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08 2008-05-20   957

[동향 3] 기획재경부의 ‘공사 보험 정보 공유’ 추진, 무엇이 문제인가


기획재경부의 ‘공사 보험 정보 공유’ 추진, 무엇이 문제인가




조경애
건강세상네트워크 대표
choka3211@hanmail.net


4월 초 옥션 개인정보 해킹으로 1,081만명이라는 사상 최악의 개인정보 유출사건이 발생하였다. 이같은 대형 개인정보유출 사건이 하루가 멀다하고 이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약사의 공인인증서와 비밀번호 이용하여 건강보험공단의 개인정보 72만건을 유출한 사건도 발생하였다. 이처럼 개인정보유출 사건이 잇따르고 있지만 해당업체에 대한 처벌은 솜방망이에 그치기 일쑤이고 이를 규제해야 할 정부는 개인정보 유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이를 해결할 의지가 있는지 의구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정부가 나서서 개인 정보 제공 추진


더욱 놀라운 일은 지난 3월 10일 발표한 기획재정부 계획이다. 이날 대통령 업무 보고에서 기획재정부는 민간의료보험 활성화의 세부 계획으로 ‘공사보험 정보공유’를 추진한다는 발표하였다. 공보험이 보유하고 있는 질병정보를 민간 기업에게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그동안 보건복지부는 ‘민간의료보험 상품개발 등을 위해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보유한 가입자 개인의 진료정보를 민간의료보험과 공유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추진키로 한 바가 없음’을 분명히 하여 왔다. 그러나 3월 25일 보건복지부의 대통령 업무 보고에서는 이에 대해서는 언급조차 없었다. 보건복지부는 침묵하고 기획재정부가 주도하여 추진단을 구성하고 공사보험 정보 공유 추진방안을 마련할 것이 예상된다.


그러나 이에 대해 시민사회단체들은 명백히 반대 입장을 밝히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있는 국민의 정보는 건강보험 재정을 효율적으로 운영하고 의료서비스 제공의 적정성을 평가하기 위한 공익적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따라서 국민건강보험을 관리하는 보험자라고 하더라도 그 외 다른 목적으로는 사용하여서는 안될 것이다. 질병정보는 개인정보중에서도 가장 민감한 내용이며, 이 정보가 공개될 때 개인적 사회적 피해는 보호하기 어렵다는 성격을 가지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개인정보 보호를 국가의 의무로 확대하고 있는 상황에서 공익 목적으로 수집된 질병정보를 이윤 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민간보험업계에 제공한다는 것은 민주국가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공보험 정보 공유는 보험업계의 숙원과제


보험업계는 다양한 명분을 내세우며 공보험이 보유하고 있는 질병 정보를 보험업계에 제공해줄 것을 정부와 국회에 지속적으로 요구하여 왔으며, 2002년과 2005년 두 차례에 걸쳐 보험업법 개정을 추진하기까지 하였다.


2001년 12월 27일 국무조정실이 금융분야의 부패방지 일환으로 보험사기 방지를 위한 ‘정보공유체계 구축’을 위한 협의회를 구성할 것을 금융감독원에 지시한 것이 그 시작이었다. 이어 2002년 6월 재정경제부는 보험업법 개정안을 마련하여 정부 부처 협의를 시작하였다. 개정안의 내용은 보험개발원이 민영건강보험의 개발 등에 필요한 의료정보를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요청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을 신설하는 것이었다. 보건복지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이에 반대하였고 시민사회단체 또한 강력히 반대 활동을 펼치자 더 이상 추진되지 못하였다.
    
3년이 지난 2005년 4월 국무조정실에서 이 문제가 규제개혁 차원으로 재차 논의되었다. 이때 규제개혁기획단에서는 정보주체의 동의를 전제로 국민건강보험공단의 개인 급여내역 자료를 보험회사에 제공하는 안을 마련하였다. 이에 대해서도 시민사회단체는 강력히 반대하였으며, 당시 국가인권위원회가 이에 대해 개인의 기본권 침해에 심대한 영향을 줄 수 있는 사안이므로 제도 도입으로 인한 결과를 신중하게 예측하고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 표명을 하였다.


그러나 보험업계는 의원입법으로 보험업법 개정을 추진하였으며, 2005년 9월 보험업법 개정안이 국회 재정경제위원회에 회부되었다. 그 내용은 ‘금융감독원장에게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근로복지공단 등에 대해 자료 요청‘을 할 수 있도록 권한을 부여하는 것이었다. 보험업법 개정안이 12월 법안심사소위원회에 상정되었으나 시민사회단체의 강력한 반발로 심의는 이루어지지 못하였다.


공사보험 정보 공유를 반대하는 이유
 
보험업계와 기획재정부는 보험가입자의 도덕적 해이와 보험사기를 막기 위해 공사보험 정보공유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이들이 말하는 도덕적 해이란 보험에 가입한 후에 가입자가 건강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아 건강이 나빠져 보험급여를 받을 가능성이 커지는 것을 의미한다. 보험에 가입하여 매달 보험료를 부담하는 사람의 경우 건강을 내팽개치기 보다는 건강관리를 더 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보험사기중 개인질병정보가 필요한 유형은 10%수준에 불과하여 이 때문에 개인질병정보가 필요하다는 주장은 타당하지 않다고 본다. 게다가 가입자의 도덕적 해이와 보험사기를 적발하고 관리하는 것은 해당 보험회사의 책임이다. 이를 막기 위해 공보험의 정보를 달라고 요구하는 것은 기업의 책임을 국민과 정부에게 떠넘기는 것에 다름아니다.


보험업계는 실질적으로는 실손형 건강보험 시장을 확대하기 위해서 안정적인 수익을 보장할 상품 개발이 절실하고 이를 위해 질병 통계와 개인진료정보를 필요로 하고 있다. 민간의료보험은 ‘질병에 걸릴 위험’에 따라 보험료가 결정되며 질병에 걸릴 가능성이 높은 사람은 보험가입을 원천적으로 배제하며, 보험료를 많이 내면서 질병에 걸릴 위험이 적은 사람을 가입시키려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 이를 통해 더 많은 이윤을 확보하고자 하기 때문에 민간보험 가입 과정에서 부터 보험금 지급까지 전 과정에서 피해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따라서 개인질병정보가 제공된다면 민간의료보험의 활성화와 이에 따른 가입자의 피해는 더욱 확대될 수 있다.


민간보험회사에 개인정보를 제공하는데 대해 개인정보의 주체인 국민들도 부정적인 입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창배(2005)의 조사에 의하면, 전체응답자의 70.5%가 민간보험사에 자신의 정보가 제공되는 것에 반대하였으며 응답자의 62.8%가 인권 침해 때문에 질병정보가 민간보험회사에 제공되지 말아야 한다고, 62.7%가 이윤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민간보험사에 질병정보를 제공하는 것을 반대하였다. 


민간의료보험, 활성화가 아니라 적정화와 규제가 필요


우리나라 민간의료보험 시장은 이미 과잉 상태라고 진단되고 있다. 2003년 생명보험협회의 조사에 따르면, 전체 가구의 88.5%가 민간의료보험에 가입(특약 포함)하고 있다. GDP 대비 민간의료보험 지출은 선진국들에 비해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2005년 민간의료보험 보험료 수입은 10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되었다. 반면에 이러한 성장과는 달리 가입자의 기본적인 권리를 보호하거나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제도적 규정은 거의 전무하다고 할 수 있다. 이로 인해 보험 가입자의 피해는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 민간의료보험에 대한 정책은 단순히 활성화나 시장의 확대가 아니라 건강보험과의 역할을 명확히 정립하고 이에 따른 규제정책이 필요하다. 물론 사회적 합의가 전제되어야 할 것이다. 대부분의 선진국에서는 공보험의 보장성이 80% 수준에 달하고 민간보험의 역할은 공보험을 보완하는 것으로 한정하고 있으며, 이들 나라에서는 민간보험의 재원 규모와 민간보험 상품에 대한 규제를 동시에 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에서 보건의료의 급속한 산업화가 추진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병원의 영리법인화, 민간의료보험 활성화, 건강보험 당연지정제의 폐지(혹은 완화) 검토로 이미 드러나고 있다. 위에서 기술한 대로 기획재정부가 주도하여 우선 공사보험 정보 제공을 통해 민간의료보험을 활성화하고, 다음으로 의료기관 영리법인화 추진이 이루어진다면, 건강보험 당연지정제 완화, 혹은 폐지 논의 또한 탄력을 받게 될 것이다. 의료비는 급증하고 서민과 저소득층은 의료이용을 하지 못하게 되는 의료이용의 양극화가 더욱 커지게 될 것이다.


우리 국민에게 재앙과 같은 이런 상황은 이미 영화 ‘시코’가 보여주고 있다. 마이클 무어 감독의 영화 ‘시코’ 보기 운동이 지역으로 확산되고 있으며 인터넷상에는 ‘의료보험 민영화 반대’ 등을 내건 캠페인이 이어지고 있다. 이명박 정부의 의료산업화 추진을 막고 건강보험을 지켜 국민의 건강안전망을 튼튼히 보장하기 위해 시민사회진영의 노력이 더욱 절실한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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