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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복지동향 200호 발행
  • 2022
  • 2022.01.01
  • 845

[기획1] 통합돌봄의 경험과 성과, 다음 단계를 위한 과제

 

홍선미 한신대학교 교수

 

 

국가 돌봄, 무엇이 필요한가?

 

우리나라는 고령화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진행되면서, 가족의 돌봄 부담과 스트레스가 급격히 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 노인인구의 비율은 전체 인구의 16%이며, 2025년에는 20%를 넘어 초고령 사회에 진입한다. 특히 베이비부머 세대가 75세 이상의 후기고령자가 되는 2030년부터는 돌봄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측한다. 최근에는 22세 영케어러 사건을 통해, 개인이 겪는 돌봄의 고통이 사적 영역으로 방치되는 사이에 존속살인이라는 가족의 비극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우리사회가 목격했다. 기약 없는 간병의 끝에 이어졌던 국민들의 극단적 선택을 이제는 국가가 나서서 멈춰야 한다. 

 

국가가 돌봄 체계를 갖추는 일은 개혁적이며 패러다임 전환을 필요로 한다. 커뮤니티케어 정책을 앞서 도입한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초고령 사회의 급증하는 돌봄·의료의 욕구와 이로 인한 정부의 재정부담 등 예상되는 미래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시설과 병원 중심에서 벗어나는 혁신이 필요하다. 기존의 서비스를 늘리거나 정책을 보완하는 수준이 아니라, 다양한 돌봄 위기에 대응하도록 온전한 삶에 필요한 포괄적 서비스를 확충하고 이를 위한 국가와 지방정부의 책임을 법과 제도로 공고히 해야 한다. 선진국에 비해 적은 사회서비스 예산의 범위 내에서 저소득 취약계층에 한정했던 돌봄 서비스를 보편적으로 확장하고 파편적이며 분절적으로 제공하던 방식을 지역중심의 책임성 있는 공적 돌봄으로 전환해야 한다. 2020년의 노인실태조사 자료1)에 따르면, 노인의 절반이상(56.5%)이 ‘거동이 불편해도 재가서비스 등의 도움을 받으며 살던 곳에서 계속 살기를 희망’한다고 응답하고 있다. 의료적 필요가 아닌 생활이나 간병, 주거 등의 이유로 불필요하게 장기 입원해 있는 사회적 입원자를 줄이고 필요도에 따라 의료와 돌봄을 제공받으며 지역사회 거주가 가능하도록 사각지대를 줄여나가는 것은 의료재정의 효율화뿐만 아니라 노후의 삶의 질을 바꾸는 일이다. 

 

 

지역사회통합돌봄의 시작

 

2018년 우리 정부는 ‘모두가 어울려 살기 위한 지역사회 포용 확대’ 계획을 통해 국가 돌봄을 위한 중장기 핵심인프라 확충과 보편적 제도 기반 구축의 의지를 천명하며, 커뮤니티케어의 발걸음을 내디뎠다. 초고령 사회를 대비하기 위한 중장기 로드맵에는 2022년까지 지역사회통합돌봄의 핵심 인프라를 확충하고 2025년까지 보편화를 위한 돌봄 제공기반을 구축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2019년부터 16개 지자체에서 시작된 선도사업은 노인을 비롯하여 장애인 및 정신장애인을 위한 통합돌봄을 지역에서 시도해보는 사회적 실험실의 역할을 하고 있다.

 

<그림 1-1> 어르신/장애인/정신질환자 지역사회통합돌봄 선도사업 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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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사회통합돌봄의 주요 정책 목표는 사회적 입원 감소와 지역사회 정주성 향상이다. 노후 정주성(aging in place)이란 ‘연령, 소득 또는 능력과 무관하게 안전하고 독립적이며 편안하게 자신이 살던 집과 지역사회에서 계속 살 수 있다‘는 개념이다2). 시설과 병원에서 생활하는 사람 중 의료적 필요성이 낮은 사람, 돌봄 서비스를 받지만 다른 서비스연계가 더 필요한 사람, 재가서비스가 부족하거나 없기 때문에 시설과 병원으로 입소나 입원을 고려하는 사람을 위한 지역 돌봄의 조건은 무엇인가? 기존의 서비스를 조금씩 늘리는 방식으로는 입원과 시설입소를 줄이고 지역에서 살 수 있는 돌봄 체계는 만들어지기 어렵다. 이 때문에, 지역사회통합돌봄은 그동안의 제도 발전에도 불구하고 미흡했던 돌봄을 국가 책임 하에 사회적 보편 돌봄으로 재설계하고 재구조화하는 전환적 의미를 갖는다. 

 

 

지역사회통합돌봄의 조건

 

시설중심의 보호로부터 지역사회 거주로 중심축이 바뀌기 위해서는 지역사회를 기반으로 기초생활 보장 및 생활 지원 서비스가 대폭 늘어나고 다양한 사회비스의 접근성과 제공 수준을 높여야 한다. 노인·장애인·정신질환자의 사회적 입원 감소 효과가 나타나기 어려운 이유는 시설화를 유인하는 이용자 측면의 편리성이나 재정 기제에 비해, 탈시설·탈원을 위한 지역중심의 인프라나 서비스가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지역사회 전환 과정에서 끊김 없는 돌봄을 책임지는 공적 관리체계가 견고하지 않기 때문이다.  지역 중심의 돌봄을 위한 우선적 과제로는 충분성을 갖추는 것이다. 끊김과 공백 없는 돌봄을 위해서는 비어 있는 지역사회 생활 보장의 틈새를 메꾸고 필요한 서비스를 다양한 방식으로 개발·보급하도록 한다. 지역의 수요-공급을 고려하고, 돌봄·재활·요양·의료·주거·고용 분야의 OECD 평균 수준을 충족시키는 적정의 또는 최저 기준을 설정해갈 수 있다. 접근성 측면에서는 집과 지역사회에서 접근 용이한 서비스 이용을 위해서는 지역 내 근거리 돌봄이 가능해야 한다. 누구나 접근 가능한 공식적인 서비스의 진입로가 읍면동 창구를 통해 만들어지고 마을 단위의 공식 및 비공식 돌봄망이 체계적으로 계획되어야 한다. 누구나 돌봄을 받을 수 있는 제도적 보편성을 갖추려면 대상별 자격조건과 전문 분야 간 칸막이를 넘어 기능과 필요에 따라 기본생활 지원 서비스가 제공되는 제도 변화가 요구된다. 노인, 아동, 장애인, 정신질환과 같이 연령이나 질환을 기준으로 대상을 분리하는 방식은 급여나 서비스별로 제각기 대상과 자격 기준이 다르기 때문에 사람 중심의 통합케어로 전환하기 어려운 구조이다. 서비스 확충과 공급이 늘더라도 분절적인 제도 내에는 분명한 책임성이 존재하지 않으며, 결과적으로 돌봄의 연속성이나 포괄성을 제한하게 된다.

 

 

통합돌봄의 제도화와 지역화 과제

 

주민들의 필요와 여건에 맞는 돌봄 체계를 갖추어 나가기 위해서는 지방정부의 역량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지방정부는 지역 중심의 돌봄 서비스에 대한 책임 주체로서, 주민의 필요와 지역의 여건에 맞는 인프라를 우선 확충하고 지역사회서비스를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지역 중심의 서비스 전달체계가 효율적으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서비스 이용을 위한 정보나 초기 진입을 보장하고, 표준의 욕구 사정과 서비스 이용자격의 판정을 통합하여 급여의 내용과 수준을 명시적이고 종합적으로 결정하고, 서비스 제공 주체 및 제공 수준 등을 공식화하는 지원 절차를 갖추어야 한다. 이용자 중심으로 서비스 전달 방식을 바꾸고 개인별 돌봄 계획 수립을 통해 이용자 중심의 맞춤형 지원 설계와 다분야 서비스 연계가 가능하도록 공적 돌봄 서비스 관리시스템을 상시적으로 가동해야 한다. 지방정부는 조직과 인력의 효율적 운영을 위해, 읍면동의 찾아가는 보건복지서비스나 희망복지지원단의 통합사례관리. 노인 맞춤돌봄 사업과의 기능적 융합을 통해 공공사례관리 기능을 강화하고 협력 기관과의 제도적 연계를 모색할 수 있다. 지방정부의 공공 매니지먼트 기능이 중요한 이유는 현재와 같은 분절적 제도에서는 기존 유사사업들과의 중복과 혼란, 대상별 (노인·장애인·정신질환자 등) 서비스 제공 체계의 분리 등을 극복하는 전략이 필요하며, 보건-복지-주거 등의 서비스 분야 간 연계와 조정을 통해 통합적 서비스제공을 가능하게 하는 기제가 되기 때문이다. 또한 지역사회통합돌봄 계획을 지역의 포괄적인 중장기 지역사회보장 계획과 통합적으로 설계하고, 주민자치 기능과의 연결고리를 찾는다면 더 확장된 지역 돌봄 체계로 발전시켜나갈 수 있다. 

 

그러나 선도적인 지자체라 하더라도, 사회서비스 공급에서의 각기 다른 재정 지원 방식이나 급여 형태 등의 혼란 속에서 지역에 맞는 돌봄 체계를 자율적으로 갖춰 가는 데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주도적으로 지역돌봄 모형을 개발하는데 필요한 재정 및 조직 운영상의 재량과 권한의 범위를 넓히는 한편, 대상 급여의 근거 법률과 관련 서비스를 연계하여 법적 실효성을 확보하고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책임 규정을 삽입하여 지역사회통합돌봄의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여야 한다. 무엇보다 지역사회통합돌봄기본법이 사회적 돌봄 영역의 기본법으로 자리 잡고 관련 사회서비스 법들이 일관된 맥락에서 기능하도록 법체계를 갖추는 과제가 놓여 있다

 

 

함께 서로 하는 마을 돌봄 

 

소 생활권 단위의 돌봄 서비스와 인프라를 제공하는 커뮤니티케어의 방식에 주민의 자치활동과 마을복지 차원의 활동이 모아진다면 지역 공동체성에 기반을 둔 주민 참여형 돌봄 체계가 만들어질 수 있다. 단순 돌봄을 넘어 ‘지역 중심 생활 돌봄 모형’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지역 연대성에 기반하여 함께 돌봄과 서로 돌봄을 위한 지역 역량을 향상시키는 것이 강조되어야 한다. 일본의 지역공생사회(地域共生社会) 모델이 사례가 될 수 있다. 저출산 고령화, 개개인의 욕구 다변화, 핵가족화 및 노동인구 감소, 지역 간 격차 등 공적 지원의 한계가 노출되면서, 지속가능한 복지서비스 제공체제가 요구되고 있다. 주민이 서로 도우며 살아가는 사회를 만들고 보건, 복지, 의료, 요양 등의 문제는 “남의 일”이 아닌 “나의 일”이라는 모토에 기반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현재 지역사회통합돌봄 선도사업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주거나 건강, 일자리 관련한 사회적 경제조직의 참여가 상대적으로 활발해지고 있으나, 공공의 주도성에 비해 주민이나 마을의 협력(with)이나 주도(by)가 미흡하여 마을공동체의 역할도 잘 드러나지 않고 있다. 생활터 중심의 마을 돌봄 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주민의 참여형 모델개발이 필요하며, 지역공생에 기반한 마을주도형 커뮤니티케어의 전략도 마련해야 한다. 돌봄 조합과 같은 주민자치 연계형의 사회적경제 기업 모형 등의 개발을 중앙과 지방정부가 지원하고 주민과 지역 내 다양한 서비스 제공 주체가 마을 중심 돌봄 거버넌스를 통해 발전시켜나가는 방향이 바람직하다. 기존의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민간 서비스 기관들도 지역사회통합돌봄 실행 네트워크 내로 들어와 파트너십 기관으로서 공식적 기능을 부여받고 다양한 사업 주체로서 제도적 합의와 기능적 협력 속에 제 역할을 담당하는 민관협력도 필요하다. 

 

이제 지역에서 함께 살며 돌보는데 필요한 실질적인 변화의 시작에 있다. 돌봄에 필요한 인프라와 서비스를 재구조화하는 커뮤니티케어의 긴 과정은 어떻게 함께 협력할 것인가 고민하고 노력하는 각 주체들의 비전이 있어야 가능하다. 지속가능한 보편적 서비스 공급체계를 만들어야 하는 중앙정부의 동력이 더 요구된다. 접근 가능하고 필요에 적합하게 책임성을 갖고 서비스를 전달해야 하는 지방정부의 역량도 더 필요하다. 또한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좋은 민간의 서비스 공급자가 필요하며, 생활터 중심 마을공동체와 지역에서 함께 돌아보고 서로 보살피는 주민이 있다면 국가가 책임지고 지역이 만들어가는 생활 돌봄 체계가 머지않아 자리 잡게 될 것이다.

 

1) 이윤경 외(2020). 『2020년도 노인실태조사』, 보건복지부·한국보건사회연구원.

2) Centers for Disease Control and Prevention. https://www.nia.nih.gov/health/aging-place-growing-older-ho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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