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22 2022-01-01   2962

[동향1] 사회복지사의 정치참여: 전문가주의와 포퓰리즘 사이에서

김형용 동국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정치참여의 당위성 또는 허구성  

선거철이다. 사회복지사의 정치참여를 촉구하는 주장들이 다시금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일반적으로 다음과 같은 논지를 가지고 있다. 사회복지는 사회정의를 추구한다는 측면에서 본래 정치적이고, 사회복지사 전문직종의 윤리강령으로 정치참여가 명시되어 있으며, 복지수급권의 부여 그리고 자원을 분배하는 과정에 정치적 압력이 필요하다. 더구나 근대국가 이후 복지국가의 발달 자체가 민주주의 정치 프로젝트의 과정이었고, 권력자원을 누가 획득하느냐 그리고 집권당이 누구이냐에 따라 국가의 복지수준이 결정되어 왔다. 즉 복지는 민주주의 정치가 결정하는 종속변수에 가깝기 때문에, 복지국가 지지자들은 정부와 정책결정에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적인 행동으로서 정치참여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사회복지사는 정치참여에 매우 소극적이다. 외국과 달리, 정부로부터 인건비와 사업비를 보조받는 공공의 종속적 대행자인 사회복지법인과 시설에 다수가 종사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볼 수도 있다. 국가공무원법에 의해서 정당가입이나 특정후보를 지지 또는 반대하는 경우 형사 처벌되는 공무원 신분은 아니지만, 사무를 공적으로 위임받아 처리하는 사회복지사가 정치참여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는 부분을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사회복지사의 소극적인 정치참여는 대부분 도덕적 문제에 기인한 듯하다. 사회복지사의 윤리강령이 뜻하는 정치참여란 사회정의를 위한 직접적 행동이지 현실정치의 참여해 권력을 추구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정치는 현실에서 권력추구의 양상을 띠며 지배와 종속을 필연적으로 가져온다. 이는 사회복지가 지향하는 모든 인간에 대한 평등, 존엄, 가치에 위배되는 것이며, 정치는 숭고하지 못한 것 즉 더러운 일이므로 사회복지사가 이에 관련되면 안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수많은 ‘착한’ 사회복지사들은 정치참여를 좋아하지 않는다.

이러한 경향은 점차 도드라지고 있다. 각 단체와 조직들이 권력에 줄 서기를 하고 있는 현실에서, 서로를 악마화하는 정치 환경에서, 가짜뉴스와 포퓰리즘이 남발하는 공론장에서 사회복지사들이 무엇을 할 수 있는가? 더 나아가 정치참여를 거부하는 사회복지사들을 무책임하거나 직업윤리의식이 없거나 역사의식이 없는 듯 여기는 이들의 오만함을 어떻게 견딜 수 있는가? 주권자들이 의사결정에 동등하게 참여하는 민주주의가 이상만은 아니므로 실천이 필요하다. 그러나 정치참여가 정치의 양극화된 엘리트주의를 극복하는 것이 아니라 포퓰리즘의 양극화로 귀결되고 있다면, 굳이 동참할 이유가 있는가? 사회복지사의 정치참여, 그 정치적 올바름을 강요하는 당위가 아닌 성찰이 필요한 시점이다. 

사회복지사 정치참여 동향

사회복지사 통계연감은 한국사회복지사협회에서 2007년 이후 매해 발행하는 실태조사 보고서다. 사회복지사 통계연감은 시기적 이슈와 과제들을 검토하여 새롭게 문항들을 추가 구성하는데, 가장 최근 발간된 2020년 조사 내용은 사회복지사 정치참여와 직무 관련 문항을 포함하였다. 주요 결과는 다음과 같다. 

첫째, 사회복지사의 정치참여 필요성은 비교적 높게 나타났다. 응답자 4,020명 중 사회복지사의 정치참여 필요성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은 2,538명(63.1%)으로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사회적 바람직성 오류를 포함하는 인식 측정 문항에 대한 응답 결과값을 단순히 높게 평가하기는 어렵다. 직능협회가 자격증 소지자들을 대상으로 ‘정치참여가 필요한지 아닌지’를 묻는 항목에 63%만이 필요하다고 응답을 한 것이 과연 어떠한 의미일까? 특히 보통이다 26.4% 이외에 불필요 또는 전혀 불필요하다고 응답한 이들이 10.6%를 차지하고 있다. 

둘째, 사회복지사의 실제 정치참여는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살펴보면, 투표참여 이외 정치참여는 아주 낮다. ʻ2017년 대통령 선거 투표ʼ가 3,847명(95.8%), ʻ2020년 국회의원 선거 투표ʼ 3,790명(94.3%)이다. 그런데 중앙 및 지방정부와 직간접 접촉은 19.7%, 정당가입 활동은 7.4%, 정치집회 참석은 13.2%, 정치후원금 지원은 22.1%, 데모 등 집단행동 참여는 14.2%, 사회운동단체 참여는 11.9%, 소셜미디어를 통한 정치적 견해 표출은 12.8% 등이다. 즉 사회복지사의 정치참여란 투표만 열심히 하고 있는 것이다. 이 통계연감 결과는 그다지 새롭지 않다. 이미 선행연구에서 우리나라 사회복지사 정치참여는 투표 이외에 정책로비, 캠페인참여, 사회운동참여, 조직화 참여, 옹호참여, 법적 행동은 매우 미약하다는 결과를 보고한 바 있다. 비교대상 국가들의 경우 로비, 사회운동, 조직화참여 행동은 50%를 넘고 특히 옹호형 정치참여는 70~90%대에 달하는 것에 비해 우리나라의 직접적 정치참여는 10-20%대에 불과하다는 것이다(이태수 외, 2014). 오히려 이 선행연구는 데모 등 집단행동 25.9%, 사회운동단체 참여 20.8%였는데, 2020년 통계연감에서 사회복지사의 직접적 정치참여의 경우 이보다도 절반 가까이 줄어들었다. 

셋째, 사회복지사의 낮은 정치참여는 이용자 또는 주민의 사회보장 옹호활동 직무의 소홀함으로 이어진다. 직무 내용 중 조직화, 사회행동, 옹호는 가장 낮은 활동에 속한다. 생활시설의 경우 ʻ일상생활 기능지원 업무ʼ가 6.09점으로 가장 높았으며, 그다음으로 ʻ사회복지 상담 업무ʼ 5.75점, ʻ사회복지 사례관리 업무ʼ 5.62점 순으로 나타났다. 이용시설의 경우 ʻ사회복지 상담 업무ʼ가 6.25점으로 가장 높았고, ʻ사회복지프로그램 개발 및 운영 업무ʼ가 5.72점, ʻ사회복지 사례관리 업무ʼ가 5.55점으로 뒤를 이었다. 특정영역 사회복지사의 경우에는 ʻ사회복지 상담 업무ʼ가 7.94점으로 가장 높게 나타났고, ʻ사회복지 사례관리 업무ʼ가 7.69점, ʻ사회복지프로그램 개발 및 운영 업무ʼ가 6.31점 순으로 뒤를 이었다. 이 또한 특별한 발견은 아니다. 선행연구로 사회복지사는 무슨 일을 하는가라는 단순화한 질문의 답은 다음과 같이 나온바 있다(임정기 외, 2017). 사회복지사는 복지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지원과 옹호 역할을 기대했는데, 실제로는 기관 행정사무만 하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수행하고 있는 업무는 조직의 지시에 의하거나, 정부와 행정기관에 의한 업무가 다수이고, 정부의 과도한 규율과 제재 속에서 자율성을 발휘하지 못한다고 기술하고 있다. 사회행동과 옹호 역할은 업무수행의 정도가 거의 없고, 자원제공과 서비스 연계 역할이 대표적 직무였다. 그리고 맥락적 수행 키워드를 살펴보면, ‘사회정의와 변화’라는 키워드는 실천 활동에 있어 거의 무의미하였다. 

종합하면, 사회복지사는 정치참여 필요성은 인식하고 있으나 높지는 않고, 투표에는 참여하고 있으나 법적 행동이나 사회행동 참여는 매우 낮고, 직무에 있어 조직행정 과업을 주로 하기 때문에 옹호와 변화를 위한 독립적 활동은 거의 할 수 없는 구조에 있다. 그런데 누가 왜 정치참여를 독려하고 있는가? 

사회복지사 정치참여는 현장으로

사회복지사들이 정치참여에 나설 동기가 없다. 다른 말로 표현하면 오늘과 같이 사회복지사의 정치적 효능감이 낮아진 적이 없다. 이는 대의선거의 제도적 한계나 개인의 탈정치화, 정치적 일체감 약화만은 아니다. 누구나 정치적 견해가 다양한 형태로 표출하는 시대, 과도한 정치참여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시끄러울 뿐이다. 사실이나 진실도 중요하지 않다. 인권도 없고 사회권도 없다. 정치는 인물에 대한 과대한 이미지로 각색되고, 복수와 신상털기와 같은 상대 죽이기가 대중의 목소리로 옹호된다. 목소리만 커지면서 조율과 합의하는 거버넌스가 없다. 

이러한 가운데 ‘선거철이니까 사회복지사 정치세력화’를 또다시 부르짖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 사회복지사의 정치참여가 양극화된 집단주의로 포섭되는 위험을 넘어서, 대중의 부정적 감정을 조직하는데 급급한 포퓰리즘 정치집단들이 복지를 원료로 사용하기 때문이다. 오늘날 기후위기나 불평등과 같은 절실한 사회문제에 대한 대안이 없다는 것을 인정하는 듯, 포퓰리즘 정치집단은 엉뚱한 곳에서 무조건적 권리 또는 무조건적 책임을 그냥 내뱉는다. 복지공약은 재난지원금, 부동산 규제, 기본소득, 사회보험, 조세의 공평과세 등이 모두 선명성 정치로 기울다가 다시금 기술관료적 논쟁에만 머물고 있고 어떤 문제를 어떻게 함께 풀 것인지 정치적 설득과정과 무관하게 진행되고 있다. 사회복지사 정치참여로 각자 무슨 사회를 만들려고 하는 것인지 도대체 알 수조차 없다. 심지어 급진 페미니스트가 반여성주의 극우정당에 영입되는 현실, 바로 오늘의 모습이다. 

따라서 사회복지사의 정치참여는 ‘선거철이 아닌 – 일상적인’ 정치참여로 되돌아와야 할 것이다. 사회복지사 윤리강령에는 “사회복지사는 필요한 사회서비스를 개발하기 위한 사회정책의 수립·발전·입법·집행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지원해야 한다.” 그리고 “사회복지사는 사회 환경을 개선하고 사회정의를 증진시키기 위한 사회정책의 수립·발전·입법·집행을 요구하고 옹호해야 한다.”가 명시되어 있다. 따라서 사회복지사는 복지국가 사회정책을 요구하고 옹호하는 방법으로 정치참여를 할 수 있는 것이지, 특정 정당이나 특정 정치인을 지지 또는 반대하기 위함이 아니다. 

투표가 아무리 중요하다 해도, 투표형 정치참여로 바꿀 수 있는 일은 그리 많지 않다. 복지국가에 대한 사회적 대화가 마련되어야 하나 의제조차 설정하기 못하고 합리적 토론이 없는 상태에서 투표란 공통의 정서와 신념으로 무장한 진영들이 벌이는 싸움에 다름 아니다. 반면 사회복지사들이 정치에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싶은 동기는 주로 가치적 지향 그리고 전문가적 윤리와 관련된다. 그리고 다양한 현장에서 자신의 역할이 정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효능감은 사회복지사의 적극적인 정치참여를 이끌어 낸다. 따라서 정치참여는 다시금 직업 현장에서부터이다. 복지현장에서 법적옹호나 사회참여 그리고 조직화를 못하고 있는데, 누구를 올바르게 뽑는다고 해서 사회문제가 개선될 리 없다. 그중에서도 기초는 현장의 목소리를 충분히 듣고 실천해 온 경험들을 살려서 사회정책에 반영하게 하는 정치참여이다. 사회복지는 언제나 현장에서 조직화와 옹호를 도모하는 것이 정치참여의 원론이었다. 

불행히도, 사회정책 관련 공청회나 토론회를 다녀보면 이러한 목소리와 경험들을 차근히 공유하기보다는 자신의 견해가 제도적 정치나 담론으로 대표되지 않았다고 불만을 가진 이들이 각자 인정욕구를 충족시키려는 듯 아무 말이나 되풀이하는 현실을 자주 목격한다. 토론회만큼 토론이 안 되는 곳도 없을 것이다. 과거에는 자원 즉 소득과 교육 그리고 직업 지위가 높은 이들의 과다 대표성이 문제였다면, 지금은 엘리트와 테크노크라트들조차 정치와 결합되지 못하는 열정들을 이곳 저곳에 펼쳐놓고 있다. 이러한 부유하는 욕망들이 다원화된 사회에서 특정집단으로부터 기회를 받고 조직되고 확대되기도 한다. 경쟁 사회의 민낯이기도 하다. 잃지 말아야 할 시민적 덕목이나 공동체적 선을 상기하는 정치참여가 필요하다. 


참고문헌 

이태수, 최혜지, 김형용, 홍영준 (2014). 사회복지사의 정치참여 현황 및 유형에 관한 탐색적 연구. 민주사회와 정책연구 27호. 

임정기, 김교성, 이현주 (2017). 사회복지사는 무슨 일을 하는가? 사회복지사의 과업과 역할에 대한 지향과 현실. 한국사회복지행정학 19(2), 2017.5, 209-242

한국사회복지사협회 (2021). 2020년 사회복지사 통계연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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