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22 2022-07-01   1039

[기획2] 시설거주인의 일상 회복을 위한 과제

신재윤 법무법인 더함 변호사

들어가며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2019(이하 “코로나19”) 확산 사태를 겪으며, 집단시설에 거주하는 노인 및 장애인 등의 시설거주인(이하 “시설거주인”)들은 삶의 기반이 흔들리는 하루하루를 마주해야 했다. 이들은 집단시설에 대한 (예방적) 코호트격리, 위험시설 낙인, 외출 및 면회 금지 등으로 인하여 지역사회와 더욱 단절되었고, 활동지원 및 돌봄서비스 지원이 중단되면서 제때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 받지 못해 위급한 상황에 놓이는 이들이 늘어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확진자 수 앞에서 시설거주인들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 할 것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힘을 얻지 못했다. 

코로나19의 확진자 수가 점차 감소하고 단계적 일상회복으로 접어든 요즘, 이제는 지난 2년 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법적, 정책적, 제도적 변화가 시작 되어야 한다. 시설거주인들이 겪었던 인권침해와 돌봄서비스의 공백 등 인간다운 삶을 살아갈 수 없게 했던 일련의 조치들이 유사한 상황에서 또 다시 반복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법·제도의 개선 및 정책적 지원이 뒷받침되어야 할 것이다. 이하에서는 시설거주인들이 다시 일상을 회복하고 지역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함께 살아가기 위한 제도적 과제들을 살펴보고자 한다.

시설거주인의 일상 회복을 위한 과제들 

(예방적) 코호트격리에 관한 법적 근거 마련 및 대응지침의 보완 

“코호트격리”란 동일한 병원체에 노출되거나 감염 을 가진 환자군(코호트)이 함께 배치되는 병실, 병동의 개념을 의미한다. 격리를 요하는 환자가 다수 발생한 상황에서 이들을 분산 배치할 병실이 부족한 경우 고려할 수 있는 접근 방식이다.1) “예방적 코호트격리”란 우리나라에서 이례적으로 시행된 조치로, 집단감염 발생이 우려되는 시설에 대해 외부 감염원으로부터 보호한다는 취지로 시행되는 방역 조치를 의미한다.2)

노인요양시설, 장애인거주시설 등 집단시설에서의 코로나19 집단감염 사태가 발생하자, 정부는 감염병의 확산을 막는다는 명목으로 집단시설에 대한 코호트격리 조치를 시행하였다. 이후 지방자치단체 및 개별 시설을 중심으로 집단감염을 선제적으로 예방하고자 한다는 명목으로 집단시설에 대한 예방적 코호트격리 조치가 시행되었다. 이에 따라 면회가 금지되고 외출이 제한되며, 프로그램들이 중지되어 거주인들의 신체적, 정신적 건강이 저하되고, 종사자들의 업무가 과중되면서 돌봄서비스의 질이 악화되었으며, 의료서비스를 제때 제공받지 못하는 등 심각한 인권침해의 상황이 발생하였다.3)

노인요양시설의 경우 코로나19 발생 이후 2021년 9월까지 코호트격리 또는 예방적 코호트격리를 시행한 시설은 총 446개소로, 2021년 노인요양시설의 수 (3,844개소)를 기준으로 하였을 때 약 11.6%에 달하는 시설이 (예방적) 코호트격리 조치 되었다.4) 주목할 점은 코호트격리 조치된 133개 시설 중 2곳을 제외한 모든 시설, 예방적 코호트격리가 이루어진 240개 시설 중 53.3%에 해당하는 128개 시설에 의무적으로 이행되었다는 점이다.5)

장애인거주시설 역시 지난 2020년 경기도, 경상북도 등 지방자치단체에서 시행한 집단시설에 대한 (예방적) 코호트격리 조치의 대상 시설에 포함되어 있었다.6) 특히 지난 2년 간 라파엘의 집, 신아재활원 등 장애인거주시설의 집단감염이 잇따라 발생할 때마다 이루어진 코호트격리 조치가 오히려 감염병 확산을 야기하고 장애인거주시설이 위험시설이라는 잘못된 인식을 만든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있어 왔다.

(예방적) 코호트격리는 시설거주인 및 종사자들의 헌법 상 거주·이전의 자유와 신체의 자유를 제한하는 강력한 조치이지만,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하 “감염병예방법”) 및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등 관련 법령에는 그에 관한 명시적인 근거 규정이 없으며, 감염병 상황에서의 격리에 관한 일부 규정 및 행정적 판단에 근거하여 시행되어 위법의 소지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지방자치단체는 집단시설의 (예방적) 코호트격리 참여를 의무사항으로 강제하기도 하였다.

예방적 코호트격리의 경우 시행 주체인 지방자치단체 또는 시설의 재량적인 판단에 의하여 이루어졌는데, 아직 감염이 발생하지 않은 상황에서 시설거주인들의 외출, 면회 등을 금지하는 등 중대한 인권침해의 요소가 있었다. 그러나 중앙방역대책본부·중앙사고수습본부가 마련한 대응지침에도 예방적 코호트격리 조치의 시행 대상, 기간 등에 관한 내용이 없고, 명시적으로 예방적 코호트격리 를 금지하는 규정도 두고 있지 않다. 향후 유사한 상황이 다시 발생하였을 경우 법적 근거 없이 기존의 관행에 따라 지방자치단체 또는 개별 시설의 재량적 판단으로 시행되어 사실상 위법한 조치가 재현될 우려가 크다.

따라서 감염병예방법 상에 코호트격리의 명시적인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현행 대응지침에서 규정하고 있는 코호트격리의 적용 대상, 격리범위, 방법 등에 관한 사항을 집단시설의 유형 및 시설거주인의 특성에 따라 세분화하여 제공함으로써 시설거주인들의 인권을 보호함과 동시에 위법의 소지가 있는 조치의 시행을 방지할 필요가 있다. 또한 인권침해의 가능성이 큰 예방적 코호트격리의 경우 법률 또는 대응지침에서 이를 금지하는 명시적인 규정을 두어, 지방자치단체 또는 개별 시설이 재량적인 판단에 따라 위 조치를 시행할 수 없도록 하는 근거를 마련하는 것이 마땅하다.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아갈 권리 – 탈시설 법안의 입법 필요성

최근 정의당 장혜영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2. 3. 31. 기준 장애인거주시설(단기보호시설, 공동생활가정 제외, 이하 동일)에서 거주장애인 9,904명이 코로나19에 누적 확진된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는 입소 정원의 35.6%에 해당하는 확진자 비율로서 같은 기간 전체 인구수 대비 누적 확진자 비율 25.9%를 월등히 뛰어넘는 수준이다. 특히 100인 이상 대규모 장애인거주시설에서는 입소정원 대비 절반에 달하는 2,428명이 확진되기도 하였다.7)

이처럼 유독 집단시설에서 확진자 비율이 높은 것은 좁은 공간에 다수의 인원이 함께 거주하여 생활동선의 분리가 불가능하고, 확진자가 발생하더라도 독립적인 공간을 제공하여 분리시키는 것에 한계가 있어 감염병 확산에 매우 취약한 구조적 특성이 있기 때문이다. 

「장애인복지법」 제60조의3 및 동법 시행규칙 제44조의3에 따라 매년 보건복지부장관이 고시하는 “장애인거주시설 서비스 최저기준”에 따르면, 장애인거주시설의 침실 바닥 면적은 1인당 5제곱미터 이상이 권고되고, 침실에는 개인이 사용하는 침구와 베개, 바깥을 볼 수 있는 창문, 적절한 조명, 적절한 환기, 조절할 수 있는 난방시설 등이 갖추 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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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실제로는 위와 같은 최소한의 기준조차 준수하지 못하는 시설들이 다수 발견되고 있으며, 시설거주인들은 취약한 시설 환경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최근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는 지적 장애인 거주시설에 대한 방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10개 시설 중 4개 시설이 4인실 이상의 침실을 운영하고 있고, 2개 시설은 1실당 개인별 침상도 없이 7명까지 배치하고 있는 상황을 확인“하였으며, ”2020년 한국장애인개발원이 실시한 장애인거주시설 전수조사에서도 시설 평균 1실 당 4.7명이 생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러한 주거 환경은 ‘장애인거주시설 서비스 최저기준(보건복지부 고시)’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나아가 ”이러한 다수인이 함께 생활하는 환경이 헌법 제17조가 보장하는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는 물론, 제34조 제1항에 의한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 제35조 제3항의 쾌적한 주거생활 보장 규정에 부합 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다.9)

장애인거주시설을 비롯한 집단시설에서 공간의 과밀성은 감염병 확산이 빠르게 이루어지는 주 원인이 될 뿐만 아니라, 개개인이 인간다운 삶을 살기 어렵게 만드는 요소 중 하나다. 개인에게 보장되는 공간은 사실상 침대 하나뿐이고, 그마저도 제대로 보장되지 않으며, 다수의 인원이 과밀한 공간에서 생활하는 경우 사생활이 보장되지 못하고, 개개인은 온전한 한 주체로서의 인간이 아니라 효율적인 관리를 위한 대상으로 전락할 수 있다. 또한 개인의 생활패턴을 시설의 운영 방식에 억지로 맞추게 되어, 자신의 삶에 대한 주체적인 결정권을 상실하게 되기도 한다. 

유엔(UN) 장애인권리협약(Convention on the Rights of Persons with Disabilities)(이하  “장애인권리협약”)은 장애인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유엔(UN)인권 협약으로, 장애인의 전생활영역에서의 권익보장을 규정하고 있다. 장애인권리협약은 2006. 12. 13. 뉴욕에서 채택되었고, 우리나라는 2008. 12. 11. 동 협약을 비준하였다. 동 협약은 2009. 1. 10. 조약 제1928호로 발효10)되어, 대한민 국헌법 제6조에 따라 국내법과 동일한 효력을 가진다.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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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권리협약 제19조에 따르면, 장애인들은 다른 사람과 동등한 조건으로 거주지 선택의 자유, 어디서 누구와 살 것인가에 대한 선택의 자유를 가지며 특정한 거주형태에서 사는 것을 강요받지 않는다. 이는 장애의 정도나 유형과 무관하게 보장되는 장애인의 권리에 해당한다. 또한 장애인은 지역 사회 통합을 위한 개별지원을 포함하여 가정 내 지원서비스, 주거지원서비스, 지역사회의 지원 서비스에 대한 접근성이 있어야 한다.

이처럼 장애인의 자립적 생활 및 사회통합, 그리고 거주지 및 거주 형태 등에 관한 선택의 자유는 협약 당사국인 우리나라의 장애인들에게 보장되어야 하는 권리에 해당한다. 

정부는 2022. 5. 발표한 110대 국정과제에 “장애인 맞춤형 통합지원을 통한 차별없는 사회 실현”을 포함하였고, 시설거주 장애인 등의 지역사회 자립을 위한 주택 및 주거서비스 지원 등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자립생활 기반을 강화하기 위한 내용을 담았다.13)

그러나 관련 정책들이 마련되고 논의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그에 관한 법률은 제정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는 아래와 같이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 (중증)장애인 자립생활 및 탈시설 지원 관련 조례를 제정하여 시행하고 있다.

가장 최근인 2022. 6. 21.에는 「서울특별시 장애인 탈시설 및 지역사회 정착지원에 관한 조례안」 이 서울시의회 본회의를 통과하였다. 위 조례안은 서울시장에게 5년마다 탈시설 기본계획을 세우도록 하고, 시장의 재량 사항으로 탈시설 정책 등을 자문하기 위한 민관협의체를 둘 수 있도록 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14)

그러나 중앙정부 차원의 정책 추진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하여는 법률 제정이 필수적이며, 이에 관하여 2020. 12. 11. 장애인 탈시설 지원 등에 관한 법률안(최혜영의원 대표발의, 의안번호 제6331호)(이하 “법안”)15)가 발의된 바 있으나, 소관 상임위 심사 단계에 계류중이며, 이해관계인들의 많은 반대에 직면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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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탈시설 논의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시설거주인, 즉 당사자의 의사이며, 그들의 의사를 경청하는 것은 당사자들이 한 인간으로서 자신의 삶의 방식에 대하여 결정할 권리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될 수 있다.

법안에 따르면 “탈시설”이란 “장애인 생활시설에 거주하는 장애인이 장애인 생활시설에서 나와 지역사회에 통합되어 개인별 주택에서 자립을 위한 서비스를 제공받으며 자율적으로 살아가는 것”을 의미한다(법안 제2조 제5호). 즉 탈시설은 장애인이 시설에서 나오는 것까지만 논하는 것이 아니라 시설을 나온 이후에 자립을 위한 서비스를 제공받고 자율적으로 살아가는 것까지 포함하는 개념이며, 이는 결국 시설거주인들이 시설 밖에서 함께 살아가기 위하여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지역사회가 각각 어떤 역할을 감당할 것인가에 관한 구상이다. 이를 구체화하기 위하여는 그동안 너무 오랜시간 미뤄왔던 과제를 이제는 함께 논의하고 풀어나가야 한다는 사회 공동의 인식도 필요할 것이다. 따라서 미뤄왔던 법안의 입법을 추진하여 탈시설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것이 시설거주인의 일상 회복을 위하여 시급한 과제 중 하나가 될 것이다.

마치며

코로나19 상황에서 발생한 집단시설의 집단감염 및 그에 관한 대응 방식의 문제점은 결국 집단시설 형태의 거주 방식이 한계에 도달하였다는 것을 보여준다. 무분별한 인권침해를 방지하기 위한 (예방적) 코호트격리에 관한 법적 근거 마련 및 대응지침의 보완이 이루어져야 함은 물론이고, 시설거주인이 시설 밖으로 나와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정부, 지자체, 지역사회 등의 다양한 주체들이 함께 고민하고 협력해야 할 것이다.


1) 중앙방역대책본부·중앙사고수습본부(2022),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대응 지침(지자체용)”, 제13판, 246면. 

2) 오승환(2020), 사회복지시설의 예방적 코호트 격리정책 평가, 사회복지법제연구 제11권 제3호(통권 제19호), 25면. 

3) 국가인권위원회(2021), 코로나19 관련 노인요양시설 인권상황 실태조사, 13-15면. 

4) 국가인권위원회(2021), 앞의 보고서, 25면. 

5) 국가인권위원회(2021), 앞의 보고서, 26-28면. 

6) 국가인권위원회(2021), 앞의 보고서, 64면.

7) 장혜영 의원실 보도자료, “100인 이상 대규모 장애인거주시설에서 장애인 2명 중 1명 코로나 확진됐다”, 2022. 5. 16. 자.

8) 보건복지부(2022), “2022년 장애인복지시설 사업안내”, 515면. 

9) 국가인권위원회 2022. 2. 10. 자 상임위원회 결정, “지적장애인거주시설 방문조사 결과에 따른 법령 제도 개선 권고”, 7-8면. 

10) 외교부 홈페이지, https://www.mofa.go.kr/www/brd/m_3825/view.do?seq=320949&srchFr=&srchTo=&srchWord=& amp;srchTp=&multi_itm_seq=0&itm_seq_1=0&itm_seq_2=0&company_cd=&company_nm= (2022. 6. 21. 최종확인) 

11) United Nations Treaty Collection 홈페이지, https://treaties.un.org/Pages/ViewDetails.aspx?src=TREATY&mtdsg_no=IV-15&chapter=4&clang=_en (2022. 6. 21. 최종확인), 보건복지부 보도참고자료, “「유엔 장애인권리협약 선택의정서」 비준 추진 -‘유엔 장애인권리협약 선택의정서’에 대한 외교부 비준 의뢰”, 2021. 8. 10. 자. 

12) 장애인권리협약 및 선택의정서의 한국어 번역본 전문은 아래 링크의 “Other translations” – “REPUBLIC OF KOREA” 항목에서 확인 할 수 있다. https://www.un.org/development/desa/disabilities/convention-on-the-rights-of-persons-with-disabilities.html (2022. 6. 21. 최종확인)

13)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윤석열정부 110대 국정과제, 2022년 5월, 88면.

14) 전종휘 기자, 서울시 장애인 탈시설 지원조례 통과, 한겨례, 2022.6. 21. 자. 

15) 장애인 탈시설 지원 등에 관한 법률안(최혜영의원 대표발의, 발의일자 2020. 12. 11., 의안번호 제633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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