되어야할 권리이지만 일반 학생이나 학부모가 피부로 체감하며 고통을 호소하는 문제는 잃어버린 그들의 인권 문제였다. 교사의 과도한 체벌로 치아가 부러져나가고 고막이 터져 피가 줄줄 흐르고 뇌출혈로 뇌에 물이 차서 중환자실에서 누워있는 아이들을 바라보는 부모의 비통한 심정부터 헤아려 줄 수 있는 성숙한 사회가 된다면 우리 나라 교육의 희망은 있다고 본다. 진정한 교육개혁은 행정 집행의 절차상의 문제가 아니라 학생인권의 당면한 위기의식과 심각성의 자각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학부모 상담실 학생인권 상담사례 통계분석 및 내용

학생인권이라는 광의의 의미에는 학생 자치권의 보장, 학교운영에 학생의 의사가 반영될 수 있는 제도적 장치의 보장, 선도 규정과 생활규정 예시안에 학생의 민주적 참여의 보장, 학교내 징계절차의 학생의 변론권 보장 등 적극적 의견개진의 활동을 포함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은 협의의 의미에서도 학생인권이라는 문제가 사회적 의제로 형성되기까지는 많은 수고와 인내를 요구한다.

2003년 상반기, 참교육학부모회 학부모상담실에는 폭력적 체벌사례가 계속 접수되고 있다. 체벌사례가 차지하는 비율은 3월은 총 32건 중 8건으로 25%, 4월은 총 40건 중 9건으로 23%, 5월은 총 25건 중 7건으로 28%, 6월은 총 21건 중 3건으로 14%를 차지하고 있다. 사이버 게시판 상담은 총 88건 중 34건으로 39%를 차지하고 있다. 전화와 사이버 총 합계는 215건 중 61건으로 28%를 차지했다.

초등학교 저학년(1-2) 학부모가 가장 많은 체벌문제를 호소해왔다. 상대적으로 체격이 작은 저학년 학생들이 심한 체벌로 상해를 입는 등 그 후유증이 심각하다. 사춘기가 시작되는 5학년에서 중학교 3학년까지 폭력적 체벌로 실제로 상해 진단서 3주 이상 되는 사례도 많았다. 체벌 후에 정서적으로 심한 충격과 공포, 불안을 느껴 현실 생활 적응의 어려움을 호소하면서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입원하는 경우까지 속출하고 있다. 학교 거부증, 우울증, 대인공포증, 학교 부적응 상태를 겪으면서 외상 후 스트레스 증후군으로 정서적 혼란까지 이른 경우도 많다.

주요 인권침해 사례

<사례1>

초1남, 뺨을 세게 때려 교실 바닥에 나동그라진 아이의 등, 허리를 발고 짓밟음

-호소내용-

담임이 아이가 산만하다는 이유로 “괘씸한 것, 성격을 바꿔줘야지!”라고 하면서 아이 뺨을 6대 때려서 교실 바닥에 나동그라졌다. 넘어져 있는 아이의 등, 허리를 발로 짓밟아 버리는 폭행 후 책과 가방을 밖으로 던져 버리면서 아이를 “집에 가라” 고 하면서 내쫓았다. 아이는 선생님이 너무 무섭고, 학교 가는 게 싫다며 기겁을 해서 등교를 시키지 못했다. 병원에서는 아이가 불안증세를 심하게 느낀다며 환경을 바꿔주라고 한다.

<사례2>

초 2남, 아이의 생명마저 위협하는 학교, 이제 아이를 학교로 보내기가 너무나 두렵습니다.

-호소내용-

지하 강당에서 한 수업시간 중 담임이 아이의 양 볼을 두 손으로 꼬집어 비틀다가, 두 손으로 아이의 멱살을 잡은 채 발로 걸고 지하 강당 바닥에 3차례나 내동댕이치는 끔찍한 일이 발생했다. 수업 중 아이가 장난을 쳐서 그 본보기로…

아이는 머리뼈가 골절되고 뇌출혈이 발생하는 위급상황으로 대학병원 응급 중환자실에서 생명의 고비를 다행히 넘겼다. 엑스레이 촬영 결과 뇌출혈, 중이뼈 손상, 뇌에 공기가 찼다는 5주 진단을 받았다. 담임은 1개월 병가를 내고 학교에 나오지 않는다.

<사례3>

초 6여, 죄 없는 아이가 선생님에게 죽도록 맞았어요.

-호소내용-

담임선생에게 수업시간에 바닥에 떨어진 연필을 줍기 위해 자세를 구부렸다는 이유로 손바닥과 주먹으로 머리와 뺨을 30차례 무차별 폭행당한 초등학교 6학년 여학생. 아이는 턱관절 3주, 뇌진탕 증세로 2주 진단을 받았으나 치료과정에서 추가로 3개월 진단을 받았고 아직도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 폭행당할 시의 충격으로 자해증상을 나타내 의사가 격리 병동을 권유하고 있다. 교사는 1개월 감봉조치만 받았다.

<사례 4>

중 1여, “버릇없음”을 이유로 아이의 뺨과 얼굴을 주먹으로 구타, 앞니 일부가 부러졌다.

-호소내용-

“버릇없음”을 이유로 아이의 머리채를 세게 움켜쥐고 복도로 끌고 나가 몇 차례 구타 후 교무실로 끌고 가서 주먹으로 20여대 정도 얼굴을 집중 가격해서 앞니 일부가 부러졌다. 치과 진단 2주를 받았고, 유동식을 먹는다. 얼굴이 심하게 부어 올랐다.

<사례 5>

고 3여, 체벌 후에 고3 수험생에게 자퇴하라니…

-호소내용-

학교 실내에서 실내화가 아니 실외화를 신고 하교했다는 이유로 한 선생님에게 지적을 받고 교무실에서 벌을 서던 중 담임이 다짜고짜 뒤에서 옷깃을 확 잡아끌더니 무작정 “머리뒤통수”를 일곱 여덟 차례 개 패듯이 팼다. 죄송하다고 하는 아이를 입에 담지 못할 욕을 퍼부으며 귀를 세게 당기며 더 때렸다고 한다. 아이는 ‘엄마, 나 오늘 모든 선생님과 친구들 보는 앞에서 짐승취급 당했어’ 라고 말하며 심한 두통을 호소하더니 그 자리에서 그대로 쓰러졌다. 아이는 진단서 2주를 발부 받았고, 구타당할 때 입은 모욕감과 수치감, 그리고 폭력적 체벌을 받은 데 대한 충격과 두려움으로 2주 이상 불면증에 시달리고 가족 모두가 고통을 당했다. 심한 두통으로 잦은 조퇴를 할 수밖에 없는 아이에게 휴학을 종용하더니 이젠 아예 “자퇴”를 하라고 한다. 아이의 문제 해결에는 전혀 도움을 주지 않은 채 너무나 무책임하게 말이다.

학생인권 문제의 현실적 근거 및 대안적 제시

1) 학생체벌의 현실적 근거상황

2003년 3월부터 8월 현재까지 심각한 폭력체벌사례를 호소하는 상담건수가 폭증하여 전체의 30%에 육박하고 있다. 학부모상담실은 학생인권 침해 상담사례를 취합하여 “학교 내 폭력적 체벌 상담사례 발표와 학생인권 보호를 위한 법률지원 협력체결” 기자회견을 개최하여 체벌을 사회적 인권 문제로 환기시킨바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상담과 민원소송으로 법적인 대응을 해도 교사에게는 경고조치 조차도 제대로 집행되지 않고 피해 당사자인 학생은 오히려 전학과 퇴학을 강요당하고, 학부모는 “교권”에 도전한 몰상식한 사람으로 왜곡 폄아 되고 있다. 심각한 폭행을 당한 피해 학생의 학부모는 상담으로만 문제해결이 용이하지 않다는 판단으로 상담실에 의뢰하여 학교를 방문하고 시·도교육청에 민원을 제기하였다. 그러나 학부모와 피해학생의 호소를 무시한 채 관례적인 행정처리로만 일관하는 무책임한 태도를 보여 왔다.

체벌로 인해 학생의 생명이 위태로운 지경에 이르렀음에도 불구하고, 피해 학생의 부모는 금전적인 대가를 학교측에 요구한다는 허위사실이 유포되는 사건이 속출하여 문제가 더욱 왜곡되고 학부모는 남모르는 이중고통속에 시달리며 사건의 미궁 속에서 허덕여야만 했다.

2) 교육법령 제도 내에서의 학생체벌 문제

교육기본법 제 12조에 “학생을 포함한 학습자의 기본적 인권은 학교교육 또는 사회교육의 과정에서 존중되고 보호된다” 라고 선언하고 있다. 그럼에도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제31조 제7항에서 사실상 체벌을 허용하는 규정을 두고 있어서 문제가 되고 있다. 학교장의 권한으로 “교육상 불가피한 경우”에는 신체적 고통을 가하는 체벌도 가능한 것처럼 되어 있고, 일반 교사들도 아무런 규제 없이 합법적으로 체벌을 가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1998년 개정된 청소년 헌장 내용 중에 “청소년은 인격체로 존중받을 권리와 시민으로서 미래를 열어갈 권리를 가진 가진다”고 명시되어 있다. 청소년의 권리 조항에 의하면 “청소년은 물리적 폭력뿐만 아니라 공포와 억압을 포함하는 정신적인 폭력으로부터 보호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선언하고 있다.

3) 학생체벌 문제의 대안적 제시

공공연하게 학생에게 상해를 입히는 폭력적 체벌이 자행되고 있는 본질적 문제는 교육관련법 제도와 교육정책에 일차적인 추동 원인이 있고, 또 다른 요인으로는 학교운영의 관료성과 개혁과 변화를 거부하는 획일성에 있다고 본다. 교육일선 현장에서의 교육 주체자인 학생과 교사, 학부모 그 누구에게도 책임과 근본적인 문제의 원인 제공 요인이 있다고 규정할 수 없다. 따라서 학생의 인권을 침해하는 기존의 법규정과 관행들을 바꾸는 법제도의 개선이 시급히 필요하다.

학교상담 시스템의 문제점

1) 초등학교 상담 시스템

초등학교에는 상담실이란 곳이 아예 존재하지 않고 학교 내에서의 상담시스템은 거의 불모지나 다름없다. 문제가 발생했을 때에는 담임교사의 의존도가 매우 높으며, 교실에서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경우에는 교장실로 학부모들이 달려가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상담을 전담하는 교사도 없고, 부서도 존재하지 않고, 마땅히 어디에다 마음을 털어놓고 호소할 곳이 없다. 시범학교일 경우 수련관에서 사회복지사들이 파견 수업으로 성교육을 진행하거나, 예절 수업이 학년 별로 진행되는 정도이다. 학부모들이 교육청의 60시간 교육을 이수하고 자원 활동으로 인성교육 프로그램을 집단 소그룹 상담 형태로 진행시키고 있다.

그러나 학교에서 사회복지사, 상담자원 활동가들이 학생을 개별적으로 접촉하고 상담하는 것을 규정안을 통해 금지하고 있다. 또한 왕따 피해자나 가해자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기관에서도 대부분 중학생 이상을 대상으로 하고 있어 학교 밖 학교의 대안교육 제공 기회도 거의 받고 있지 못하는 실정이다. 작년 과도한 학원수업의 심리적 압박감으로 초등학생의 자살, 올해 초등학교 교사에 의한 폭행과 체벌로 여학생이 실신하는 사건으로 인한 교사의 구속 등, 우리 사회의 부끄러운 자화상이 없어지려면 초등학교에서 시급하게 상담실 시스템의 구축이 절실하게 요구된다. 또한 청소년 상담 전문가, 아동 심리 치료사, 사회복지사의 전문성의 결합과 대책이 학교 현장에서 효율적으로 활용되어 긍정적인 결과를 창출하는 일이 앞으로 풀어가야 할 과제일 것이다.

2) 중·고등학교의 상담 시스템

중. 고등학교는 상담실이 존재하고 있고, 전담하는 교사도 있다. 대부분 교과목을 맡고 있는 교사들이라 상담실 업무에만 전념할 수 없는 형편이다. 교육대학원에서 상담을 전공한 교사의 경우에는 진로적성 검사나, 성격 유형 검사, I.Q. 검사를 실시하기도 한다.

그러나 학생들도 정서상 교과목을 가르치는 상담 선생님에게 학교생활이나 친구들, 다른 선생님과의 갈등에 대해 마음을 열고 편하게 상담을 요청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학교 폭력이나 다른 문제로 연관된 학생들은 학교 내 봉사활동을 하거나, 사회 봉사활동 명령을 받는다. 그 학생들에게 상담실은 그 동안의 과정을 기록하고, 반성문을 쓰는 장소로 밖에 기억되지 않는다. 학생 주임 선생님에게 맞지 않고 봉사활동으로 때우면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중·고등학교의 교육이 입시 중심으로 이루어지다 보니까 민주시민의 기본적인 소양인 학생인권에 대한 인식이 교사도 학생도 부족하다. 학생보다는 교사가 지켜야 하는 “체벌 규정안”도 유명무실한 종이 지각에 지나지 않는 애물단지가 되었다. 학생들은 “생활 규정안”을 지키지 않으면 가차없는 처벌을 받지만 자신을 체벌하고 “체벌 규정안”을 지키지 않는 교사의 인권의식 부재와 무력 앞에서는 무기력한 존재가 되고 말았다. 체벌 후에 교사에게 반항했다는 이유로 선도규정의 엄한 교칙에 의해 “강제유예” 권고를 받고, 자진 자퇴 사유서에 서명할 것을 끈질기게 종용받고 전학을 결심하거나, 대안학교를 찾은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상담 전담교사의 중재 노력이나 적극적 개입은 현실적으로 제한되어 있다. 학부모들이 상담교육을 받은 후 집단 상담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지만, 중 1에 한하여 1년에 1회 실시로 끝나서 연속적인 인성교육이나 후속 개별 상담은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무엇보다 중·고등학교는 시·도교육청이나 교육부의 제도적인 차원에서 교사들의 인권 교육이 이루어져야한다. 시·도교육청에 학생인권 담당부서의 설치로 전문화된 활동 영역을 구축하고 학생인권 지침서나 핸드북의 보급을 전국의 학교에 배부하여 인권교육을 생산적이고 창의적인 방법으로 시행해 나아간다면 한국 교육의 밝은 미래를 여는 희망의 시작이 될 것이다.

노원재 /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상담부장, wjrho6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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